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전임자 관련 개정 법안, 쟁점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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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각층의 이해와 관심이 몰린 사안이었다. 2009년 11월12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참여한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및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반대 기자회견’ 모습.  ▷ 노동과 세계 ]

 1. 날치기로 점철된 노조법 개정안

경인년 새해가 2010년 1월 1일 새벽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 날치기로 시작됐다. 1996년 말에 날치기로 처리된 노동조합법에 규정되었다가 13년간 유예되었던 사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문제가 결국 다시 날치기로 처리되고 말았다. 날치기의 역사가 극복되지 못하고 반복되었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의 날치기 처리는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어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첫째,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심사과정에서 환노위 위원장은 사전적으로 국회경호권을 발동하여 야당  위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금지한 상태에서 표결처리함으로써 야당 위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회의 소집을 여야 합의로 결정하지 않고, 위원장이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야당 위원들에게는 회의 개최시간조차 고지하지 않았으며, 의사일정과 의안을 야당 위원들에게 배포하지도 않았다.

둘째, 김형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심사절차를 불가능하게 하여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009년 12월 31일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일 지정통보가 법사위 산회 후 통보되어 부적법하게 되자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후 입장을 바꿔, 2009년 12월 31일 24:00경 법사위에 심사기일을 2010년 1월 1일 00:30으로 재지정하여 통보하고는 01:00경 본회의를 개최하여 노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해서 통과시켰다. 심사기일의 통보 시점과 심사기간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법사위 개최 및 안건 심의가 불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사실상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

셋째,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입장을 바꿔 노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고 처리한 것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않은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하여 통과시킴으로써 상임위원회 제도를 형해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헌법상의 국회 입법권을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시킴으로써 국회의 입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행동이다.

2.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원칙

가. 필요성

복수노조 금지는 5·16 군사쿠데타 후 1963년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의해 도입된 후 헌법상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위헌 독소조항으로 비판받아 왔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의 개선 권고의 대상이 되어오기도 했다. 그에 따라 1996년 말에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처리하면서 법률 본문에서 노조자유설립주의를 채택하되, 부칙에서 사업 단위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강구할 것을 규정하였다.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문제는 복수노조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임에도, 1996년에 복수노조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을 하면서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전임자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원칙적 조항을 두고, 사용자가 전임자 급여 지급을 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여 사용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한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은 1997년 3월 현행 노조법의 제정 시 그대로 유지되었고, 그 적용시기를 서로 연계하여 5년, 5년, 3년간 유예함으로써 2009년 12월 31일자로 부칙의 적용이 종료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어정쩡한 상태로 다시 유예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어떤 형태로든 이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 해결 원칙

복수노조 및 전임자 급여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첫째, 헌법의 기본권 보장 정신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해결방안이 또 다시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적 기준 위반으로 제소될 수 있는 내용으로 결정된다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둘째, 노동3권을 헌법상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한 취지에 부합하게 노동조합을 사회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인권에 대해서는 국가가 침해하지 않을 의무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무도 부담하는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단체법의 영역에서는 노사 자율해결 원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정부가 오히려 약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 이수영 경총 회장(사진 왼쪽)과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2009년 12월4일 전임자·복수노조 제도개선 관련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뒤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자리를 뜨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

3.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문제

가. 노조법을 개정하지 않는 것이 최선 

사업 단위의 복수노조의 허용 문제는 노조법을 개정하지 않고 2010년 1월 1일을 맞는 것이 최선이었다. 본문에서 노조자유설립주의를 채택하였으므로, 부칙에서 제한한 사업 단위 복수노조 설립 금지의 유예기간을 경과하도록 두면,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계없이 사업 단위 복수노조 설립은 전면적으로 인정되게 된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하지 않으면, 복수노조 모두가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향유하게 된다. 이것이 단체교섭권의 헌법상 보장 취지에도 가장 충실한 방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기형적인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개정 노조법은 과반수 노조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도입하였고, 사업 단위 복수노조의 설립 금지를 2011년 6월 30일까지 유예하였다. 위헌이 명백한 사업 단위 복수노조 설립 금지를 다시 1년 6월이나 유예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나.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의 위헌성

개정 노조법에 의해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의 강제는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미달 소수노조의,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100분의 10 미만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부정하고, 그 결과 단결권조차 형해화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100분의 10 미만 소수노조는 단체행동권조차도 박탈당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 활동이 합헌이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내용으로 하는 ‘과잉금지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목적의 정당성은 기본권 제한이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어야 함을 의미하는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사관계 안정이나 교섭비용 감소 등 사용자의 편의에 관한 것이어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노사관계 안정을 “공공복리”로 이해하여 목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으나, 공공복리 개념은 생존권적 기본권에 있어 실천목표가 된다는 점에 비추어 단체교섭권은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권이지 공공복리에 의해 제한되는 기본권이 아니다. 공공복리를 이유로 단체교섭권 제한을 합리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수단의 적정성은 목적 달성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창구 단일화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교섭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데 불과하여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 

피해의 최소성은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개정 노동법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했음에도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 위반된다. 피해의 최소화 방안으로는 △교섭대표노조를 교섭‘당사자’가 아니라 교섭‘담당자’로 설계하는 방안, △교섭대표노조에 의한 교섭대상을 규범적 부분으로 한정하는 방안, △교섭단위를 사업이 아니라 동일한 조직대상으로 제한하는 방안, △단일화 대상 노조에서 초기업단위노조를 제외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법익의 균형성은 보호하려는 공익이 침해하는 사익보다 커야 함을 의미하는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침해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반면, 보호되는 것은 사용자의 편익에 불과하다. 이는 곧 사익 보호를 위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법익 균형성 요건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ILO나 외국 입법례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인정하고 있는 예가 있으므로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우리 헌법은 단체교섭권을 명문으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이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이 중핵적인 권리라는 입장을 채택하고 있다. 노동3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지 아니한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이고, 헌법상 단결권만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독일, 단결권과 파업권만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도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단체교섭권을 헌법상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복수노조의 독자적 교섭권을 인정하고 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아니하다.

한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성 필요성 때문에 ‘위헌성과의 불편한 동거’ 상황을 수용해야 하며, 헌법재판소도 위헌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상식적인 헌법·인권 감수성을 가졌다면 위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위 견해는 헌법 재판관들의 헌법?인권 감수성을 지나치게 무디게 본 것으로, 헌법 재판관들에 대한 모독이 아닌지 의심된다.

결국 개정 노동법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의 강제는 복수노조 금지라는 위헌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지만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의 도입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다.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권

개정 노조법은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에게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배타적?절대적 단체협약 체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조합민주주의의 요청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을 절대적인 권리로 보고, 조합원 인준투표의 효력조차 무효로 해석하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부당하다. 

교섭대표노조 대표자를 교섭담당자로서의 지위에 머물도록 하고, 단체협약 체결권은 각 노조에 유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기본권 과잉금지 원칙의 한 내용인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는 데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체결 전에 다른 노조 조합원들의 인준투표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할 것이 필요하다.

한편,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에 의한 단체협약 체결권과 관련하여,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과 채무적 부분을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 ‘규범적 부분’은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으로 통일적으로 규율될 필요가 있는 반면, ‘채무적 부분’은 각 노조의 인정과 활동에 관한 부분이므로 통일적으로 규율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각 노조 사이에 입장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각 노조에 단체협약 체결권을 유보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대법원이 채무적 부분을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보아 사용자의 교섭의무 및 부당노동행위를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노조의 존립과 유지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의무적 교섭사항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특히 신설노조의 경우 초기에 노조의 인정 및 활동의 보장이 필요한 바, 이를 위해서는 채무적 부분에 대한 단체협약의 체결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채무적 부분에 대한 각 노조의 독자적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의 유보는 노조자유설립주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라. 교섭창구 단일화의 대상 노조

개정 노조법은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 노조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있는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복수의 노동조합 모두이고, 다만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창구 단일화 절차 배제를 허용하여 자율교섭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개정 노조법은 개정 전에 인정되던 초기업단위노조 지부 등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오히려 개악의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적어도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 노조에서 초기업단위노조를 제외하여야 한다. 

초기업단위노조를 제외하는 것은 기업별 단위노조와의 관계에서 차별 대우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가 위헌적인 제도이므로 그 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오히려 과반수 노조에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과다한 차별적 특혜이다. 기업별노조가 초기업단위노조와의 관계에서 차별받는 것으로 여긴다면 초기업노조로 전환함으로써 해소할 문제이지, 거꾸로 초기업단위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마. 교섭단위 결정

개정 노조법은 교섭단위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고,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노동위원회가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분리를 결정”하는 내용의 분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종전 노조법이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직대상의 동일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으므로, 교섭단위를 “동일한 조직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그나마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 부합하는 방법이다.

개정 노조법은 교섭단위의 분리를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였으나, 분리결정을 둘러싸고 노동위원회의 결정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장기간 교섭 진행이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

한편, 노조에게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다면, 사용자에게도 초기업노조에 대응하여 공동교섭에 응할 의무 부과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택시, 시내버스, 은행, 병원, 금속 등 현실적으로 산별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에서의 공동교섭 제도를 법률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바. 단일화의 구체적 절차

단일화의 구체적인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길다. 창구단일화 절차를 노동위원회가 주관하도록 되어 있는데, 노동위원회가 그 정도로 독립성과 중립성 및 신뢰를 얻고 있는지 의문이다. 본 교섭 전의 복잡하고 장기간의 창구단일화 절차는 결국 노조 측의 비용 부담으로 전가된다.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결성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면 본 교섭에도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결정일부터 단체협약 유효기간(2년 미만인 경우 2년) 동안 지위를 유지하고, 결정일부터 1년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면 대표노동조합 결정 절차를 다시 밟게 된다. 사용자가 1년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전략을 반복해서 취할 경우 단체협약의 체결 없이 계속 창구 단일화 절차만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사. 공정대표의무

개정 노조법은 공정대표의무 조항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을 금지하고, 그 위반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의무이지 사용자의 의무가 아니다. 노조 간 차별을 하지 아니할 사용자의 의무는 공정대표의무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 차별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불이익취급 또는 지배?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현재의 부당노동행위 조항의 해석으로도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설상 일치하고, 또 일본 판례나 학설도 동일하다.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에서 해석론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면 된다. 오히려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 금지를 공정대표의무 조항에서 규정함으로 말미암아,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이라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벌칙 조항 적용에 애로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4.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문제

가. 노사자율 해결의 원칙

노조전임자의 급여 문제는 법률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국제노동기구도 그와 같은 입장을 수차 표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원래 전임자 급여 문제는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었고,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왔다. 기업별단위노조 체제가 강제되던 시기도 있어 노조의 재정적 여건이 열악했기 때문에, 노조의 투쟁에 의해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급여를 보전해왔던 것이다.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전임자 급여 지급 문제를 노사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는 교섭을 통해 얼마든지 지급 여부 및 지급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time-off system)의 도입

개정 노조법은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근로시간면제한도 제도를 도입하여 정부가 전임활동의 범위를 통제하고 있다. 이는 노사자율해결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3권의 보장을 위해 지원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역으로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선진국의 입법례에 의하면 유급근로시간면제는 최소한의 보장이어야 하는데, 개정노조법은 최대한의 설정으로 되어 있어 노조활동의 약화 초래한다. 전임자 급여 지급 문제를 법률로 규율한다면,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해주고 나머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 기준 이상 정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해야 마땅하다.

구체적인 근로시간 면제대상에 대해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하여 해석론상 다툼이 있다.

상급단체 파견이나 쟁의행위 등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노조의 정상적인 연대 및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시간면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률로 인정되는 업무에 필요한 시간, 공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전임자 근로시간면제와는 별도로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노조전임자 이외의 노조간부에 의한 활동시간은 유급근로시간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노동부가 예고한 시행령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체 조합원 수와 업무의 범위 등을 고려하여 시간 단위로 결정하도록 하고, 나아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인원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전임자 수의 축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임자 수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그 대외적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개정 노동법은 근로시간 면제한도 위반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 시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잉제한 및 형벌권의 남용에 해당하고, 나아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정하고 그 위반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기도 한다.

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개정 노조법은 노동부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노·사·공익 각 5인씩)를 설치하여 3년마다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의결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초의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2010년 4월 30일까지 심의·의결하되, 위원회가 위 기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국회의 의견을 들어 공익위원만(시행령: “재적 공익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으로 심의·의결하도록 하였다. 공익위원 임명권이 노동부 장관에게 있으므로 결국 위원회의 운영이 노동부의 영향력에 종속될 우려가 농후하다.

한편 개정 노조법은 3년마다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적정성 여부를 재심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의무사항이 아닌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위원회의 운영이 형식화될 우려가 높다.

라. 시행시기

개정 노조법 부칙 제3조는 개정 노조법의 시행 당시 유효한 단체협약은 그 내용이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 노조법 제24조를 위반하더라도 그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개정 노조법의 시행 당시 유효한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기준시기가 2010년 1월 1일인가 아니면 2010년 7월 1일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되었다. 

부칙 제1조가 개정 노조법의 시행시기를 2010년 1월 1일로 하면서도 노조전임자 유급근로시간면제한도 등 노조법 제24조의 개정 조항들의 시행시기를 2010년 7월 1일로 하였고, 부칙 제8조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 규정과 임금지급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조항을 “2010년 6월 30일까지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0년 상반기에 전임자 급여 지급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우 법률위반사항이 있더라도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을 갖는가 하는 것이다. △종전 노조법 부칙에도 개정 노조법의 시행시기를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하면서도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에 대해서는 적용을 유예한다는 조항을 두었고 그 적용유예 조항에 대해 이견 없이 그 시행시기를 유보한 것으로 해석해온 점, △부칙조항으로 기존 노조에게 상당기간 변화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가 유예기간을 대폭 늘이는 등 막바지까지 정부 여당의 양보를 받아냈다는 환노위 위원장의 설명에 비추어 볼 때, 개정 노조법 규정의 시행시기를 2010년 1월 1일로 하면서도 제24조 제2항의 적용을 유예함으로써 효력을 발생시키지 아니한 것은 제24조 제2항의 시행시기를 다시 유예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2010년 7월 1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5. 평가

이번 노조법 개정은 앞에서 제시한 △헌법상 기본권 및 국제기준 부합, △사회적 파트너로서 노동조합 인정, △노사 자율해결 원칙 등의 3대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역의 방향으로 후퇴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헌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법률로 강제함으로써 개정 노조법은 다시 위헌 시비에 휘말릴 것이다. 또한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그 지급을 명문으로 금지하는 법률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유일한 입법례로서 국제적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개정 노조법은 노동3권 보장 취지에 부합하고, 노조를 사회적 파트너로 인정하며, 노사자율 해결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개정하기 위한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과제를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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