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기업노조의 우리 안의 차별을 풀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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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최근 올해 임단협 투쟁을 마무리했다. 경제는 위기의 한가운데로 돌진하고, 물가는 치솟는 와중이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꽉 막힌 임금인상 때문에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결국 임단협 투쟁에서 호기 있게 내걸었던 노동조건 개선도, 복지제도 개선도 변변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 둘러보면, 더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 및 구조조정 추진은 필수유지업무제도와 같은 물리력에다 이데올로기 공세까지 버무려져 거칠고 강하다. 살기 힘든 세상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 산다고, 지금 노동운동은 산별노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도 산별노조 전환 결정을 마쳐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 다음 날 파업을 예고한 상태에서 11월6일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 비상총회 모습.  ▷ 부산지하철노조 ]
 
일용직 노동자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

그런데 막상 산별노조로 전환하려고 보니, 우리 안의 차별이 걸린다. 부산지하철 안에 1,400여 명 간접고용 노동자가 있고, 47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있다. 일용직 노동자 대부분은 조합원이다.

몇 년 전 단체교섭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계약조건을 매년 계약갱신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성과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단체교섭에서는 급여체계를 바꾸면서 임금을 올리고, 무기계약직에 걸맞은 명칭으로 바꾸기 위한 요구안을 만들었다. 현재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은 일반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반직이 받는 성과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급여가 일급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휴가를 사용하면 기본급이 줄어든다. 그래서 월급제로 급여체계를 바꿔야 한다. 매년 단체교섭에서 일용직 처우개선을 위한 요구안을 내놓았지만, 전체 요구안에 가려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일반직과 격차는 점점 넓어졌다.

올해 단체교섭에서 합의한 일용직 처우 개선 노력의 성과를 간략히 요약하면, △일급 4.43~5.43% 인상, △개인성과급 지급, △생활안정수당 및 면허 수당 신설 등이다. 또한 일용직의 명칭을 ‘상용직’으로 변경했다. 임금인상률만 따져 보면 내년에 대략 12%쯤 오르게 된다. 

1,400여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노조 문 개방해

최근 10년 동안 2호선과 3호선을 새로 개통하면서 부산지하철 사측은 직접고용은 최소한으로 채용하고 외주용역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부산지하철 개통 때부터 함께 해온 청소용역노동자를 포함하여 부산지하철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1,400명을 넘었다.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 중 청소용역 노동자 일부는 공공서비스노조로 조직화되어 있으나 나머지는 모두 미조직 노동자다.

지난 10월10일 쟁의행위와 산별노조 추진방침을 의결한 대의원대회에서 조합가입과 관련한 규약을 변경했다. 노동조합의 구성원을 부산교통공사의 직원에서, 부산지하철과 관련한 부대업체(외주용역, 도급, 파견 등)에 근무하는 직원으로까지 확대했다. 2004년 한 차례 부결 후 4년 만에 규약을 변경한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간접고용 노동자 가입을 허용한 규약 변경은 올해 임단협 투쟁을 통해 얻은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자 임금을 두 자리 수 인상률로 올렸음에도, 격차는 여전하고 월급제로의 변경문제는 다음으로 밀렸다. 또한 일용직은 일반직이 받는 두 가지 성과급 중 하나만 받을 수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조합가입을 할 수 있도록 규약을 변경했지만, 세부적인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고 또 조직화 작업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부산지하철노조는 11월13일 대의원대회에서 이번 단체교섭 합의안을 의결했다. ▷ 부산지하철노조 ]

작지만 소중한 경험, 장애인단체와의 연대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매년 단체교섭에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요구안을 제시해 왔다. 올해는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와 함께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공공성 강화 요구안을 만들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지하철 이용에서 소외받는 장애인과, 지하철을 운영하는 회사의 노동조합이 연대를 통해 장애인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장애인과 연대하게 된 계기는 작년 여름 한 장애인이 지하철역에서 휠체어리프트의 결함으로 중상을 입은 사고였다. 이 사고를 두고 전문조사기관과 언론에서는 휠체어리프트의 자체 결함과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 사고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지하철 운영기관인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쏙 빠지고, 당시 일하던 노동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이 가해졌다. 

이렇게 노동자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은 장애인이 지하철 이용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은 실질적으로 더 어려워지게 된다. 노동조합과 장애인단체는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가 정당하게 책임을 지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투쟁을 했다.

이런 공동투쟁 경험을 통해 노동조합은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와 함께 장애인이동권 증진을 위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장애인의 안전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안전요원을 확보하라는 요구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해 노사가 노력한다”는 한 줄의 문장을 단체교섭 합의문에 넣는 것에 그쳤다. 그렇지만 공기업 노동조합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 단체교섭 요구안을 만들고 투쟁한 이러한 경험은,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이후에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성과라 내세운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사회공공성 확보 투쟁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계기로 사회공공성을 단체교섭의 주요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지하철의 구조조정으로 이용자의 안전과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되던 속에서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사망자 192명 부상자 147명 등 339명의 인명사상이 발생했고, 사망자 중 지하철 노동자는 청소용역 노동자 3명을 포함하여 7명이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방화였지만, 지하철 구조조정에 따른 1인 승무제도 등 노동조건 악화는 방화를 단순 사고가 아닌 ‘참사’로 확대시킨 주범이었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당시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공사가 지하철의 안전을 강화하는 등 사회공공성을 위해 투자하고 인력을 채용하라고 주장했다. 공기업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사회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5년여에 걸친 사회공공성 확보 투쟁과정에서, 그 성과의 크기를 떠나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현장간부와 조합원 사이에 사회공공성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왔다.

팍팍할수록 되새김질해야 할 노조의 사회적 역할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것’이라는 좁은 인식을 벗어나 사회적 의제를 다루면서 투쟁하여 사회를 변화시킬 때, 조합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그런데 현재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은 조합주의에 빠져 조합원의 요구에만 반응하는 활동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리 안의 차별은 늘어나고, 차별을 풀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올해 사업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추진된 일용직 처우개선, 조합가입 범위 확대,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투쟁 등이 당장 눈의 띌 만한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점점 고단해지는 팍팍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금 더 힘을 가진 사람과 조금 더 차별 받는 사람들이 함께 뭉쳐 연대했다는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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