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노조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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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gjun@hanmail.net

 

1997년 기아차의 부도사태와 1998년 현대차와 만도기계의 구조조정,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와 대우차의 구조조정, 이 과정에서 쌍용차와 대우차의 합병과 분할 및 워크아웃,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 등 자동차산업은 혹심한 재편과정을 거쳐왔다. 부품사의 경우도 핵심적인 부품업체들이 델파이, 보쉬, TRW 등 거대 부품회사들에 인수되는 한편, 모비스를 중심으로 기아-현대의 부품사들이 재편되고 있으며 완성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부품 영세업체들이 도산과 부도 사태를 맞기도 하였다. '상시적 구조조정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동차산업은 지속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IMF 시대를 거치면서 다수의 자동차노조들이 구조조정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과정의 혹독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산업 노조에게 전략은 있는가 

글로벌 생산체계의 구축을 위한 국제적인 전략적 제휴와 인수 합병은 물론 이제는 국내기업들 또한 해외에 현지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대량생산체제를 대신하는 유연생산체제의 구축을 위하여 기업내부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산업변동은 그치지 않으며 노동조합을 둘러싼 외부의 도전들이 거세다. 2003년 유난히 거세게 진행된 정규직 대공장의 고임금론에 대한 공격부터 노조망국론에 이르기까지 비판들이 넘쳐났다. 완성차와 부품사 사이의 격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 확대는 노동자 내부의 차별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 

노동조합 내부로 들어가면 어떤가? 극심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노동조합들은 조직력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우자동차와 같이 아직 구조조정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곳도 있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의식상태는 흔히 '투쟁과 협조의 이중성'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 상호 모순되는 의식의 저변에는 '경제적 실리주의'와 '노동(노조) 도구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노동자들을 매우 현실 유지적이고 심지어는 현실 집착적이라고 평가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삶의 질'의 추구가 아니라 잔업 특근의 증가를 통해 임금상승 효과를 원하는 것으로 왜곡된다. 과거의 구조조정에 대한 피해 의식과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직 유일한 선택은 '임금추구'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분석이 필요하지만 '실리주의'와 '도구주의'는 구조조정을 거쳐온 결과이자 동시에 미래에 대한 전략적 대안의 부재를 뜻한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운동은 어떤 전략도 갖추지 못하고 현실을 추구해 왔던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간 자동차산업을 다수 포괄한 금속연맹은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조직 과제이자 전략적 과제를 향하여 수년간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 현대차에서 산별 전환의 부결 등 지지부진한 산별 전환 노력은 조합원에게 확고한 미래의 대안 전략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산업 노조의 전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진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조조정 반대투쟁에서 적극적 개입으로 

산업재편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의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자동차산업 노조에게 핵심적인 의제였으며 현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수합병에 대한 대응은 대우차에서처럼 초국적 자본에 대한 저항차원에서 해외자본에의 매각 반대투쟁이 있었고 이와 함께 기아자동차나 대우차에서처럼 국민기업화나 공기업화 등 노동자들이 기업의 소유형태를 직접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사주제(ESOP)를 통한 기업경영에 개입하려는 투쟁도 있으나 자동차산업에서는 부분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또한 가장 일반적이지만 노동권의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매각자체에 대한 개입보다는 고용과 단협을 유지하는 것을 핵심적인 목표로 한 방어적인 개입방식들이 있었다. 

이런 대응과정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경험적인 결론을 가지고 있다. 해외자본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투쟁들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공기업화나 국민기업화의 주장 또한 시장중심적인 경제정책과 초국적 자본이 좌우하는 국제경제의 질서속에서 그다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산업변동에 대한 더 많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인수합병이나 기술체계의 변동은 노동자들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순히 우리 노동자는 고용보장이나 단협보장을 해 준다면 자본의 이동에 대하여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노동자들은 산업재편이나 혹은 생산체계의 개편에 대하여 어떤 개입도 없이 고용과 생존보장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2003년 단협과정에서 쟁점화 된 해외공장설립에 대한 노사간의 합의조항과 신차종 개발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참여 등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노동자들의 기업경영과 산업변동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공동화위기, 중국위협, 국제적 네트워크의 필요성,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제시되는 유연생산체제에 대한 대응을 어떠한 수준에서 진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기초한 가격경쟁력을 통한 발전은 유용한 것인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어떤 해답을 내 놓을 것인가? 특히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직접연관성이 높고 르노나 GM등 외자기업이 들어와 있는 자동차산업의 노동조합은 국제비교와 국제연대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부품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듈화와 대형업체의 육성에 대하여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단순히 모비스의 확대재편에 대하여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반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재편전략을 제시하고 그러한 공세적인 차원에서 노동권의 보호수준에서 확장의 수준으로 나아갈 것인가?

바로 이런 쟁점들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능동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면 노조의 수세성은 결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개입력과 통제력의 강화'라는 차원에서 국제적 변화와 산업정책 및 기업내 생산체계의 변화에 대한 대응은 노동조합의 핵심적인 전략의제인 것이다. 

양의 문제에서 구조의 문제로 가야할 임금정책

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2003년에 다시 한번 격화되었다. 언론에서 대공장과 중소사업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근거로 하여 대공장의 고임금을 공격하는 것은 분명 이이제이(以夷制夷)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내부의 격차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 공격의 성격을 분명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모순된 상황을 맞고 있다. 즉 현재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한 집착 경향'은 지속적인 임금인상을 불가피한 것으로 요청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경향에 기초할 경우에는 임금격차가 더 늘어 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임금피크제라는 새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임금을 둘러싼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수당의 복잡한 체계는 정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정도이고 성과급은 일상화되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각종 변동급이 첨부되면서 훨씬 더 확대되고 있다. 자본의 연봉제나 노동내부에서 제기된 임금체계개편을 위한 과거의 몇 차례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체계화된 임금개편의 시도 자체가 무망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계속 이대로 갈 것인가? 기존에 해온 것처럼 민주노총과 연맹에서 임금 요구율을 결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임금인상투쟁을 하는 것을 그대로 둘 것인가? 그것은 임금격차의 확대를 방치하는 것이다. 특히 정규직 대공장에 대한 고임금론에 대해서 방어적인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2003년 대기업의 고임론에 대한 대응은 주로 정부나 언론, 국회의원들의 대공장 공격에 대하여 왜곡된 자료의 유포를 교정하는 등 '그들이 저지르면 우리가 따라다니며 해명하는' 식을 결코 넘어서지 못했다. 중국과 비교하여 10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다는 식의 공격에 대응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본급 비중이 턱없이 낮고 잔업특근으로 채워야 하는 현실속에서 과연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임금구조를 어떻게 겨냥해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제출해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임금구조의 개편은 능동적으로 노동조합에서 제출해야 할 과제이다. 장시간노동 저임금의 산업(이는 잔업특근을 통한 임금보충을 가져온다)구조를 평등의 실현과 고부가가치 산업에 맞는 임금체계로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직무급을 비롯한 체계적인 임금구조의 개편을 위한 작업은 장기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장기적 계획하에 현 단계에서 해야 할 일들은 해야 하는 것이다. 자동차노조들의 공동의 임금체계 개편논의가 절실하며 본격화되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볼 때, 체계적인 임금개편은 분명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실천 가능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 한 방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공동기금'의 문제이다. 이는 임금체계개편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인데, 내년부터는 임금인상요구율을 강제하지 말고 단사별 요구로 가져가되 보다 핵심적으로는 '산업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금을 통해서 부품사의 발전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공동기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과 노조간부들의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존의 임금인상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임금격차를 사회적인 임금(복지 등)을 통해서 해결하려한다면, 강력한 투쟁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다른 방식은 현재의 임금인상전략을 수정하면서 그 댓가로서 임금구조의 재편과 사회복지를 전면화 하자는 일종의 전략의 관철을 위한 전술적 타협이 고려 될 수 있다. 적어도 조만간에 임금인상전략의 수정과 임금구조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임금구조 전면적 재검토의 해" 이것은 과연 상상에 불과한 것인가 ! 

노동분할을 넘어서는 새로운 고용전략 

기존의 고용유지전략을 단순하게 본다면 '기업의 고용능력에 의존한 고용유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이것은 지속된다. 이러한 고용유지전략이 갖는 한계는 무엇인가? 산업변동과 기업경영상태에 의해서 공격받는 다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문제다. 더 심각하게는 기업의 고용능력에 의존하는 고용전략은 필연적으로 노동내부의 생존경쟁으로 귀착된다. 대우차의 경우에서 보듯이 정리해고를 둘러싼 투쟁과정에서는 해고자와 비대상 사이의 장벽이 발생한다. 정리해고자의 복직을 둘러싸고도 복직대상자 내부에 극심한 생존경쟁이 진행된다. 여기에는 연대의 정신이 자리잡을 수 없다. 

그런 투쟁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는 현대차의 사례에서 나타난다. 즉 물량이 축소된 라인에서 고령자가 타 부서로 이동하려 할 경우에 배치예정라인에서는 정리해고를 염두에 둔 근속연수가 적은 노동자들의 반발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의 고용유지전략은 물량유지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차종변경이나 모델수명이 끝나면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대체물량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면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이는 결국 '물량따오기' 게임으로 전환되고 그것은 '양보경쟁'과 '비지니스노조'의 출현을 예상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유지전략이 결국 그것보다 더 후 순위라 할 수 없는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제고가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기업의 고용능력에 의존하는 고용정책의 최종적 귀결은 '노동자의식의 소멸'과 '종업원의식의 확대'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기업고용능력에 의존하는 체제아래에서는 고용안정의 요구가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의식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상당수가 노사간에 체결된 고용안정협약이 고용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필요한 장치이기는 하지만 경험을 통해서 협약 이상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고용보장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점에서 기업경영의 안정화가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기업고용유지능력에 의존하는 고용정책과 다른 대안은 있는 것인가? 예를 들면 노동시간단축과 같은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아직 그것은 고용대책이라기 보다는 임금인상대책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기되는 것이 '사회적 고용유지전략'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정책은 일정한 노동계급의 형성을 전제할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실제 사회적 안전망 등에 대한 강력한 개입을 할 집단적 주체가 전제되어야 그것이 가능하지만 민주노총차원에서의 제도적인 개입을 통하여 접근하는 것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의 기업별 노조라는 조건에서 단위사업장 차원의 접근은 고용보험을 넘어서는 독립적인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이나 퇴직금은 더 이상 고용대책으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것을 넘어서는 고용기금의 마련 등 단위사업장 차원의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대우자동차에서 정리해고의 합리화 수단으로 작용했던 '희망센터'를 노조 또는 노사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용센터'로 전환시키는 것과 같은 발상전환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차원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 차원의 제안은 민주노총차원, 산별연맹 차원에서 제도적 접근이나 혹은 산업적 접근을 모색하는 것과 함께 특히 대공장이 획기적인 선언을 통해서 돌파하는 것도 검토되어야 한다. 즉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나 일부 노조에서 발상차원으로 제출한 임금인상의 제도화(단일호봉과 승급격차를 통한 자동임금인상)를 전면화 하면서 그 댓가로 노동시장정책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기업에 맡겨진 후생복지

자동차 대기업의 경우 유류비를 비롯하여 주택자금, 학자금의 융자, 병가혜택을 비롯한 단협상의 여러 가지 기업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이 대공장에서는 이미 기업복지를 통해서 해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의 경우 중고등학생에 자녀의 등록금과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 지급 등의 조항과 중소사업장의 상태를 비교할 경우 대공장이 무상교육을 기업복지를 통해 성취하고 있다면 관련조항이 없는 중소사업장의 경우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후생복지 또한 산업차원의 동일화 작업을 통해서 편차를 줄이고 기업내 복지확대를 사회적인 차원의 복지로 전환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 의료, 주택 등 핵심적인 복지영역들은 한국사회에서 늘 중심적인 문제이지만 이런 문제들을 기업수준에서 해소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노력들이 다각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자동차산업에서의 노동시간은 주요 완성차(대우차 제외)들이 노동조건의 후퇴 없이 주40시간을 확보하였으며 또한 부품사들도 이러한 완성차의 패턴과 금속노조의 합의에 따라서 주40시간을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 노동시간이다. 현대차의 경우 2002년 기준으로 울산공장 생산직이 2,750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OECD국가에서 최장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업특근에 대한 집착은 강력하다.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는 비단 '시간'자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잔업특근으로 생활임금을 보충해야 하는 임금구조와 보다 근본적으로는 장시간 노동을 통한 가동율 증대정책을 쓰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은 교대근무형태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미 기아차에서도 화성공장을 중심으로 검토된 바 있으며 현대차의 경우 2003년의 단협결과에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간 공동기구를 운영한다. 본래적 의미에서의 심야근로의 축소와 실노동시간 단축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미지수이지만 대우차가 연속2교대제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주간연속2교대, 4조3교대, 3조3교대의 순으로 근무형태 변경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교대근무의 문제는 임금보전의 문제가 당장 걸리며 또한 근본적으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축적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쉽게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연관 문제들의 해결과정과 동반되지 않는다면 성공적 결론을 얻기 어렵다. 최소한 전체 자동차공장에서 '수요 가정의 날 실시'와 같은 대중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대한 전진이 될 것이다. 

추상적' 현장권력 강화' 구호를 넘어선 작업장 혁신의 필요

노동과정과 직접 연관된 협상들은 매우 빈번하게 진행된다.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논점들이 있다. 예를 들면 업계와 일부에서는 자동차공장 배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수량적 유연성이 아니라 기능적인 유연성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특히 모델주기의 단축과 플렛폼의 통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하여 작업장에서의 모델교체와 그에 동반되는 노동강도협상, 적정인력에 관한 협상들이 빈번하게 전개된다. 빈번한 협상의 필요성은 한편에서 생산라인을 둘러싼 협상 당사자인 대의원들의 권한이 증대되면서 노동조합의 원심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처음의 시도와는 달리 지연되고 있지만 대우차에서와 같이 팀제의 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노동조합의 이러한 작업장 협상들이 일정한 규범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작업장의 판단들에 맡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살맛나는 일터 만들기'나 혹은 현장권력 쟁취와 같은 구호를 넘어서 구체적인 기준들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준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작업장 협약은 대부분 대의원이나 현장활동가들의 판단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물론 모든 협약들이 기준화 될 수는 없으며 현장차원의 일정한 자율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정한 규범과 기준이 없다면 작업장협약의 수많은 결과들이 왜곡된 현장정치(제현장조직들의 이해득실에 좌우되는)에 맡겨질 것이다. 

교착상태의 산업적, 사회적 논의구조를 넘어서 

위에서 제기한 전략들의 전진을 위해서는 단위사업장 차원의 노력만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들을 요구한다. 그 어떤 주제이든 산업적 또는 사회적인 의제로 발전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도 노사관계는 기업수준에서 산업과 사회적 수준으로 확장되어 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근 몇 년간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고집하고 노동조합들은 산별교섭을 체계화 할 것을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조운동은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것이다. 즉 총파업의 실패라는 연속된 경험속에서 무기력한 투쟁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노사정위로 들어가는 제도화의 길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노사정위나 산별교섭과는 다른 차원에서 산업차원의 노사관계를 만들고 산업의 공동의제를 둘러싼 논의구조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2003년 자동차분과에서 추진해온 산업노사관계 구축의 노력에 따라서 이미 각 기업의 사장들이 교섭의 장이 아닌 산업의제를 논의하는 장으로서 협의구조에 동의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는 '산업공동화'와 같은 공동의제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새로운 교섭정책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단위사업장의 노자관계와 협약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산업적 의제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적인 조치로 제안될 수 있다. 

노조운동의 대중적지향으로서 '민주대 어용'을 넘어 '연대냐 이권이냐' 

노동조합운동 차원에서 진행된 과거의 대중적 가치는 '어용과 민주'였다. 그러나 대부분이 동의하듯 이러한 구분점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절차적 측면에서 본다면 노조가 있는 곳이라면 위원장은 직선제이다. 요구안의 결정과 협약의 체결은 조합원들의 직접투표를 통해서 결정한다. 그만큼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확대되고 일반화 된 것이다.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지만 '이권노조냐 연대노조냐' 하는 논쟁적인 제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업장 수준의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과 산업과 사회적 차원의 문제해결을 통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을 논쟁적으로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규범들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산업재편과정에서 제한된 권리의 방어가 아니라 산업정책에 대한 능동적인 대안을 제출하면서 대안의 운동으로 나가는 것, 기존의 임단협투쟁에서 산업적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 노동의 양의 확대를 통해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의 질 향상을 통해서 삶의 질로 나가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적절한 노동조합의 지향이라는 데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다.

누가 새로운 주체가 될 것인가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응, 노동조합의 새로운 전략들의 적극적인 정립과 추진은 이를 추진할 주체와 조직적 체계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바로 이점에서 금속연맹의 일관된 정책이 바로 산별노조건설이고 산별적, 계급적인 운동이라는 지향으로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2003년 산별전환 노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제출된 '산별전환총회에 집중하다가 현장의 현안들과 요구를 놓치고 새로운 동력을 불러일으키지 못 했다'는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산별전환 총회는 일종의 기업별 장벽을 조합원의 결의를 통해 '동시허물기'이다. 벽을 허무는 것은 '동시허물기'가 아니라 '구멍내기'의 방식도 한 방안이다. 기업간의 울타리에 지속적으로 구멍을 내 잦은 왕래가 가능케 하여 실질적인 연대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은 대공장의 완고한 기업별 노조의 체제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내기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은 특히 대공장에서 현장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의 견인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현장투쟁과 민주노조 건설투쟁을 통해 성립하였다. 민주노조가 들어선 이후에도 현장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의 조직력의 핵심근간이 되었으며 노동조합을 견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서 민주노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현장조직활동은 '계파정치'와 '노조권력게임'속에 빠져 있다는 지적들이 커지고 잇다.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적인 동력이 이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체 속에서 거꾸로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를 강화라는 역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제기되는 셈이다. 노사관계에서도 고착화된 경향으로 평가된다. 즉 경영자들도 노무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인 현장조직들의 관리를 강화하고 현장의 계파정치를 활용하여 노동조합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평가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의 고착화된 틀을 발견하게 된다. 즉 조합원의 '경제적 실리주의' - 그에 기초한 현장조직 - 계파정치의 강화 - 노조권력잡기 - 민주노조운동의 정체라는 일종의 사슬고리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과 질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사슬고리는 해체되고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새로운 화두, 새로운 전략, 새로운 의제들이 공격적으로 던져져야 한다. '실리주의' 도구주의'라는 조합원의식에 영합할 것인가? 바꿀 것인가? 산업공동화의 위기, 고임금론에 대한 공격 등 산업정책에서부터 기존의 임금,고용,작업장 교섭 등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내용만이 아닌 '계파정치'의 폐해를 넘어서기 위하여 또 다른 계파를 마들기 위한 이합집산이 아닌 그야 말로 새로운 화두를 중심으로 하여 계파를 넘어서는 대범한 논의광장이 기업수준에서, 기업을 넘어선 산업차원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내용과 주체, 조직활동 모두에서 뼈져린 혁신을 몸부림이 없다면, 아마도 16년 간의 민주노조운동은 그 역사적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자동차산업의 노동조합들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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