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와 ‘북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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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선에 일희일비 말자

글쓴이 :

khlee@tongilnews.com

 

 

‘부시 미 대통령 재선(11.2) - 노무현 대통령 LA발언(11.12) - 파월 미 국무장관 사임 및 라이스 임명(11.16) - 칠레 한미정상회담(11.20)’

부시 미 대통령이 재선되고 나서 이른바 ‘미 대선 변수’가 사라지자 약 20일 동안에 순차적으로 이뤄진 일들이다. 숨가쁘게 진행된 이러한 사건들에는 부시의 재선 이후 한반도 정세와 이른바 ‘북핵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담겨있다. 즉, 부시가 다소의 우여곡절 속에 케리를 누르고 재선이 확정되자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예상됐고,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북 무력행사 불가’ 및 ‘북과의 대화’라는 강한 대미 메시지를 전하자 ‘긍정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부시2기 행정부가 부시-라이스 라인이 구축되고 네오콘으로 일색화되자 “역시 올 것이 왔구나”하는, 본격적인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칠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핵문제의 6자회담 틀속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의 해결”에 합의하자 다시 대화분위기로 바뀌는 등 한 편의 드라마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부시 2기 행정부의 대한반도 전략, 특히 6자회담의 향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앞에서 밝힌 최근 부시 재선 이후 20일 사이에 일어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시 재선과 예상되는 대북 강경책

미 대선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공화당과 민주당, 부시와 케리 사이에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대외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 캐릭터나 양당의 입장에 따라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 각국과 한국에서도 이번 미 대선에 유별난 관심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선거 유세과정에서 나타났다.

선거 유세과정에서 케리 후보가 6자회담의 한계를 지적하며 북한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순진하고도 위험스런” 발상이라며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가하는 6자회담의 틀을 활용해 북핵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자세를 줄곧 고수했다.

사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 방법인 북미간 직접대화와 다자틀인 6자회담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어쨌든 부시가 이겼기에 직접회담은 물건너 갔고 6자회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부시 재선후 미국의 대북정책, 특히 북핵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부시1기 행정부 때 이뤄진 세 차례에 걸친 6자회담 중에서도 유일하게 합의사항이 나왔던 3차 6자회담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시의 재선은 한 마디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더 강경해질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유지와 함께 ‘선핵포기’에 입각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폐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북핵문제는 북한과 미국간의 많은 갈등과 적대관계에서 생긴 문제점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제까지 부시 행정부의 행태로 봐서, 미국측은 설사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그 다음에 북한에 대해 미사일문제, 재래식무기문제, 인권문제, 위조지폐문제, 마약문제 등등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문제제기를 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는 북미간 적대관계에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언제고 잠재적이거나 새로운 문제가 발생돼 북미간 갈등이 재발되고 만연될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부시의 재선은 곧 한반도 정세의 긴장과 경색으로 받아들여졌다. 천둥과 번개가 치기 전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듯, 한반도에 어두운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때 한반도 문제의 한 당사자인 한국이 움직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평화원칙 확실히 한 ‘LA 발언’

노무현 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간 기착지로 들린 LA의 국제관계협의회(WAC) 연설에서 매우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 대북 무력행사와 봉쇄정책 모두를 반대하면서 특히 “무력행사는 협상전략으로서의 유용성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는가 하면 “결국, (북한과의)대화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등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재선된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해 5월 첫 방미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수용소 발언 운운’하면서 대미 저자세를 취한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작심하고 발언한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의 ‘무력행사 반대’ 발언은 그간 대북 봉쇄론과 선제공격론 등을 주장해온 미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으로서, 미국이 6자회담 과정에서 대북 무력행사라는 옵션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말 것과 더 나아가 미국의 대북 무력행사시 한국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이해된다.


[ 지구촌 공공의 적 부시와 네오콘이지만 재선을 통해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 출처: 오마이뉴스 ]

부시2기 외교안보라인에 네오콘 득세

한편, 부시 재선 이후 부시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발빠르게 구축되었다. 16일 파월이 사임하고 그 자리에 기다렸다는 듯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임명됐다. ‘부시냐 케리냐’처럼 ‘파월과 라이스’ 간에도 부시 행정부의 각료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겠지만 성향상 온건과 중도보수라는 미세한 차이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다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파월 사임과 함께 그와 호흡을 해왔던 비둘기파이자 한반도통이라 할만한 아미티지 부장관, 6자회담의 수석대표인 켈리 아.태담당차관보 등의 동반사퇴가 점쳐지고 있다. 라이스의 뒤를 잇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네오콘 그룹으로 분류되는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이 승진 임명됐다. 이로써 미 외교안보라인에 전반적으로 비둘기파가 물러나고 체니 부통령-럼즈펠드 국방장관-폴 월포위츠 국방차관-존 볼튼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차관 등 색깔이 명확한 네오콘들로 일색화됨으로서 미국이 전세계적 차원이나 대북 정책에서 힘의 정치와 일방주의를 펼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제까지 부시 행정부 내에는 대북정책과 관련, 크게 두 가지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튼 국무부 부차관을 필두로 한 네오콘이 주창하는 ‘봉쇄론’이 그 하나라면, 파월 국무장관으로 대변되는 ‘방치론’이 다른 하나다. ‘봉쇄론’은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간주해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위해서는 대북 선제공격도 북핵문제의 해결책으로 보면서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거부하자는 것인 반면에, ‘방치론’은 북한이 ‘불량국가(Rogue state)’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정권교체나 군사적 조치 추구는 섣부르며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배경에서 부시 행정부는 그간 표면적으로는 대북 강경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의 반발과 이라크전을 이유로 북핵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파월의 사퇴는 ‘방치론’의 퇴진이자 ‘봉쇄론’의 득세로 인식될 수 있고 이는 곧 적극적이고 일관된 대북 강경정책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칠레 산티아고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은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 대통령의 LA발언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과 라이스 국무장관 임명, 네오콘 일색화에 따른 부시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표출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칠레 한미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칠레 산티에고에서의 20일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평화적.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노 대통령이 부시2기에 북핵 문제를 미국의 정책우선 1번으로 삼아달라고 하자 부시 대통령이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라크 문제, 달러 문제 등 여타 중요한 문제가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중요한 이슈’(vital issue)로 삼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부시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오리무중에 있거나 또는 긴장국면으로 치닫던 북핵 등 한반도 문제 전반에 대해 큰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심을 모았던 노 대통령의 ‘LA발언’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가타부타 특별한 언급이 없었고 또한 라이스 국무장관 임명, 네오콘 득세에 따른 어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정부는 당분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기에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장에서 나오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으며, 반 장관은 회담 브리핑에서 “대통령 기분이 너무 좋다. 아주 잘됐다. 내 기분도 최고다”라고 했고, 권 보좌관은 “역대 한미정상회담 결과 중에서 가장 출중한 결과가 나왔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그런데과연 그럴까? 물론 부시 재선후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20일간의 상황은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인 방법으로의 해결로 일단락되고 있어 안도와 기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핵문제 해결이 반드시 평화적인 길로만 갈까? 그리고 한국정부는 “역대 한미정상회담 결과 중에서 가장 출중한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해도 좋은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부시 재선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는 6자회담의 향방

첫째, 모든 대화와 협상에는 상대가 있기 마련인데, 북핵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측의 입장이 고려되거나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북한측은 미 대선 전부터 “이번 대선에 누가 당선되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라면서 6자회담 재개를 일축했다. 또한 11월 2일 북한의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는 후속 6자회담 참가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함께 "평양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되는 ‘북한인권법’의 폐지를 요구했다.

게다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5일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6자회담 등 북미관계에 대해 “다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미국의 정책전환이 없으면 현재의 교착상태는 타개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변해야 핵문제를 대하는 북한의 입장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신보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북한측의 입장을 비교적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몇 가지에 근거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바뀌는 어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 6자회담에 선뜻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측의 실질적인 입장변화가 전혀 안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핵 동결에 따른 보상’에서 다소의 ‘유연성’은 감지됐지만 대북 적대시정책에서는 요지부동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미 양 정상간 큰 틀의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 북한체제 인정이나 대화 파트너 인정 등 북핵 해법의 각론을 둘러싼 인식차이는 접점을 찾지 못함으로써 한미간에 이견이 불거질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은 마치 ‘떼를 쓰는’ 한국에게 ‘그럼 한번 해봐라’고 시간을 끄는 작전을 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는 집권1기 때 행한 대북 강공 드라이브 이상의 강경 카드를 언제고 다시 빼들 수 있다.

북핵문제의 해법, 민족공조

이렇게 보면 한국측이 적극 자임하고 나선 북핵해결의 중재자 역할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남한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독이 아니라 약이 되기 위해서는 경색국면에 있는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고 북핵문제 해결에서 민족공조의 입장에 서야 한다. 최근 남한당국의 북한에 대한 구애 메시지에서 그런 편린을 엿볼 수 있다.

정부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애쓴다든지,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내년 1월 출간 예정인 ‘국방백서’에서 북에 대한 ‘주적 개념’ 규정을 삭제할 뜻을 시사한다든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전세계적으로 위협 대상을 주적이라고 한 나라는 없다”고 지원사격을 한다라든지 그리고 지난 11월 19-20일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6주년 기념행사에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참석한 점 등이 그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은 일견 대미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대북 메시지로도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입장을 대독(代讀)했다고 했으며, 한나라당은 나라를 팔아 북한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악평했지만, 남북관계의 복원과 민족공조의 출발을 위해서는 당연한 발언인 셈이다.

즉, 노 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문제’와 관련해 “지난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그 밖의 테러를 지원한 일이 없으며 지금도 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근거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북한의 말은 믿기 어렵지만”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추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북한을 향한 의미있는 구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부시 재선에 이은 부시2기 행정부의 네오콘으로의 일색화가 대북정책과 북핵 6자회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사실 부시1기 때도 대북 적대시정책은 극에 달했고 한반도 정세는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부시2기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거나 더 어려워질 것은 없다. 오히려 미국의 대한반도 강경정책에 맞서는 길은 민족공조뿐이다. 노 대통령의 LA 대미 메시지와 칠레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합의가 민족공조의 단초로 작용될 기반을 마련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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