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조활동가들은 무엇을 고민하나

섹션:

글쓴이 :

 

'내 몫 챙기기'

만도와 대원강업은 모두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주식회사 만도는 만도기계가 1999년 경영난으로 사업 부문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문막, 평택, 익산의 사업본부를 한데 묶어 1999년 12월 주식회사 만도로 재편됐다. 자동차의 제동장치와 완충장치 등을 생산하는 만도(주)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2,157명이며 1개 지부에 3개 지회로 구성되어 있다. 만도(주)는 1987년 만도기계노동조합으로 시작해 지금은 산별노조인 금속노동조합 소속 기업지부로 편재돼 있다. 산별노조로 전환할 당시 88.52%라는 놀라운 지지로 조직 전환을 하였다. 대원강업은 자동차의 스프링과 시트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부평, 주안, 천안, 창원 등 5개 지역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다. 1989년 이후로 신입 사원이 전혀 없어 사업장 평균 연령이 43세로 높은 편이다. 창원에 본부 노동조합이 있고, 주안 지부에는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1988년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으며 1,400명이었던 조합원이 경제위기 이후 790명으로 줄었다.

만도와 대원강업은 임단투가 일단락된 상황이었다. 만도는 노조위원장 선거가 끝난 후 조직정비를 채 하기도 전에 투쟁이 시작되어 특별상여금투쟁을 시작으로 임투와 고용투쟁을 거쳐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했다. 2002년 교섭 투쟁은 아웃소싱, 임금 인상, 기본 협약이 주된 이슈였다. 투쟁이 단순히 쟁취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투쟁과정을 통해 조합원 의식이 향상되고 조직화되고 노동조합운동에 관심을 갖는 노동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되는 그런 투쟁을 계획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평가에서 지적되었다.

상여금은 IMF 경제 위기를 벗어난 회사가 사정이 나아지자 자연스럽게 조합원들로부터 올라왔다. 노조 위원장 선거 2개월만에 부랴부랴 준비를 해 투쟁을 전개했다. 노조 간부들 내부에서는 상여금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여금은 사실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하청 노동자의 몫을 가로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회사의 수익이 기술력보다는 원가인하 등의 비용감소 방식으로 벌어들인 부분이 많다. 결국 비용감소는 원청과 하청의 구조에서 가능한 것이었고 상여금은 하청노동자의 몫을 챙기는 꼴이 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노조 간부 입장에서 조합원의 요구를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합원들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1997년 부도 이후에 일방적으로 조합원에게 고통이 전가됐는데 언제 또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회사에 대한 믿음도 떨어졌다. 회사 다니는 동안 회사도 남겨 먹는 거 나도 내 몫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었다. 

대원강업 주안지부는 상반기 임단협이 4월부터 시작해 6월에 마무리되었다. 주안지부는 콜센타의 '물량확보 문제'가 관심거리다.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8시간 일하면 땡이니 잔업을 위해선 조합이 나서서 물량확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잔업을 하는 경우 많이 하면 월 130∼140시간이고 평균 60∼70시간을 한다. 연 연봉 3천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 과거처럼 깃발만 꽂는다고 노조원들이 참여하던 시대는 끝났다. 사진은 전국금속연맹 조합원들   ▷ 금속산연맹. 

작업장 울타리에 갇혀

물량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물량이 빠듯하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은 일할 시간을 줄이므로 차라리 경기에 따라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원강업은 회사가 비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노조와 합의하도록 2년 전 단협에서 명문화하였다. 만도지부는 비정규직 문제보다 자동화와 아웃소싱 문제가 심각했다. 노조는 회사가 외주·용역·하도급을 주려는 것에 대항에 노조안을 만들어 투쟁을 했다. 아웃소싱을 막고자 하는 열의는 대단했다고 한다. 결국 단체협상에서 노조와 회사는 고용안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외주 기준을 두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올 교섭 투쟁이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고용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막 지회로부터 시작한 자동화와 아웃소싱의 문제는 경제 위기 이후 가장 두려운 고용 불안정 심리를 자극했으며 지부는 이 부분을 명확히 짚고 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의식은 아직 미약하다. 사업장도 틀리고 사업주도 틀린데 왜 전체가 다 같이 투쟁해야 하는가 하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원강업 주안지부는 기업 차원의 노조활동 참여율은 높지만 작업장을 벗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간부들이 조직하려면 벽에 부딪히게 된다. 민주노조 건설 경험을 간직한 조합원이 대다수지만 젊은 노조 활동가와 사업방식을 둘러싸고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노동자 문화나 기업을 넘어서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기 쉽지 않다. 만도지부도 과거 집회 참여율이 90%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약 40%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 교육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처럼 깃발만 꽂는다고 노조원들이 참여하던 시대는 지났다."

산별노조로 가긴 가야 하는데…

현재 금속노조 기업지부인 만도지부는 내년에 지역 지부로 전환할 지를 결정할 시기에 다다랐다. 원칙은 지역 지부로 전환해야겠지만 속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지금과 같은 금속노조의 상황이라면 과연 지역 지부로의 전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무엇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따라서, 현장에서의 논의도 그리 활발하지 않다. 단지 대기업노조들이 금속노조 참여 결정을 어떻게 할지 우선 관망할 뿐이다. 대원강업도 산별노조 전환을 중집에서 논의했지만 결론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현재 산별노조에 대한 평가는 모두 비슷했다. 

만도지부 한 활동가는 "금속노조의 사업과 투쟁이 아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금속노조 사업내용이 연맹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것이 없는 점, 임단투에 치중하는 점을 지적했다. 현장은 금속노조 활동을 느낄 수가 없지만 단위 사업장 활동 간부들에겐 매우 바쁜 일정이다. 다양한 집회에 참여하다보니 간부 역량이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대원강업도 금속노조 사업 내용을 지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금속노조가 제시하는 사회 개혁 차원의 내용이 폭넓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연금이나 세금 등 노동자와 밀접한 사회개혁의 문제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적고 주제가 식상하다고 했다. 현장 활동가들은 새로운 무엇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를 금속노조에게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산별에 대한 개인의 전망과 조합 전체의 전망은 괴리가 일어난다.

산별 전환의 어려움이 모두 상층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단위의 현장 조직들은 산별 전환과 함께 더욱 현장과 밀접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장 조직 운동도 관성화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별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조합 현실이 어렵다고 봐요. 회사가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고, 규모도 작고…" 대원강업 활동가의 얘기 속에서 산별 이후 단위 노조 집행부의 현장 장악력을 고민하는 느낌이 들었다. 두 사업장 모두 산별의 새로운 교섭체계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듯했다. 노조 상황이 지금과 같은 가운데 '우리 사용자도 아닌 대표'와 교섭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읽을 수 있었다. 

노동조합 활동가의 과제

대중의 이해와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질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노조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그것을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따라가기 위해서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그런 경험이 취약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 간부들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성과가 다음의 집행부로 이전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원인은 두 가지로 보여졌다. 현장 조직들의 활동 방향이 전체 노동조합이 아닌 자신의 조직 이해에 따라 좌우되는 현상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체 노동조합 역량의 재생산뿐만 아니라 노조 민주주의에도 심각하게 영향을 끼친다. 간부 출신의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내려갈 경우 현장의 거점이 되지 못한 채 방황하게 되는 것 또한 노조 활동의 문제로 지적되었다. 

두 사업장 모두에서 발견된 다음 원인은 좀 더 장기적인 문제를 노출시켰다. 바로 신입 노조 활동가 재생산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노조 활동가들이 생겨나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다. 만도지부는 대의원을 제외하면 노조 활동가는 과거 경험자들이고 새로운 활동가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거와는 달리 노조 운동에 대한 거부감은 적어 활동가로서 부담은 줄었지만 노조 활동가 층이 얇아졌다. 대원강업도 노조 활동가 기피현상은 마찬가지이다. 노조 활동을 자신의 일로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잔업시간을 걱정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개별 노동조합을 너머 전체 노동운동진영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노조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전체 조직 문제라면 해답은 무엇일까? 

엇갈리는 전망들

현장의 결속력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단지 개개의 사안에 대한 이익만을 쫓아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단순한 쟁취를 위한 투쟁보다는 노동자 의식 형성과 노동조합과 자신을 일치시킬 수 있는 전망과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한 활동가의 말은 노조의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89년, 90년에 노동조합 현장토론이 도입되었는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내용이었다고 봐요. 대중운동의 좋은 선례였는데 지금은 남아있지 못해요." 분임토론을 위한 주제, 내용, 발언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간부에게 요구된다는 뜻이다. 산별이 아직 이상인 것 같다는 대원강업 활동가는 희망보다는 우려가 깊다. 하지만 우려 속에는 노조가 대안을 찾아야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을 것이다. 개별 사업장의 노조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지만 산별노조 그리고 산별 아래에서의 노조 활동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만도지부의 올 임단투는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아직 노동조합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희망은 역시 활발한 현장의 참여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기대 이상의 참여 속에서 활발히 진행된 임단투는 성과와 함께 노조 간부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인터뷰를 가던 길에 내리던 소나기는 그새 멈추었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지금 현장의 활동가들은 애타게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가의 가장 큰 덕목은 노조원들에 대한 믿음이며 그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위기가 기회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제작년도:

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