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화장품 판매직과 계산직 노동과정과 실태

섹션:

부 제목: 
서비스산업 노동과정과 실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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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노동과정과 실태> 기획연재 순서

① 카지노 딜러 노동과정

② 유통업 화장품 판매직과 계산직 노동과정
③ 멀티플렉스극장 스텝 노동과정
④ 은행 텔러 노동과정
⑤ 패스트푸드 노동과정
⑥ 호텔 룸메이드 노동과정
⑦ 제빵제과업 노동과정
⑧ 보육교사 노동과정
⑨ 법원 속기사 노동과정
⑩ 병원 간호사 노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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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유통업체의 판매직과 계산원은 비서 및 경리직과 함께 서비스부문에서 여성이 가장 많은 직종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유통업체의 경쟁체제로 인해 이 직종에 종사하는 다수의 여성들, 특히 비정규직들은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근로관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백화점과 할인점의 노동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노동통제는 이러한 차별을 은폐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자료 제약으로 인해 유통업 노동실태나 노동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과정 문제는 자본의 작업장 통제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이랜드 및 뉴코아 파업 이후 우리나라 유통업의 각 직종별 노동실태 사례들이 아주 조금씩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배경으로 이글에서는 유통업 중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종사하는 계산직과 화장품 판매직의 노동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2. 계산직과 판매직의 노동과정

1) 계산직 노동과정

(1) 주요 일과 및 업무


규모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에서는 한 점포에 약 45~65명 정도의 계산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계산직 노동자의 3분의 2정도는 매장 식품점(B1)에 배치되며, 나머지 인원은 지상층의 잡화나 가전 및 의류 등의 매장에 배치된다. 계산직 노동자들의 일과 및 주요 업무를 보면, 하루 노동시간은 대략 7.5시간에서 8시간 정도이고,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2.3시간 내외다. 출퇴근 시간은 할인점과 백화점 상황에 따라 다르며, 할인점 개점시간이 다소 빠른 관계로 백화점보다 할인점 계산직의 출근시간이 30분 정도 이르다. 대략 주간 조를 기준으로 하면 계산직은 오전 9시~9시30분에 출근하여, 오후 7시~8시에 퇴근 한다. 계산직 노동자들의 주요 업무 시작은 매장조회(15분 내외)와 업무준비(30분 내외)부터 시작되며, 돈 통을 반납하는 등의 마무리(30분)를 하면 그 날의 일과가 끝난다. 계산직 노동자들은 점심시간(1시간)과 휴식시간(40분~1시간)을 포함하여 총 1.7시간가량의 휴게시간(회수 1.7회)이 주어지고 있다.



한편 계산직의 주요 업무는 매장의 금전출납계에 설치돼 상품의 판매 결과를 기록하는 ‘포스 시스템’(POS, Point of Sales)을 통해 고객이 구매한 물건을 계산하는 일이다. 통상 계산직 신입사원이 포스 시스템의 기술 습득과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약 15일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형백화점을 제외하면 계산직은 현장에서 약 1.5일~3일 내외의 교육만을 진행하고 현장에 투입된다.

이렇게 배치된 계산직 업무는 정규직과 직접고용 및 간접고용 노동자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실제 계산직 노동자들 대부분은 면접과정에서 “계산업무는 15일~30일 정도만 되면 그 업무 능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업무 성격상 “고객이 현금이나 신용카드 결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권 및 포인트 카드 사용 등을 하기 때문에 업무 적응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다만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기간제 및 파트타임)이 같은 매장의 계산업무를 담당 할 경우에도 정규직은 단순 계산업무 이외의 고객응대, 반납, 매출정보, 수수료 마감 등의 부가적인 업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노동과정상 숙련의 문제라기보다는 근속이나 경력에 따른 역할로 봐야 한다. 

게다가 기존에는 이와 같은 업무 교육기회는 정규직만 별도로 적용되었다. 또한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편한 곳(지상 계산대, 고객 접근성이 낮은 측면 계산대)에 배치 받았었고,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센 곳(지하 식품 계산대, 고객 접근성이 높은 중앙 계산대)에 배치 받았었다.

(2) 지시감독과 통제

유통업 내 존재하는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관리?통제 시스템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간접고용(계산직) 노동자들에게는 내부노동시장에서 관료적 규칙에 의해 보호되는 정규직 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위계적 구조가 존재한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고용계약을 맺고 일상적 업무상 지휘명령의 주체가 되어야 할 사업주가, 하청(‘고용사업주’)뿐 아니라 원청(‘사용사업주’)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법적인 측면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지위명령 관계(근로감독 주체 여부, 인사결정 주체 여부 등)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실제 백화점 및 할인점 계산직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은 어떨까? 간접고용 계산직 노동자들은 고용계약을 체결한 고용사업주(하청업체)가 파견한 행정관리자(책임자)에 의해 지휘명령을 받고 있다. 먼저, 행정관리자는 계산직 노동자들의 근로감독이나 인사결정 등의 문제를 담당한다. 통상 행정관리자는 매장 내 계산직 노동자를 관리하기도 하지만 유통업체(원청업체)의 직영사원인 매장 담당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 업무로서 담당한다. 예를 들어, 행정관리자는 직영 매장 관리자를 통해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장의 주요 행사(세일, 이벤트, 행사)와 특정 업무 등을 전달 받고, 이를 계산직 조장(혹은 주임)에게 전달하여 계산직 노동자들이 업무에 차질이 없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행정관리자가 매장에서 모든 지휘명령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도급업체는 계산직 노동자들 중 근속이 가장 오래된 고참 사원(이른바 ‘왕언니’)을 조장/부조장으로 선임한다. 행정관리자에 의해 선임된 조장/부조장은 일상적인 업무과정의 지휘 감독이나, 휴일 휴가 등의 문제 해결을 도맡고 있으며, 때로는 신규 사원을 채용하는 데 선임권을 갖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몇몇 업체들은 조장/부조장 사원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도급업체에서 조장/부조장을 선임하는 이유는 백화점 및 할인점 각 층의 계산직 노동자들을 1명의 행정관리자가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계산직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이나 휴일 휴가 문제 등을 조장/부조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산직 노동자가 집안의 경조사로 인해 휴일을 사용하고자 할 때 조장/부조장을 통해 본인 스케줄을 조정하는 식이다.
 

2) 화장품 판매직의 노동과정

(1) 주요 일과 및 업무


주요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1개 매장에는 보통 3~4명 정도의 판매사원이 일하고 있다. 브랜드 규모와 매장 등급에 따라 판매사원 인력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A등급은 6명 이상, B 등급은 4~5명, C 등급은 2~3명 정도의 판매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6.2시간이며, 주5일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인력부족과 성과급형 임금체계로 인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의 하루 일과 및 주요 업무를 보면, 대략 하루 9시간 정도 일하고 있다. 먼저, 화장품 판매사원의 출근 시간을 보면 대부분 아침 8시30분에서 9시 사이 매장에 도착한다. 판매사원의 오전 일과는 △자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각자 메이크업(화장), △해당 브랜드별 매장 청소 및 정리(진열 등), △타사 브랜드 매출액 확인(키 확인), △매장 조회(15분 내외)와 자체 회의 등으로 진행된다. 브랜드나 매장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신제품이 출시되었을 경우에는 개점 전 주로 고참들이 사원(BA)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설명이나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화장품 판매사원들은 오전 10시30분에 점포가 개점 되면 주로 본사에 보고해야 할 서류작업이나 고객 상품 발송 등을 한다. 특히 온라인(인터넷 등)이나 오프라인(매장)을 통해 주문된 상품 확인과 발송 작업은 서류 작업과 함께 오전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다음은 한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의 주요 업무에 대한 이야기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만 응대하는 것이 아니에요. 비구매 고객, 클레임제기 고객, 반품 및 환불 고객, 메이크업 서비스 혹은 스킨상담 고객 등을 볼 때에도 (고객응대) 시간이 소요되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한 명 휴무, 한 명 식사 또는 용무로 매장에 없으면, 한 명의 인원이 복수 고객을 응대해야하는 데, 한계가 있고 너무 힘이 들어요. (게다가) 산부가 있는 매장의 경우 한명의 BA가 청소, 조회 참석, 오픈 준비 등을 하는데, 이때는 회사에서 원하는 오전 중의 교육은 상상조차 못해요

- 화장품 B업체 판매직 노동자


화장품 판매사원의 하루 일과 중 오후 2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는 주 업무시간이며, 저녁 6시 이후엔 백화점 고객이 가장 많기 때문에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백화점의 경우 대체로 저녁 8시에 폐점을 하기 때문에 화장품 매장 또한 이 시간에 매장을 정리한다. 하지만 화장품 판매사원들에게는 당일 판매 물품과 금액을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 있고, 만약 당일 실제 판매물품과 금액 등이 장부와 어긋날 경우에는 퇴근 시간이 다소 지체된다. 한편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에게는 점심시간과 휴식시간(간식시간 30~40분 및 티타임 20분)을 포함하여 하루 총 1.3시간(회수 2회) 가량의 휴게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화장품 판매직의 경우 매장 성격(기초 혹은 색조 화장품)에 따라 기술 습득 과정이 다른데, 판매직원들에 말에 따르면 “대체로 1달 정도가 지나면 업무에 익숙하게 되지만, 적어도 3달 정도는 되어야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화장품 판매사원들은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분 내외로 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판매는 상품정보의 전달을 위한 판매 기술과 지식(메이크업, 스킨케어 등)이 필요하다. 때문에 판매사원은 상품판매와 관련된 작업 속도나 작업 방식에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있으나 고객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는 노동통제도 받게 된다. 다음은 화장품 판매사원이 고객을 접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기초랑 또 달라요. 오히려 색조 같은 경우에는 립스틱 보는 사람 중에도 진짜 오래 보는 사람도 많아요. 색깔별로 다 발라보는 사람들은 계산하기 전까지 (물건 파는 데) 10분이 넘게 걸리죠. 정말 오래 본 사람은 30분 넘게 본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기초 같은 경우에는 막 설명을 계속해요. 어쩔 때는 30분 넘을 때도 있고. 그런데 고객님들이 저희 제품을 처음 써보는데 이 한 가지만 사려고 왔어요. 그럼 정말 5분도 안 돼 고르는 사람도 있으니까. 평균적으로 10분 정도는 걸리는 것 같아요. 거의 5분~10분. 그 사이면 거의 다 (제품) 사요. 그런데도 좀 더 오래 걸릴 때가 있으니까. 평균적으로는 그 정도 걸려요

- 화장품 C업체 판매직 노동자


조금 까탈스러운 손님은 30분 넘게 앉아계시는 분도 계세요. 저희 브랜드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든지, 이미 사용을 하시던 분들은 1~2분 얘기하고 사 가시는 분도 계시고, “뭐 보여주세요. 뭐 있어요?” 이렇게 물어보면, 발라 주면서 설명해요. 저희들끼리는 ‘착한 손님’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저희가 “이거 이번에 나왔는데 좋아요. 써보세요”, 이렇게 말하면 “어, 그거 한번 줘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내가 사용을 안했던 제품이라도 그런 손님 같은 경우는 쉽게 구매를 하시는 편이시거든요. 그렇지 않고 우리 제품을 쓰는데 어떤 제품이 트러블이 있었다면 조금 경계를 해요. 그래서 시간을 조금 두고 사용을 하시는 편이세요.

- 화장품 D업체 판매직 노동자


(2) 지시감독과 통제

앞에서는 화장품 판매사원의 하루 주요 일과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화장품 판매사원의 노동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현재 화장품 판매사원의 매장 내 업무 및 직무구분은 매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근속기간(경력)에 따라 결정되는 편이다.또한 판매사원들은 채용과 직책(아르바이트 - 수습(인턴)/기간제(템포) - 사원(BA) - 부매니저 - 매니저)에 따라 업무 및 직무가 결정된다. 통상 화장품 판매사원은 ‘수습-사원(BA)’이라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작업장 내부에는 ‘숍 마스터 제도’와 같은 비공식적 승진사다리(career ladder)가 존재한다. 화장품 브랜드의 작업장(매장) 조직구조를 보면, 근속에 따른 비공식적 위계구조(매니저(첫째) - 부매니저(둘째) …… 막내)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작업장 내 서열과 노동 분업의 틀이 될 뿐 아니라, 지식감독과 통제의 역할도 한다. 화장품 판매직의 위계구조는 규모가 작은 매장보다는 큰 매장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주요한 업무상의 지시, 통제는 매니저와 부매니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판매사원에 대한 지시와 평가 및 길들이기는 관리직(SM/RM)에 의해 결정된다. 영업직 과장과 대리(SM/RM)는 일정한 권역별로 자기 담당 구역이 있으며, 매장 감독과 영업 그리고 판매사원 인사결정 등의 제반 사항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영업직 과장과 대리가 판매사원들을 관리하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지시감독과 통제는 매니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매니저의 경우 화장품 판매사원 근무경력이 약 10년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매니저는 일상적인 업무와 휴일 휴가 등의 배치뿐만 아니라 신규 사원의 추천도 가능하며, 직원 평가의 권한까지 일부 주어진다. 현재 화장품 판매직 매니저(10~20만 원)와 부매니저(5~12만 원)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정한 직책 수당을 받고 있다. 통상 매니저는 매장 총괄 책임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부매니저와 함께 일상적인 업무과정의 지휘 감독을 수행한다. 다만 직원 평가나 본사 서류 보고 및 판매계획 작성 등은 매니저(첫째) 고유의 역할이다. 부매니저(둘째)의 경우 약 5~6년 정도 경력 사원인데, 주 업무는 상품판매, 상품발주, 수습교육 및 제품교육, 작업할당, 디스플레이 등 거의 모든 업무이다.

3. 판매직과 계산직의 노동과정 비교

이상과 같이 유통업 화장품 판매직과 계산직의 노동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상호간의 노동과정을 비교해보자. 먼저, 백화점과 할인점의 판매직은 업무 수행을 위한 다양한 지식 필요성이나 업무 수행 능력, 책임과 권한 등에 있어, 오히려 사무관리영업직에 보다도 높았다. 다만, 계산직 노동자(-.147)는 능숙한 업무 수행 능력을 제외한 5가지 지표 모두 부(-)의 값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통업 계산직 노동과정의 경우 기존의 탈숙련화 개념으로 일정하게 설명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한편 백화점과 할인점 노동자들의 주된 업무가 상품판매와 계산 및 고객 상담이기 때문에 일의 성격상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다양한 스트레스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백화점과 할인점의 각 매장 직원들은 월별 판매목표가 주는 실적부담과 더불어, 고객과의 관계 등을 직장생활의 주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고 있다. [표5]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백화점 및 할인점의 노동자들의 다수는 고객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노동 수행으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특히 판매직 노동자들은 서비스 제공과정 즉, 물건을 사게 하는 가시적 노동과 감정노동이 결합된 노동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면서비스와 감정노동이 업무실적과 연동되면서 직장생활의 주요 스트레스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계산직 노동자의 직장생활 만족도(-.377)가 [표5]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낮은 이유는 업무의 성격과 일의 자율성 그리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판매직 노동자들의 서비스노동 과정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다.

“아, 이제는 고객이 싫어요”, “고객이 나에게 묻는 것도 싫어요”, 이런 사람들도 있어요. 정신적인 문제죠. 정말 친절하게 잘하던 애들도 “이제 고객이 싫어요. 더 이상 물건 하나도 못 팔겠어요!” 그렇게. 어떤 얘가 약 1년 됐을 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상담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고는 있는데 (아직도) 친절하지는 않아요. 표정이 없어졌어요. (우리 일이) 서비스 노동이고, 감정노동이고, 쉬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 화장품 C업체 판매직 노동자


솔직히 (고객들이) 그렇게 무시하고 얘기해도 자기들이 와서 우리처럼 일하라고 하면 못하거든요. 개인 사람들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상담해줘야지, 온갖 사람이 다 와도 거기에 맞는 그런 연출 해줘야지, 비위 맞춰줘야지. 그런데서 말을 일단 숨겨야 되니까 감정도 숨겨야 되고, 내 20대의 젊은 시간을 회사에 바치는데…….

- 화장품 D업체 판매직 노동자


4. 소결 

앞에서 살펴본 백화점 및 할인점 계산직과 화장품 판매직의 노동과정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백화점 및 할인점의 화장품 판매직과 계산직의 일 자율성은 서로 차이가 확인된다. 먼저 판매직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의 필요성이나 업무 수행 능력에 있어서 사무관리영업직에 비해 더 높았다. 이는 화장품 및 식품 판매직 모두 일 자체가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대면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이다. 실제 판매직은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상품 판매에 필요한 지식이 필요하고, 이는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교육훈련을 또한 사무관리영업직에 비해 더 많이 받고 있는 편이다.

둘째, 백화점 및 할인점 노동과정상의 조직 위계구조에 따른 공통적인 통제 시스템이 확인된다. 먼저, 백화점 및 할인점의 계산직의 경우 원하청관계에서 행정관리자와 조장제도/지도사원/주임(왕언니)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이루어지며, 화장품 판매회사의 경우 영업담당자(SM/RM)와 매니저/부매니저를 통해 판매직 노동자에 대한 지시감독 및 통제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통제 방식은 작업장 내 노동자들의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낸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실제 행정관리담당자나 계산직 조장(주임) 그리고 화장품 판매직의 매니저는 신규 직원을 채용의 일정한 선임권을 갖고 있기도 하며, 역할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특히 조장이나 매니저의 경우엔 매장 내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된 기술재와 내부적인 위계서열 속에서 마련된 조직재를 통해 매장 내 노동자들을 관리하며 업무지시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백화점 및 할인점의 주요 직종인 계산직과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의 노동과정을 보면 일의 성격에 따라 탈숙련화의 정도나 서비스노동(감정노동과 물질성)에 차이가 있었다. 먼저, 계산직 노동자는 화장품 판매직에 비해 일의 자율성(작업방식, 작업량 결정권한, 작업장식)과 다른 사람의 업무 수행 능력 등이 낮았다. 또한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은 계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노동의 수행 정도나 고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물건을 사게 하는 가시적 노동인 물질성의 정도가 더 높았다. 그런데 화장품 판매직의 물질성은 회사측의 매월 판매 실적에 따른 성과급(매장과 개인별 인센티브)에 반영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에 대한 단순 보상 이외에 일에 대한 강제와 헌신(혹은 순응)을 유도하는 사용자의 통제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요약하면, 백화점 및 할인점 주요 직종별 노동과정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전통적인 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과정과 동일한 내용을 반영하는 것도 있지만, 기존의 논의들로는 설명될 수 없는 부분들도 확인된다. 특히 감정노동과 물질성이라는 서비스 노동의 특징은 전통적인 노동과정 이론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우리가 살펴본 계산직과 판매직의 작업과정과 위계구조 속에서의 노동과정 통제 문제 또한 기존 논의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다소 차별화되는 부분을 보이기도 한다. 백화점 및 할인점의 주요 직종인 계산직과 판매직의 사이에서도 탈숙련화나 노동과정과 통제, 동의형성 그리고 감정노동과 물질성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와 같은 고용형태상의 차이와 작업장 내 개별 노동자들의 불만과 잠재적 동원의 문제가 노사관계의 영역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보다 더 면밀하게 살펴보아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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