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복수노조, 전임자, 비정규직법 개정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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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는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10월 29일부터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 회의모습  ▷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 ]

2008년 정기국회의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복수노조, 전임자, 비정규직법 등 노동현안에 관한 입법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0월29일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를 본격 가동시켰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에 대한 노사정 논쟁의 막을 올린 셈이다. 한편,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돌연 10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법의 조속한 연내 개정 입장을 주장했다. 법의 시행효과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노동부가 이렇듯 조속한 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금년 하반기 비정규직법의 쟁점화도 예고되고 있다. 

협상으로 시간 끌지 말고 ‘법대로’ 하자는 노동부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는 1997년 3월13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러나 노사정 간의 이견 대립 속에 1998년 2월20일, 2001년 3월28일, 2006년 12월22일 3차례 그 시행방안에 관한 협상이 벌어졌고, 시행시기를 13년 동안 유예시켜 왔다. 

그런 속에서 지난 2006년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의 시행시기를 2009년 12월31일로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고, 복수노조 허용 시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노조 스스로 전임자 임금을 부담할 수 있는 재정 자립방안을 노사정위 산하 노사관계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해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연초부터 이번 정기국회에 복수노조, 전임자 관련 법 개정안을 상정한다는 목표아래 노사를 압박했다. 금년 3월 중순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노동부는 대통령에게 국정계획을 보고하면서, 복수노조, 전임자 관련 법률을 금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후 노동부는 노사정위원회의 본격적 협상을 사실상 기피했다. 그러면서 노동부가 주장하는 바는 첫째,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더라도 시한을 두고 할 것, 둘째, 논의진전이 없을 경우 노동부가 우선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이상의 논의는 국회에서 계속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현행법대로 시행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배짱까지 부리며, 노사정 협상으로 입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한국노총은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각종 대정부 정책협의과정에서 정부가 미리 시한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면서 형식적으로 협상에 임해서는 아니 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금지 규정의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표명하였다. 특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전임자 임금 문제와 관련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투쟁하는 노조가 있나.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4월22일 『매일경제』 인터뷰), “전임자는 노조를 위해 활동하지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무노동인데 거기에 어떻게 임금을 지급하는가. 그동안 사정이 있어 지급했더라도 빨리 청산할 과제다.”(9월5일 『한국경제』 인터뷰),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는 세 번에 걸쳐 13년간 시행이 유예돼 이제 더 이상 늦출 이유나 명분이 없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노사 모두 전향적 태도로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기를 기대한다.”(9월24일 『문화일보』 인터뷰)라는 등, 사실과 다른 근거를 들면서까지 전임자가 임금을 받는 것이 ‘도덕적 해이’라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노동계의 심기를 자극해왔다. 

이 불리한 여건 속,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내년 초 ‘결정’난다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노사정은 지난 2006년 이후 두 가지 현안으로 다시 한자리에 앉게 됐다. 2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노사 간 입장차는 그대로다. 다만 경영계가 복수노조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은 변화된 점이다. 이밖에 달라진 점은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과 공익위원들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 정부는 더 이상 유예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도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현재로서는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한 협상이 노동계에 유리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미 법 시행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협상장 밖에서 정부와 사측을 비난하면서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처지도 아니다. 최근 노동부가 지난 10월27일 공개한 「노동부 국정과제 개요」에 따르면,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입법시한을 내년 상반기로 정하고 있다. 당초 장관이 “오는 12월에 정부안을 제출하고 입법 완료하겠다”던 것을 고려하면 일정이 다소 미뤄진 듯하다. 그러나 시한을 못 박고 있는 이상, 내년 상반기 전 입법을 목표로 노동계를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사측이 사실상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 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10여년 이상 복수노조, 전임자 관련 노조법의 시행이 미루어지면서 현장 노동조합 간부들도 어떻게 되겠지 하며 한국노총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는 왜 보완입법에서 ‘개정’으로 돌아 섰나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는 지난해 7월1일 법이 시행되자마자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의 시행 뒤, 긍정적인 사례(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차별해소 등)와 부정적인 사례(계약해지 및 계약갱신 거절, 외주용역 전환 등)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행 비정규직법 폐기와 전면 재·개정을 주장하는 민주노총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은 점을 부작용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대량적인 계약갱신 거절과 외주용역 전환이라는 부작용 측면은 사용사유를 제한하더라도 동일하게 발생하게 되고 또 사용사유 제한이 이를 해결할 해법도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반면 사용자단체에서도 파견대상 업무의 확대 및 기간제 사용기간의 연장 등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비정규직법상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비정규직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의도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제한마저도 무력화 시키려는 것이다. 사용자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3월28일 「267개 규제개혁 과제」를 제출하는 한편, 7월7일에도 대한상의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 연장, △파견업종의 네거티브 방식전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 건의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또한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도 비정규직법상 규제 완화를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당초 노동부는 사업장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118개 사업장 중 72%에서 정규직 전환 조치가 이뤄진 점 등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법의 시행효과를 좀 더 지켜보고 필요한 보완입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추석명절 직후인 10월2일,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전임자, 복수노조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이 비정규직 관련법이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10월7일 국정감사에서도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법 개정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리고 파견 허용대상 업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 방향은 노동시장 전반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할 것이다. 10월17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비정규직법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 세미나" 모습  ▷ 한국노총 ]

전반적 비정규직화 초래할 비정규직법 개정, 어떻게 막을까

현재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위원회’에서 비정규직법의 시행 효과를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점검하는 한편, 보완입법 방안에 대해서도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며 신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의 전면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일 터다. 

정부가 의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은 첫째, 기간제근로의 고용기간 제한을 ‘노사합의’만 있으면 사실상 연장이 가능하게 하고, 둘째, 파견허용 업종의 제한을 대폭 완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그나마 고용기간 제한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려는 현행법의 긍정적인 측면조차 무력화되고 말 것이다. 또한 우리 노동시장 전반의 비정규직화가 촉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노총은 첫째, 현행 비정규직법이 노사정 간 첨예한 이견을 그나마 절충한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둘째, 2년 이내의 한시적 고용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라는 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점, 셋째, 이러한 법의 취지를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 넷째, 동일한 업무에 비정규직의 반복적 교체 사용 및 외주용역 남용에 대한 제한, 차별시정 주체의 확대, 차별시정 청구기간의 제한 확대 등 현행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준의 보완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몰려오는 반노동적 규제완화, 노동시민사회 정신 바짝 차려야

정부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반노동자적인 노동규제 완화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교섭창구 단일화로 노조의 교섭권을 압박하고, 전임자 임금을 법적으로 강제 금지하여 노조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이나마 맘대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현행 비정규직법의 개악을 기도하고 있다. 

그밖에도 노동규제 완화란 명목으로 근로자참여및협력에관한법률 개정, 근로기준법상 각종 양벌규정 개정, 최저임금법 개정, 고용정책기본법상 대량해고 신고제도 폐지, 노동관계법상 각종 행형벌제도 폐지 및 과태료 전환 등 반노동자적인 노동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금년 하반기, 그리고 내년 상반기 노동시민사회 전체가 정신을 차리고 총력을 기울여서 대응하지 않으면 아니 될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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