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단계 노조활동으로 생긴 재해는 산재가 아니라는 법원의 주장

부 제목: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의 산재신청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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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를 통한 감시와 통제 및 조합원들만의 별도 라인 배치 등을 통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 등의 수단과 방법, 그 기간,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의 과정, 해고된 위 5명의 원고들의 구제신청 및 행정소송 과정 및 부당해고구제 이유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쟁의 행위 종료 후에 있었던 소외 회사의 일련의 행위들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이 질병의 발생원인 중 일부가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노동쟁의 행위 중에 일어났더라도 노동쟁의 행위가 종료된 이후에 받은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다면, 이 사건 상병은 위 원고들의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함이 상당하다.

(2008. 4. 4 서울행정법원 선고 2005구단1161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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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550-9 소재 주식회사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이하 ‘회사’라 함)에서 근무하던 금속노조 서울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조합원 13명은 위 회사 사업주의 △폭행과 폭언, CCTV설치 등의 지나친 감시와 통제, △단체교섭 해태, △조합원들에 대한 별도 라인배치 등의 차별, △해고 및 징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불안과 우울반응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가 발병하였다며, 2005년 5월10일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에 산재최초요양신청을 하였다. 이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2005년 3월11일자 진단서상 진단일은 2004년 9월3일이며, 발병일은 2002년경이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는 위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사유는 사업주의 사업과 대립되는 노동조합 활동 또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부터 연속되는 노동조합 활동 중에 생긴 것들로서 업무적 사유라 할 수 없어 업무와 상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2005년 5월27일 위 신청들을 불승인하였다.

이에 조합원들은 근로복지공단 본부에 심사청구 절차를 거친 후 2005년 12월14일 서울행정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4개월만인 2008년 4월4일,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원들에게 적응장애의 상병이 존재한다며 12명의 조합원에게는 일부 승소판결을, 1명의 조합원에게는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적응장애가 있는지, 있다면 왜 생겼는지

본 사건에 있어서 쟁점사항은 첫째로 이 사건 처분 당시 위 조합원들에게 불안과 우울반응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의 상병이 존재하는지, 둘째로 이 사건에서의 상병과 조합원들의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즉 “사용자와 대립단계로 되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노동조합 활동 중에 생긴 재해”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위 쟁점사항 중 첫째에 대해서는 위 12명의 조합원들이 이 사건 상병의 최초 발생일인 2002년경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2005년 5월경 진단받았다고 하여도 처분당시 상병이 존재한다는 주치의 및 진료기록 감정의 등의 의학적 소견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상병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쟁점사항인 둘째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노동조합 전임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서 확립된 “업무의 성질상, 불법적인 노동조합 활동 또는 사용자와 대립단계로 되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노동조합 활동 중에 생긴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시(대법원 1994. 2. 22. 선고 92누14502 판결 등 참조) 내용을 근거로 하여, 사용자와 대립관계가 되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조합원들의 활동은 ‘회사의 업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쟁의행위 과정에서 나타난 사업주와의 갈등으로 인한 재해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의 그 외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질병의 발생원인 중 일부가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노동쟁의행위 중에 일어났더라도, 노동쟁의 행위가 종료된 이후에 받은 업무상의 스트레스 역시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으므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나머지 1명의 조합원에게 발병한 상병은 사업주의 업무로 보기 어려운 노동쟁의 중의 행위 및 개인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아, 노동쟁의 행위 이후에 있었던 회사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쟁의단계의 노조활동으로 생긴 병은 여전히 산재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질병의 발생원인 중에 “사용자와 대립단계로 되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노동조합 활동”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쟁의단계 이후의 상황도 충분히 참작하여 상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한 점에 있어서는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사건의 제반 경과과정을 충분히 판단하지 않고 내린 결정과는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뛰어넘지 못한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즉 △쟁의행위에 돌입하더라도 조합원은 여전히 근로자(종업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산재보상보험의 취지가 근로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에 있으며, △쟁의행위는 헌법상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정상적인 노동조합활동의 일환이며, △쟁의행위를 떼어놓고 노동조합(조합원)의 업무를 생각하기 어려운 노동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판결이었다.

만일 이러한 노동현실을 반영했다면, 사용자와 대립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노동조합 활동이라 하더라도 사업주의 업무에 해당되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생긴 재해가 명백히 사적인 원인이 아닌 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된다고 하는 새로운 판례법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논쟁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법원은 1명의 조합원에 대해 패소판결한 사유가 “사업주의 업무로 보기 어려운 노동쟁의 중의 행위 및 개인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어 상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쟁의행위가 사업주의 업무에 포함된다고 한다면 이 조합원 역시 다른 12명의 조합원들과 같이 쟁의행위 중의 회사의 압박이 발병의 일부 원인이 된 것은 동일하다. 한편 이 조합원의 적응장애의 원인이 개인적인 원인과 복합적으로 발현되었다는 것은 인정하나, 다른 12명의 조합원들과 동일한 시기인 2002년경에 상병이 최초 발생하였다는 시기적 동일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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