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과 기업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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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인 「비정규직 고용과 기업의 이익」을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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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이미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로써 환경변화에 대한 유연성(flexibility), 기민성(agility) 등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하여 자체 구조 감축, 즉 정규직 인력들을 감축함과 동시에 보다 유연화된 인력인 비정규직 등의 고용을 증가시켜 왔다. 

이 현상에는 비정규직 고용이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인 유연성 증대에 기여하고 나아가 기업의 이익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경영자들의 믿음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이 기업이익 등 조직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매우 빈약했던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본 연구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과 기업 효율성과의 관계에 집중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제를 다루고자 하였다.

비정규직 고용은 기업 이익 증대에 기여하는가

첫째, 기업의 경영전략이 비정규직 고용성향과 비정규직 인력관리의 제도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분석하고자 하였다. 포터의 ‘본원적 경쟁전략’을 구성하는 두 가지 전략 개념 중 ‘비용우위전략’이란 인건비 등 비용절감을 통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며, ‘차별화전략’이란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우선하여 경쟁우위를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둘째, 비정규직 고용이 기업의 성과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기업의 성과라 함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이 주제에 대하여 과거 경영학자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경영학자들은 측정의 용이성이란 측면에서 각자 편리한 성과측정 수단을 선택하여 그들의 연구에 응용하였다. 어떤 학자들은 경영자들의 주관적 인지(perception) 요소를, 또 다른 학자들은 재무회계적 요소를 기업성과 요소로서 사용하였다. 

Dyer and Reeves(1995), Rodgers and Wright(1998) 등은 기업성과를 개념화하고 구조화하는 다양한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조직성과 개념에 대한 구조타당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기업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시각을 포함할 수 있는 포괄적 측정수단으로 성과를 파악할 때 기업 성과의 구조타당도가 증가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성과를 포괄적으로 정의할 때, 비로소 비정규직 고용이 다양한 기업성과 요소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과 이 과정의 구조적 전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시각을 반영하여 본 연구에서는 조직성과의 구조를 수량적 유연성, 자발적 이직률, 노무비용률(1인당 노무비용), 매출액 노동생산성(1인당 매출액), 영업이익률(1인당 영업이익) 등의 요소로 구성하였으며 비정규직 고용이 각 요소들에 미치는 영향과 이행과정에 대하여 분석코자 하였다(그림 참조).



셋째,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증가가 과연 기업의 영업이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정을 실시하고자 하였다. 이 주제는 기업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적 연구로서 매우 탐색적인 성격을 가진다. 과거 비정규직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개인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로 비정규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들의 직무태도 및 조직에 대한 태도, 행위에 관련된 비교 연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직종 비정규직을 제외한다면 대체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하여 연령, 교육수준, 근로의 질, 임금 수준, 노동생산성 등이 낮을 뿐 아니라 조직 충성도나 몰입 등 태도와 행위 변수 등에서도 정규직에 비하여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넷째, 기업별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 착안하여 기업의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 수준이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기업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검증하고자 하였다.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라 함은 채용, 교육지원, 보상, 복리후생 지원, 정규직으로의 신분 전환 등에서 기업이 비정규직에 대하여 지원하는 정도를 의미하므로 제도화 수준이 높을수록 그 기업의 비정규직은 채용, 교육지원, 보상, 복리후생 지원, 신분전환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 없이 비교적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 연구가 추구하는 것을 모형화하면 [그림]과 같다. 이 글의 주요 관심변수는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성향정도를 의미하는 비정규직 비율과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지원정도를 의미하는 비정규직 인력관리의 제도화이다.

이를 위한 연구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자료와 통계기법을 사용하였다. 종업원수 5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증권거래소 상장 제조기업 인사관리자로부터 얻은 182개 업체에 대한 전화 설문 자료(비정규직 종류, 비율, 제도화 등 포함)와 한국신용평가㈜의 상장회사 분석 2002년도 결산 자료(기업의 성과 자료)를 결합하여 분석용 데이터를 형성하였다. 통계 분석 방법으로 탐색적 요인분석, 확증적 요인분석, 계층적 회귀 분석 등을 사용하였다.

차별 해소가 기업이익을 낳는다

분석결과는 대체로 설정한 연구가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표1]은 경영전략을 독립변수로 하고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과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를 종속변수화한 회귀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표2]는 수량적 유연성, 노무비용률, 자발적 이직률, 노동생산성 등을 종속변수로 하고 비정규직 비율과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를 독립변수로 한 회귀분석결과이며 [표3]은 영업이익률을 종속변수로 하여 매개효과를 검증한 계층적 회귀분석결과이다. 이 분석결과들을 중심으로 나타난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표1]을 보면, 경영전략이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비율과 비정규직 인력관리의 제도화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우위 전략을 취하는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높았으며, 차별화 전략을 취하는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가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비정규직 고용이 주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품질 및 기술 수준의 지속적 유지가 필요한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인력 관리 요소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품질 및 기술의 지속적 유지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인력을 임시적 소모품으로 여기는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적 인력관리가 필요함을 추측해볼 수 있다.



둘째, [표2]에서 보면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노무비용률(1인당 노무비용)이 낮고 수량적 유연성 지각 정도는 높았다. 또한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높을수록 조직의 자발적 이직률은 높고 매출액 노동생산성(1인당 노동생산성)은 낮았다. 이 결과는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는 기업에게 유리한 영향(비용절감, 유연성 증가)을 주는 반면 부정적인 영향(이직률 증가, 노동생산성 감소)을 줄 수 있는 이중적인 성격(dual effects)을 가짐을 의미한다. 한편 기업의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는 각 종속변수에 대하여 비정규직 고용비율과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역시 이중적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표2]과 [표3]을 비교해 보면, 수량적 유연성을 제외한 노무비용률, 자발적 이직률, 노동생산성 등은 독립변수인 비정규직 고용비율,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와 최종적 종속변수인 영업이익률(1인당 영업이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Dyer and Reeves(1995), Rogers and Wright(1998)의 기업성과 구조론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이 결과는 기업성과를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할 때 비정규직 고용과 비정규직 인력관리제도화의 효과가 영업이익률로 전이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표3]을 확인하면 비정규직 고용이 영업이익률(1인당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부(-)의 방향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가 영업이익률(1인당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정(+)의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 기업의 영업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리임을 의미하며, 오히려 비정규직 인력관리 제도화를 통하여 비정규직을 인력관리의 사각에 방치하는 것을 막고 정규직과 유사한 인적자원관리 측면의 유인(Inducements)을 사용함으로써 기업 영업이익에 기여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위 분석결과들을 연구 가설들과 함께 [표4]에 요약하여 정리하였다. 



비정규직화, 기업이익 개선 못해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기업구조의 유연화는 대체로 경쟁우위의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인력의 비정규화, 아웃소싱 등과 같은 인력외부화 현상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구조 축소와 비정규직 증가 현상은 고용유연화가 주는 이점이 단점보다 많다는 경영자들의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는 이런 믿음에 대하여 의문과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인력의 비정규화, 그 자체보다는 공정성에 근거한 비정규직 인력관리의 제도적 측면이 기업 이익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일회용 인력, 임시 소모성 인력의 의미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이들을 인사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함으로써 단기적 비용 절감이나 고용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기업 이익을 개선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을 인적자원관리의 영역에 끌어들여서 최소한의 공정성과 합법성의 원칙 하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직무에 대한 몰입과 노동생산성, 나아가 기업 이익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인사관리 차원에서 처우의 차별성을 해소하고, 본인이 원할 경우 정규직으로 신분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어느 정도의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인력의 조직 신뢰 및 충성도, 직무 몰입을 증가시켜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민주노총 기반에서 성장한 민주노동당이 원내 제3당으로 부각됨에 따라 노동계의 정치적 활동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이미 비정규직의 차별 및 인력의 비정규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이것을 정책 핵심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 환경에서 경영자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할 경우, 비용절감 및 유연성 제고를 통하여 이익 증대를 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사용자들은 비정규직의 고용이나, 연금 및 복리후생비의 축소로 기업내 비용절감이 실현될 수 있다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 시각을 버려야 할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은 노동을 비용화하느냐, 아니면 노동을 인간화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의 인간화와 기업 이익 동시 추구 가능

비정규직화 이슈는 기업만이 떠 안을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서 기업이 처한 정치적, 제도적 환경에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고용관계의 당사자로서 기업의 역할은 정부나 노동계의 역할 못지 않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시장경쟁과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라 기업 경영활동의 자율성이 갈수록 증가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상장제조회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동시대적 횡단분석이란 점에서 일반화 및 해석에서 다소의 주의점이 요구되지만, 비정규직과 기업 효율성과의 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기업의 비정규직 증가가 궁극적으로는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기업 내부적 인적자원관리 관행을 통하여 이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즉, 장기적인 이익 증대를 원하는 경영자는 가능한 비정규직 고용증대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피치 못해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하더라도 운용에 있어 보다 신중해야 한다. 

가령 기업은 품질 및 기술 수준의 유지·축적이 강조되는 기능이나, 조직차원에서 핵심적 기술이나 역량이 되는 기능을 비정규직화 하는 과오를 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채용한 비정규직을 조직 내부의 소모성 인력으로 처우하기보다는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고자 할 때 기업 이익도 향상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인력 채용 및 관리에 대한 이와 같은 의사결정은 단기적 비용 증대 및 잠재적인 유연성 감소를 초래하므로 기업으로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기업은 노동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적 차원 또는 윤리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는 이익 실현이라는 목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반면 후자는 그 목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연구는 기업이 노동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이익실현이란 목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때 이익은 실현될 수 있다는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강화되는 노동의 인간화가 기업의 이익실현과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동시에 공유되고 추구되는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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