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극장 스텝의 노동과정과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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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노동과정과 실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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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노동과정과 실태 기획연재 순서

① 카지노 딜러 노동과정
② 유통업 판매직과 계산직 노동과정
③ 멀티플렉스극장 스텝 노동과정
④ 법원 속기사 노동과정
⑤ 은행 텔러 노동과정
⑥ 항공사 승무원 노동과정
⑦ 병원 간호사 노동과정
⑧ 패스트푸드 종사자 노동과정
⑨ 호텔 룸메이드 노동과정
⑩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과정
⑪ 보육교사 노동과정
⑫ 제빵제과업 종사자 노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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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타이타닉, 트루라이즈, 폭풍 속으로, 터미네이터2, 에일리언2 등의 영화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Avatar)>라는 영화가 전 세계를 비롯해 우리나라 극장가를 점령했다. 현재 국내 5대 멀티플렉스 극장 스크린의 2~3개는 <아바타>를 상영하고 있다. 물론 <아바타>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했음에도 우리나라 몇몇 영화들은 나름 경쟁력 속에서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외형적 성장 속에서도 영화산업 현장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영화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재벌그룹이 소유한 소수 몇몇 엔터테인먼트사가 제작과 배급 등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실제 국내 극장은 이미 재벌그룹 산하의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재편 된 지 오래며, 이러한 극장의 ‘멀티플렉스화’는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스텝 채용이라는 고용형태(파트타임 노동자) 변화를 수반했다. 현재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의 매표와 매점 스텝 거의 대부분은 파트타임 비정규직이다. 이러한 멀티플렉스 극장 스텝의 하루 일과 및 노동과정과 실태는 어떤지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2. 국내 영화산업 현황 및 고용 실태: 5대 멀티플렉스 극장

(1) 멀티플렉스 극장 현황


현재 국내 영화상영관(극장)은 멀티플렉스 극장(223개, 72.1%)과 비(非)멀티플렉스(86개) 극장으로 양분된다. 그런데 2008년 기준으로 ‘5대 멀티플렉스 극장’(CGV, 프리머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너스: 184개)은 나머지 멀티플렉스 극장의 4.7배를 차지할 만큼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에 비례하듯 상위 3개 체인의 시장 점유율(CGV 37.4%, 롯데시네마 22.6%, 메가박스 9.2%)이 전체의 3분의 2가 넘게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5대 멀티플렉스 극장 운영형태의 절반(49%) 가량은 위탁극장(가맹점 형태의 프랜차이즈 체인)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5대 멀티플렉스 극장 중 상대적으로 메가박스가 직영 비율(92%)이 높은 편이나, 씨너스는 직영 비율이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이 영화산업 진출은 영화산업 고용구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멀티플렉스 극장 고용실태

국내 5대 대형멀티플렉스 극장의 정확한 종사자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없으나, 현재 1개의 멀티플렉스 극장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전체 인력 산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현재 중간 규모의 멀티플렉스 극장(8개 상영관)에 약 75명의 종사자(10명의 정규직과 65명의 비정규직, 영사실과 정산실 인력 제외)가 근무하므로,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종사자 수는 약 16,725명(정규직 2,230명, 비정규 14,495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5대 멀티플렉스 극장 종사자 수가 82.5%(13,800명, 정규직 1,840명, 비정규직 11,960명)를 차지한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극장 종사자 10명 가운데 1명(13.3%) 정도만이 정규직이며, 절대 다수(86.7%)는 비정규직이다. 



현재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의 스텝으로 채용된 이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채용형태는 통상 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주로 대학 재학 중이거나 휴학생들이 파트타임 형태로 일하고 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개월마다 재계약이 이루어지므로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넘게 장기간 근무하는 편이다. 사실 스텝은 고용관계상 단기근로자(파트타임)이며, 자사 내부의 신분명칭(스텝 Staff 혹은 팀 메이트 Team Mate)이다. 스텝의 채용방식은 공채와 수시채용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근무하고 싶은 지점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주 이내에 서류심사 결과를 통보 받게 되고,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이들은 2차 면접과정을 거치고, 다시 약 2주(성수기)~4주(비수기) 가량의 교육기간을 거친 이후 정식 스텝으로 채용(이름표, 등록카드) 된다.

3. 멀티플렉스 극장 스텝 노동과정

(1) 주요 일과 및 업무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스텝은 매표, 매점, 플로어(상영관 입장 안내) 3가지 형태로 크게 구분되며, 매표 및 고객응대, 매점 판매, 상영관 청소, 회원유치(멤버십 카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 밖에도 멀티플렉스 극장 스텝의 보조적인 업무로는 회원카드 유치를 위한 홈페이지 가입 고객 전화, ARS 상담, 재고점검 등의 유지 보수 업무이다. 스텝의 1일 근무시간은 5시간이며, 3교대 형태로 이루어진다([표3] 참조).



스텝의 하루 일과를 보면, 통상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약 20~30분 전 극장 스텝 룸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출근 카드에 체크(카드 긁음)해야 한다. 그 후 출근 10분 전에 반드시 직원 조회(공지사항) 참석해야하고, 스텝의 경우 이때 각자 포지션(근무위치) 배정을 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 중간 중간 고객이 몰릴 시간에는 스텝 중 일부가 다른 포지션(예: 플로어→매표)으로 지원업무를 가기도 한다. 모든 스텝은 하루 근무시간(5시간) 중 30분의 휴식을 자유로이 이용가능한데, 대체로 고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를 활용해야 한다. 한편 퇴근시간이 되면 정규직(슈퍼바이저)의 확인(출?퇴근표)을 받은 후에 퇴근하도록 되어 있다. A사의 경우 근무시간이 15분 단위로 체크되기 때문에 연장근무 시간은 마감 15분이 넘어야만 인정된다. 

물론 스텝마다 업무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매표 및 매점 등의 스텝 위치(포지션)는 극장 상황이나 일정에 따라 업무 순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먼저, 매표는 영화관 고객(손님)이 가장 먼저 찾는 곳(Front Line)이다. 매표 스텝은 고객에게 원하는 영화, 시간, 좌석을 묻고 영화 티켓을 발권해주는 것이 주된 업무다. 하지만 그 밖에도 회원카드 유치나 극장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이벤트 홍보나 선물 증정 등의 부수적인 업무들이 있다. 

매점은 극장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팝콘이나 음료 등의 약 30여 가지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인데, 매점 스텝은 음식판매 이외에 사은품 지급도 담당한다. 사실 매점은 극장의 가장 큰 수입원의 하나이기에, 회사는 고객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에서 신제품 등을 판매하도록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플로어는 상영관 입구 앞쪽에 대기하다가 영화 상영시간을 앞두고 입장표를 확인하고, 상영관 방향을 안내하는 곳이다. 플로어 스텝 역할은 상영관 안내 이외에도, 영화 종료 시 상영관 내부에 불이 켜지면 고객들을 퇴로를 안내하고 간단한 청소를 해야 한다. 물론 매시간 상영관 화질과 온도, 화장실 체크 등의 업무도 함께 한다.

(2) 지시감독과 통제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의 경우 고용관계 형태는 정규직(점장-매니저-슈퍼바이저)과 비정규직(선임 스텝-우수 스텝-일반 스텝)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일반적인 업무지시는 슈퍼바이저에 의해 운영되나 현장의 기본적인 사항은 선임 스텝에 의해 이루어진다. 선임 스텝은 입사 3개월이 된 모든 스텝이 받아야하는 매월 자체 서비스평가를 우수자(우수 스텝) 중에서 선별된다. 현재 서비스평가에서 매달 성적이 가장 좋은 스텝을 우수 스텝으로 선정하는데, 일반 스텝과의 차이점은 시급이 조금 높고, 색깔이 다른 이름표를 부여한다. 

극장 내부 조직형태와 위계구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멀티플렉스 극장 스텝의 작업과정 중 통상적인 지시감독은 정규직이 아닌 스텝 내부에서 선임된 동료 사원(선임스텝 약 4~5명)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림1]에서 보여주듯이, A사의 경우 일정한 경력과 평가 속에서 선임된 소수의 선임 스텝이 일반 스텝들의 일상적인 작업과정의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 선임 스텝들은 기본적인 스텝 업무 이외에 크고 작은 고객의 불만 해결, 매점 재고 체크, 스텝 업무 내용관리와 작업지시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담당한다. 물론 선임 스텝 역시 비정규직(파트타임)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일반 스텝과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정규직의 업무와 역할은 선임 스텝이 담당하고 있다. 



물론 스텝의 평가는 정규직의 몫인데, 통상 멀티플렉스 극장의 정규직인 슈퍼바이저 1명에 약 10명 정도의 스텝이 배정된다. 슈퍼바이저의 경우 최소 한 달에 1회는 2명 정도의 개인면담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별 스텝 평가결과(서비스 평가 하위그룹)나 직장 내 다양한 고충처리 등을 해결하는 역할 맡고 있다. 특히 슈퍼바이저 책임하에 반 담임제나 여타의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구성원들의 친목도모 성격도 있으나 기업 내부문화와 질서에 동화시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기업 전략 중 하나로 판단된다.

매니저와 점장들을 통해 극장 내부 주요 문제들이 운영되고 있으나, 일상적인 업무들은 슈퍼바이저와 선임스텝의 선에서 거의 해결된다. 더불어 극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CCTV)에 의해 스텝의 일상업무 과정은 슈퍼바이저나 매니저에게 감시·통제된다. 예를 들면 스텝 간의 잡담은 물론 업무 규정 위반(태도, 몸짓, 부정행위 등) 등의 모습이 감시카메라에서 발각되면 무전기를 통해 즉시 수정지시 연락이 온다. 게다가 기업은 감시카메라를 통해 각 포지션별 업무 상황을 체크하고, 고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통상 2회차)에는 유휴스텝을 다른 업무로 배치·전환시킨다.

실제 A사의 사례조사를 통해 극장 내부의 다양한 통제기제(동료, 감시카메라, 조회, 교육)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직무교육(친절 매뉴얼: 첫인사 → 고객응대 → 끝인사), △규격화된 업무 매뉴얼(매점 각각의 기계 특성에 최단기간 행동 패턴), △제안제도(직급별 간담회), △상벌체계(‘꼬질이’와 ‘깔끔이’ 선정)를 활용하고 있다. A사의 상벌체계 중 스텝의 벌점제도(꼬질이: 용모미비, 출퇴근카드 미체크, 조퇴, 지각, 결근, 서비스교육 미참석, 벌점 -1점에서 -15점 이상)는 각기 스텝에게 복지혜택으로 주어지는 영화 관람 제한부터 퇴사까지 가능하다. 물론 보상체계(깔끔이: 용모단정, 멤버십 카드 유치왕, 매정 판매권유왕,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 기여왕 등 선정. 벌점 감면이나 시사회 참석, 우수스텝 선정 등 혜택)를 통해 스텝들에게 다양한 동기부여를 하는 통제기제도 병행하고 있다.

4. 글을 나가면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기업의 자본 유입과 참여(기획, 제작, 배급, 상영 등)가 시작됨과 동시에 영화산업은 하나의 상품연쇄(가치사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모했다. 심지어 영화상영관까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재편되면서, 노동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 극장의 정규직 인력대신 새로운 인력 채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비정규 고용(스텝)이다. 이들 스텝은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의 상당부분 맡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파트타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멀티플렉스 극장에는 기간제 비정규직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기업들이 고용구조에서 정규직 전환의 가교마저 제거한 것이다. 물론 장기간 근무한 선임 스텝 중 일부가 채용절차를 통해 정규직화 되기도 하지만 내부승진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멀티플렉스 극장의 노동과정에서 정규직의 일정한 역할을 선임 스텝에게 부과하고, 다른 동료 스텝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스텝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제기제(상벌체계, 제안제도, 친목프로그램 등)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산업 또한 서비스 영역의 산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노동의 성격뿐 아니라 고용관계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영역에서 자본의 세련된 작업현장 통제가 심해지고 있음에도 조직된 노동 및 개별 노동자들의 대응은 미약한 편이다. 때문에 서비스 산업의 다양한 업종 및 직종에 관한 보다 면밀한 연구조사가 이제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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