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부문의 감정노동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글쓴이 :

 



우리 사회에서 고객은 ‘왕’인지라, 호텔, 식당, 유통 등의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이들은 손님이 이른바 ‘진상’을 부려도 울컥 올라오는 울화를 목구멍까지지만 눌러두고 미소를 지어야 한다. TV 방송에서 개그맨들이 남을 웃겨야 하듯, 다수의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내 기분과 상관없이 고객에게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이처럼 “배우가 연기하듯 타인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감정노동’이라고 한다.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직업들 중에는 ‘긍정적 감정노동’(밝은 미소)을 수행해야하는 것들도 있지만, 부정적 감정노동(화난 목소리나 태도)을 수행해야하는 것들(채권추심원, 조사관, 근로감독관, 보안 경비업, 경찰 등)도 많이 있다. 또한 ‘중립적 감정노동’(무표정)을 수행해야하는 직업(판사, 운동경기 심판, 카지노 딜러, 장의사 등)도 있다. 그렇다면 감정노동은 어떻게 정의하고, 우리나라 감정노동의 실태는 어떠할까?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변화하는 노동의 성격: 감정노동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개념은 1983년 미국 버클리 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알리 러셀 혹실드(Hochschild, 1983)의 저서, 『관리된 마음: 인간 감정의 상품』이 출판되면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항공사 승무원 사례 연구를 통해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직업상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감정노동이라 표현했는데, 미국 여성의 2분의 1이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혹실드의 연구로 감정노동에 대한 논의가 촉발된 이후, 그 개념을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켜 다양한 업무와 노동에 적용시키고 그 적실성을 검증하는 연구들이 뒤를 잇고 있다. 

즉, 혹실드 이론에 기초하여 승무원뿐만이 아니라 미용업, 콜센터, 간호직, 판매직, 은행 텔러, 카지노 딜러, 텔레마케터, 패스트푸드 체인점 종사자 등의 다른 직종에 대한 사례 연구들도 발표가 되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 호텔, 항공사, 간호사, 콜센터 등의 직종들에서 감정노동에 관한 연구 보고서들이 제출되고 있다. 한편, 국내 학계의 연구들은 감정노동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건강상의 문제나 개인의 심리적 문제(정신적 소진, 우울증 등), 감정적 격차(감정적 부조화) 등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주된 초점을 두고 있으며, 사회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직의 감정노동 실태

혹실드는 감정노동을 4가지 차원(표면적 행동, 심층적 행동, 적극적 심층행동, 소극적 심층행동)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감정노동의 문제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서비스 노동을 통해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는 고객과의 감정교환이 전제되어 있다. 특히 상품을 팔기 위해서 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이 원하는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야하며, 이는 조직적으로 요구되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감정노동의 조직적 요구로 인해 개별 종사자의 감정노동은 표면적 행동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 행동으로 변화된다([그림1] 참조).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주된 업무 자체가 상품판매와 고객 상담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상효작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노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서비스산업 종사자 10명 가운데 약 7명가량이 “고객으로부터 불쾌한 언행(폭언)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에서는 해당 종사자들이 업무상 ‘고객으로부터 불쾌한 언행(폭언, 폭행, 성희롱)’을 자주 경험함에도, 특별한 예방(법정교육)이나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서비스산업 종사자의 감정노동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 결과는 없다. 그만큼 감정노동 문제가 학문적으로도 정교하게 정립돼 있지 못한 상태를 반증하는 것일 터다. [표]는 서비스직 종사자들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정리한 것인데, 서비스산업 하위 업종(생산자, 유통, 개인, 사회서비스)의 전 종사자들에게서 감정노동의 수행 정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들에게 표출하는 감정적 서비스의 양과 질이 ‘매출액’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 기업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기업에서는 단순한 고객과의 상호작용의 차원을 넘어서, 감정노동을 기업 시스템 차원에까지도 도입시키는 분위기(기업 내부 부서 개편, 친절 서비스 다양화, 전 직원 친절교육 시행, 인사평가 반영, 유니폼 변화, 고객의 소리함 설치 등)가 강화되고 있다. 한편, 이렇듯 서비스노동자들의 대면서비스와 감정노동이 업무실적과 연동되면서 직장생활의 주요 스트레스로 지적되고 있다. 

서비스직 노동자들 업무수행의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까다롭고 불쾌한 손님접대’부터, 관리자의 질책 대응, 너무 많은 손님 접대 등 다양한 업무에서 감정노동이 포착된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노동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상태는 특별히 해소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동료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손님의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조하는 것,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해소하는 것이 전부다. 

최근 학계에서 발표된 감정노동 연구조사들은 서비스업의 반복되는 감정노동이 심리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감정노동은 개인의 ‘심리적 탈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항공사 승무원들은 “하도 미소를 짓다 보니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음은 모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가 감정노동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다.

‘아, 이제는 고객이 싫어요’, ‘고객이 나에게 묻는 것도 싫어요’, 이런 사람들도 있어요. 정신적인 문제죠. 정말 친절하게 잘하던 애들도 ‘이제 고객이 싫어요! 더 이상 물건 하나도 못 팔겠어요!’라고 말해요. 그 애가 약 1년 됐을 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상담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친절하지는 않아요. 표정이 없어졌어요.

감정노동 문제 해결, 사회적 인식 전환부터 시작해야

앞의 사례처럼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 노동자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감정노동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즉,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자기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과 대면하여 일하는 기간이 장기간 지속되어 직장 내 업무와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때문에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구성원 모두가 서비스노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식 전환을 통해 감정노동으로 인한 육체적이고 심리적 탈진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 해소 방안뿐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감정노동은 고객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지만, 개별 기업이 노동과정 통제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시급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서비스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서부터 서비스노동의 성격을 파악하고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 요구된다. 사실 개별 기업차원에서는 감정노동 해소를 위한 노사의 공동 노력도 필요한데, 단체협약이나 노사협의회 수준에서 [그림2]에서 제시하는 조치들을 검토하고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제작년도:

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