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중의 노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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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여기저기를 넘기며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노동이 아니던가 하는 한물갔지만 당연한 믿음이다. 많이 가지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권력과 돈과 학식과 명예를 꿰차고 앉아 자기네가 없으면 '세상에 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호들갑을 떠는 세상이지만, 이름 없이 살다간, 또 살고 있는 민초들의 묵묵한 노동이 없었다면 그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 그 같은 배부른 소리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먹거리를 만들고, 고기를 잡고, 옷을 만들고, 쇠를 갈고, 길을 내고, 집을 짓고, 종이를 만들고, 돌을 다듬고,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노동으로 이뤄지지 않은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다. 물론 미래도 마찬가질 거다. 

이 책은 그 많은 잘난 사람들의 이름이 역사서에 기록되기까지 그들을 뒤에서 떠받쳐준 민중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던가를 사서의 기록을 통해 촘촘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 땅에서 단 한번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백정, 장인, 양인, 군졸, 농민, 유랑민, 평민, 서민, 서인, 여민, 백성 등 다양한 모습과 신분으로 간난(艱難)의 삶을 살아온 민중들의 일상사를 노동을 화두로 풀어낸다.

"민중이란 이름도 없는 사람들이다. 민중은 이름도 명예도 없기에 아무런 기록도 남긴 것 없이 이 땅에서 그냥 살다 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목숨 바쳐 이 나라 강토를 지켜온 '지킴이'였으며, 그들이 전담한 생산활동을 통해서 오늘의 역사를 오늘이 있기까지 발전시켜온 진정한 주체들이다. 민중은 평생을 땀 흘려 노동하는 데 몸바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민중의 생활사란 곧 노동사이며, 민중의 노동사란 곧 생활사라 할 수 있다." 

이종하 짓고 주류성 펴냄.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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