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현장의 연결고리, 분회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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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현재 당원은 2만 여명이며, 227개 선거구 가운데 80개 선거구에 지구당이 섰다. 그리고 이 아래 229개(2001.12.15 현재)의 분회가 활동하고 있다. 작년까지 광역지부-지구당 체제개편을 마무리짓고, 현재 재창당을 앞둔 상태다. 지난 2년이 당을 세우고, 조직체계를 잡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이 체계를 대중활동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시기다. 전국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을 지역과 직장에 알리고 뿌리내리는 작업이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확대와 조직개편을 진행하는 가운데 중요한 점은 바로 당과 현장단위가 얼만큼 제대로 연결되고 있는 가이다. 당의 지침과 활동이 각 지역과 직장단위로 전달되는 정도가 곧 피가 온몸을 순환하듯 민주노동당의 건강함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나온 것이 바로 분회다.

분회는 2000년 1월 창당대의원대회에서 당헌과 당규상 '기초조직'으로 채택되었고, 같은 해 6월부터 전국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 10월 전국 분회장 수련회에서 지역분회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직장분회와 특별분회를 만들도록 했다. 작년에는 지부에서 지구당으로 전환하는 데 역량이 집중됨에 따라 분회 조직률이 30%에 그쳤지만, 중앙당-광역지부-지구당-분회가 민주노동당의 조직골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은 분회를 의사소통공간이자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투쟁의 무기로 정의하면서, 지역과 직장에 당을 알려내는 기본단위로 본다. 조직체계상 가장 말단이지만 당을 지탱하는 토대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분회 활동을 살펴보는 것은 곧 민주노동당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알리고 있으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12월15일 2차 분회장 수련회에서 발표된 네 개의 분회사례를 살펴봤다. 


[ 민주노동당 창원지부 간부선출을 위한 투표 총회에서 노래하고 있는 어린이 노래패 '꾸러기'  ▷ 출처:민주노동당 창원시을지구당 ]

가족·지역주민과 함께 한다

작년 6월29일 창원시을지구당이 세워지면서 15개 행정동에 13개 지회를, 각각의 지회 아래 3개의 분회를 만들었다. 1차로 24개의 분회가 만들어졌고, 이후 39개로 늘어났으며, 이 중 20곳 정도가 정기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분회는 주로 조직관리를 담당하며, 사업은 지회별로 하고 있다. 특히 가음정 1분회(현재 조직확대로 가음정 3, 4분회로 나누어짐)는 2001년 2월25일 민주노동당 창당 1주년 기념대회 때 모범분회상을 받기도 했다. 

가음정 2지회는 생활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는 가음정 3분회와 가음정 4분회, 그리고 휴면상태인 가음정 5분회가 있으며, 54명의 당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분회는 당원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분회모임을 알렸고, 소식지 발간, 체육대회 개최 등을 통해 가족이 함께 분회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신의 가족에게 먼저 민주노동당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당원이 아닌 가족이 참석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한 결과 가정주부들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에 나왔다. 지부여성 노래패 '얼쑤'와 어린이노래패 '꾸러기'를 만들 수 있었던 바탕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가음정 주민사랑회를 만들어 지역사업을 진행하려는 가음정 2지회는 인근분회의 활성화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주동 지회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성주동 지회는 생활공동체 성격이 강한 가음정 2지회와 달리 지역조직에 파고드는 측면이 강하다. 71명의 당원과 3개 분회로 구성된 성주동 지회는 연합청년회를 만들어 지역문제에 민주노동당이 주체로 나서기도 하고, 아파트마을 신문 발행, 산악회, 부녀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는 정월 대보름 맞이 행사를 개최하여 7백 명이 넘는 주민의 호응을 받았고, 올해도 같은 행사를 준비중이다. 성주동 지회는 여월태 당원을 시의원 후보로 결정한 상태며, 선거대책위원회를 세울 예정이다.

창원을지구당은 분회확대와 운영에 힘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45개의 분회로 재편할 계획인 창원을지구당은 이렇게 재편된다 하더라도 15개 정도의 분회가 활동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하지만 활동하는 분회의 수도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생활정치를 확립하기 위해 여성당원을 늘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낮시간에 지역주민과 접촉할 수 있는 여성당원들이 늘어나야 일상사업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매달 열리는 '당원 실천의 날'에 지구당은 지회장에게, 지회장은 분회장에게, 분회장은 조직책임자에게 연락한다. 활동가가 소수라는 어려움도 분회체계를 통해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창원을지구당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세 명의 법칙'이 있다. 세 명만 모이면 역할을 나눌 수 있고, 심심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분회에서 세 명을 모으기 힘들 때는 지구당에서 대신 모아주고, 회의에서 어려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분회장은 분회모임이 세 번이나 무산된 상태에서도 계속 분회장단 회의에 나오는데 그 이유가 다른 분회의 얘기를 듣다보면 자신의 분회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창원을지구당 분회에도 분회장이 없는 곳도 많고, 휴면상태인 곳도 많다. 분회의 어려움을 모아보면 첫째, 창원을지구당 1천명 당원 중 750명이 노조간부라는 점이다. 문제는 노동조합 활동과 당활동이 중복된다는 데 있으며, 이럴 경우 이들은 주로 노동조합 활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활동과 당활동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일이 하나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창원을지구당은 전직 노조간부들의 활발한 당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적극적인 전직 노조간부가 창원에 많은데, 특히 이들은 사업장내 노동자들만을 만나는 노조활동과 달리 당활동을 하면서 다른 조직 노동자뿐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 영세업자 등을 두루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노조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당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둘째, 참여율이 낮다. 당위적으로는 정치세력화를 받아들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처음 1년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라 해도 그 이후의 모임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찾기가 어렵다. 공부도 해봤지만 분회원들이 어려워했고, 정치사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지역사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다. 넷째, 활동가와 재정이 부족하다. 1만원 당비 중 5천원을 지구당비로 받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비용을 분회원들이 부담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지구당도 상근자 세 명이 꾸려가는 상황에서 분회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유일하게 분회 자체 행사로 '부모와 함께 듣는 어린이 성교육'을 개최한 안산 일동분회  ▷ 출처:안산일동분회 ]

주민생활에 파고든다

안산에는 원곡동 분회가 재작년에 일찍 만들어졌지만 3개월을 버티지 못했고, 4·13 총선 후부터 분회가 본격적으로 세워졌다. 일동지역은 당원 14명 중 8명이 모여서 2000년 10월 일동분회를 세웠다. 당시 전국에는 분회도 없고, 자료도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활동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이들이 세운 철칙은 '앉아서 무거운 얘기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한달에 두 번 단결모임을 갖고, 12월 송년회를 계기로 20명이 모였다. 이들이 일동을 네 등분하여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일동분회의 첫 활동은 문화센터 건설이었다.  
공간까지 마련했지만 여기에 매달릴 수 있는 당원이 30% 정도에 그쳤고, 이 인원으로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1년 뒤로 연기했다. 두 번째 시도는 대중강좌였다. 한달 동안 준비하여 '부모와 함께 듣는 어린이 성교육' 강좌를 개최했다. 2천여 장의 포스터를 붙이고, 모임 때마다 틈틈이 모은 100여 만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3백명 정도가 참석하리라는 예상에 못 미치는 150명 정도의 주민이 참석했다. 분회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 결과로 실망이 컸지만, 분회에서 독자적으로 한 최초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세 번째 시도는 현재 진행중인 공부방 사업이다.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사업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작년 9월 공부방 추진위를 만들었다. 현재 담당자를 배정했고, 15명 정도의 아이들을 모았으며, 공간도 마련한 상태다. 올 2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한 분회모임으로 분회원들의 결속을 다졌고, 이를 토대로 철저히 역할분담을 했기 때문이다. 분회 초기모임부터 80∼90%의 참석률을 유지한 일동분회는 만나기 힘들고 얼굴보기 힘들어도 분회원들에게 수십번 이상 연락을 했고, 그 결과 분회원 중 모임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분회원들의 일상생활 얘기로 모임을 시작했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 분회에서 내부 사업을 논의할 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거나 내세우지 않기로 약속한 점도 높은 참석률을 유지하는데 일조했다. 

2001년 2월25일 민주노동당 창당 1주년 기념대회 때 창원 가음정 1분회와 함께 모범분회상을 받기도 한 일동분회는 지난 10월 분회모임에서 신윤광 당원을 시의회 후보로 선출했다. 작년 11월에 만든 선거 기획단은 의견수렴과 연고자 조사 등 지역 내 기초조사를 이미 시작했고, 2월 선거운동본부를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1997년 대선에서 얻었던 250표를 찾아내기 위해 1월에는 당원을 공개모집하고, 5월까지 100당원 배가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당원인데도 모임에 나오지 못하거나 가입 후 1년이 지났는데도 당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당원들을 볼 때 이들을 당활동에 참여시키고, 이들에게 당활동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분회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동분회에도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들 시간과 재정문제로 힘들어한다. 게다가 분회장은 일동분회 일 외에도 두 가지 이상의 활동을 하고 있어 개인으로도 벅찬 게 사실이다. 또한, 힘들게 준비한 대중강좌가 분회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분회원의 참석률과 의욕이 크게 떨어져 분회모임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일도 있다. 사업의 성과가 분회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주민자치회를 장악한다

2001년 2월에 만들어진 소룡동 분회는 군산시 지구당에 속해있는 7개의 분회 중 가장 늦게 만들어졌지만 주민자치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주민사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소룡동 분회는 주민사업에 토대를 두고 꾸준한 경험을 쌓은 당원을 만드는 것이 조급한 가입권유보다 중요하다며 '주민과 함께 하는 분회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활동해왔다. 

소룡동 주민자치회는 지역 특성상 공단과 관련된 환경오염 및 각종 위험차량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권리의식을 심어주고 마을 공동체 사업(재활용시장 나눔의 장터, 주민의 날 축제 등)을 통해 주민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본질은 삶터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하는데 있다.

작년 7월에는 회원단합대회를 개최하고, 9월과 11월에는 정기적으로 재활용시장 나눔의 장터를 세웠다. 그리고 12월에는 '지혜의 등대'라는 한글학교 및 마을 미니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소룡동 분회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역량을 모으기 힘든 상황에서도 선거준비를 해왔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소룡동 분회는 분회장인 홍진웅 당원을 지방선거 후보로 선출해 놓았다. 

주민활동이 활발한 소룡동 분회도 분회활동에 참석률이 낮고, 분회장의 활동력이 분회의 활동력을 결정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소룡동 분회는 주민과 함께 하는 사업진행, 유인물 배포와 지역조사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민주노동당을 알려내고, 지방선거에 후보를 낸 두 개 분회에 다른 분회들이 결합함으로써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 2001년 11월9일 기아자동차 화성분회 발대식 장면   ▷ 출처:기아자동차 화성분회 ]

노조 '현장조직'의 좁은 틀을 뛰어넘는다

기아자동차 화성분회는 소규모 교육모임에서 출발했다. 교육모임에 참가한 6명 중 2명만 당원이었지만 이후 소모임 전체가 당원이 되면서 흩어져있는 당원을 모았고, 그 결과 작년 7월14일 기아자동차 화성분회를 만드는 준비모임을 결성할 수 있었다. 분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신규당원을 찾는데 집중했다면 그 후로는 활동을 안하고 있는 당원을 찾는데 초점을 두었다. 신규당원은 19명이었는데 기존 당원도 12명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11월9일 기아자동차 화성분회 발대식을 가졌다. 34명의 분회원 중 평균 20명 정도가 모이는 편이며, 지금까지 노동절의 기원, 비정규직 문제, 미국의 보복전쟁, 새만금 간척사업, 모성보호법, 주5일 근무제 등을 주제로 교육을 해왔다. 

지금까지 분회원들과 당을 알리는 작업을 해온 화성분회가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성과 중 하나는 토론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교육은 1∼2시간 내내 강의만 하지만 화성분회에서는 30분 강의를 듣고 나머지 한시간 반은 토론을 한다. 당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참여를 주저하는 당원들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듣는다. 토론회 후 뒷풀이 자리도 항상 마련하여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아자동차 화성분회는 올해 지구당 건설과 당원배가, 그리고 선거운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화성분회도 참여하지 않은 당원들과 주야간 근무와 맞교대로 인한 시간부족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양한 당원들의 편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화성분회는 기존 정치에 대한 피해의식에 싸여있는 조합원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알리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화성분회는 지난 1월26일 민주노총 집회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조합원 4명이 연행, 수감된 문제를 놓고 현장 모든 조직에 공동대응을 제안하여 현재 '구속자 조기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세워져 활동하고 있다.

사실 처음 직장분회를 만들 때 또 다른 현장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4개의 각기 다른 현장조직에 속한 분회원들 사이에 단결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직장분회의 통일된 입장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홍보물을 돌리고 민주노동당을 알려가면서 직장분회가 또 다른 현장조직이 될 거라는 염려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는 현장조직들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현장문제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화성분회는 여러 사회문제들을 공장 내에 어떻게 제기하고, 공장 내 벌어지는 일들과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또한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당원들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게다가 조합원들이 같은 직장에 있지만 오산, 화성, 평택, 수원, 안산 등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지구당에 속해있는 어려움도 있다. 지역이 넓고 인원이 많은 화성이지만 노동자 밀집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지구당이 없는 데다가 지구당 체계로 개편되기 전 거주지 중심으로 지회가 결성되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탄탄한 연결고리로서 분회정착을 위해

위에서 살펴본 분회들이 모범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이들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첫째, 낮은 참여율이다. 15∼29인이 모여 분회를 만들 수 있지만 20명이 넘는 당원들이 분회원으로 가입했다 하더라도 이 중 분회모임이나 활동에 참석하는 사람은 열명 안팎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당위성에는 동의하지만 모임에 나오거나 일을 맡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나마 적은 인원이 모여 역할을 나눠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소수에게 더 많은 일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에 분회장을 비롯한 2∼3명에게 일이 과중하게 몰리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며, 이런 상황이 아직까지도 일반적이다. 

둘째, 활동가와 시간, 재정부족이다. 분회활동을 책임지고 열성을 갖고 하려는 사람을 찾기 힘든 이유는 낮은 참석률과 연결되어 있다. 부족한 인원에서 열성당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분회원이 직장인이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다. 직장분회의 경우 같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기아자동차 화성분회처럼 주야간 맞교대 체계라 당원들을 모으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또한, 1만원 당비를 냈을 때 반은 중앙으로, 반은 지구당으로 가는 상황에서 분회재정은 사실 대책이 없다. 분회장과 분회원들이 모임 때마다 조금씩 모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셋째, 노조 활동가와 분회원이 중복되는 일이다. 2만 여명의 민주노동당 당원 중 8천명 이상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창원을 지구당 같은 경우 1천명 당원 중 750명이 노조간부다. 분회원 중 노조 활동가가 많은 경우 문제는 이들이 분회활동과 노조활동 가운데 노조활동을 더 우선으로 본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노조 활동가가 많은 분회는 분회모임이나 활동을 펼치기에 참석률이 낮다고 걱정한다. 

노조와 분회와의 문제는 직장분회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기아자동차 화성분회처럼 같은 화성분회 소속이라 해도 각기 다른 현장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분회원들의 단결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분회원인 조합원도 당활동보다 노조나 현장문제에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어느 현장조직이 집행부를 맡느냐에 따라 분회활동이 좌우되기도 한다. 대우종합기계에도 직장분회가 있는데 이곳은 노조에서 당활동을 사업일정에 넣고 책임지지 않는 한 공장에서 분회가 독자적으로 활동을 펴기 힘든 상황이다. 노조간부가 분회장도 맡고, 노조가 당활동에 적극 나서야 분회활동이 가능하지만 현장문제와 노조활동을 우선하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노조가 분회활동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이외에도 분회가 서울, 경기, 인천, 광주, 울산, 경남 등 도시 중심지에 집중되어 있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분회를 세우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회가 당과 현장단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양대선거를 앞둔 지금 가장 시급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길게 볼 때도 분회가 민주노동당을 지역과 직장에 알리는 기본 토대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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