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본을 위한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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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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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klsi.org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의 상공회의소는 7개 정도이다. 클럽이나 협회의 형식을 합한다면 14군데나 된다. 하지만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을 제외하고는 활동이 미비하다. 프랑스, 영국, 독일은 독자적인 상공회의소를 한국에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출범하면서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의 통상 관련 업무가 유럽연합 본부로 이관되었고, 한국에 유럽연합대표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유럽연합 상의가 통상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 투자가 최근 들어 금융 부문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투자에 집중하는 유럽연합의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다. 2002년에는 한국과 유럽연합의 교역규모가 4백억 달러를 넘어 성장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가장 빨랐다. 교역의 빠른 증가와 함께 이들의 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한-유럽간 통상업무의 창구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이하 EU상의)는 1986년 2월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아, 한국에 기반을 둔 다양한 유럽연합(EU) 기업체들과 국내의 주한 유럽 대사관에 의해 만들어졌다. EU상의는 현재 주한 25개국 유럽연합대사관과 550개의 유럽연합 기업체, 그리고 유럽연합 국가의 기업이 아닌 200개의 '기타사'로 구성된 비영리조직이다. 기타사에 속하는 회원으로는 삼성테스코(유통회사), P&G, 김&장 법률사무소 등의 기업과 서울, 대전, 경기, 인천, 광주, 울산, 강원, 충남, 전라남북, 경남, 제주 등 12개의 지방자치단체를 들 수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해 있는 것은 특이할 만한데 EU상의도 지방자치단체의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EU상의의 주요 역할은 한국과 유럽의 통상사안의 조정 및 해결이다. 이를 위해 EU상의는 무역장벽보고서를 매년 작성하여 양국 정부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본부와 서울의 유럽연합 관리들, 그리고 회원국 대사관에 전달된다. 이 문서는 유럽연합과 한국간 통상협상의 기초가 되며, 개별 유럽 국가들이 한국과 쌍무협상을 진행할 때 이용된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통상 업무와 함께 한국과 유럽의 경제협력 사안도 EU상의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경제협력과 관련한 자문을 구할 때 EU상의가 그 일을 맡는다. 이 같은 대외 활동과 더불어 회원사를 비롯한 주한 유럽기업인의 비즈니스 환경의 개선, 정보제공을 위한 조찬, 오찬, 세미나, 소식지 발간 등을 하고 있다.

EU상의 회원은 정회원(Full Members), 준회원(Associate Members), 지역회원(Local Members), 개인회원(Individual Members), 명예·특별(Honorary and Special Members)회원으로 나뉜다. 정회원은 유럽연합 소속 기업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들에게만 회장단의 투표권이 주어진다. 회원은 회원사 신청을 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EU상의 내부에서 행정 절차를 거쳐 추천이 되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승인 절차 과정은 기밀에 부쳐진다. EU상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달리 회원가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 유럽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회원 수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개인회원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개인회원의 무차별적인 회원가입은 상공회의소 본래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암참의 미팅을 가보면 70%가 한국 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본래 상공회의소의 주인인 유럽기업이 한국인의 마케팅 대상이 된다. 그러면 정작 유럽기업 회원사들이 미팅에 와서 목적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비공개'와 가입 제한

현재 EU상의 회장은 바이엘 코리아 사장 마르코스 고메즈 씨며, 부회장은 르노삼성 제롬스톨 사장, 마켓엔트리서비스(MES)의 조지프 데이 사장이 맡고 있다. 소장은 장 쟈끄 그로우하 씨로 상근을 한다. 회장이 대외 활동을 담당한다면, 소장은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EU상의 운영조직은 수석운영이사회(Board of Director), 수석운영그룹(The Executive Management Group), 23개의 분과운영위원회(Sectorial Committee)로 구분된다. 수석운영이사회의 구성은 대사관 7인, 회사대표 7인, EU상의 소장 1인 등 총 15명이며, 매월 한 차례 정례모임을 가진다. 다음으로 수석운영그룹은 8인으로 구성되며, 월 1회의 정례회동을 한다. 운영은 대부분 수석운영그룹에서 이루어진다. 8인의 수석운영위원은 이사회와 각 운영분과위원장들이 모여 내부에서 선출한다.

운영분과위원회는 산업별로 자동차, 은행, 화학, 인적자원, 화장품, 물류, 북한 등 23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월1회의 정례회동을 통해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논의와 무역장벽 보고서의 위원회별 권고사항을 결정한다. 참석자는 대사관 관계자(상무관), 관련 유럽 외국인투자기업 대표 및 실무자들이다. 이밖에 분과위원장 회의가 매월 있어 현안과 방향을 논의한다. 운영분과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회의는 월례오찬을 제외하면 모두 비공개이다. 그 이유는 "회원사들간의 솔직한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운영분과위원회는 조찬미팅과 연 1회 정도의 세미나를 하는데, 이때 한국의 관련부처 관계자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들도 참가를 한다고 했다. EU상의가 암참과는 달리 노동계 입장을 고려한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회의의 '비공개'와 회원 가입의 제한은 EU상의가 닫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일면 이들은 이런 제한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에서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활동의 장애물을 미연에 방지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 고건 총리와 유럽연합 상의 제롬 스톨 부회장   - 출처: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

지자체와 협력하여 투자 유치에 주력

최근 EU상의는 경상남도가 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부품사의 투자유치 사업과 경기도의 투자유치 사업을 지원하였다. EU상의가 직접 투자 가능한 유럽연합의 기업을 조사하고, 지자체와 함께 유럽을 방문하여 한국 투자유치를 홍보한다. 내년에는 경기도, 경남, 부산, 광주, 서울, 전북 지자체의 투자유치 홍보 지원이 예정되어 있다. 외국인투자유치 사업은 EU상의가 온 힘을 쏟고 있는 활동이다. 

9월에는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외국기업 투자 유치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투자유치 가능성 사전 설문조사, 현지방문 및 투자담당 최고임원과의 투자교섭 활동을 벌였다. 10월에는 한국무역협회(KITA)와 공동으로 유럽기업의 한국 성공사례집을 발간하였다. 성공사례집에는 삼성테스코, 노키아, 유니레버, 필립스 등의 성공담이 소개되어 있다. 12월21일자 한겨레신문에는 사례집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본사에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사업의 실패를 모두 한국 노동자의 무리한 요구로 돌리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최고경영자도 많았다"고 한다. 

EU상의는 경제5단체 중 전경련과 한국무역협회와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전경련과는 한-유럽연합 경제협력에 관한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전경련이 유럽에 경제사절단을 보낼 때 지원을 한다. 무역협회와는 '전시회' 개최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나머지 단체와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500개 기업을 포함하는 전경련과 통상관련 업무로 무역협회를 상대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단체의 경우 대표성이 떨어져 서로간에 '주고받을 것'이 없다고 한다. EU상의는 서울에 사무소뿐만 아니라 부산에도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다. 부산의 산업구조상 조선 산업과 물류가 많고, 유럽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도 교류를 맺고 있느냐는 질문에 EU상의 지동훈 상무이사는 "민주노총과는 춘투 이전에 2회 정도의 미팅을 가졌다. 권영길 전위원장과 단병호 위원장과도 조찬회를 가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동계와의 교류는 상시적이거나 공식적이지는 않았다.

개별 기업 노사관계에 관여하지 않아

EU상의의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그것과는 약간 달랐다. 지동훈 상무이사는 "지향하는 노사관계 모델이 영미식이 아니라 유럽식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사관계 모델의 지향점이 유럽식이라면 굳이 노사관계에 대한 자극적 발언으로 노동계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읽혔다.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던지자, 지동훈 상무이사는 "우리는 될 수 있으면 노사관계에 대한 코멘트는 안 하고 있다. 노사관계 발언은 오직 위험만 있다"며 말을 삼갔다. 이처럼 신경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3년 7월경 현 회장단 취임 기자회견 자리가 그 발단이었다. 그날의 노사관계 발언이 기자들에 의해 짜깁기되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지동훈 상무이사는 "무슨 말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지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는 우리의 의도와 다르다"며 "우린 회원사들에게 노사관계와 관련해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는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대해서 EU상의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하였다. "우리의 원칙은 개별 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조합간 직접 대화로 풀라는 것이다. 우리가 따로 지침을 내리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둘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 정도는 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사용자단체'로서의 역할은 자신들의 역할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정부를 상대로 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제도개선 요구는 꾸준히 하고 있다. EU상의가 해마다 내는 '무역장벽보고서'의 인적자원위원회 보고서가 그것이다. 2003년 EU상의 무역장벽보고서 중 인적자원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보면, 생산성 속도보다 높은 임금수준 조정 필요,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유급휴가 해결, 퇴직금제도 기업연금제도로 대체, 정리해고 절차 완화로 다른 사용자단체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암참의 회장단이 규제개혁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기구에 참여하듯이 EU상의 회장단도 규제개혁위원회를 포함해 다양한 정부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두 상공회의소의 차이점이라면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일 것이다. EU상의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할 정도로 체계적인 자료를 축적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언론을 상대로 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또한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나름의 고려를 한다. 하지만 EU상의의 주요 목적은 '국제관계에 맞게 한국에서의 무역 및 산업의 자유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비록 언론의 입맛에 맞는 발언으로 암참이 자주 거론되지만, EU상의의 활동에도 노동계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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