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용자성 인정 작은 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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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24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가 설립신고를 울산 동구청에 접수한 이후, 몇 개월 사이에 신상이 공개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 속해 있던 하청업체들이 폐업되었다. 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 사업장 밖으로 쫓겨났으며 폐업된 하청업체의 다른 하청노동자들은 대부분 바로 옆에 있는 다른 하청업체나 새로 만들어진 하청업체에 고용이 승계되었다.


[ 작년 6월 건설연맹의 총파업투쟁. 대구지방검찰청의 거듭되는 공갈죄 기소 중지를 요구했던 건설산업연맹은 조기현 씨 무죄판결로 승리를 거뒀다. ▶ 출처 : 건설산업연맹 ]

사용자를 ‘사용자’라 부를 수 없는 간접고용노동자들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경우 해당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와해시켜 왔던 원청회사들의 그간의 행태가 현대중공업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된 것이다. 이렇게 해고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의 뒤를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미행하고, 외부의 노조사무실과 조합원들의 집 앞에까지 늘 경비대가 상주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와 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은 모두 “첫째, 비록 하청노동자들과 현대중공업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현대중공업은 원청회사로서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관계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 지위에 있다. 둘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설립 이후에 발생한 노조원들이 속한 하청업체의 폐업에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이 개입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현대중공업이 사용자로서 그 부당노동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그리고 최근 4월11일 마찬가지 내용으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이루어졌다.

건설현장의 일용노동자들이 만든 지역건설노조가 원청 건설업체에 단체교섭 요구를 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에 ‘전임비’ 조항이 있다고 하여 공갈죄로 기소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구고등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건설현장의 원청 건설업체가 하청업체에 속한 건설 일용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 역시 현대중공업 사례와 동일한 취지라고 보면 된다. 


[ 이번 판결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향후 원청에 대해 단체교섭을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아침출근투쟁 모습. ▶ 출처 : 금속노조 ]

고등법원이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다

먼저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원고 회사와 관련하여, ①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 내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장비 등 물적 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원고 회사로부터 장비를 대여 받아 작업을 수행하며 주로 원고 회사와 체결하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사업체로서, 그 사업 수행의 양태를 보면 원고 회사로부터 법률적 독립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확보한 원자재 및 생산시설을 사용하여 자체 계획에 따라 수급한 업무를 완성할 수 있는 사업경영상의 독자성을 상당 부분 결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②채용·평가 기준 작성부터 채용 여부 결정 과정에 원고 회사가 관여하고 구체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직접 작업 명령을 내리며, ③ 근태 관리·교육 실시 등 하청기업보다는 원고 회사의 인력운영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어 인사노무 관리상의 독립성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원고 회사가 하청 기업들과 외형적으로는 통상적인 도급계약 관계를 맺고 있지만, 운영지원부 등을 통해 하청기업의 근로자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채용, 근태관리, 후생복지 등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여 왔기 때문에 하청기업들의 법인격 또는 사업적 독립성은 일정 부분 형해화되어 이들에게 노조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시키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원고 회사도 병존하여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참가인들 소속 하청업체의 폐업과 관련하여, ①35년 이상 활동하던 하청기업들이 갑자기 경영상의 압력을 받은 것 자체가 원고 회사가 하청기업에 요청하는 작업인원의 변동 때문이고, ②이러한 작업인원 변동을 초래한 갑작스런 물량감소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으며, ③그 외에 사업 자체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되어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청 기업의 폐업을 통한 해고 또는 근로관계의 종료는 그 근로자들이 부당해고구제절차에 의해 원직에 복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하청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못하게 하는 이중적 결과를 초래하고, 조합원들은 하청업체의 폐업으로 원고 회사에 출입할 수 없게 되어 노동조합 선전과 조합원 가입 등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며, 이러한 노조활동 위축으로 인하여 하청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은 원고 회사와의 단체교섭 또는 실력 행사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물량 변동을 통해 하청기업의 사업을 폐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과 노동조합 활동 위축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청노동자 해고에 개입한 원청, 당신은 노조법상 사용자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사용자와 관련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지배, 개입의 주체로서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를 말하는 것이지만, 위 조항이 단결권 침해에 해당하는 일정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서 배제, 시정하여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이외의 사업주도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를 자기의 업무에 종사시키고 그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 조건 등에 관하여 부분적이기는 하더라도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와 같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한도 내에서 위 조항에서 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그와 같은 사업주는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와 병존하여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명령의 이행의무자가 될 수 있으나, 노조법 제81조, 제82조 제1항, 제84조 제1항 등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사용자의 일정한 행위로 근로자가 받은 불이익을 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그와 같은 시정은 구제명령의 이행에 의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그와 같은 사업주는 구제명령을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 권한이나 능력을 갖는 한도 내에서만 부분적으로 구제명령의 이행의무자로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부분적 사용자로서 구제명령을 이행할 권한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는 당해 구제신청의 내용, 그 사용자가 근로계약관계에 관여하고 있는 구체적 형태, 근로관계상 제 이익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의 유무 및 행사의 정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부분적 사용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상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원직복귀명령, 소급임금지급명령 등과 같은 구제명령의 이행의무자로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는 없고 간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서도 이행이 가능한(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 명령, 부작위 명령 등과 같은 구제명령의 이행의무자로서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될 수 있을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지역건설노조 교섭요구 무시하던 원청업체의 ‘공갈’ 탄로나  

지역건설노조 사건에서 대구고등법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도급사업 즉, 사업이 순차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에는 그 직상수급인이 당해 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고(제43조 제1항),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제93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도급사업의 사업주에 대하여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보건관리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은 도급사업의 경우에 원수급인이 그 건설공사의 사업개시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공제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또 “위와 같은 법규정에다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근로자의 단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보다 근로자개념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계약관계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한정되지 않고 비록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구체적·실질적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미치는 자도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 점,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설근로의 경우 그 특성상 원청업체와 건설 일용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통상 원청업체는 이러한 근로자들의 노무 제공의 모습, 작업 환경, 근무시간의 배정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주인 하도급업자, 재하도급업자 등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법리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건설일용근로자들과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아니한 원청업체들도 위 일용근로자들과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로서 전문건설업체 등 하수급업체와 중첩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고, 특히 법률상 원청업체의 책임이 인정되는 임금지급에 대한 연대책임, 산업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조치의무와 산재보험의 적용, 퇴직공제가입 등에 대한 부분과 원청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소한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으로 가는 작은 길이 열리다 

현대중공업의 정규직노동자라면 사용자가 현대중공업이라는 점에 의문이 없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특정 유형인 간접고용노동자에게는 실질적인 노동조건 결정권을 쥐고 있는 원청회사와 형식적으로 하청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하청업체가 동시에 존재한다. 파견, 사내하청, 용역, 건설현장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등이 있는데, 하청업체는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별 힘이 없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더라도 현대중공업 사례와 같이 원청회사가 하청업체와 맺는 도급계약을 해지(사실상 폐업조치)하여 노조활동을 봉쇄한다. 

노조가 유지되더라도 원청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 “근로계약이 체결된 하청업체가 당신네들 사용자인데 왜 제3자인 나한테 교섭을 요구하느냐”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하청업체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도급계약 내용이 뻔한데 임금인상도 원청회사가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다. 사업장에서 노조활동과 파업농성이라도 할라치면 ‘남의 집’에서 농성과 노조활동을 한다면서 원청회사는 가처분으로 쫓아내려 한다. 노동법 어디에도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노동3권이 없다는 내용이 없건만 현실에서는 전혀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자 하는, 비정규직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요구 중의 하나가 바로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 인정’이다. 현대중공업과 같은 원청회사들도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관계에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관여하는 부분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책임과 함께 단체교섭의무, 부당노동행위 책임, 사업장내에서 노조활동에 대하여 이를 수용해야 할 책임 등을 지우자는 취지이다. 물론 이러한 입법 요구는 비정규직을 확산하기 위하여 만든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법에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앞에서 예시한 판결은 그 중에서 노조법상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사용자의 범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원청회사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로서의 지위,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을 지는 사용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하청노동자들의 사업장내 노조활동(파업농성 포함)을 수용해야 할 책임을 지는 사용자의 지위도 인정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경우 하청업체가 도급이든 파견이든 상관이 없다. 설사 도급관계라고 하더라도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들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위와 같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아마도, 대법원 판결도 비웃을 그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렇듯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상식이 법원에서 확인받기까지는 수많은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노조설립 시도와 폐업을 통한 노조봉쇄 사건은 “뭐 늘 그런 식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사건이 되었고 또 검찰 공안부의 줄기찬 공안탄압 수사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지역건설노조의 투쟁이 계속되어 왔기에 오늘의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래 짧게 보더라도 6~7년 이상 줄기찬 투쟁이 있었다. 이를 사회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며 법적 투쟁도 감행하였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되었으며 해고와 손배가압류는 또 몇 백억이던가. 70여명의 구속자를 낸 포항건설노조의 투쟁 역시 원청인 포스코가 문제였다. KTX 여승무원의 불법파견 투쟁, 하이닉스 매그나칩, 기륭전자의 불법파견 투쟁, 울산과학대, 대우빌딩 용역노동자, 광주시청 등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은 어제도 오늘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늘 원청업체 문제였다.     

그런데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 응할까? 노조활동을 위해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이를 허용할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나면 될 수 있을까? 내 추측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또 그걸 가지고 다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소리칠지언정 순순히 교섭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판결로 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즉 이것이 대법원에서도 다시 확인되어 확고한 판례로 정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원청업체들은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이 없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결로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희망이다. 현실은 여전히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간접고용 남용 돕는 정부, 그냥 가만히나 있어라

이번 판결로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일정한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를 제대로 받아 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우선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속한 산별노조나 지역일반노조 등의 노동조합이 원청회사를 상대로 하여 적극적인 교섭요구를 해야 한다.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원청사업장 내에서의 노조활동과 파업농성 등을 전개하는 것이다.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인 조직활동, 교섭 투쟁활동을 통해서 판결의 내용을 실제 현실로 만들어야 할 과제가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실효성도 없는 차별시정절차 아래서, 기간제법조차도 쉽게 피해보려는 속셈으로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도급화, 용역화 등 정규직을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 또 위장도급도 대대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 부려먹고도 아무런 노동법상 책임을 지지 않으니 간접고용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노무현 정부는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마음 놓고 위장도급을 할 길마저 열어주고 있으니, 도급·용역화라는 이름의 간접고용 증가는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불법파견 직접고용투쟁은 앞으로 ‘적법도급’의 판정이 속출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도 파견이든 도급이든 간접고용노동자의 조직화와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투쟁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부당노동행위를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감독해야 할 노동부 등 정부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최근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마저도 완화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전문사기집단’이라는 확증을 잡게 되었으니, 사실 그들이 무엇인가를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로 보인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에 나서니 이제 노동3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내놓겠다는 자들이다. 혹여 대법원 판결로 ‘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까봐 원청업체의 사용자책임을 배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요즘 정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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