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울리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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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국에서 일한 대가는 한국에서 받아야 해요. 출국해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우다야 라이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이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개정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7월29일부터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퇴직금을 한국에서 받지 못하고, 출국해야 받을 수 있게 됐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주노동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출국해야 받을 수 있게 된 퇴직금
지난해 12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29일부터 시행된다. 이주노동자들의 문제 삼는 개정안의 내용은 “(출국만기보험) 지급 시기는 피보험자 등이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로 한다”이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 대신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았다. 출국만기보험은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대신하여 가입하는 보험으로, 법에 따라 가입이 강제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보험에 가입하고 고시된 보험료(월 통상임금의 8.3%)를 매월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이주노동자는 체류 기간이 끝나 출국하거나,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출국만기보험금 즉, 퇴직금을 받았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라 7월29일부터는 이주노동자가 일터를 변경해도 출국하지 않고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이른바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성태 의원은 “현재 출국만기보험등의 보험금 등 지급 시기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가운데 보험금등을 수령하고 체류기간 후에도 귀국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아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험금 등의 지급 시기를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로 규정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가 보험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간을 명확히 하고, 아울러 불법체류자도 줄이려는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들었다. 
 
‘하늘의 별 따기’인 본국에서 퇴직금 받기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바뀐 규정 자체가 근로기준법의 퇴직급여 지급규정에 위배되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예상된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개정안은 이주노동자들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크게 침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산권 침해 논란부터 살펴보자.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퇴직금의 지급)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조항대로 퇴직 후 신속히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가 퇴직금을 신속히 받지 못하면 생계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퇴직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같은 이유를 들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헌법재판소 2005. 9. 29. 선고 2002헌바 11)한 바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퇴직금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 출국만기보험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왔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라 출국 후 퇴직금을 받게 된다면, 사업장을 도중에 변경하는 이주노동자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을 기다려야 한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가 입국일로부터 1년 후에 사업장을 변경하면, 3년 10개월(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최대 4년 10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후에나 전 사업장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주노동자들이 대개 급여의 상당 부분을 본국에 부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장을 변경한 이주노동자는 새로운 사업장에 입사해서 첫 월급을 받을 때까지 마땅한 수입이 없어 생계에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주노동자가 사용자의 보험료 미납이나 보험금액을 놓고 다투다 출국만기보험금을 못 받은 경우 본국에 돌아가 이를 받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출국만기보험금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데 반해, 퇴직금은 잔업·연장수당 등을 포함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고 나서, 받지 못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사용자에게 추가로 요청해왔다. 이 과정에서 차액을 다 받지 못해 비자를 연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출국 후 출국장에서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거나 본국에 돌아가 받아야 한다. 그리고 보험금과 실제 퇴직금과의 차액은 한국의 사용자에게 요청해야 한다. 현재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도 제대로 받지 못한 퇴직금을 본국에서 청구해 받으라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불법체류’ 축소, 과연 실효성 있나
이주노동자들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촉박해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고, 본국의 금융시스템이 미비해 계좌로 수령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주노조에 전달된 이주노동자들의 우려는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을 인천공항에서 수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은행 근무시간이 10시부터 16시30분까지로 제한되어 있어서 이용이 불편했고 심지어 현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찾지 못한 경우도 많다”(우즈베키스탄 노동자), “형이 일본에서 일했는데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출국 후 본국에서 돈을 찾아야 했다. 집에서 큰 은행이 있는 하노이까지 비행기로 수차례를 오가며 돈을 수령했는데 이 때 비용이 너무 컸다”(베트남 노동자), “요즘 노동자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제도가 변경되기 전에 퇴사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성실근로자로 재입국을 생각하던 노동자는 제도 변경 전에 일단 퇴사하고 다시 입사하는 방법을 사업주와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태국 노동자), “우리나라 노동자 중에 은행에서 그 돈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입국을 계획하던 노동자들도 제도 변경 전에 보험금을 받고 그냥 불법체류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방글라데시 노동자)
개정안의 취지와 정반대로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퇴직금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제도가 변경되기 이전에 퇴사해 보험금을 받으려 하고 있으며, 사용자와 이 문제가 협의되지 않으면 출국한다고 허위신고해서 불법체류를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이주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법 개정의 근거로 내세운 불법체류 축소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해당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검토보고서에서 “재고용이 만료되는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불법체류로 인한 추가 소득액이 출국 시 수령할 수 있는 퇴직금의 금액보다 많은 상황에서 동 수단이 불법체류 의사를 가진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 감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바,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노위는 이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또한 김성태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까지의 불법체류자 수는 각각 20만 489명, 17만 7,955명, 16만 8,515명, 16만 7,780, 17만 7,854명으로 2009년 크게 감소했다가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박진우 이주노동자노조 상임활동가는 “불법체류자 수는 18만 명 정도로 늘 비슷한 규모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을 펼 때마다 불법체류 문제를 제일 먼저 거론한다. 불법체류 문제를 내세워야 정책을 통과시키기 쉽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불법체류 문제는 무조건 불법체류자를 탓하고 이를 막기 위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 161명 이주노동자의 90.7%는 근로계약 조건보다 더 긴 시간 일하고 있었으며, 71.1%는 최저임금인 4천860원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5.8%가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열악한 근로 환경,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간과한 채,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하고 불법체류하는 이주노동자가 일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불법체류자로 간주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퇴직한 날이 아닌, 출국일을 기준으로 출국해야만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개정안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함으로써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며, 합리적 근거 또한 찾기 어렵다. 
환노위 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대로라면 국내 체류 중 퇴직한 이주노동자는 출국만기보험금 등을 지급받을 수 없어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수급권(수급시기)을 제한받는다고 우려한 바 있다. 
 
재개정으로 이주노동자 권리 찾을까?
이에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제도 개정을 위해 서명 운동, 국회 앞 1인 시위,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 집회 등 다양한 행동에 나섰다. 
우선 국회에서의 법률 재개정을 위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월12일부터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철회하라”는 문구가 쓰인 몸팻말을 달고 평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시위는 법이 시행되는 오는 7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이주노동자 지원 및 관련 29개 단체가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회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을 조직해 온․오프라인으로 제도의 재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http://www.migrantwin.org/)을 진행하고 있다. 6월27일 기준 재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자는 1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공동행동 측은 10만인 서명을 목표로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네팔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 14개 언어로 요구사항을 담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동행동은 1만 명의 서명을 우선적으로 모아서 정부와 고용노동부에 이주노동자들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법이 시행되는 오는 7월29일부터 당장 이주노동자 47만 명(2012년도 기준 비전문취업체류 및 방문취업 이주노동자 포함)이 출국 전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5월8일 해당 개정안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해당 법안은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 대한 종국 결정 선고 시까지 효력이 정지되고, 이주노동자들은 기존처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도 뒤늦게나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선 4월24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출국만기보험 지급 시기를 퇴직 후 14일 이내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하나 의원실은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외국인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시기를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로 규정, 국내 근로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의 퇴직금 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3일에는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퇴직 후 14일 내에 출국할 경우 출국심사 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추가한 장하나 의원의 발의안보다 진전된 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4월 발의 법안은 45일이 지나면 법안이 자동상정되는 점을 감안해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에 있는 것만 지켜줘도 만족한다”
오는 8월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지 10년을 맞이한다. 심각한 인력부족을 겪는 제조업이나 3D업종 부문의 사업체에 대해 해외의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그동안 모든 권리를 사업주에게 부여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크게 제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장이동을 위해서는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횟수도 3번으로 제약되는 등 사실상 직장이동의 자유를 철저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장 이동의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및 인권침해를 유발하며, 사실상 고용허가제 하에서의 미등록자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정부가 안정적인 체류와 자유롭게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 놓고 퇴직금으로 협박해 미등록체류를 방지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양산됨에도 모든 책임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향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제안하는 대안은 사업자가 주체인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노동허가제’다. 이주노조는 최근 논란이 된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 적용’ 문제처럼 고용허가제 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와 같은 법개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라이 위원장은 “이것만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퇴직금만큼은 지켜줬으면 해요. 우리는 법에 있는 것만 제대로 지켜줘도 만족해요. 국내 노동자들과 같은 대우면 됩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 차별없는 대우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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