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노정관계 시험대, 대우조선해양노조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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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민영화를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의 물밑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민영화 1순위로 꼽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주)이 노정갈등의 출발점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은 우리나라 재벌정책의 또 다른 시험대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이 재벌에게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 ‘전초전’에 5년 노정관계 ‘기선싸움’

물론 현재 시점에서 대우조선 매각은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정부 출범과 함께 예상됐던 부분이다. 4·9 총선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공공부문 민영화의 첫 단추다. 매각과정에서는 정부의 기업 규제완화가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으로 출자총액제도가 폐지되면 거대 그룹의 인수과정 참여가 가능하다. 대우조선은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 전개되는 첫 기업 매각이 된다.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공공성 강화’를 내걸고 있는 노동계에 있어서도 대우조선 매각은 앞으로 전개되는 공기업 민영화 전체가 걸린 일전이다. 대우조선 매각 진행과정과 방식은 공기업 민영화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 시기적으로도 출범 3개월을 맞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가 설정되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노동계가 대우조선을 개별사업장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벌써부터 노동계의 수세적 대응이 공세적으로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노동계 연대의 ‘인계철선’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동계가 2~3년 전부터 불거져 나온 대우조선 매각설에 무엇을 준비했는가라는 지적은 일단 흘려 보내자. 문제는 현재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개별화 전략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 전략은 일단 새롭지 않다. ‘총력 대응’이라는 수사가 난무하고 있다. ‘예상된 질문’에 ‘뻔한 답’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의 관점은 노동계가 대응의 덩치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다. 노동계에 던져진 과제다.

현대건설 빠지고 대우조선이 민영화 1순위 된 이유

지난 3월26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전격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주간사 선정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8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말까지 매각절차를 완료한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올해 최대 매물 현대건설을 후순위로 밀어낸 것이다. 산업은행이 매각 1순위로 대우조선을 꼽은 것은 산업은행 자신의 민영화를 앞당기기 위한 ‘몸집 줄이기’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연내 지주회사 전환과 새로운 정책금융 전담기관 설립이라는 기본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10여 개 금융기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대신에 지분구조가 단순한 대우조선을 우선 매각 대상으로 선택했다. 현대건설은 매각 과정에서 옛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 논란 등 잡음이 예상된다. 반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31.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대 주주로 19.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기업 경영실적이 우량한데다 포스코·현대중공업·두산·한화 등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도 많다. 매각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대우조선을 발판으로 현대건설 매각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산업은행 조기 민영화에 대한 의지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우조선을 시작으로 산업은행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다른 비금융기업의 매각도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과 현대건설 외에도 하이닉스반도체(7.1%), 현대종합상사(22.53%), SK네트웍스(2.09%) 등 100여 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은 경영문화의 퇴보

대우조선의 역사에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영욕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정부차원의 재벌특혜, 재벌의 문어발 경영, 상호지급 보증으로 인한 부도, 공적자금 투입 등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발했고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됐다. 1999년에는 대우그룹 부도사태로 기업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가, 2000년 10월에 지금의 회사로 분리·독립됐다. 

그러나 2001년 8월 옛 대우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02년 상반기부터는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났다. 대우조선노조가 “부도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원감축과 임금동결, 복리후생 축소,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등 전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기업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이후 대우조선은 조선산업 호황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2004년에는 매출액이 4조 원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7조 1,048억 원에 3,21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작년 한 해의 수주실적만 215억 달러로, 현재 384억 4천만 달러의 수주잔량이 남아 있다. 사실상 2010년까지의 작업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 정상화는 잘못된 1인 지배체제의 기업 경영관행이 개선되면서 가능했다.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책임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대우조선이 재벌기업에 되팔린다는 것은 경영문화의 퇴보를 의미한다.

가열되는 매각 각축전, 해외매각 가능성도 있어

현재 대우조선은 31.26%의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며, 자산관리공사는 1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주식 50.37%가 이번 매각 대상이다.

산업은행의 매각발표와 동시에 인수전은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종 호황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대우조선의 현재 수주잔량을 감안하면 인수 첫해부터 대규모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수 희망기업들은 기존 사업에 조선산업을 연계할 경우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 인수의사를 내비친 곳은 포스코·현대중공업·두산·GS·한화·STX 등이다. 선박용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산그룹은 기존 해외플랜트 사업에 이어 해양플랜트부문으로 사업확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로 조선산업의 외연확대를 꾀할 수 있다. 한화와 GS, 두산 등도 저마다의 계산에 따라 이미 매각전 참가를 공식화했다.

해외로 시야를 돌리면 조선산업을 정부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중국정부가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조선산업은 정부차원의 지원 속에 세계시장에서 급부상 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국내 기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는 이같은 중국의 기술 고민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제 매각과정에 들어갔을 경우 국내 기업들이 매머드급 매물인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매각발표 이후 대우조선의 주가는 고공가도를 달리면서 주당 4만 5천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가총액만 8조 원을 웃돈다.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지분 50.37%를 매각할 경우 매각대금은 4조 원 이상이다. 여기에 경영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전체 매각대금은 6조 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매각 입찰에 제한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 매각대금은 또 다시 천정부지로 오를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이 현실적으로 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매각 입찰참여를 국내기업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있지만, 국제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 적용하기에는 무리다. 결국 해외 기업들에게 매각 문호가 열렸을 경우 1조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 대우조선해양노조는 산업은행의 해외 매각주간사 선정에 항의하며 4월22일부터 쟁의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4월23일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노조 2차 상경투쟁 모습  ▶ 민주노총 ]

가열되는 매각전에 노동자와 국민은 없다

하지만 달아오르는 매각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배제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공적자금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줄잡아 2조 9천억 원의 공적자금이 옛 대우중공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대로 매각이 지속될 경우 공적자금 투입기업 처리의 ‘구태’ 재연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인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기업들의 새 주인은 재벌이거나 외국자본이었다. 공적자금으로 재벌을 부양한 셈이다. 대한생명,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기계), 대우건설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계의 파워게임에 휘말렸다.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발생한 부실을 국민이 떠안고, 회생한 기업은 다시 재벌의 품에 안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노조의 매각과정 참여 요구도 사실상 거부됐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 2006년부터 △일괄매각 반대, △해외매각 반대, △투기자본 반대, △노조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산업은행(31.26%)과 자산관리공사(19.11%)의 보유지분 50.37%를 분산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의 지분은 국가 중요산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그대로 보유하거나 시기를 나눠 일부분을 매각하고, 자산관리공사의 지분 전부 또는 대부분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라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8월 자산관리공사에 지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선언, ‘공공성 지킴이’ 될 수 있을까

노조의 대응은 매각발표와 매각주간사 선정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다. 노조는 3월26일 매각발표 이후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주간사 선정 자체를 반대했다. 4월7~8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는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4월21일 이후에는 외국계 매각주간사 선정에 따른 국부유출 우려를 표면화시켰다. 대우조선노조는 또 매각주간사 선정 이후 △우리사주에 매각지분 20% 배정, △고용협약서 체결, △노조·단체협약 승계, △매각과정상 부적격 업체 배제, △대우조선 구성원에 대한 매각이익금 분배, △지역 발전기금 출연 등을 새로운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도 대우조선을 발판으로 공기업 민영화 대응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우조선이 △기본적으로 국가기간산업이며,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방위산업체이면서,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공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대우조선 매각 과정이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향후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11일 공공운수연맹·전교조·보건의료노조·전국공무원노조·언론노조·사무금융연맹·대학노조 등 소속 7개 산별연맹이 참여한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사회공공성 지킴이 1만 동시다발 캠페인’과 대규모 집회,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 등 사업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을 공공부문 민영화와 어떻게 연결시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민영화가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경우 대응도 개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 매각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노동계의 선택에 따라 갈등의 정도가 결정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이다. 하나의 노조가 ‘법과 원칙’으로 무력화되고, 그 다음 노조가 몸을 사리는 수순이다. 그 반대의 대응이라면 또 다른 전망이 가능하다. 결국 공공부문 민영화 대응을 노동계 전체의 요구로 가져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연대의 방법은 노동계가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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