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체제와 노동운동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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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사태와 주간 연속 2교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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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들어가려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사측이 정문을 막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지 난 5월 중순부터 “밤에 잠 좀 자자”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걸고 투쟁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교섭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에 의해 생산현장으로 아직도 복귀하고 있지 못하다. 평일 잔업 2시간의 일상화, 심야 철야근무 10시간을 특징으로 하는 주야 맞교대가 수면각성장애는 물론, 심근경색과 우울증 등 심각한 건강상의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러한 근무형태를 바꾸어보자는 것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였다.

유성기업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제기

하 지만 한국 사회에서 개별 부품업체 노사는 주야 맞교대제를 폐지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유성기업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대차 구매담당 총괄이사가 현장에 상주하면서 사측을 진두지휘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공권력이 투입되어 평화적으로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모두 연행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과연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무엇이기에 현대차 자본과 정부는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그리고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쟁점이 형성된 지 벌써 7년을 넘어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존 논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장시간 노동체제의 극복과 실 노동시간의 단축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 안기 위해서 노동조합운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주간 연속 2교대, ‘완성’이 아니라 ‘도입’이 목표였어야

지금까지 우리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추진하면서 범한 결정적인 오류는 자동차산업의 주객관적 조건과 역량을 무시함으로써 각 단계별 핵심목표에 대한 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주간 연속 2교대제의 ‘완성’이 아니라 ‘도입’을 전략적 목표를 잡았어야 했다. 교대제 변경의 1차 목표는 심야 철야노동을 일상화시키는 현행 ‘주야 맞교대제의 폐지’에 맞추어져야 했다. ‘8시간 + 8시간 방식’의 즉각적인 도입은 부정적 파생효과가 너무 크며, ‘제대로 된’ 주간 연속 2교대제도 아니다.

소위 1조(오전 6시~오후 3시 전후)와 2조(오후 3시 전후~자정)방식의 ‘8+8도입안’은 주간 연속 2교대제의 완성 형태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주간 연속 2교대제의 완성은 연장근로와 정규노동시간의 단계적 축소를 통해 ‘7+7방식’의 연속교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한 차례의 합의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 노동시간의 단축운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즉,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주야 맞교대제의 폐지를 통해 심야 철야근무를 없애고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운동을 활발히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혹 자는 8+8방식으로 요약되는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올해 총력투쟁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노조와 조합원의 인내와 희생을 일정하게 전제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에 불과하다. 진정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절박하고 절실하다면, 무엇보다도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지난 20년간 투쟁으로 확보한 ‘기득권’의 일부 포기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말해, 임금 보전과 물량 보전에 연연해하지 않고 과감하게 실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에 둔 교대제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면,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 바로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및 물량 확보 중 어느 것 하나를 100% 포기할 수도 없고 한꺼번에 100% 달성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고민하다면, 주간 연속 2교대제 완성의 단계적 로드맵에 기반해서 이미 합의된 “2013년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목표로 향후 세부계획을 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체제: 초과노동 이익을 노사가 나눠먹는 담합구조

과 연 그렇다면 왜 노동조합운동은 주야 맞교대제를 폐지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의 실시를 요구하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제조업의 일반적인 근무형태인 주야 맞교대제가 일상적인 초과근무와 심야 철야근무를 재생산하는 핵심적인 기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인 장시간 노동체제를 생산현장에서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브 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장시간 노동체제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은 법제도적 조절장치밖에 없다. 하지만 법제도는 탈규제와 자유경쟁의 논리로 인해 노동시간에 대한 적절한 규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노동시간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은 문구상으로 일일노동시간과 주당노동시간을 정하고 있지만, 수많은 예외조항과 편법적용을 통해 노동시간 규제 장치로서의 자기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다. 더 큰 문제는 장시간 노동체제의 현실에도 ‘고혈노동-과로사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아직도 너무 약할 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 간의 편의적인 담합구조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노동시장의 분단은 심하고 노동시간 관련 법제도적 규제 장치가 약한 경우, ‘잘 나가는 대기업’일수록 연장근로와 특별근로를 포함하는 실 노동시간의 연장이 일반화되고, 신규채용에 대한 유인효과는 전혀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실 노동시간이 길면 길수록 단위시간당 임금이 높아지는 임금제도(시급제)의 특성으로 인해 취업자 개인당 총액임금은 증가하고, 사용자는 그로 인한 비용을 비정규직 투입과 외주 및 분사화를 통해 완충하려고 한다. 결국 지불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질 좋은 일자리는 점차 소수의 장시간 노동자들의 전유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일상화된 장시간 노동체제는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회피하도록 만들고, 노동자로 하여금 임금제도 및 노동시간제도의 개선을 계속적으로 유보시키도록 만든다. 이렇듯 노사 간의 이해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기업단위에서 지불능력에 따른 초과노동에 대한 유인과 고임금 추구에 갇히는 순간, 설비 가동률의 최대화를 목표로 하는 장시간 노동체제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초과노동의 이익을 노사가 나누어 먹는 ‘장시간 노동체제의 담합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조직노동이 협약 노동시간 실질적 도입에 나서야

이러한 장시간 노동체제의 극복을 위해 노동조합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

첫 째, ‘협약 노동시간의 실질적 도입’을 통해 실 노동시간 단축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노동조합은 장시간 노동체제를 해소하고 고용 창출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법정근로시간의 단축 외에도 ‘실 노동시간 단축 방안의 단체협약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 이러니하게도 지난 20년간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 투쟁은 전개하였지만, 단체협약으로 노동시간 규정을 실질적으로 제도화하는 데에는 소홀히 하였다. 최고의 단체협약을 유지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조차 노동시간에 대한 규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연장근로의 예외 규정을 사업장에서 엄격히 규제하기보다 오히려 잔업과 특근의 보장이라는 ‘자본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기 바빴다. 언제부터인가 사업부 대표가 되기 위해서 조합원들에게 주말 근무 몇 개를 따겠다고 약속해야 하는 장시간 노동체제의 포로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장시간 노동체제의 담합구조는 산업현장에서 고착화되었던 것이다.

이 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스스로가 실 노동시간 단축을 현실화하고 법정근로시간의 예외 규정을 제어할 수 있는 엄격한 단체협약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 가지 세부 내용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향후 5~10년 내 ‘주당 35시간’의 협약 노동시간을 쟁취한다는 것을 중장기적 목표로 단계적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행 주당 12시간으로 되어 있는 잔업 상한선을 줄이는 동시에, ‘수요일은 가정의 날’ 제도와 같은 ‘잔업 없는 날’의 관행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시간 상한제가 유발할 수 있는 노동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일정하게 해소하기 위해, 유럽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노동시간 계좌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더 중요한 문제는 필요인력의 추가 고용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주말특근에 대해서 그 상한선과 공정분배 원칙을 협약화해야 하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물량의 분배와 조정을 둘러싼 사업부 간, 노동자 간 갈등구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특근은 모든 노동자가 공유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할당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휴가가 유급 할증근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월차 휴가에 대한 의무적 사용’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이러한 연월차 휴가를 모아서 안식 및 교육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추세에 따라 요구되는 직무 재교육과 전직 교육 등을 이러한 휴가제도로 활용할 시, 소득보전과 함께 추가적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주야 맞교대제 폐지와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둘 째, ‘주야 맞교대제의 폐지와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통해 실 노동시간 단축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제조업, 특히 금속산업의 경우 실 노동시간 단축의 핵심적 전략 과제는 바로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다. 현행 주야 맞교대제에서는 1일 8시간 정규노동 외에 매일 2~3시간의 잔업이 일상화되어 있고 심야노동이 매일 반복되다. 때문에 이는 장시간 노동체제 재생산의 매개체인 동시에, 건강권과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근무형태이다.

 
                                                                                                                [출처: 금속노동자]

즉, 주야 맞교대를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근무형태 변경을 통한 주간 연속 2교대제의 실현이 바로 실 노동시간 단축의 첩경이다. 더욱이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경기 회복기에 있어 필요 노동력을 초과노동으로 대체하려는 자본의 전략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고용창출 전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현 시기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노동의 인간화, 삶의 질 향상, 고용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적 무기인 셈이다.

실 노동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운동

이 와 같이 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장시간 노동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먼저, 총액임금의 극대화라며 합리화해 온 ‘초과노동의 악습’을 스스로 깨야 한다. 세계 최장의 장시간 노동체제가 지금까지 존속된 것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사용자와 정부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동조합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실질임금 증가 보다는 조합원의 요구를 빌미로 할증수당 인상, 잔업과 특근 보장과 평일 대체근무 등과 같은 ‘잘못된 관행’에 매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완전한 임금 보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노동시간을 줄이기 힘들다고 말하기보다는, 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노동조합의 의지와 결단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은 지금부터라도 ‘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운동’을 시민사회의 각계각층 및 제반 연대세력과 함께 사회운동 차원에서 전개해야 한다. 자신의 인간적 노동생활 뿐만이 아니라, 청년 예비노동자, 미취업자,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10년 내 주당 협약 노동시간을 서유럽과 같이 35시간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악용되고 있는 초과노동에 대한 엄격한 제한규정을 단체협약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5년 내 주당 실질 노동시간이 40시간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만들어, 연간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줄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이 선진국에 일반화되어 있는 유급 중기휴가제도, 생애주기 근무 모델, 교대제 전환 모델, 단계적 퇴직 모델과 노동친화적 정년조정 모델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설계하여 추진한다면, 실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고용창출 효과는 상당히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곧 삶! 돈보다 삶!

이러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도 장시간 노동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자 스스로가 ‘시간이 곧 삶’, ‘돈보다 삶’이라는 인식으로 대전환할 것이 요구된다. 만일 노동조합이 금전적 보상에 기반한 물질적 혜택을 추구하는데 매몰되어 있다면, 자신의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초과근무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동료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스스로의 한계와 관성을 극복하고 노동시간 단축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아버지는 철야근무와 초과노동에 시달려 과로사 위험에 직면하고, 삼촌은 부족한 생계비를 보충하기 위해 ‘투 잡’을 찾아야 하고, 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둥거릴 수밖에 없는 고용불안 사회를 벗어나는 길을 노동조합이 열어젖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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