전임자 급여 금지는 ‘사용자 프렌들리’ 노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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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 시 노사정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규정의 시행을 2009년 12월31일까지 3년간 유예했다. 또한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시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과 노동조합 스스로 전임자 급여를 부담할 수 있는 재정자립 방안 등 2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집중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2008년 10월 노사정위원회는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 등을 논의하고자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키로 의결하고 지금껏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여 왔다. 2009년 7월20일에는 선진화위원회에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에 관한 ‘공익위원안’이 제출되었다. 1996년 노동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노사 간의 첨예한 쟁점이 되기 시작했으니, 무려 13년째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공익안, “허용된 업무에 대해서만 유급으로 처리하자”

선진화위원회에서 제출된 공익위원안의 주요 요지는 유급전임제도를 금지시키는 대안으로 ‘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 time-off)를 시행하되, 단체협약으로 체결된 6개 업무에 대하여만 유급으로 보장하고 그 외 사유에 대해서는 무급으로 처리하며, 만일 유급으로 처리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것이다. 한편 타임오프의 상한 시간 설정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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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전임자 제도 개선방안

○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노조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해당 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함.

- 근로자의 고충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시간
- 단체교섭에 필요한 시간 및 단체교섭 결과를 조합원에게 설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 노조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설치한 기관의 운영과 활동 및 노사협의를 위하여 필요한 시간
-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사항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시간
- 법원, 노동위원회 등 권리구제기관에 참석하거나 이와 직접 관련되는 업무를 위해 필요한 시간
- 기타 이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노사관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 업무에 필요한 시간

○ 정부는 노조 전임자 제도 변화로 인해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는 종업원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별도의 조치를 강구하여야 함.

○ 노·사·정은 상호신뢰의 정신에 입각하여 정부재원의 규모·전달체계·운영방식·사업내용 등에 관하여 성실히 협의하여야 함.

□ 경과조치

○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유효기간 동안 효력이 유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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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이번 공익위원안은 그다지 ‘공익’적이지 않아보여서 우려스럽다.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과반수교섭대표제도 마찬가지이지만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어쩌면 우리 노사관계의 토양을 근본부터 바꿔놓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사관계에서 ‘공익’이란 것이 어느 일방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는 동시에 노사관계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노동조합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이 안이 어째서 공익위원안이라 할 수 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어떤 이는 시행도 안 해본 법을 삭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공익위원안이 발표되자마자 양대 노총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만일 정부가 공익위원안을 받아들여 입법을 추진할 경우 전면적 투쟁을 할 것임을 밝힌 상태다. 사용자 측도 원칙적으로 급여지급을 금지한 것에는 찬성이지만, 유급근로시간을 단체교섭으로 정하라고 하는 점 등을 들어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라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속 내용은 너무도 다르다. 그러나 노사 모두 반대한다는 점이 이후의 입법 과정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 할 수 있다.

노사분쟁은 늘고, 실효성은 없고

이번 공익위원안은 큰 틀에서의 가이드라인일 뿐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논의와 ‘유급근로시간’에 관한 외국 사례를 잣대로 우려되는 사항들을 짚어볼 수는 있다.

첫째, 전임자 임금지급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이라는 입법방식을 채택한 공익위원안은 노조법의 해석과 적용을 복잡하게 하여 노사당사자 사이의 법적분쟁 가능성만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유급으로 처리되는 활동 내용 및 그에 소요되는 시간과 관련한 분쟁이 증가해, 교섭과 협약 체결을 지연시키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공공부문에서도 타임오프 제도와 유사한 ‘오피셜타임’(Official Time)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피셜타임 시간 인정과 활동 내용에 관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둘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의 업무 내용을 보면 전임자가 평조합원 및 일반근로자와 접촉할 수 있는 조합 활동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근로자의 고충처리, 단체교섭, 노사협의 등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조합원 및 일반근로자와 접촉할 수 있는 조합 활동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유급으로 처리되는 업무들 역시 많은 사전 준비와 사후 정리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어서 현실적으로 전일제로 전임을 해야 하는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활동에 필요한 시간 범위는 결국 노사당사자가 합의하여 정할 수 있고 정해야 하는 것인데, 법률이 이와 같이 열거방식으로 규정하여 임금지급을 제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사용자 프렌들리’ 노조 양성하게 될 것

셋째, 우리 헌법과 노조법은 조합 활동,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있어서 ‘노사자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타 노사관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업무에 대한 전임자의 유급활동 시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인 범위에 대해 행정부의 개입을 가능케 한 것으로 법적 정당성도 없어 보인다. 

넷째,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가정한다면,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되는 유급근로시간제도가 오히려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통제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즉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복수노조 가운데 ‘사용자 프렌들리’한 노조에 대해서는 보다 쉽게 시간공제를 공식·비공식적으로 인정하여 이를 은밀하게 도와주고, 사용자들과 대립적인 노조에 대해서는 이를 강력하게 억제함으로써 편파, 차별 등의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복수노조 환경 아래에서 사용자가 공정한 입장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가령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을 대표하는 노조와 3분의 2를 대표하는 노조에 대해 시간공제를 어떤 비율로 어떤 경우에 얼마만큼 인정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시간공제의 내용이 모두 교섭에 관련된 내용이어서, 교섭대표권이 없는 노조의 경우에는 시간공제를 받을 명분조차 없어져 소수의 노동조합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본질은 ‘노조 권력 약화’와 ‘노동유연화’

공익위원안을 따져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전임자에게 임금지급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 제도는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시스템에서 기업별노조를 떠받들고 있는 핵심 기둥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노조 전임자는 사업장 안에서 노조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에 따른 사업장 통제능력에 기초하여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노조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사업장 내부의 노사관계 이슈를 사용자에게 제기하고 이를 노조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또한 노조 조합원들의 고충처리, 불만해결, 노사갈등 해결 역시 주로 노조 전임자들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노동조합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노동조합이라도 노조 사무실을 갖추어 전임자를 두고 노조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한 1997년 노동조합법 개정은 노조가 사업장 내부에서 갖는 막강한 권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노조 전임자 문제와 연계되어 있는 기업별노조 체제를 산별노조 체제로 이행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별노조 시스템은 유지한 채 전임자만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매년 ‘무파업선언’이나 하고 ‘사용자 프렌들리’한 허수아비 노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혀지지 않는다. 사용자 측이 “자주성이 침해된다”, “국제사회 기준에 맞지 않다”, “그릇된 관행이다”라며 제 잇속만 챙기려고 갖다 대는 궁색한 근거들에 정부도 장단만 맞추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환경 변화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추구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사업장 단위에서의 자유로운 정리해고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따라서 현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노조 전임자의 존재는 사용자에게 기업 현장에서의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 측의 자료를 보면 노동조합의 전임자는 노조 내 “특권층”으로서, “비리집단”, “정치파업의 주동자” 등으로 묘사된다. 사업장에서 노조 권력을 약화시키려는 노력은 우리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공익위원안이 영국의 타임오프제도를 많이 반영했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완전 전임자가 대폭 축소된 것은 보수적인 대처 정부가 들어선 1980년대 초부터이다. 1970년대 후반만 해도 1만 명의 완전 전임자가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까 ‘국제표준’에 맞춰가자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 13년이나 논쟁을 벌여 왔지만, 그간의 논의는 주로 법률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두 제도가 우리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의 결과는 단순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노조의 약화’를 가져오고, 복수노조의 허용은 사용자의 노조 설립 제한을 통한 노동조합 통제의 틀을 허무는 정도로 이해되어 왔다. 노조 설립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오랜 과제였지만, 교섭창구단일화가 자율교섭이 아닌 다수대표제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현실에서의 동학은 논리적 명확성보다 복잡해 보인다. 

복잡하기는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도 매한가지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노사 간에 전임자 임금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반면, 재정이 취약한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조들은 많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점들이 현실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들의 똘똘 뭉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하나의 법률 혹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 수십년 동안 내려오던 관행을 하루아침에 뒤집거나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을 ‘제도적 관성’(institutional inertia)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관성이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선진화’된 노사관계는커녕 ‘음성적’ 노사관계만 횡횡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국제노동기구(ILO)의 해석이 타당성을 갖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ILO는 <기업 내 노동자 대표의 보호와 편의에 관한 협약> 제135호에서 “사업장 단위의 노동자 대표에 대하여 사용자가 필수적인 편의를 제공할 것과 부당한 차별취급을 하지 않을 것”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ILO는 한국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 “입법적 관여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조항 삭제’ 의견을 줄곧 개진해왔다. 

또한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법으로 급여지급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이들 국가들이 급여지급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은 까닭은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 나라들에서는 전임자들이 이미 예전부터 임금을 받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문제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타당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노동 문제는 따로 있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쌍용차 협력업체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노사분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세계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못 궁금하다. 이 장관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쌍용차 노사분규에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던 것은 ‘일관성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이 장관의 참된 언행일치의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전임자와 복수노조 문제에 있어서는 왜 정부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고 하며 노사 간에 ‘스스로’ 해결하여 ‘노사관계 선진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이영희 장관이 세상을 보는 그 잣대, 참 편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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