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관련 노동법 개정운동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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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모성보호, 고용에서의 성평등, 노동조합의 민주주의(성평등) 등을 과제삼아 여성노동운동의 일익을 담당해 왔던 사람으로써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지난 7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랜 동안 사회적인 쟁점이기도 했던 여성노동 관련법은 근로기준법 제5장(여자와 소년)의 일부 조항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대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산전후휴가, 생리휴가, 여성의 시간외 근로 및 야간·휴일근로 제한 등의 내용들이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에는 고용에서의 성차별금지와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지원조치(육아휴직), 성희롱 규제 등의 내용들이 들어 있다. 단순화시키면 근로기준법에는 모성과 여성을 보호하는 내용이,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평등과 그를 위한 지원조치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여성계와 노동계는 근로기준법과 관련하여 모성보호 비용을 전적으로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처럼 사회보험에서 지급해야 하며, 출산을 전후한 휴가 기간도 연장되어야 한다고 제기해 왔다. 비용의 사업주 부담은 모성의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맞지 않고, 사용자들에게는 여성고용 기피의 빌미와 여성 차별의 요인을 주기도 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대해서는 법의 실효성이 너무 낮고(벌칙이 약하여 사용자들은 '벌금 내고 만다'는 의식이 팽배함), 차별에 대한 정의가 협소하여 과거로부터 계속되어온 차별(교육·문화·관습·제도 등) 속에 놓여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해 왔다.

근로기준법 제5장에 있는 내용들은, 1998년 여성 귀향 여비 규정이 폐지된 것을 제외하고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어 온 내용들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세 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 보완되었으나, 당장 IMF시기 이후 여성 우선 해고와 여성에 대한 비정규직화의 급속한 진전을 막아내는 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서도 명백히 드러나듯 그 실효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2. 여성노동관련 법의 개정 방향

여성노동관련 법이 담아야 할 기본 내용은 첫째, 모성보호의 강화 및 그 비용의 사회적 분담이고 둘째는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육아 등의 지원조치를 남녀 모두에게 확충하는 것이며 셋째는 고용에서의 평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 그리고 넷째로는 여성에 대한 보호(소위 '여성과보호 조항')는 남녀 모두의 보호로 전환하는 등으로 모든 노동자의 건강한 근로조건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세 가지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고(필요하다면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 확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개악저지도 네 번째의 방향과 관련된 것이어서 여기서는 그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즉, 여성보호에 대한 것인데, 이에 대한 입장은 역사적으로 변화·발전되어 왔다. 그 근거로는 여성운동의 발전에 따른 여성관과 산업사회의 변화가 있었다. 이 흐름을 ILO 협약의 3단계 변화과정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출(김엘림, 1995,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여성노동관계법의 정비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학위논문 참조).

1단계 : 여성보호의 시기

1단계는 ILO가 만들어 진 1919년부터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로 여성보호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여성은 임신, 출산, 수유 등 모성의 기능과 함께 자녀양육과 가사를 담당하는 고유한 역할을 가지며 정신적·신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자라는 당시의 여성관에 기초한다. 

관련 ILO 협약(여성의 야간근로에 대한 협약)은 제정과 한번의 개정이 이루어지는데 1919년에 제정된 제4호 협약은 원료나 처리중인 재료의 질이 급속히 나빠지기 쉬운 것을 사용하는 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여성에게 야간근로를 금지하고, 1934년에 개정된 41호 협약은 책임있는 관리의 지위에 있는, 즉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여성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2단계 : 여성보호와 남녀평등 공존의 시기

2단계는 UN이 창설된 1945년부터 세계 여성의 해 선포 이전인 1974년까지로 이 시기는 여성보호와 남녀평등이 공존하는 단계였다. 이 때 남녀평등이라는 것이 여성의 기본적 인권으로 크게 취급되기 시작하면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육아나 가정생활에 대한 지원조치가 등장한다. 

ILO협약에서도 산전후 고용, 출산보호, 출산휴가중 소득보장과 그 소득에 대한 기준 규정, 임산부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이 강화되면서, 여성의 야간근로 협약에 대해서도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재검토가 이루어진다. 1948년에 89호 협약(공업부문에서의 여성의 야간근로에 대한 협약)이 만들어진다. 89호 협약은 야간근로 제한을 공업부문의 여성으로 제한하면서 관리적 또는 기술적 성격을 갖는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여성과 보건 및 후생 시설에서 통상 육체노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여성에게는 야간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

3단계 : 남녀평등의 적극적 실현시기 

3단계는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한 197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이 시기는 남녀평등의 적극적 실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들어서서 고용평등에 대한 이념과 실현 방안이 분명하게 정리된다. 즉 남녀간의 차이는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모성의 기능을 갖는다는 것 이외에는 없으며, 따라서 성별에 따른 역할분담론을 변화시켜 남녀 모두가 가정과 사회에 참여하고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자라는 과거의 여성관을 재정립한 것이다. 

ILO는 171호(야간근로에 대한 협약)협약을 1990년에 채택한다. 이 협약은 적용대상을 공업부문에서 농업, 어업등 내륙항행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에게로 확대하고, 출산을 전후한 기간과 산모나 아이의 건강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추가기간 그리고 임신기간 동안에 대해서만 야간근로를 규제하며(이 기간 중 해고, 소득, 승진 등에 대한 보호내용 포함), 야간노동에 따르는 대책(건강, 가정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원 등)을 남녀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협약의 내용을 보면 야간근로와 관련하여 남녀 모든 노동자의 건강과 근로조건에 대한 대책, 모성에 대한 보호 강화가 분명히 정리된 것을 알 수 있다.

3. 올해 여성노동관련 법개정 과정

2001년 여성노동관련 법개정운동은 상당한 대중적 관심을 모으며 진행되었다. 특히 양대 노총의 적극적인 결합은 고무적이었다. 이는 작년 8월 여성단체들과 양대 노총으로 구성된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법개정 청원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되어, 올해 2월, 4월, 6월 국회 일정에 맞춘 적극적인 대응 과정이었다. 그런데 법개정을 청원한 이후 작년 12월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대안법률안이 만들어졌고, 연대회의는 이 안이 부족하나마 모성보호와 고용평등을 위한 긍정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판단, 이 안의 즉각적인 국회 통과를 촉구하였다.1)

물론 환노위안은 출산휴가기간도 ILO 협약 14주에도 못 미치고, 배우자의 유급 출산 휴가나 폭언 폭행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는 등 원래 연대회의의 요구에는 많이 부족했다. 특히 연대회의의 요구였던 산전후 휴가 비용을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라는 내용이 고용보험으로 변질된 것은 큰 문제였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 현실을 감안하여, 문제는 있으나 모성보호비용 사회분담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을 전제하였다.

또 하나 논의되었던 것이 여성보호 조항 완화에 대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한 조항은 4개인데 살펴보면 63조(사용금지)는 임산부와 산후1년까지를 보호대상으로 하고, 임신중이 아닌 여성에 대해서도 단서를 단 보호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서 연대회의 청원안보다 잘 정리된 측면이 있으며 갱내근로금지 조항은 연대회의 청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환노위 대안법률안이 마련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해위험업무와 갱내근로 관련해서는 시행령을 잘 만드는 것이 이후 과제로 남는다. 

그리고 야업 및 휴일근로와 시간외 근로 조항은 연대회의 청원안에는 없었던 것인데 환노위 대안법률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핵심은 임산부와 산후1년의 여성에 대해서는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고(모성보호 강화) 일반 여성들에게는 그 규제를 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특히 시간외근로 조항이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시기가 이르긴 하나, 현실 법개정 과정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논의되는 현실 등을 감안하여, 이후 노동시간 단축투쟁과 연계시켜 나가는 대안의 과제로 남기기로 한다.



4. 민주노총의 '개악저지' 주장 

그러나, 이러한 연대회의의 운동은 안팎으로 홍역을 치르게 된다. 우선은 연립여당의 하나인 자민련이 복병이었다. 생리휴가를 폐지하거나 무급화하는 조건에서만 산전후휴가 90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민련의 반대를 이유로 6월 25일까지도 안건상정을 미루고 있었다. 또 한나라당은 의원마다 제각각 발언하고 있으며, 찬성하는 의원들마저 어떤 때는 원칙적인 주장으로 법개정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역시 법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과 총선에서의 3당 공약사항이 그야말로 속 빈 강정, 즉 공약(空約)이 될 상황이었다.

거기에다 연대회의에 참가했던 민주노총마저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4월 자민련 농성 때까지도 즉각 통과를 외쳤던 민주노총이 6월 국회를 겨냥한 투쟁 중이던 5월 중순에 환노위의 대안법률안이 '개악안'이라며,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또, 6월 13일자 민주노총의 보도자료를 보면 '환경노동위원회 법률안(대안) 국회통과 저지'를 소제목으로 하면서 사용금지, 갱내근로에 대해서도 개악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 '개악저지' 기조의 문제점

1) 유해·위험업무 사용금지와 갱내근로에 관한 환노위 대안법률안은 연대회의 청원안 수준이거나 조금 나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원래의 청원안을 부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금지 직종을 모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 요구가 분명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

2) 야간·휴일근로는 일부 노동조합이 있고 여성들이 비교적 소수인 사업장(서울지하철 등)에서 이 법을 활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미 시행되고 있다. 병원, 제조업 등 교대사업장이 그렇고, 언론이나 전문직종 등은 물론이고, 야간·휴일근로가 불가피한 직종들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1953년 제정될 때와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의 산업·여성노동자 고용현실의 변화 등을 생각해 보자.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냉정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ILO협약 171호에서 임산부를 제외하고는 남녀 모두에 대해 야간근로에 따르는 건강, 사회적 책임 등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또 보건의료노조에서 야간근로에 따르는 구체적인 대안들을 단체협약으로 제기하고 있는 내용들도 함께 검토해 볼만하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이 주장하듯, 육아지원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육아지원 조치는 그간 여성계가 계속 주장해 왔고 일정 부분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후에도 많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3) 시간외 근로와 관련해서 역시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의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근로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여성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측면과 불가피하게 시간외 근로를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만큼 했음에도 그 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여성고용기피 및 승진차별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양 측면이 존재한다. 이런 조건에서 일차적이고 절박한 과제는 전 사업장에서(특히 영세사업장에서 더욱)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일부 여성 노동자에 대한(그것도 실제의 노동시장에서는 매우 일부의 조직 노동자에 한정한 것임) 보호조항을 지키는 것이 중대한 과제인양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ILO는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권고(116호)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함에 있어서 심한 육체적·정신적 부담 또는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하는 산업 및 직업에 대하여, 그리고 그 근로자가 주로 여성 및 연소자로 구성된 경우에는 우선 순위를 부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본질적이고 역사적인 대안은 역시 노동시간 단축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시간단축의 핵심내용으로 ① 주40시간 노동, ② 연장근로 규제, ③ 휴일휴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를 노동시간 단축투쟁에서 쟁점화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것은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패배를 전제하고 있는 것에 다름없는 태도였다. 

4) 일반 여성에 대한 보호와 모성권이 떨어질 수 없다는 주장은 남성과 달리 일반 여성을 계속 보호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든 남녀의 건강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앞의 주장이라면 모든 여성들은 어떤 형태로든 남성보다 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옳지 않고, 뒤의 주장이라면 노동시간 단축 등 남녀 모두의 건강한 노동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현행 여성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항을 지키는 것이 남녀 모두의 건강권과 고용평등을 위한 현실적 대안인 지에 대해서는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5)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에서는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법이 완화된다면 그 나마의 근로조건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서로 연관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행 조항을 유지한다고,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히 이들 부문에 집중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현행 조항을 영세·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적용한다 하더라도, 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남성들과 업무상 불가피한 직종의 여성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 대안으로는 다음을 모색할 수 있다. 첫째 전체 남녀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등 법적 권리를 확대해 나가야 하고, 둘째 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관련법들이 적용되도록 투쟁해야 하며, 세 번째로는 실제 현장에서 이 법들이 준수되도록 투쟁해야 한다. 

또한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 노동자의 건강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기업문화를 이루어내야 하고, 이를 위한 당사자와 총연맹 등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가 절실하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위반 고발센터의 운영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모성보호 관련 입법의 작은 진전은 이런 가능성, 여지를 넓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6) 민주노총은 지난 6월 집회, 성명서 등을 통해 '여성노동관련법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다. 이번 법개정안은 여성과 남성의 근로조건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여성노동운동의 흐름 속에서 정리된 여성관에 기초하고 있다. 크게 보아 환노위의 '대안법률안' 역시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신자유주의와 연관이 없다. 오히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보호되어야 한다는 여성관이 지금도 타당한 지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7) 지난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법개정과 함께 생리휴가와 관련하여 '노사정위원회에서 생리휴가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도록 적극 촉구키로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를 두고 정부의 전반적인 노동법 개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물론, 생리휴가 자체에 대하여 이후 예상되는 상황이나 대응방안은 당연히 말해야 하겠지만, 이 결의안은 환노위에서 통과된 법개정안을 개악이라고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전체 여성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생리휴가는 임산부를 위한 모성보호 조항과 맞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환경노동위원회 역시 이번 법개정과정에 (자민련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생리휴가를 포함시키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환경노동위원회 결의안이 없더라도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생리휴가 문제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생리휴가제도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6. 글을 맺으며

이렇듯 민주노총 등이 제기하는 개악저지 주장은 일관성이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근로조건 개악 없는 모성보호 확대', '환노위 대안법률안 통과 저지', '애초 환노위 안보다도 후퇴한 민주당 안'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슬로건이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 인식 속에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인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는 것으로 전체 노동법 개악과 맞물려 있어, 모성보호관련 법을 막는 것으로부터 개악저지 투쟁으로 나가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반대만 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의 제출이 시급하다.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점은 '노동정책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관련 노동법,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노조 허용 등 간간이 터져 나오는 정부의 노동정책을 모두 신자유주의 '음모'로 규정하면서 개악저지 투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성관련 노동법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은 정권퇴진투쟁이라는 상반기 기조에 따라 요동친 측면이 크다. 환노위 대안법률안은 작년에 만들어진 것이며, 올해 초에 일선 활동가들은 그 법률안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연대회의와 함께 해왔는데, 개악저지 기조를 채택함으로써 자기중심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탈퇴하지는 않으면서 연대회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런 일관성이 결여된 자기 조직 중심의 행보는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성에 상처를 입혔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여성관련 개정 노동법은 11월부터 시행된다. 지금은 개정 취지에 맞는 법제도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뤄내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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