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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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5백년 전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부족장(chief)을 중심으로 무리가 모여 살던 부족 사회(chiefdom)에서 살았다. 아직 제대로 된 국가(state)는 세워지지 않았고, 당연히 민족(nation, 국민)도 형성되지 않았다. 단지 남만주 일대를 포함한 한반도 여기저기에 여러 부족들이 경합을 벌이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중국에서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아 여러 세력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당시 중원에서는 국가가 출현하고, 민족과 더불어 국민이 만들어졌다. 이런 와중에 '백가쟁명'이라 불리는 거대한 사상적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공자, 맹자, 순자, 노자, 묵자 등 우리에게 낯익은 수많은 사상가들이 어지러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시기도 바로 이때다. 지금 우리가 살펴보려는 손자 역시 공자(기원전 551년∼479년)와 비슷한 시기에 세상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손자의 원래 이름은 손무(孫武)이고, 고향은 제나라 낙안으로 출생과 사망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다. 다만 공자 시대와 비슷하리라 추정될 뿐이다. 손무는 제나라가 혼란스럽자 정처 없이 떠돌다 오나라 왕 합려(闔閭)를 만나 장군이 되어 초, 제, 진 등 주변국들을 물리치는데 눈부신 활약을 하였다고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는 전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손무의 전법은 『손자병법』으로 묶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13편으로 이뤄진 이 책을 손무가 직접 쓴 것인지, 또 13편말고 다른 편이 더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쟁의 승패는 하늘에 달린 것이라 믿는 풍토가 강했고, 이런 이유로 제사가 전쟁 준비의 주요 부분이 되었으며, 전법이나 작전 역시 점이나 미신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의 형태도 넓은 평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고, 보병전(步兵戰)보다는 전차전(戰車戰)으로 치러졌으며, 전면전보다는 왕이나 장군들간의 대결로 승패를 결정짓는 단기전이 주를 이뤘다. 군대 역시 평민보다는 말과 전차, 그리고 무기를 유지할 경제력이 있는 귀족 위주로 편성되었다. 하지만, 춘추시대의 이런 낭만적인 전쟁 형태는 전국시대에 이르러 보병전, 성을 둘러싼 공방, 전면전으로 바뀌었으며, 군대의 주축인 사병을 평민 계층에서 동원하는 장기전 형태로 바뀌게 된다. 더군다나 전쟁의 승패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주체인 인간의 의지와 준비 정도, 나아가 인간을 둘러싼 사회 경제적 환경과 자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는 의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바로 이러한 춘추시대로부터 전국시대로의 대변동기에 『손자병법』이 등장하게 된다. 

서양에서는 군사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15∼16세기의 마키아벨리 시대를 거쳐 18∼19세기 나폴레옹 시대에 들어서 프러시아의 군인이었던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을 쓴 것으로 잡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보다 2천년 이상이나 앞선 『손자병법』의 선진성과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 『손자병법』은 2천 5백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에도 되씹어 볼만한 내용들이 많다. 여느 고전이 그러하듯, 『손자병법』 역시 시대를 넘어 통용될 수 있는 상식과 순리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될 때를 분명하게 판단할 줄 아는 자는 승리한다(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승리할 수 있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적과 싸우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어 놓고 승리를 추구한다(是故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유리하지 않으면 군사를 움직이지 않고, 얻을 게 없으면 군사를 쓰지 않으며, 위태롭지 않으면 결코 싸우지 않는다(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손자병법』의 아이디어는 중국 역사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는데, 특히 중국의 역사와 철학에 능통했던 모택동은 자기 경험과 지식으로 『손자병법』을 재해석하여 1927년 추수 봉기에서 시작된 20년이 넘는 그의 무장투쟁 곳곳에 활용한 바 있다. "전쟁은 신비한 영역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필연적인 운동일 뿐"이라는 모택동의 생각은 『손자병법』의 핵심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손무 짓고 유동환 옮김, 홍익출판사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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