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노동법 죽이기’

섹션:

부 제목: 
부자 정권과 부자 언론의 반노동 공세

글쓴이 :

 


[ 정부는 100만 해고대란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의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비정규직 해고자 총력투쟁'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의 집회 모습. ▷ 매일노동뉴스 ]

2008년 2월25일 이명박 정권이 시작되었다. 이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명분으로, 또 경제위기를 이유로 해서 노동법과 제도의 여러 부분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노동기본권과 노동법을 ‘규제’라고 부르면서, 끊임없이 ‘규제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개악하려 해 온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정권 때였고, 비정규직이 대거 증가하는데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은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으니, 굳이 이 모든 일들이 이명박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법과 제도를 구성하고 개악해 온 것은 이전 정권들도 마찬가지고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더 노골적으로 한다. 미네르바, PD수첩 수사, 용산 참사로 이어진 경찰 공권력의 대응 태도, 노동자들의 파업과 집회에 대한 대응 등을 보면 그렇다. 입법적 차원에서 그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자. 

비정규직법 논란, 대놓고 나서서 사용자 편드는 정부

먼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사용기간 연장 또는 시행유예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법은 기간제 사용을 2년 이내에는 제한 없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다만 2년 이상 사용할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하도록 했다. 파견도 2년 이상이 될 경우에는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실 이 법안이 2004년 제출되었을 때, 노동계는 이는 기간제 사용을 제도화하여 기간제 사용을 부추기고, 설사 2년이 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하고 교체 사용함으로써 고용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악법이며,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데 하등의 실효성도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뒤져보면 노동계에서는 악법 저지를 주장하고, 오히려 경제 5단체가 국회에서 조속히 이 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2년 기간이 채워지는 2009년 7월1일이 다가오자 법 내용대로 정규직 전환은 싫고 교체사용은 귀찮은 일이니, 경제위기를 빌미로 ‘100만 해고대란설’이라는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면서 정부가 나서 법의 시행유예 내지 기간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기간제한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속된 말로 “대놓고 한다”고 해야 할까. 노동부가 여론을 호도할 목적으로 발표한 「비정규직법 관련 오해와 진실」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대놓고 하는지” 볼 수 있다. 아래 인용한 민변 논평은 그 노골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준다.  

노동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 추진과 관련하여 거센 비난 여론에 부닥치자 「비정규직법 관련 오해와 진실」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자신의 법 개정 시도를 변명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변명 내용은 두고두고 웃음거리로 회자될 만하며, 노동부 공무원들의 수치스러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변명 중 하나는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2년을 기다렸는데 2년을 더 기다리라는 것이냐는 노동자들의 절망과 정규직이 될 기회를 정부가 박탈하고 있다는 분노는 모두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명한 기억을 되짚어보면, 2004년 9월 노동부는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며 기간제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하였고 그 이후 2006년 11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1분 만에 방망이를 두드려 통과시킬 때까지, 이 법은 비정규직을 2년만 사용하고 그 뒤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취지의 보호법이라고 강변하였었다. 비정규직 고용을 부추기고 고용을 더 불안하게 하는 악법이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에도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므로 비정규직법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간곡하게(?) 요구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노동부는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이 되기 전에 기업은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는 법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할 근거도 없다’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너희’가 비정규직법을 오해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 기막힌 내용은 ‘2009년 7월1일 일시에 해고대란이 일어난다’라는 것도 노동부가 한 말이 아닌데 ‘너희’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항간에 나도는 100만 해고대란설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100만 해고대란설을 먼저 주창한 사람은 바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 자신이 2008년 10월부터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을 주장하고 나섰고,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시행유예 내지 기간연장의 주요 논거가 바로 100만 해고 대란설이지 않았던가? 심지어 해고대란설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고, 노동부는 지금까지도 각종기관과 기업에 전화를 돌려 ‘해고자’ 숫자를 추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100만 해고대란설이 ‘너희’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장난인가?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100만 해고대란설을 퍼뜨린 노동부장관을 허위사실 유포행위와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 마련 포기행위에 대한 직무유기죄로 고발한 사실을 노동부는 잊었는가? 


8월 중 입법예고 계획된 전임자 임금·복수노조 문제

2009년 7월20일 쌍용자동차에 공권력이 투입되던 날, 노사정위원회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에 대한 공익위원안을 정리하여 이제 정부로 넘겼다.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정권은 이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공익위원 안을 토대로 노사정위 고위급 협의 내용을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을 만들어 8월 중순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이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노조법 개정안의 내용을 예상해보면 대강 이렇다. 먼저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강제로 단일화하는 것이다. 2009년 1월1일부터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단체교섭을 할 때에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교섭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는 교섭을 거부해도 된다는 것이다. 산별노조의 지부나 지회까지도 교섭창구 단일화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어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이 무력화되고 기업별 노사관계가 고착화될 수 있다. 전체 조합원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고 만일 과반수 노조가 없는 때에는 노동위원회 주관 아래 선거를 실시하여 과반수 지지를 받은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교섭대표노조가 공정하게 대표할 의무를 부담한다지만, 이는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하고 다른 노조는 교섭에서 배제된다. 교섭뿐만 아니라 조정신청권, 쟁의행위 찬반투표 회부권, 쟁의행위 돌입여부의 결정 등을 모두 교섭대표노조가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수노조일 가능성이 큰 비정규직 노조는 사실상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자본은 아마 지금 하는 것처럼 어용노조를 하나 육성하여 다수노조가 되게 하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노조 간의 차별과 부당노동행위가 현장에서 극심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음으로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그대로 시행하고, 법령으로 명시한 단체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의 노조활동을 했다고 입증되면 이를 유급으로 인정한다는 ‘타임오프 제도’가 제안되었다고 한다. 원래 전임자 급여지급 여부는 노사자율에 맡겨두면 될 문제이고, 타임오프 제도는 최저기준, 그러니까 단체협약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으로서 이러이러한 활동, 이 정도의 시간은 유급노조활동 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도이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전임자 급여지급은 법으로 금지하고, 그나마 단체협약에 의한 노조활동보장시간도 사유와 상한을 설정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전임자의 노조 내에서의 역할이 중요함은 여러 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사업장 내에서 노조의 힘은 무력화되고 자본에 의해 장악되어 버릴 수 있다. 


[ 2007년 10월 말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위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가 가동됐다. ]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기준 선진화’는 해고제한 폐지

이 뿐만이 아니다. 노동부 2008년 12월23일 업무보고에는, 노동부 내 ‘근로기준선진화연구회’가 연구결과를 내놓으면 발표회와 공개토론회를 열어 노사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입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러 사정으로 공식화가 늦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 제2탄’이라고 할 만한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현재 3개월 단위로 되어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주휴일을 무급화하고 해고제한을 완화하여, 부당해고를 하더라도 사용자는 복직조치 대신 금전보상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 해고소송 제소기간을 도입하여 3개월 이내에 해고소송을 하지 않으면 다투지 못하도록 하고, 고용된 지 6개월 미만 노동자에 대하여는 해고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현재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안에서는, 불이익한 변경이라도 그 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것이라면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인수합병 이후 근로조건 통일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바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상 연장근로제한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고, 부당해고라도 돈으로 보상하면 복직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사실상 해고제한 제도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해고제한 제도의 무력화는 노동법의 전면 폐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해고제한은 노동법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언제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에 관한 개악안이 처리되면 뒤따라서 공론화시키고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년도:

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