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노동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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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2001년 6월 8일(금)
- 곳: 사무금융노련 교육장
- 발표자: 김태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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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비정규 노동운동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가 IMF상황을 겪으면서 화두로 등장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비정규 노동자가 조직화 및 투쟁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재능교사노조의 투쟁이나, 작년 들어 공권력 투입에도 승리를 쟁취한 롯데호텔 노동자의 투쟁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쟁점으로 제기하였다. 아울러 이랜드노조나 방송사비정규직 노조, 골프장 캐디의 투쟁 등 다양한 비정규직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민주노총은 2000년 투쟁요구의 하나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제기했으며,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화를 위한 5억 기금 모금을 결의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민주노총은 2000년 한 해 동안 90개 노조 35,784명을 조직했다고 평가하였다. 언론도 비정규직 문제를 쟁점화하기 시작했으며, 노사정위원회도 의제로 채택하여 소위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운동의 주체 측면에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한계와 혼선이 드러나고 있다. 대우캐리어 사태에서 나타났듯,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간의 갈등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 노조 가입과 연대 거부에서, 나아가 상호 충돌로까지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조직화와 투쟁 국면에 접어들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로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화 방도를 둘러싸고 산별노조냐, 지역일반노조냐, 업종별 노조냐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우캐리어 사태는 비정규직의 독자 노조냐, 통합노조냐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한편으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는 법제도 개선 문제와 관련해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장기적 방향은 무엇인지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관련 전술전략을 어떻게 가져 가야할 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1. 비정규 차별 철폐냐, 비정규직 철폐냐

비정규 노동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나 재계에서는 비정규 노동의 확산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차원에서는 당연한 추세이며, 단지 부분적 보호가 요구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며, 정규직화가 아닌 보호에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의 완전 철폐를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 철폐냐, 보호 또는 차별 철폐냐 하는 논쟁은 현실의 흐름을 떠난 학문적인 논쟁 이상의 적합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왜냐하면 정부나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 비정규직의 확산은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되돌릴 수 없는 현상으로 전제하고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단념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노동시장 차원의 대안을 주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전경련이 발간한 『21세기 고용구조 변화와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이라는 보고서 요약에서 연구의 기본적 관점을 "① 노동시장 유연성의 증대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구조적 요건이자 기업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사안,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대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요건을 위한 필요 불가결한 현상, ② 기업 경쟁력 향상과 임금생활자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의 문제와 고용조건의 질적 향상과 좋은 직장을 어떻게 더 많이 창출할 것인가의 문제, ③ 따라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접근은 이러한 각도에서 조명되어야 하며, 비정규직 근로자 집단이 겪는 생활불안정과 고용불안정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해결되어야 함, ④ 노동조합 역시 이러한 관점으로의 인식 전환이 요구됨. 생산성 및 경쟁력의 향상 없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면 기업의 고용능력이 저하되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노동조합에 불리한 영향을 초래. 국가주도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효율성이 소진된 시점에서 노동조합은 시장법칙을 고려한 합리적 행위선택과 정책개발이 요구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본의 의도적인 비정규직 양산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파트타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증가한 선진 사회의 현실과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같이 비교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이 경제위기 이전에도 4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IMF 이후 더욱 비중이 높아져 50%를 초과하게 된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파트타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의 비정규직과 달리 임시·일용직, 소위 기간제 노동자가 약 728만명(약 56%)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아울러 파트타임 노동자의 절대다수도 임시·일용직(95%)이라는 점에서 외국과 매우 다른 추세를 보인다. 이들 기간제 노동자들은 정규직보다 많은 노동시간을 일하고(정규직 47.1시간에 비해 47.5시간) 정규직 임금의 51.8%만 받고 있으며, 각종 사회보험은 20∼22.4%만 적용받고 있다. 또한 퇴직금·시간외수당·연월차 수당도 14.1%∼19.8%밖에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한국산업노동학회 쟁점토론회 『비정규직과 노동운동』자료 중에서 인용). 그리고 유급출산휴가도 5%만 적용받고 있다. 정규직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비정규 노동자의 80% 이상은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 된 사람들이며,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규직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이나 구조조정의 용이함, 노동조합 회피 전략으로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규직화 추세는,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전면화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의 주된 방안으로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의 재고용, 또는 분사화·아웃소싱·외주화·도급화 등으로 인해 확대되고 있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우리 노동법제의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항이 미비함을 들 수 있다. 법제의 규제수단이 형편없어, 비정규직을 무제한 해고하거나 반복 계약으로 재고용해서 신분 차별을 가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우선 필요한 것은 기간제 노동자 고용조건을 규제하고(결원 대체나, 일시·임시적 사유에 한해서만 사용), 반복계약이나 기간을 초과한 고용시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요구가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우선 요구가 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철폐' 주장의 오류

하지만,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 철폐", "불안정 노동 철폐"를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파견철폐 공대위는 「비정규직 투쟁현황과 전망」에서 "민주노총 일부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는 너무 원칙적인 구호이며,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대 자체가 이미 차별을 전제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결과를 갖고 투쟁하겠다는 것은 관념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제 정규직 중심의 노동력 유연화 분쇄투쟁 중심의 투쟁은 의미가 없고,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확대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것은 지금 비정규직의 확대가 노동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해 생긴 것임을 무시하는 것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 문제를 '비정규직들만의 조직화'와 '비정규직들만의 투쟁'으로 좁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안은 '구조조정 완전 분쇄와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우리의 요구로 갖고 투쟁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야 투쟁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대다수의 불안정노동자들이 권리의식이 미약하고 단결활동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은 불안정노동이 사회적으로 제거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확산시켜내야만 한다. 상당수의 조직노동자들이 불안정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의식을 가지고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해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마찬가지로 '불안정노동의 철폐'가 전 노동대중의 공통의 요구임을 설득해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윤애림,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운동」, 산업노동학회 쟁점토론회 자료집 『비정규직과 노동운동』 44쪽). 

이 글들은 현실적으로 비정규 노동자 대다수의 절실한 요구인 정규직화를 정당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논지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불안정 노동 철폐' 주장은 파견노동자뿐만 아니라, 임시직·파트타임 노동자까지 모든 비정규직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비정규직이라고 총괄해서 표현하지만, 이는 정규직에 대응한 개념으로서 실제로는 임시직·일용직 등의 기간제 노동자(현재 약 728만명), 파트타임 등의 단시간 노동자(약 101만명), 파견·사내하청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 등의 위탁계약직(약 100만명 추정) 등으로 나뉘어지며, 이들 각각은 지위와 처지에 따라 구체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기간제 노동자는 엄격히 규제하여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사유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단시간 노동자는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며, 간접고용노동자는 가능한 철폐하도록 노력하고, 위탁계약직은 노동자성을 인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전면 폐지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왜곡시키는 것이다. 

업무의 성격과 노동자의 처지에 따라 임시직을 써야 할 자리가 있으며, 특히 어린이를 기르는 부모의 경우 육아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동일노동에 대한 동등처우지, '비정규직 철폐'가 아니다. 또한 기존의 건설산업과 노동시장 구조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라면, '비정규직 철폐' 요구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이렇듯 해당 산업의 상황과 조건, 해당 노동자의 처지와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정규직화' 요구는 '좌경주의'를 부추기는 전술적 오류로 전락하기 쉽다. 또한 무조건적인 '정규직화' 요구는 미래지향성도 떨어진다. 21세기에 들어서 노동시장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감안할 때, '남성-정규직'에 기반한 고용구조는 점차 그 기반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주장은 남성이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야 했던 20세기 '산업사회'의 잔재이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커지고, 고용형태가 다양화되는 오늘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정규 노동운동은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비정규 일자리의 정규직화 요구를 한 축에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목표로 내세우는 이원(two-tire)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주장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 철폐"는 복잡한 현실 상황을 반영한 적절한 구호라고 판단한다. 

2. 비정규직 조직화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들 노동자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는 정규직-기업별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운동의 조직발전 전망과도 연계되어 고민의 갈래가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 업종별노조, 비정규직만의 독자노조 등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있어 장기적인 원칙과 현실적인 단계를 구분해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중장기적으로 산별노조로의 전망을 가지고 우리의 역량을 집중하되, 단기적으로는 현실에 맞게 각급 조직을 다양하게 건설하고 실천해가면서, 이 과정에서 민주적 논의와 조정을 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캐리어 사태는 민주노조의 선봉에 서왔던 캐리어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 노동조합 건설을 지원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불신과 반목으로 귀결되었다. 이는 정규직-기업별 노동조합의 틀로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극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측면에서 대안은 기업의 틀을 뛰어넘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재정과 인력을 중앙으로 집중한 산별노조일 수밖에 없음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산별노조 건설이 기업별 노조의 통합을 통한 단일노조 체계로서 그 자체가 저절로 비정규직을 조직할 근거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산별노조가 완성될 때까지 비정규 노동자들 스스로의 조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은 비정규 노동자를 외면하는 것이기에, 현재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 현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별노조 전망 속에서 조직형태를 고민해야

산별노조가 건설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일반노조'나 '업종노조'가 대안은 아니다. 힘없는 노동자끼리의 조직이란 더욱 힘없는 조직으로의 추락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노조나 지역노조가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건설 일용 노동자의 경우처럼 동질성이 강하고 노동시장이 기업을 떠나 지역 단위로 구성된 경우에는 지역산별노조가 유용한 대안일 수 있다. 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노동자의 경우처럼 동질성을 가진 특수 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은 업종 단위로 노동시장의 공통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국 단위의 업종노조가 유용할 것이다.
 
한편으로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같은 기업 내에 정규직과 함께 일하는 임시직, 또는 파견·사내 하청 등 간접 고용 노동자의 경우, 롯데호텔이나 이랜드 사례처럼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과 함께 투쟁하고 조직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홍익매점처럼 기존의 정규직 노조가 노조 가입을 거부하고 독자 노조 설립도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가능하면 단일한 기업 내에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하나의 조직에서 투쟁한 롯데호텔이나 이랜드가 성과 있게 투쟁을 마무리한데 반해, 그렇지 못한 한국통신이나 대우캐리어의 경우에는 양자 모두 타격을 입었다. 

상급단체가 조정 역할 해야

그러나 기존의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조합과 비정규 노동조합간의 의사소통이나 민주적 합의, 그리고 연맹의 지도력과 조정력이 절대 필요하다. 서로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양자간에 요구의 불일치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또 새롭게 조직된 비정규 노동조합의 경우 요구가 강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연맹 차원에서 지도력을 가지고 조정해야 한다. "계몽과 설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동일한 협상 영역에 정규-비정규 조직이 병존하는 경우 공동의 협의기구 설치를 관행화하고 조정을 지원하는 절차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박영삼. 「진보에서 희망 찾기-대안은 있다」, 『진보정치』 45호. 2001년 6월 1일, 7쪽). 

유연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비정규직 조직화는 기존의 기업별 정규직 중심의 우리 노동조합 운동의 혁신과 반성,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조직화는 기존의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거나 연대할 수 있도록 기존의 틀과 의식을 깨는 각종 교육과 지침 등을 산별과 중앙 조직 차원에서 배치하고 수립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캐리어와 홍익매점 문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기존 노동조합이 민주노조 여부를 떠나 여전히 정규직-기업별 노동조합의 틀에 안주하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기업별-정규직 중심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비정규 조직화나 노동조합 조직력 확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산별 연맹이나 산별 노조 차원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인력과 재정을 배치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을 배치하도록 기업별 노동조합주의를 극복하는 사업을 전개하여야 한다.

산별 차원에서는 자기 특성에 맞는 조직화 방안을 제출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건설일용 노동자의 조직화는 오랜 조직화 경험을 통해 건설일용무료취업알선센터의 활동, 조직활동가의 교육과 배치, 지역노조로의 조직화방안, 건설사 정규직 노동조합과의 연맹 통합 달성, 일용직 사회보험 적용 및 직업훈련, 지자체를 상대로 한 공공근로사업 확대 및 공공발주사업에서의 지역 노동자 의무 채용을 위한 제도개선투쟁 등 여러 측면에서 모범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조직화 노력과 정책 대안의 결합은 선험적인 원칙과 구호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고, 창조적인 노력,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실천 속에서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각종 서비스 제공이 곧 불안정 노동자들의 조직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논리는 현실성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 산업 특성과 노동자의 조건에 맞는 창조적인 조직화 방식이 필요하다. 

내셔날 센터의 역할 

중앙의 내셔날 센터는 비정규 조직화에 대한 캠페인과 법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여성할당제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대의기구 개편 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 민주노총의 조합원 구성이 전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위해 노력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노총, 산별연맹 등 각급 조직의 경우, 해당 실무자의 헌신성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문제가 중심사업으로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각급 결의도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수사에 불과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극복되지 않을 경우 비정규 문제는 계속 기존 노동조합운동과 충돌하거나 독자성을 강화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각급 조직의 실천과 역할을 축적하고 조정해 가면서 장기적으로 산별노조 건설로 모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기업별 틀에 안주하거나, 비정규 노동자의 독자적 틀만 고집할 경우 노동운동으로서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의 통일단결은 상호 분열과 고립으로 치닫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다양한 조직화 실험 역시 산별노조로의 결합이라는 전망을 가져야 하며, 이런 조직 발전 전망 속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통일 단결하는 모범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3. 제도개선 과제

모순된 정부 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라는 과제는 법제도 개선 투쟁을 노동운동에 요구하고 있고, 이는 현재의 정치권력과 질서를 깨뜨리는 투쟁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비정규직 제도개선과 관련된 논의는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 차원의 논의로 넘어가 있는 상황인데, 그동안 1년 간의 비정규소위에서 이 문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앞으로도 특위에서의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근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 노동자 보호라는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사정위의 논의는 제대로 된 사회적 협상의 창구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근거로서 역할하고 있다. 

어정쩡한 양대 노총 

그동안 한국노총은 비정규 문제와 관련하여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 유예 및 전임자 임금과 맞바꾸는 등 원칙에 벗어난 입장을 취함으로써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대변하기 어려운 위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온 상태에서 비정규 문제 해결을 주장해 왔는데, 최근 노동시간문제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개정 요구보다는 '개악 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역시 법제도 개선 요구를 제기할 확실한 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악 저지와 개정, 비정규직 철폐·노동기본권 완전쟁취를 위한 투쟁계획』에 따르면, 총자본의 비정규 관련 노동법 개악방향을 "① 기간제 근로계약 연장(업종 제한 없이 3년), ② 파견근로 대상업종전면확대 및 기간 연장(3년으로 연장, 3년 이상 고용 시 직접고용으로 간주), ③ 직업알선·인력파견 활성화 방안을 통한 비정규직 강요 및 양산(정부지침[3D업종 인력부족 종합대책] 및 대형인력파견업체 설립 법제화를 통해 추진), ④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근로자에게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근기법 중 극히 일부분만 적용(임금, 해고, 산재), 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적용 유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 개악저지투쟁과 동시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법개정투쟁을 공세적으로 전개한다고 하고 있지만, 우선 목표는 누가 보더라도 개정보다는 개악 저지에 맞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악 저지'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실상 경총이나 자본이 요구하는 정규직 과보호의 철폐나 부분적 개정 요구는 비정규직 제도개선 요구에 대한 '맞불 작전' 측면이 강하다. 사회적 의제로 등장한 비정규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철폐나 부분적 개정이라는 입장은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세련된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에서 이러한 자본의 의도를 폭로하지 않고 개악이라는 측면만을 부각시킨다면, 법개정 요구라는 공세적 입장에서 개악 저지라는 수세적 입장으로 전환되고 만다. 이 경우, 현 상태 유지가 승리로 간주되는, 우스운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의 절박한 법개정 요구를 외면하고 자본의 전술에 들러리를 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에서 되풀이해온 관행(조직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 요구를 부각시키기 보다 자본의 개악 국면을 강조하는 것이 낫다는 식)이 정규직의 이기주의와 결합해 '개악 저지', '현상 유지'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관련 법개정 문제에 있어 실제 중요한 것은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느냐 아니냐는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고, 관련 법제도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협상의 틀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논의를 주도하고 쟁점을 선도하려는 노력이다. 

4. 연대와 투쟁의 전략 전술

비정규 노동자의 투쟁은 비정규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이나 해당 노동자 차원의 투쟁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투쟁들이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엄청난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장기성·완강성·투쟁성을 가지고 극복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효과적인 전술 전략이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 대오의 헌신성과 투쟁성이다. 노조 거부, 해고, 폭행, 고소고발, 구속, 구사대와 공권력 투입 등의 각종 탄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체가 되는 노동자들의 투쟁성과 헌신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정규 노동자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에 더해서, 투쟁의 전략·전술을 숙지하고 연대를 이루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초기에는 비정규 노동자 스스로가 탄압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본을 타격하며 대오를 이끌기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맹이나 지역본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주체적 조건과 객관적 상황을 고려한 전략 전술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때로는 선도 투쟁이, 때로는 장기 투쟁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어려운 투쟁을 거치더라도 그 성과라고는 노조 인정이나 근로기준법 준수 수준인 경우가 많다. 현재 비정규 노동자의 투쟁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보다는,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간의 연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고민할 주제에 대해서 지적해보고자 

정규직과의 연대 강화해야 

대우 캐리어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동일사업장 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최우선 과제로서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 상급단체의 조정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캐리어의 경우, 사태가 악화된 책임이 정규직 노동조합보다는,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상급단체와 지원단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 원청회사나 파견사업장의 사업주가 계약을 해지하면 자동 해고된다는 점에서, 원청회사나 파견사업장 정규직 노조의 지원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하청노동자들끼리의 단결만으로 문제를 개선하기는 불가능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의 토대는 모두에게 공통된 투쟁과제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까지 정리해고와 인력감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은 구조조정에 대응한 연대투쟁 또는 고용문제에 대한 공동 요구를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노동조합과 함께 논의하고, 요구와 방침을 공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는 개별 기업 차원에 그대로 적응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어렵고 지난한 과제다. 정규직화를 이뤄낸 투쟁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근기법의 적용여부를 둘러싼 싸움에서 시작하여, 몇 년간 반복 갱신한 임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거나, 법에 규정된 대로 근무기간이 2년이 넘은 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정규직화 주장을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논의나 동의 없이, 처음부터 내거는 것은 바람직한 전술이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 속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로 시작해, 그 요구를 높여나가는 전술이 현실적일 것이다. 

아울러 투쟁의 원칙적 의의만 강조할 경우 투쟁이 실패하고 난 다음, 대중들은 허무주의나 패배감에 허덕일 가능성도 높다. 대중은 투쟁 속에서 단련되지만 좌절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침묵하고 좌절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작지만 승리하는 투쟁의 모범을 보여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시민사회로 연대 폭 넓혀야

마지막으로 비정규 노동자의 연대는 노동자들끼리의 연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나 여성단체까지 연대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문제인 동시에, 인권 문제이며, 대부분 여성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인권·여성·시민들과의 연대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롯데호텔이나 이랜드의 사례는 비정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를 발전시켜 나가는 주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운동도 이런 흐름을 사회 전체의 진보적 연대로 확장시켜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토론 ]

박영삼(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광주의 캐리어에서 정규직노동자가 사내하청노동자 파업에 반대했던 이유는 성수기가 임박한 시점에서 일주일 전에 정규직노조가 임단협을 타결지었고, 성수기에 맞춰 공장을 풀 가동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종의 특성상 위니아 등 다른 에어콘 제조업체 노조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리어 정규직노조에만 국한해 비난을 퍼붓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제조업에 만연된 간접고용은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업조직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캐리어의 경우, 노동력의 상호 대체가 원활히 이뤄진다. 이러한 작업조건을 고려할 때, 별도노조를 조직하는 것은 무리였다. 작업형태가 유사하거나 동일할 경우 단일노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업무가 전혀 무관한 경우, 별도 조직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상호대체성은 없겠지만, 별도 조직간에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의 비정규직노조가 한 기업 안에 있을 경우 교섭권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상급노조가 조정과 지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차별 철폐냐 정규직화냐'의 주장과 관련하여 발제자 의견에 동의한다. 한국통신 계약직, 이랜드노조, 캐리어의 경우 해당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차별을 참았던 것은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너무나 당연했다. 사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이 58%에 이른다면, 정규직과의 격차가 이토록 심하게 나서는 안 된다.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밖에 안되고, 사회보험 적용률이 20% 수준이라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불법파견 2년차들의 규모도 엄청나다. 법 취지대로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기형로(금속산업연맹 비정규직 담당) 금속연맹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캐리어에서 두 노조간 대립 갈등을 조정·해소하고 함께 투쟁하는 조건을 만드는데 상급단체 역할이 대단히 미약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연맹에서 결합했을 때는 갈등이 심해져 손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규직노조가 있는 대공장의 사내하청에 대한 조직화는 중요사업이다. 다른 사업장도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캐리어와 비슷한 결론으로 갈 것이다. 캐리어의 경우, 준비과정이 거의 없었고, 앞서가는 일부 그룹에 의해 깃발이 올려지고, 바로 자본의 반격이 들어오면서 결과가 안 좋게 되었다. 상급단체의 역할이 미비한 점은 동의한다. 캐리어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비정규 노조운동이 일부 그룹 중심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정규직노조 및 상급단체와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지 않으면, 이기는 싸움을 하기 어렵다. 

캐리어 사내하청노조는 2월 말 결성되었고, 노조 결성 직전에 정규직노조의 협력과 지원이 있었다. 당초 정규직노조는 하청노조에 정규직화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것을 요구했고, 하청노조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 캐리어의 경우, 사내하청노조로는 처음으로 하청 노동자 대다수를 조직한 모범 사례였다. 하지만, 정규직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정규직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했고, 이것이 정규직노조의 발목을 잡았다. 

사내하청이 들어온 많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것이다. 지금의 현대자동차 집행부가 사내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당선됐지만, 사실 공약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정규직 조합원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볼보비정규직노조, INP사내하청노조 투쟁에서 보이듯, 노조가 결성되자마자 계약을 해지하고, 이후 하청업체가 바로 폐업을 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을 내세워 다른 업체를 만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계약 해지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 노조를 만들어도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배규식(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한국통신의 경우, 노동시장 임금과 한통의 정규직 임금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한국통신의 비정규직 임금은 노동시장 임금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문제가 된 114 교환원 4천명 가운데 정규직이 1천2백명이다. 이중 5백명이 40세 이상으로 연봉이 4천만원이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은 70만원에서 백만원 받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 요인을 줄이는 게 목표가 되는 것이다. 

한국통신 정규직의 경우, 30호봉까지 있고 정률로 임금인상을 하는데, 이 경우 시장 임금보다 세 네 배 높다. 이런 비용 부담을 기업이 견디기 어렵다. 당연히 임금동결이나 임금인상 차별화를 시도하게 된다. 

한국통신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을 볼 때, 정규직 노조원이 비노조원을 유인하는데 얼마나 소극적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시키든지,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든지 등의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시장과 격리된 사업장, 즉 독점기업이나 공기업에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 이것은 비정규직 차별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며, 구조적으로는 나이 많고 임금 많이 드는 사람부터 자르는 경영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노항래(공공연맹 정책국장) 한국통신의 고임금 문제는 114에 한정된 건 아니다. 1995년 파업 접을 때, 민영화에 따른 내부 반발을 임금인상으로 보전하는 식으로 무마시켜왔다. 그리고 사측은 신규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기존의 정규직은 고임금을 유지하는 식으로 비정규직과 차별하면서 내부 노동시장의 이중화를 추진해 왔다. 한국통신 사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가 사회적으로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얼마나 심각한 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연유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대단히 어려웠다.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크고, 정규직노조가 실리적인 기업별노조주의에 물들어 있는 상황에서 내부노동시장의 이원화를 노조와 조합원이 방치해온 것이다. 

이재인(한통계약직노조 선전부장) 한국통신 계약직의 근무 연수가 4∼5년이 되지만, 연봉은 1200만원도 안 된다. 1996년 10월 이후 공채가 없었다. 작년 10월 노조 만들고, 계약도 해지됐다. 그리고 한통 사측은 도급회사로 취직토록 했다. 작년에 7천명이 잘렸고, 이들이 도급으로 넘어가 간접 고용되면, 입찰 경쟁 때문에 고용불안은 더 커진다. 이러면 당연히 공기업의 서비스 질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측의 방침은 정부 시책을 따르려는 일방적인 조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기존의 정규직 임금을 깎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내부노동시장 논리에 따라 외부노동시장과의 임금격차가 심해지면 기존의 임금을 깎는 대신 구조조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내부노동시장 이원화 문제는 정규직 임금 억제와 비정규직 임금 인상에서 타협방안을 찾아야 할 듯 싶다. 구조조정 국면에서 현재의 파편화된 노동시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비정규직 대체, 임금 하락 등 노동이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산별교섭 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하며, 이런 방향에서 초임 수준 등 기본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고 직무급을 표준화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발제자가 문제 제기한 송호근 교수 논문 역시 현재의 비정규직 비율을 40%대로 끌어내려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나치게 많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그 남용을 막자는 데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열악한 상태에 허덕이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는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 철폐를 병렬적으로 내걸 게 아니라, 우선 순위를 정해 여론 조성과 제도개선 사업에 나서야 하며, 당연히 비정규직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호와 철폐를 동시에 내세우는 것은 '임노동 철폐와 임금인상'요구를 같이 내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면에 내걸 경우 현장에서 받기 부담스럽다. 

임준택(화학노련 정책국장) 우리 연맹은 한국노총 산하에서 큰 조직인데도 비정규직을 특별히 조직할 별도 인원과 재정 확보가 불가능하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관련해서는 최근 재조직된, 1500명 정도의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관련 사업의 대부분이다. 일선 사업장에서는 파견이 문제인데, 고발하고 했지만 법적으로 제대로 마무리된 적은 없었다. 사실 파견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와 비정규직 사용 절차를 합의하는 정도에서 대처하고 있다. 산하 노조의 90% 정도가 비정규직을 조직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리고 영업직과 관리직을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 정규직화가 가능한 사업장에서도 정규직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노조가 많다. 인원삭감식 구조조정이 지속되다보니, 대기업도 적정인원이 확보되지 않아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적정 인원 확보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도 한 회사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하리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은 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규약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에 문호를 개방하고, 부분적으로는 노조원으로서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배규식: 비정규직 확대는 기업이나 산업, 나아가 국민경제의 성장 원동력을 잠식하게 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소속감과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기업 자체의 서비스 질 저하 문제와 더불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같이 이야기할 때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기형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랜드나 롯데에서 이뤄졌고,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정규직화를 내거는데 이걸 현장에서 받아 안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다른 사업장과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은 채 적용한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직접고용의 정규직화 사례는 있지만, 간접고용의 정규직화 사례는 특히 제조업의 경우 찾기 힘들다. 오늘 토론회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논의를 구체적인 조직화로 옮겨가야 할 듯 싶다. 여러 사례들이 있다. 삼진 아웃제를 구체적으로 단협에 넣은 경우도 있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못하게 하는 단협을 가진 경우도 있다. 

김태현: 비정규직 보호 안에 정규직화도 포함된다. 하지만, 보호는 상당히 추상적인 이야기고 구체적인 요구와 대중적 설득력으로 볼 때 정규직화 요구는 중요한 지위를 점한다. 이점에서 보호와 정규직화는 같이 가야할 문제다. 송호근 교수의 기본적인 시각은 유연화를 인정한 바탕에서 노동시장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노동조합과 시각 차이가 있다. 비정규직 철폐 주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투쟁전술과 총괄적인 과제를 분리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향후 몇 년간 투쟁이 분산적으로 전개될 듯 하며, 오늘 논의된 문제점들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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