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처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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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노동시간 단축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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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유성지회 가족대책위원회]

아 서 클라크의 소설 『2010: Odyssey two』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래의 어느 날 알 수 없는 외계문명의 영향으로 목성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두 번째 태양이 된다. 지구에는 서로 궤도를 달리하는 두 개의 태양이 생겨, 밤이 없어지고 낮만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자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생물들은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은 잠을 자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게 된다!

사람 몸 안에도 시계가 있다

사람이 왜 잠을 자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뚜렷한 정답은 없다. 단지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할 뿐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나온 가장 유력한 가설은 지구의 자전에 따른 낮과 밤의 존재가 사람이 잠을 자는 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사람의 몸 안에는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s)라는 것이 있어서, 밤이 되면 잠을 자도록 하고 아침이 되면 깨도록 해준다. 그렇다고 사람 몸 안에 시계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몸에서 시계 역할을 하는 것은 뇌의 송과체라는 곳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은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아침이 되어 밝은 태양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였다가 밤에 주위 환경이 어두워지면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이에 따라 사람은 수면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다시 말해 체온이 떨어지고, 호흡수와 맥박이 떨어지며, 에너지를 소비하는 수준이 감소하게 된다.

야간노동은 어떤 건강문제를 일으키는가

이론이야 어쨌든,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체리듬을 거슬러서,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이 일어날까?

먼 저 잠에 대한 영향이 제일 먼저 나타난다. 인체의 시계는 낮에 깨어서 활동하라고 하지만,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낮에 잘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은 잠을 들기가 어려워지고, 잠을 자더라도 깊이 자지 못하고, 중간에 자주 깨게 된다. 한 번 깨면 다시 잠을 들기도 어렵다. 한 마디로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일을 나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집중력이 주간에 비해서 떨어지게 된다. 위험한 기계 앞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우 치명적이다. 순간의 주의력 저하가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낮에 자야하는 생활은 사회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족을 돌보고, 친구와 만나고, 취미활동을 하는 생활은 낮 동안의 일을 마친 후 저녁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은 이러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하기 어렵게 하며, 이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러한 생활이 장기간 지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직 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으나, 관찰 결과 여러 가지 건강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먼저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의 소화기능도 생체리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때 식사를 하는 것이 소화기능에 좋다. 밤에 일을 하게 되면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질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작용하여 만성적인 소화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심장질환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야간노동을 하는 사람들에서 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에 비하여 심장질환의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심장질환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야간노동과 동반되는 여러 가지 특성들, 예를 들어, 장시간 노동, 과도한 작업량,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공동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 근에는 야간노동과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과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간호사, 스튜어디스 등 장기간 야간노동을 하는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는 역학 연구들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유해요인’(Group 2A)으로 분류하였다. 야간노동이 어떠한 생물학적인 경로를 거쳐 유방암 발생에 기여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생체시계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이 사람의 면역 효과에도 작용하는 점에 주목하여, 야간노동이 밤 동안의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이에 따라 면역기능이 억제되어 암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설에 주목하고 있다.

야간노동의 건강장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칙

안 전하고 건강한 작업을 만들기 위한 일반 원칙은 사람을 일에 맞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을 사람에 맞게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건강에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이 있다면, 그 화학물질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은 ‘상책’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작업이 보다 안전할 수 있도록, 그 작업만을 따로 떼어 내 격리 또는 자동화시켜서 노동자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시키거나, 환기장치를 설치하여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써볼 수 있다. 이것은 ‘차선책’이다. 그리고 이것으로도 안전하지 않다면, 일하는 사람에게 마스크, 장갑 등 보호구를 착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써야 하는 ‘하책’이다.

야간작업에 이러한 원칙을 적용한다면 가능하면 밤에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것이 가장 좋은 상책이다. 일의 성격상 24시간 연속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한 업종들, 예를 들어, 야간 경비 업무, 환자치료 관련 업무, 화재․범죄․운송 업무 등은 가능한 야간노동에 투입되는 인력을 최소화해야 하겠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야간노동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선책쯤이다.

차선책에 해당하는 원칙들에 대해서 미국의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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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에 대한 제도 수준 대응 방침>

○ 고정 야간노동은 피한다. (야간노동이 부득이할 경우 교대근무를 한다.)
○ 교대제를 할 때 야간노동은 가능한 최소화한다. (2~4일 이내만 한다.)
○ 교대조가 바뀔 때, 휴식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여야 한다. (특히 야간노동이 끝나고 주간노동으로 전환될 때는 24~48시간의 충분한 휴식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여야 한다.)
○ 주말을 포함하여 교대근무를 해야 할 경우에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상은 주말에 휴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활한 가족 및 사회생활을 위해 주말 휴식은 필요하다.)
○ 장기간 야간노동 후에 장기간 휴식이 반복되는 일정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특수한 경우 10~15일간 야간노동 후 5~7일 정도의 장기간 휴식을 주는 일정도 있으나, 장기간 휴식 이후 다시 장기간의 야간노동에 적응하는 것은 더욱 힘들며 건강에 좋지 않다.)
○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야간노동은 원칙적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12시간 2교대제는 8시간 3교대제보다 훨씬 적응하기가 힘들다.)
○ 교대제의 경우 야간노동은 주간노동에 비하여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을 고려한다. (야간노동시간이 길수록 집중도가 떨어져서 피로도가 상승하며 산업재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야간노동의 경우 시간당 10~15분 씩 규칙적으로 휴식하는 것이 집중력 유지에 좋다.
○ 야간노동에는 업무 조정을 하여 무리한 업무나 위험한 업무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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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까지 언급한 내용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이에 반해 다음에 제시하는 개인 수준의 대책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만 효율은 매우 떨어지며, 업무 일정에 따라 불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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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에 대한 개인 수준 대응 방침>

○ 야간노동 후에는 가급적 일찍 잠자리에 들고, 가능한 긴 시간 동안 (최소 여섯 시간 이상) 자는 것이 좋다. 식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 번 나누어 자는 것도 좋으며, 두 번째 잠은 늦은 오후 졸릴 때를 이용하여 자는 방법이 있다.
○ 야간노동에서 주간노동으로 돌아올 때는 퇴근 후 바로 짧게 잔 다음에, 낮 동안에는 깨어 있다가, 보통 자는 시간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 야간노동 중 수면을 취할 수 있으면 20~30분 정도를 자는 것이 좋다.
○ 야간노동 후 주간에 수면을 취할 때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려서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 소음과 빛을 차단하여 수면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 과식을 피하고, 잠들기 전에 알코올이나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다.
○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 운동시간은 야간노동을 시작하기 직전 최소 20분 정도의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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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논의들

지 난 2005년 4월22일 민주노총이 주관한 <교대제 개선사업의 현황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는 교대제 실태와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발제문에서 박우옥 교대제 개선사업팀 연구위원은 “교대제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야노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실제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반적인 상황은 반대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노동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철도, 도시철도, 병원 등 보건의료산업, 자동차 제조, 택시 등 운수산업, 화학섬유제조업 등에서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교대제의 유지는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행하고, 그 이외의 경우는 교대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교대제 최소화를 위해서는 임금체계를 정액급여 비중을 높여 임금 삭감 없는 교대제 개선이 필요하며, 불가피한 야간근무의 경우 주간 연속 2교대제 등을 도입하여 심야노동을 줄이는 방안, 교대제 형태의 다양화와 야간근무자에 대한 휴식시간 확보 등의 배려, 인력 충원과 직제 개편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최근 2011년 5월에는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인 유성기업에서는 노동자들이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과 관련하여 파업을 벌였다. 유성기업은 자동차부품 제조에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이 파업으로 인하여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영향을 받아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주간 연속 2교대제는 밤 시간대(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철야근무를 하지 않고,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2교대로 나누어서 일하자는 것이었다. 월급제 도입은 그동안 시간제로 받았던 급여를 월급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사는 이미 지난 2009년에 이런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노조가 파업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야간근무 또는 교대제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었으나, 아직 정부에서는 야간근무 또는 교대제에 대한 뚜렷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사업주의 의무 조항에는 “사업주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렇다 할 정책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야간노동도 직접적, 간접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학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야간근무와 교대제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 기업체 내의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이지만, 정부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제정하고, 또한 이의 적절한 시행을 감시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방침도 확정하지 못한 한국 정부

한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교대근무자 건강을 위한 권고지침(안)」을 만들었다. 당시 「권고지침(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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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자 건강을 위한 9대 작업관리 권고지침(안)>

○ 2교대 근무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 잔업은 최소화해야 한다.
○ 고정적 혹은 연속적인 야간교대작업은 줄여야 한다.
○ 교대순환은 전진근무방식(주간 → 저녁 → 야간)으로 하는 것이 좋다.
○ 근무시간 종료 후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두어야 한다.
○ 야간근무 시 근무시간 중 간이수면, 운동 등을 위한 휴식시간을 두어야 한다.
○ 근무 교대시간(시작시간 및 종료시간)은 근로자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해야 한다.
○ 교대근무일수, 업무내용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자.
○ 교대일정은 정기적이고, 근로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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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체적인 권고지침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의 내용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대근무자 건강 보호를 위한 최소 지침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내용도 (2002년 시점에서) 정부 부처 사이의 견해 차이로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그 이후 9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와 관련한 사회와 정부의 인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야간노동과 관련된 사회적인 관심의 증가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하며 부족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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