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공동투쟁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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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급여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최저임금을 국가가 법으로 보장해 강제하는 제도이다. 한국의 경우 정리해고 강화와 비정규직화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12%에 그치는 노조 조직률, 분권화된 기업별 교섭구조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저임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안은 법정 최저임금수준을 적절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특히 2004년 8월까지 적용되는 현행 최저임금은 56만원으로서 그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노동자들의 최소 생계 보장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기 때문에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노동계의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 지난 6월 11일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있었던 강남 세관 앞. '최저임금 77만원 쟁취' 구호가 이른 아침을 깨웠다.   출처:참세상 ]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현황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 위원회가 열리고 있는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들은 2.6%의 인상안을 내놓고 있다. 2.6% 인상안은 월 14,690원에 해당하며 한달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581,950원(시급 2,575원)이다.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 동안의 소비자물가인상률이 3.3%이었음을 감안할 때, 2.6%의 인상안은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0.7%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전체노동자임금의 50%로 최저임금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며, 2004년 월 766,160원 (시간급 3,390원)을 안으로 내놓았다. 그 외에도 일방적인 결정방식의 변경이나 최저임금 적용제외의 삭제, 최저임금 적용시기 조정 등을 요구하며 계속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으로 최저생계비 현황을 보자.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가지며, 생계급여 수준은 원칙적으로 최저생계비와 실제 소득의 차액을 정부로부터 보조받게 된다. 2004년의 최저생계비는 1인가구가 37만원이고, 4인가구가 106만원이다. 원칙적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는 생계급여 이외에도 주거급여, 의료비, 교육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어야만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애수당 또한 최저생계비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늘어나는 빈곤가구, 줄어드는 최저생계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에 명시된 대로 최저생계비가 적정선에서 설정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계층이 모두 국가의 공적부조체계 안에서 보장을 받는다면, 85만4천명의 실업자(청년실업자 45만명 포함), 4백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그리고 백만 가구(전체가구의 7.1%)나 되는, 일을 함에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근로빈곤층의 최저생계도 제도권 안에서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체 8백만 빈민 중에서 140만명만이 기초생활보장 수혜자이다. 1982년 생활보호대상자는 전 국민의 8.7%이었으나 2003년 12월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8%로 줄어들었다. 물론 그 동안 빈곤퇴치가 이루어져 수급자수가 줄어들든 것이라면 더 이상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경준(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1996∼2000년 사이에 빈곤가구율은 5.9%에서 11.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같은 자료를 이용하여 동일한 기간을 분석한 박능후(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가구원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의 비율(근로빈곤가구율)이 2.9%에서 7.1%로 높아졌다.

이와 같이 빈곤가구율이 증가함에도 수급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최저생계비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빈곤계층이 기초생활보장권 밖에 방치되어 있고, 설령 수급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추정소득이 부과되거나 과다한 간주부양비가 부과되다가보니, 박찬용(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6년과 2000년 사이, 하위 1%계층의 도시가구소득은 28.9%나 하락하였다.

2004년은 최저생계비가 새롭게 계측되는 해인데, 향후 3년 동안의 최저생계비는 올해 계측된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물가수준만 반영하여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04년 최저생계비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는 사실상 향후 3년 동안 빈곤계층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전체 절반이 저임금 노동자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는 제도의 취지와 대상이 서로 다른 제도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에서 평가받는 능력이 미약하여 최저임금선의 언저리에 있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비정규직, 임시직, 시간제 근로자의 생존권의 보장 방안이다. 반면 종전에 실시되던 생활보호법 상의 최저생계비는 노동능력이 없는 노인, 장애인, 환자, 소년소녀가장 등의 빈민이나 노동능력이 있더라도 사회로부터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실업빈곤계층을 위한 생존권의 보장 방안이었다.

그러나 기초법의 시행으로,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사회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에, 근로능력이 있는 실업자나 일을 하는 데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에게도 생계비가 지급되게 되었다. 즉, 근로능력이 있는 실업 빈민은 조건부수급자로서 정부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 자활사업, 공공근로 등의 조건을 이행하면 최소한의 생계비는 임금이나 공공부조의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고, 일을 하는데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근로빈곤가구는 실제 소득과 최저생계비간의 차액(poverty gap)을 기초생활보장 급여로 받게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양극화된 한국사회의 신빈민층을 형성하고 있다.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정의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정에 따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규모는 2002년 106만원이하 6,630천명(48.3%), 2003년 120만원이하 7,220천명(51.0%)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근로빈곤층 최저생계비 보장은 거짓말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관계는 저임금 노동자와 빈민의 최저생계를 기업이 보장해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서 보장해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만약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기업의 부담이 더 많고, 최저임금이 낮아지면 정부의 부담이 더 많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많은 사람들에게 원칙대로 기초생활보장제도로서 실제소득과 최저생계비의 차액을 지급하게 된다면, 공적부조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기초법에 약속된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최저임금이 낮게 책정되어도 정부의 복지예산 부담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실시된다면 만약 4인가구의 가장 A씨가 최저임금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면 실제 소득이 57만원으로서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인 106만원과 실제소득의 차액인 49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따라서 만약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A씨에게는 최저임금이 한 푼도 안 올라서 567,260원 그대로 있거나, 경총이 제시하는 581,950원으로 인상되거나,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766,140원이 되거나 총소득은 1,055,000원으로서 똑같게 된다.

A씨가 3인가구라면 최저생계비가 84만원이기 때문에 4인가구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57만원이거나 77만원이거나 총소득은 84만원으로서 똑같다. 단지 임금의 형태로 회사로부터 받느냐, 공적부조의 형태로 복지부로부터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A씨가 1∼2인가구일 경우에만 최저임금수준에 따른 실질소득이 다르게 된다.

우리사회의 공적부조제도가 원칙에 충실하게 시행된다면 노동계 중에서도 일부 최저임금의 언저리의 소득을 받는 1∼2인가구 근로자들만이 최저임금의 수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전 노동계가 힘을 합하여 투쟁에 나서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부에서 실제임금과 최저생계비의 차액을 보장해 준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로서 임금의 형태로 최저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는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둘 다 OECD 꼴등 수준

필자의 추계에 의하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빈민은 8백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2003말의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수는 137만명이고 자활사업 참여자수는 4만명에 불과한데, 그 중에서 2만3천명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므로, 약 140만명 정도가 공적부조 대상자이다. 그렇다면 660만명 정도의 수급권자들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방치된 660만명 중에는 일하는 빈곤층으로서 최저생계를 임금으로도, 공적부조로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 넘을 것이다. 이 사람들의 절박한 생계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공동투쟁을 해야 된다.

또한 최저생계의 보장이 임금보장을 통하여 이루어지려면 기업의 부담이 되고, 공적부조를 통하여 이루어지려면 정부의 부담이 되는 상황아래에서 기업과 정부가 결탁하여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을 낮추면, 실질적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마치 불안정 노동자와 노동시장 불참 빈민의 생계문제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실질적인 민중의 삶의 질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정치성적표만 좋게 보이고 싶어하는 정부와 노동력 착취로 이윤을 얻고자 하는 기업은 기를 쓰고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낮추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현행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과 비교해보아도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 전체 임금의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 OECD가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빈곤선을 전체 노동자 중위임금의 2/3로 정하고 있고, 최저임금을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전체노동자 임금의 50% 정도 내외에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에 비하면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

최저생계비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을 제외한 최하위 수준이 평균소득의 40%인데, 한국의 경우에는 최저생계비의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에 대한 비율(4인가구 기준)은 1988년 45.0%이었으나, 1999년에는 38.2%로 낮아졌고, 2003년에는 32.1%로 차츰 더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함수 관계

근로의욕의 고취라는 명목 아래 현재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최저임금보다 더 낮게 설정된다. 그런데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37만원으로서 최저임금 56만원의 2/3정도의 선에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의 최저생계비 수준에서도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에 대한 1인가구 최저생계비의 비율인 '가구균등화지수'에 국제적인 기준인 50%를 제대로 적용한다면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50만원으로서 최저임금의 89%에 이른다.

이렇듯 가구균등화지수의 조작으로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특히 낮게 설정된 배후에는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최저임금 설정에 중요한 준거지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높이면 그에 맞추어 최저임금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를 국제표준인 4인가구의 50%선이 아닌, 35%선에서 결정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그 반대로 이번에 노동계의 목표인 최저임금이 77만원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결정되어 향후 3년간 활용될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시민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74만원선에서 설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만약 최저임금이 경총이 주장하는 58만원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아무리 높아도 58만원을 넘을 수는 없는 한계점이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상반기의 최저임금 투쟁은 하반기의 최저생계비 투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최저생활보장 위한 공동투쟁을

'근로빈곤층'의 문제는 노동의 불안정화로 인해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기초법 수급대상자와 비대상자 사이를 넘나드는 민중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위한 생존권보장이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두 현안은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즉,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최저생계비가 인상되기 어려우며, 그 역으로 최저생계비가 인상되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투쟁을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공동투쟁은 단지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뿐만 아니라,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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