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년, 노사관계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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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노동정책 평가와 2010년 노동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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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이명박 정부 2년, 노사관계정책 평가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 평가와 2010년 노동정세 전망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prevolee@gmail.com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지 2년이 지났다. “아직도 2년 밖에?”라며 긴 한숨을 쉬는 이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그만큼 이명박 정권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주의’, ‘민영화’, ‘개방화’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노동정책은 “기업 프렌들리 정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설 자리가 없는 속 빈 강정 같은 것이었다. 또한 MB정부는 기업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인 노동경직성 파괴를 위해, 법제도 개정과 함께 노동조합을 ‘이기주의 세력’ 및 ‘불법 집단’으로 낙인찍고 법에 의한 지배를 노사관계의 원칙으로 강조하며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데 2년을 보내왔다.

억압과 배제로 점철된 ‘선진화’의 현실  

먼저 이명박 정권 집권 2년 동안의 노사관계 성적표를 몇 가지 지표를 통해서 평가해 보자. 연도별 노사분규 발생건수를 보면 2007년에는 108건, 2009년 121건이었다. 노무현 정부 집권 말기인 2006년 노사분규 발생건수가 138건이고 2007년은 115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06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노사분규 발생건수가 2009년 들어 약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009년 77일간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파업농성, 공공노조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지부 및 철도노조 등 공공기관들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에 따른 파업, 집권 초기부터 시작된 전교조에 대한 탄압 등 경제적, 정치적 환경으로 인한 파업이 봇물 터지듯이 터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근로손실일수는 2008년 809일에서 2009년에는 626일로 감소하는가 하면, 노사분규 건당 평균 지속일수도 2008년 37일에서 2009년 28.2일로 감소했다. 또한 연도별 협약임금 인상률 추이도 2006~08년에는 4%대 후반이었으나, 2009년 들어서는 1.7%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러한 수치들은 2008년 말 2009년 초 경제위기가 노동조합의 양보교섭이나 임금인상 자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수치만 놓고 본다면, ‘대립과 갈등’의 꼬리표가 붙어 다니던 한국 노사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 대체로 안정되는 추세라는 평가를 섣불리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에 있다. 정부가 노사관계의 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에 ‘자율과 대화’ 및 ‘법과 원칙’이라는 두 개의 축이 있다면, 이명박 정부는 법과 원칙만을 사용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구속노동자 후원회가 집계한 2008년 구속노동자 현황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민주노총 총파업 등으로 모두 141명이 구속된 것으로 나탄난다. 이러한 구속자 규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26명과 2006년 128명에 비해 약간 웃도는 것이다. 더 나아가 2009년도에는 쌍용차지부의 파업으로 구속된 노동자만 60여 명에 달한다.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을 당했는가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총파업’을 벌인 금속노조는 지역지부의 간부까지 구속당하는 등 ‘쌍끌이식 구속 수사’를 당하기도 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압류 조치도 마구 이루어져, 철도노조는 1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는가 하면, 건설플랜트노조와 포항지부(5억), 사무금융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8억여 원) 등 여러 사업장에서 재정적 탄압이 거셌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 노사관계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 MB정부 초대 노동부장관이었던 이영희 장관은 취임사에서 노사관계 및 법제도를 선진화해야 하는 까닭으로, “불합리한 의식과 관행”, “일부 사업장에서의 노사 간 극한 대립”을 꼽았다. 즉 불합리한 의식과 관행 그리고 노사 간 극한 대립을 뿌리 뽑는 게 ‘선진화의 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2008년 3월 노동부의 업무보고의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당시 노동부는 선진화의 첫 단계로서 △노사협력의 분위기 확산을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노조가 임금인상 자제 및 무파업을 표명하게 하고, △노조의 폭력·파괴·점거 등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의법 조치한다는 등의 계획을 보고하였다. 

그리고 현실에서 ‘선진화’의 속내는 이렇게 나타났다. 공무원 및 교사 노동자의 기본권 탄압, 공권력에 의한 쌍용차지부 및 철도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무력 진압, 집회 및 시위의 기본권 억압과 경찰력 강화, 인신구속 및 손해배상 확대,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일방해지, 공안기관과 행정기관의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 등등. MB정부에서 노사관계는 타협과 중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억압과 배제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현 정부 노사관계정책은 ‘3무(無)’의 경지

취임 100일을 맞았던 2008년 3월, 『한겨레』가 노동계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평가에서 이명박 정부는 “3무(無)”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째, 규제완화만 있을 뿐 “노동정책이 없고”, 둘째, 청와대에 노동정책을 책임질 만한 “인물이 없고”, 셋째,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과는 “대화가 없다”는 평가였다.

노동부는 <노동 분야 국정과제 세부실천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노사관계 선진화, △활력 있는 노동시장, △국민을 섬기는 따뜻한 노동행정 등의 세 가지 큰 범주 아래에서 세부적인 정책 실천 계획을 짜고 있음을 밝혔다. 그런데 한편으로 지식경제부도 <경제제도 선진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노동시장제도 선진화 방안’을 설계하면서, 그 가운데 노사관계규제개혁과 관련된 내용을 아래 [표1] 우측과 같이 제시했다.



즉, 흥미롭게도 ‘노동시장제도 선진화 방안’의 5가지 큰 범주 가운데 2개(‘노사관계 법치화’와 ‘선진형 노사관계 기틀 마련’)가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된 것이었다. 더 나아가 지금에 와서 평가할 때, 당시 노동부가 제기한 선진화 방안보다도 지식경제부의 노동시장제도 선진화 방안이 지난 2년 동안 실제 노사관계에 있어 더 큰 영향력을 갖고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지식경제부의 선진화 방안은 “세계최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비전 아래 정책 목표를 제시한 것인데, 그 안에는 2009년 말과 2010년 초 노동 정세를 달군 복수노조 및 전임자 관련 노동법 개정의 문제까지도 포함됐던 것이다. 

대처 정부를 닮은 과격한 공공부문 개혁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복구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쏟아 부은 엄청난 노력은, 상대적으로 봤을 때 집권 초기의 노동 영역에는 적게 투여된 것 같다. 애초 노동계의 심각한 우려와는 달리 노사관계 영역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변화는 집권 초기에는 시도되지 않았다.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과정에서 수십만 개의 촛불이 새겨 놓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가르침은, 이명박 정부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게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 경제 위기 때문에 불어 닥친 고유가로 인해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을 제외하고는, 집권 초기에는 법제도적 변화로 인한 노사관계 지형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바로 공공부문이다. 영국 보수당의 대처정부가 집권 후 노동개혁의 첫 단추를 온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공공부문 개혁’에서 시작하여 성공했듯이,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도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물론 역대 정부들도 집권 초 공공부문 개혁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고. 하지만 MB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작은 정부론’에 뿌리를 둔 시장경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매우 강력하게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개혁의 추진속도가 빠르고 폭이 광범위했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민영화, 통폐합, 인력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다. 이는 2008년 8월11일 1차 방안에서 2009년 3월31일 6차 방안까지 총 6회에 걸쳐 발표되었는데, 공기업의 민영화, 통합 및 폐지, 기능조정, 경쟁도입, 효율화 등 강력한 구조개편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노동교육원을 비롯한 5개 기관의 폐지, 38개 기관의 민영화, 40개 기관의 통합 방안(17개)을 확정하였으며, 이를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강력한 공공부문 개혁 드라이브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데다가, 이른바 ‘방만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새로운 현상으로 ‘단체협약 일방 해지’를 들 수 있다. 사용자로서 정부가 노조와 단체협약을 새롭게 맺는 과정에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성과를 달성하고자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일방적으로 협약을 해지하는 방식이었다. 언론에 많이 보도된 공공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 사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전교조의 16개 지부, 공공운수연맹의 7개 지부 등이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단체협약 해지 공세는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되어,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소속의 일부 지부도 통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환경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전략적 대응은 안타깝게도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섬뜩한 ‘법과 원칙’의 칼부림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혁으로 탄력을 받은 이명박 정부는 “불합리한 의식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법과 원칙’의 칼로써 노동자들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과 기존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하여 제출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연거푸 3번이나 취소한 정부의 모습에는 “법과 원칙이 무엇인지 보여 주마”라는 섬뜩함이 드러난다. 그 섬뜩함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77일간의 파업농성 와중에 보여주었던 공권력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노사관계의 억압은 민간부문의 교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건, 금속, 금융의 산별중앙교섭은 정부의 사용자단체에 대한 압력으로 인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2010년 1월1일 새벽, 13년간 법시행이 유예되어 왔던 복수노조 허용의 문제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에 대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1996년 말 날치기로 처리된 노동조합법을 다시 한 번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이다. 절차상뿐 아니라 내용상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닌 개정법에 따라, 올해는 노사관계의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따른 ‘근로시간면제’의 범위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다. 경제위기를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빠르게 벗어났다는 ‘칭찬’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자신감은, 이제 주요 국정 목표를 경제에서 다른 부문으로 돌릴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노동 부문에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회복에 따른 임금 상승의 기대 심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변수도 올해 노사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누가 고용문제 해결을 주도할 것인가

이렇듯 정부는 날이 선 칼에 심지어 독을 바르고 벼르고 있는데, 노동운동의 상황은 어떠한가? 노동 문제의 영역을 노동시장(고용)의 문제와 노사관계(임단협)로 나눈다면, 지금 정부는 그 정책이 실질적인 대응책인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고용 문제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노사관계는 정책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힘으로 누르면 그만인 것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의 조건에 있어 고용 문제의 핵심에는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자’의 영역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노동운동은 이들을 조합원으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이와 관련하여 ‘나’의 문제가 아닌 ‘너’의 문제로 바라보기 다반사다. 노동운동은 노사관계의 문제를 풀기위해서라도 고용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자들의 고용 문제가 ‘너’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도록 이들을 조합원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총파업이라는 정규직들의 힘 과시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실질적인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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