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노동권과 사회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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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일련의 사회입법은 그 헌법상 이념적 근거를 인간다운 생활권에 두고 있다. 나아가 생존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수급권과 근로권의 상호 연대적 보장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실현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 '장애인도 노동자다. 노동권을 보장하라!'   - 출처: whthnews ]

기본권의 평등보단 적극적 우대정책이 필요

장애인의 사회보장수급권 문제는 지금까지 대체로 사회보장법의 체계 중에서 사회복지 관련법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서도 사회법원리에 입각한 통일적인 일관성이나 종합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사회보장수급권보장을 위한 기본법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에 있어서 기초생활보장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국민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과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근로권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직업안정법과 고용정책기본법, 근로자 직업훈련촉진법, 고용보험법 등과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려면 일정한 소득보장 및 의료보장조치가 구체적으로 확보되어야 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장애인의 절차참여의 권리도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즉, 장애인의 기본권은 구체적인 보장을 언급하는 실체적 권리와 절차의 권리가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데 실체적 권리는 소득보장수급권, 의료보장수급권, 복지조치수급권으로 이루어지며 절차적 권리는 권리구제 쟁송권, 행정 및 입법참여권,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으로 구성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소득보장수급권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내지 생존을 위한 물질적 기초를 제공받는 권리로서 노동능력이 있는 장애인은 일정한 범위에서 근로권이 구체적 권리로 전환되어 고용보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노동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장애인은 일정한 요건하에서 보충적 근로권의 변환물로 경제적 수당을 받게 된다. 즉, 노동기본권은 근로자에 대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구체적 기본권으로서 ①헌법 제32조 노동의 권리와 ②헌법 제33조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 등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노동자는 기본권의 보장이 많은 한계에 부딪힌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노동기본권의 보다 포괄적인 보장을 위하여 도입되는 것이 있다. 바로 ‘적극적 우대조치(AA)’이다. 또한 장애인복지법과 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할당고용제, 매점·자판기운영의 우선권부여, 장애인생산품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우선구매 등은 장애인들의 노동기본권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해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일반적으로 적극적 우대정책은 과거의 차별을 보상하려는 것으로 과거에 장애인들에게 행해진 차별은 현재의 불평등과 불이익으로 구조화되는 지속성을 가지므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의 평등이라는 견지에서 보다는 한 차원 높은 적극적 우대정책을 채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노동의 실태

1990년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1975년 UN의 ‘장애인의 권리선언’, 1983년 ILO의 ‘직업재활과 고용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Vocational Rehabilitation and Employment)’을 기본으로, 1988년 장애인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제정된 장애인들의 노동기본권을 ‘적극적 우대’라는 견지에서 해결해 보고자 하는 정책이다. 2004년 일부 개정 되었지만 이 법의 핵심은 300인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사업주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2%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고용률을 채우지 못할 때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언론에 공표하고, 민간사업주는 공표와 함께 최저임금액의 60% 이상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특이한 것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직종에 대하여는 적용제외율을 채택하고 있는데 2004년 개정되기 전까지는 공공분야의 68%, 민간분야의 32%가 적용제외 직종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적극적 우대정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기형적인 정책인 셈이다. 정책도입 당시 합리적인 정책결정과정 보다는 정치적 과정에 의한 타협에 의해 도입되다 보니 장애인의 노동기본권의 적극적 보장이라는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형식적 도입에 그쳐 버린 것이다.

현재 장애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어느 정도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지는 몇 가지 조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15세 이상 장애인은 1,331,486명이며, 이중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장애인은 636,654명인 47.8%이다. 이 가운데 취업하고있는 장애인은 455,728명이고, 28.4%인 180,925명은 실업상태에 있는데, 조사시점 당시인 2000년 6월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 4.2%와 비교해 볼 때 6.8배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04년 12월30일까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취업된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도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고용 및 승진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차별계수가 1.1로 장애인근로자가 비장애인 근로자보다 110%의 임금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를 오사카 임금차별측정방식으로 산출할 때 49.6%가 차별에 의한 임금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국가 인권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2001년 11월26일부터 2003년 3월3일까지 접수된 진정사건의 실태를 보아도 심각성은 나타난다. 이 기간의 차별행위 1,002건 중 장애로 인한 차별은 전체의 11.2%인 112건이며 이것은 성차별(7.6%)보다 높은 수치이다. 또한 2004년 12월30일 현재 적극적 우대정책에 의한 고용률은 공공부문 1.83%, 민간부문 1.1%으로 미미한 실태이다. 이마저도 실제 적용 제외율을 고려하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1%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현행 근로기준법에 적용도 받지 못한 채 직업재활시설에서 보호고용되어 있는 약 9천여명의 장애인들은 헌법의 노동기본권인 실체적, 절차적 권리가 철저히 배제된 채 노동시장에 버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분석해 볼 때 장애인의 고용률이 늘어나지 않고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과 고용 후 임금차별이나 직종간 격리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합리적 ‘차별’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식 속에 자리잡은 편견을 깨뜨려야

따라서, 장애인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나 실업,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접근과 정책의 개발도 필요하지만 노동시장 진입전이나 노동시장에서의 노동기본권의 보장과 차별적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이 더욱 필요하다. 차별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역할인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은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역할가치부여이론’은 장애인에 대한 낮은 사회적 역할인지가 존재하는 한 장애인은 그 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존재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첫째, 가치이하로 평가된 사람은 사회와 노동시장에서 형편없이 취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둘째,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으며, 셋째, 장애인의 행동도 사실에 관계없이 형편없이 취급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당하고 있는 편견과 차별을 요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식 속에 잔존하고 있는 잘못된 그릇을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같은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가치이하로 평가된 사회적 역할인지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증가시켜야 한다. 사회적 이미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지만 개인의 역할기대나 사회적 가치평가에 강한 영향을 받으며 시간을 초월해서 전이시킨다. 따라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바람직한 역할기대의 정립과 의식적 역할 강조, 긍정적 사고의 함양을 통해 사회적 이미지를 부정적인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장애인의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따라 사회적으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지금까지 기능장애와 사회적장애로 인해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역할이나 가치부여를 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들이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장애인들이 발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모방력’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식과 사회·환경의 변화 절실

위의 두 가지 방법은 동일하게 역의 방향으로 작용되어 사회적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된 사람은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생활조건이나 경험과 기회가 주어지며, 능력이 높은 사람은 긍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갖게 되어 상호 역동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유념한다면 한국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해소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까 싶다. 

최근 장애계에서 끊임없이 주지되고 있는 차별금지 법률의 제정도 결국 지금까지의 재활정책이나 노동시장에서의 적극적 우대정책들이 장애인 당사자의 변화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방향에서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점에 왔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의 장애인의 차별을 해소하고 장애인의 노동기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결국,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국민의 의식과 사회·환경의 변화만이 노동기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진실된 평등과 왜곡된 평등, 다시 말해 ‘편견의 진실게임’에서부터 재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장애에 대한 의식과 무의식 속에 존재해 있는 편견이라는 가면을 벗어 던질 때 장애인들의 노동기본권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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