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역할과 전망에 관한 제언

글쓴이 :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선출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시민명예노동옴부즈만 제도 도입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2년 4월, 2014년까지 25개 자치구에 노동복지센터 설립을 위한 지원계획을 발표했고, 이는 노동자 차별 해소와 노동 복지 증진을 위한 기존 인프라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를 확충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단체들은 노동복지센터 설립에 대해 호의적 의견 표명만으로 그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첫째, 노동복지센터가 상시 조직체로 운영되면서 노동자 복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둘째, 노동단체는 지자체의 재원이 투입되는 공공근로복지시설에 대해 견제와 참여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며, 셋째, 지금 상황에서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단체들이 센터 운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는 기존 3개 자치구(구로, 서대문, 성동)의 근로자복지센터를 포함하여 2014년까지 25개로 확대되고, 투입 예산 역시 2012년 30억 원에서 2014년 75억 원으로 증액될 계획이다. 이처럼 공공근로복지시설은 확대될 전망이지만, 관리운영 주체인 지방정부와 위탁운영을 맡을 노동단체 모두 노동복지센터의 위상을 명확히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본 글은 노동복지센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검토하면서, 시론적 수준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가 맞닥뜨릴 오래된 딜레마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와 유사한 성격의 공공근로복지시설은 1992년부터 국비와 지방비가 50 대 50의 비율로 투입되어 설립된 근로자종합복지관이 대표적이다. 근로자종합복지관은 기존의 노동복지회관과 근로청소년회관의 기능을 통합하여, 교양•교육시설, 생활편익시설, 여가•휴식•문화시설 등 근로자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근로자종합복지관은 노동자를 위한 종합적인 복지시설로 위상을 가지고 있으나, 지역 사회복지관의 프로그램이나 수혜 대상과 중첩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근로자종합복지관이 주요한 사업으로 상정하고 있는 직업안정 및 고용촉진 사업 역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상당히 유사한 시스템들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도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동일하게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사업은 향후 자치구별로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서울시는 △무료 법률상담, △근로자 교육사업, △노동조합 지원 및 자문사업, △상생 노사관계 정착 및 노사화합을 위한 노사협력 사업, △일자리정보 제공 및 직업능력 개발교육을 주된 역할로 상정하고 있다. 노동복지센터 설립 계획 이전부터 운영 중인 근로자복지센터의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문화강좌 및 북 카페 운영 등 실제 사업 범위는 더욱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을 비춰볼 때, 노동복지센터는 ‘노동복지’를 키워드로 하여 광범위하게 사업범위가 설정되면서 기존의 지역사회복지 및 노동복지서비스와의 중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사업과 예산을 연계해보면, 기관당 3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서울시가 상정하는 상기 사업이 어느 정도 수행될 수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복지센터의 사업을 위탁받고자 하는 노동단체는 사전 계획에서 많은 사업들을 열거하게 될 것이고, 한정된 인력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직접 수행할 경우, 문화강좌 프로그램 운영이나 일회성 행사가 사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즉 노동복지센터는 ‘노동 서비스 허브’로 위상을 가지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사업의 전문성과 차별성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받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노동 서비스 허브 아닌 ‘노동 네트워크 허브’로 기능해야

현재 수준의 인력, 시설, 예산 속에서 노동복지센터는 기존 공공부문의 사업과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위탁운영의 주체가 될 노동단체는 제도권 내 조직과는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복지서비스에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만들어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노동단체의 강점을 바탕으로 노동복지센터의 전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위상을 기존 노동 관련 인프라와 제도를 종합적이고 기동적으로 연계하는 역할을 하는 ‘노동 네트워크 허브’로 설정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노동 네트워크 허브를 노동복지센터의 위상으로 제안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사항이 고려됐다. 첫째, 입직에서 퇴직까지의 노동생애 동안 노동자가 직면하는 문제와 관련한 공공부문 내 제도의 존재이다. 이는 노동복지센터가 구직, 직업훈련, 노동분쟁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공공부문의 인프라 및 서비스와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의 문제로 환원된다. 기존 노동 관련 인프라 및 서비스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복지센터 또한 동일한 사업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역할 보완에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 공공부문의 인프라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 관련 기존 공공부문 인프라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들이 갖는 양적·질적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시켜주는 것이 노동복지센터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즉 노동 네트워크 허브는 노동 및 노동자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 내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켜주는 기능을 가짐으로써, 기존의 인프라와 중복의 문제를 피하고 기존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노동복지센터의 기능과 위탁기관 핵심사업과의 관계이다. 서울시는 노동복지센터를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단체에 위탁할 계획이고, 이에 따라 위탁을 맡은 노동단체는 자신의 설립 목적에 따른 핵심사업을 노동복지센터의 사업과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안게 된다. 노동단체가 자신의 고유 목적사업을 노동복지센터의 핵심사업으로 가져갈 경우, 정체성 혼란, 사업의 지속성 담보 어려움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노동단체는 노동복지센터라는 공공근로복지시설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자신들의 축적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복지센터를 위탁운영하는 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와 전문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내 다양한 노동단체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기존 지역사회 내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해 왔던 노동단체들을 네트워킹 시키는 허브로서 노동복지센터의 위상을 그려볼 수 있다.

필요성 공감 넘어서는 구체적인 기능 논의가 활발해지길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사업은 취약계층 근로자의 권리 신장과 근로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837만 명,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 173만 명 등의 한국 노동 현실은 노동복지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아직까지 그 기능과 방향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설립이 갖는 의미가 기존 노동 인프라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기존 노동 조직과 제도를 자극하는 역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 노동복지센터가 ‘노동 네트워크 허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제작년도:

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