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과 언론노조운동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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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언론이 개혁돼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각종 여론조사결과로 확인된다. 이 명제는 1백년 가까이 풍상을 겪은 우리 언론의 모습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임을 적시한다. 그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시각과 공감대가 분명해졌다. 

일부 신문사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친일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우리 민족정신과 민족을 일제에 희생시키는 데에 앞장섰다. 해방이후 친일세력의 역사적 단죄가 이뤄지지 않음으로 인해 친일언론은 청산되지 않은 채 기득권 세력으로 다시 편입된 친일세력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또 반공을 내세운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굴종하면서 민주 세력과 통일 노력을 '좌경', '빨갱이'로 내몰아 탄압을 조장했다. 60, 70년대 개발독재시대 자본가와 기득권층의 거짓 논리에 편승해 노동자·민중들의 정당한 권리주장과 요구를 묵살하고 착취하는 것을 도왔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불순분자', '폭도'에 의한 폭력소요 사태로 단정하고 이를 무력 진압하는 군사독재정권의 양민학살을 정당화했다. 그 대가로 불법과 시장독점을 일삼았다. 필요할 때마다 국민을 변절했다. 정통성이 없는 가진 자와 누리는 자의 편에 서서 권익을 누렸다. 결국 대다수 뼈빠지게 일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민중들을 희생시켰다. 이들 언론의 생존 논리에 의한 자기 방기와 변명은 해방이후 이 땅에 변절의 역사를 종식시키지 못하게 하는 고질적인 폐해다. 


[ 3월 20일 출범한 신문개혁국민행동이 프레스 센터앞에서 언론개혁 집회를 열고 있다.  ▷ 신문개혁국민행동 ]

세습되는 언론권력 

해방이후 어떤 정권도 세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통성이 없는 정권은 쉽게 부패했고, 정치자금을 헌납 받은 대가로 재벌을 탄생시켰다. 언론사주에게는 유착의 대가로 세습과 특혜를 허용해 언론족벌을 탄생시켰다. 재벌과 언론족벌은 정권보다 수명이 길어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아도 된다. 특히 권력과 자본에 유착해 세습경영을 구축한 언론족벌은 그 스스로 권력이 되었다. 이제 정권에 대항하고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그 위에 군림하고 있다.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여론을 호도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다. 반민족·반민주·반통일·반민중·반노동의 이데올로기를 구축하고 전파하는 역할이 언론족벌의 모습일 뿐이다.

권력이 된 우리 언론의 내부에는 이 권력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언론사 사주들이 있다. 이들의 권력 체계를 해체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언론인들의 지원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일, 언론이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국민들의 교류와 이해를 촉진시키는 본연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게 하는 일이 지금 언론개혁의 목표가 될 것이다. 

언론이 스스로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권력에 의해 그 역할을 훼손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진정한 눈과 입과 귀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언론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권력과의 굴절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 권력적인 속성으로 인해 스스로 권력화하면서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악으로 자리한다. 특정 권력은 어차피 사회악이다.
온갖 비리와 불법, 타락을 자행하고도 법과 제도 앞에 자유로운 권력이 있어선 안 된다. 정권도 언론도 정치인도 예외일 수 없다. 언론개혁을 반대하는 언론족벌은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제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 언론은 대오각성하고 새롭게 태어나 본연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면 철저히 사멸해야 한다.

언론사노조, 할 일 많다 

이제는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특히 언론은 보다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언론개혁운동의 성패는 21세기 한국의 사회발전과 역사발전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다. 이 파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도덕과 정의가 살아나고 역사적으로는 일제잔재 청산과 반민주적인 정치권력의 해체가 그것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토록 하는 데에 언론사노조의 활동은 아주 중요하다. 사주나 외부로부터 편집·편성권의 독립을 지키고, 언론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충실해야 한다. 편집·편성권의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알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권한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노동조건 개선은 그 권한을 지니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활동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를 결여하고는 언론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된다. 언론인의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거나 보장하지 못하는 노동조건 아래서 언론의 역할이나 언론인의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편집·편성권의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에는 언론사 경영의 투명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비리, 불법 권력으로부터 시혜 등에 의해 이뤄지는 경영은 불투명하고, 감시대상인 특정권력으로부터 취약하다. 또 언론사 경영자나 사주가 언론사를 경영하면서 사리사욕을 취할 때 무리한 경영, 부실경영이 나타나고, 종사자들 본연의 역할을 방해하거나 노동을 착취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 언론사들에게 경영투명성 확보는 언론 스스로의 도덕성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절대명제와 같다.

따라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문제라든지 언론개혁의 파장을 증폭시키는 문제라든지는 언론 내부의 강력한 집단인 언론사노동조합의 활동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시기적으로 언론계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혁 활동의 한 축을 자임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개혁 문제에 있어서 언론사노조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사노조의 활성화는 바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들을 잠재우거나 증폭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긴 역사를 가진 언론개혁운동 

1980년 이후 군사독재정권과 언론유착의 각종 폐해가 극에 달하자,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결성됐다. 1975년과 1980년 해직된 기자들이 중심이 됐다. 지배권력에 굴종해 도구노릇을 하는 언론과 언론탄압을 자행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이 언론민주화운동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보다 활성화됐다. 

언론사노조는 1987년 '6·29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 분출하는 욕구와 더불어 확산됐던 노동조합 결성추세에 따라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집중적으로 결성됐다. 언론사노조들의 활동목표는 언론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 대부분 공정보도실현을 위한 편집·편성권 독립과 편집국장 임면에 관한 제도마련으로 귀결됐다. 

199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 언론 3단체는 언론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그 동안 산발적으로 논의됐던 과제들을 '언론개혁' 과제로 정리해 냈다. 이로써 언론민주화운동이 언론개혁운동으로 전환됐다. 1998년 8월 27일 시민·사회·언론·노동단체 30여개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범시민적 언론개혁운동조직이 출범됐다. 민주언론 및 공정보도 실현을 위해 '정기간행물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 등 언론관련 법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했다. 2001년 3월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실천조직으로서 전국의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 148개가 참여하는 '신문개혁국민행동(본부)'이 결성돼 언론개혁의 당면과제인 신문개혁운동에 주력하게 됐다.

언론개혁운동은 이처럼 수십 년 간 축적된 언론민주화운동의 역사성을 지닌 운동이다. 언론인들의 자각과 실천이 그 중심이 돼있다. 언론개혁은 이미 역사적이며 시대적인 요청이지, 현정권의 혀끝에서 갑자기 굴러 떨어진 주장이 아니다. 

언론족벌과 이 땅의 '보수'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르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정권 퇴진'을 외치는, 그리고 언론에 의해 정당한 요구와 주장이 매도·억압당하는 피해당사자인 노동단체들. 권언유착 언론의 폐해를 비판하며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사회·시민·종교단체들. 언론의 올바른 위상을 찾고자 반성하는 언론단체들. 이들이 언론개혁 문제 앞에 어떻게 순식간에 '정권의 홍위병'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족벌언론사는 이제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해 반사회적·반역사적인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언론 탄압을 입증하려는 단말마적인 노력으로 자사 언론인, 학자, 문인, 정치인 등을 연일 동원해 떠들게 하고 있다. 언론족벌들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권력의 무상함이 배여 있다.

언론개혁 차원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긍정적이다. 언론과 정권이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법과 제도 위에서 서로 제갈 길을 가자는 시도다. 뒤늦게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받아들인 현정권의 판단부족과 의심받는 의도는 결과로써 입증될 것이다. 현정권의 불순한 동기나 의도가 있다면 정권의 생명까지도 담보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해도 언론족벌들이 이를 당장 언론탄압이라 규정하고, 다른 정당과 유착돼 반발하는 것은 권언유착의 밀월을 버릴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보여준다. 

언론개혁의 방법을 놓고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굳이 '진보'를 좌경으로 몰아세워 상대적인 위치를 찾고자 한다면, 우익이 '보수'가 될 것인데 우리에겐 가진 자들이 우익을 표방할 뿐이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시키는 '보수'는 전통을 지키고, 국가적·민족적 자긍심을 잃지 않는다. 법과 제도, 질서를 잘 지키는 교양과 도덕성을 지녔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심에 목숨도 기꺼이 버린다. 어디 이 땅에 '보수'를 운위하는 자들이 그러한가. 온갖 비리와 불법, 변절, 병역기피 등에 연루돼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선량한 민중들 앞에선 근엄한 '보수'를 자임할 뿐이다. 언론족벌을 비호하거나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들, 세력들은 언론족벌로부터 보호받거나 그 정체가 언론족벌과 비슷한 부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언론개혁문제에 있어서 언론노동운동은 그 개혁의 본질과 그에 부합하는 활동을 실현할 정도의 능력을 지닐 수 있다. 노동관계법에 의해 법적 지위를 지니고 있고 언론인 당사자이기 때문에 정권이나 언론사주나 법적 지위에 입각한 언론노동운동이 그만큼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는 언론노동운동이 언론개혁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언론노동운동의 성장 

언론사노조들은 1987년 이후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파업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 산발적인 언론사노조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하고 이끌어갈 구심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언론사노조들은 1988년 11월 26일 신문·방송사 41개 노조들을 창립멤버로 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하 언론노련)을 출범시켰다. 언론노동운동의 큰 물줄기를 형성하는 역사적인 장을 연 것이다. 조합원 1만 3천 명이 보다 유기적으로 언론노동운동의 실천에 나서게 됐다.

IMF 경제난은 언론노동운동에 위기를 낳았고 전환점이 됐다. 경제난에 즈음해서 언론사주들은 경영악화와 자금난, 적자를 이유로 종사자들에 대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명예퇴직, 임금삭감을 감행했다. 언론종사자 8천명이 직장을 잃었다. 사주들의 부실경영의 책임이 언론종사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졌다. 무한경쟁 속에 경영난이라는 경영논리에 신문사노조의 패배주의 성향은 더욱 짙어졌다. 기업별노조의 극명한 한계가 드러났다. 반면 언론사노동자들의 노동자로서의 자각은 훨씬 강화됐다. 언론종사자들은 언론사주와 동반하는 관계가 아니라, 철저한 부속품이고 별 수 없는 월급쟁이 노동자임을 깨닫게 됐다.

고용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확보하려는 언론사노조들은 투명경영요구, 부실경영 책임추궁, 경영참여 등을 놓고 파업과 단식투쟁을 진행했다. KBS, CBS, 경향신문, 문화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에서 일반사업장 노조들이 하기 힘든 극한적인 노조 활동들이 쉽게 이뤄졌다. 언론노동운동이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운동의 내용이 복잡해졌다. 이해나 갈등의 양상도 다양한 국면과 범위에서 나타났다. CBS노조, 한국일보노조, 중앙신문인쇄노조는 지금도 어려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별 언론사노조로서는 언론사 안팎에서 밀어닥치는 거대한 신자유주의, 자본의 논리에 기초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노동조건 악화에 개별로 대항할 수가 없었다. 언론이 자본과 경제 논리에 매몰돼 상업적으로 흘러갔다. 언론의 위기가 닥쳤다. 언론노련은 편협한 기업별노조활동을 극복하고 강력한 언론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했다. 전체 언론사노조가 결연히 대응하기 위한 당위적인 대안으로 언론산별노조만이 희망이었다.

2000년 11월 24일 언론노련 산하 79개 기업별노조 1만6천명 조합원 중 먼저 45개 노조 1만 3천명 조합원이 기존 조직을 허물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라는 거대·단일노조를 탄생시켰다. 강령에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을 지켜내기 위한 민주언론수호투쟁에 나선다'고 출범부터 언론개혁을 다짐했다. 

불행히도 현재의 언론개혁에 반발하거나 소극적인 조선·중앙·동아일보사와 SBS 등의 노조는 기업별노조의 조직을 허물지 않고 산별노조인 언론노조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언론개혁 문제에서 언론사별 언론인들의 태도가 바로 이 노조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언론노조운동의 과제 

언론노조의 출범으로 언론노동운동은 기존 단계를 한 단계 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신문개혁국민행동의 주요 조직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6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신문개혁 6월 총력투쟁'을 벌였다. 신문개혁 5대 활동목표를 내걸고 신문사소속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활동했다. 6월 29일엔 마침내 각계가 참여하는 '언론개혁 6월 선언 대회'가 이뤄졌다. 언론노동운동 10년 만에 언론개혁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을 획기적으로 확산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신문개혁 5대 활동목표는 △ 정부 영향력아래 있는 언론사 독립을 위한 대한매일·연합뉴스 소유구조 개편, △ 신문판매시장 질서회복을 위한 신문공동배달제 실시, △ 언론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무능경영진 퇴진, △ 언론민주화와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장치로써 정기간행물법 개정, △ 언론사 불법·비리척결을 위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개 등이다. 

언론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편집·편성권 독립이다. 이 편집·편성권의 독립성 확보문제는 정책과 법률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그만큼 정치적 판단과 행위까지도 요구된다. 이를 언론노조가 해낼 수밖에 없다. 언론노동운동의 주체는 이제 언론노조이다. 

언론노조는 우선 '신문개혁 5대 활동목표'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여러 현안들을 정리해 내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당면과제다. 그리고 언론개혁차원에서 언론계 안팎의 개혁적 활동들을 광범위하게 결합시키는 일을 촉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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