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릭과 퇴행으로 점철된 ‘능동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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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평가와 노동운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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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태수 2007년 9월,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은 복지공약으로 ‘7대 디딤돌복지’를 내세웠다. 그리고 집권에 임하면서 ‘능동적 복지’라는 표현으로 복지정책의 기조를 표현하였다. 국적불명의 능동적 복지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빈곤과 질병 등 사회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복지정책”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2008년 3월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 자료).

그러나 이러한 좌표 제시가 허망하게도 복지부문에 관해서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의 그 어떤 기대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성적 판단이 굳어지게 된 것은, 그 말 많던 조각(組閣)이 끝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쏟아낸 말의 성찬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4월 말 새 정부의 첫 번째 예산편성의 기조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그간 복지재정이 너무나 빠르게 확대되었으므로 더 이상의 복지재정 확충은 없다. 다만 효율화를 통해 수혜 폭은 늘릴 수 있다”라고 선언한 것에서 새 정부의 주류들이 가진 생각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확인하게 되었다. 나아가 이들 새 정부의 주류들은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은 노무현 좌파정부가 너무나 복지예산을 많이 쏟아 부은 데 있다”는 현실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집권세력의 실체가 백일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복지부문에 관해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1년간 확인시켜주었다. 2008년 11월17일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경제파탄·민생파탄 강만수 장관 퇴진 국민캠페인 선포’ 기자회견. ▶ 민주노총 ] 

‘미친’ 감세정책은 복지국가 한국의 재앙 

마침내, 이명박 정부가 대다수의 선진국가들이 GDP의 4분의 1가량을 쏟아 부어 국민 삶의 지지망을 공공 영역으로 관장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따를 생각이 없구나 하는 결정적 인식은, 전무후무한 강력한 감세안을 꺼내드는 순간에 확인되었다. 0.7%의 인구에게 해당하는 상속세를 감해주고, 2%만이 부담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주며,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층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소득세를 인하하고, 전체 세액의 80%를 대기업이 담당하는 법인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선언은, 그 어떤 논리로도 ‘복지의 확대’와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로써 향후 5년 동안 무려 75조 원의 국가수입이 감소되는 현실은 결국 그간 정부가 소홀히 해온 복지정책의 포기이며, 향후 웬만한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증세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복지정책 발전에 대해 재앙적 결과를 예고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던 경제관료들이 내놓은 <비전 2030>에서는 그나마 2030년에는 한국이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의 복지지출로 간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계획이 세워졌었다. 당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향후 20여 년간 1,000조 원이 추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는 ‘미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의 질곡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는 시점에서, 상위계층과 대기업 재벌의 부를 증식시킴으로써 오로지 그들의 양동이를 채우고 난 뒤 “떨어지는 물방울로 나머지 계층의 삶이 보장되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ing-down effect)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단히 안이한 발상은, 문제의 실질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현 정부의 이러한 접근상 한계는 지난 10월2일 국회에 제출한 2009년 정부예산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명박 정부는 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선진화”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강조하였다. 그 가운데 특히나 복지 관련 예산의 증가율은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 증가율 6.0%를 뛰어넘은 9.0%여서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은 반증으로 삼고 있었다. 실제로 총량 면에서 볼 때 작년대비 6조 588억 원이 늘어난 73조 7,104억 원이 복지관련 예산 총액으로 확보되기는 했다.

복지예산 증대했다고 우기는 정부 주장의 진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숨길 수 없는 진실이 확인된다. 다름 아니고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그렇게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었던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에 ‘말타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정황은 이렇다.



[표1]에서 드러난 것처럼 작년 대비 증가액 중 무려 5조 2,809억 원은 참여정부가 이미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확대해 나가도록 함으로써 불가피하게 확충되는 몫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소위 ‘능동적 복지’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실린 정책에 쏟은 재정은 7,779억 원에 불과하고 이는 9%의 증가분 중 고작 1.2%에 해당한다.

이는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예산으로 한정하면 더욱 심각하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예산의 2009년 외형적 증대분은 추가경정예산 불포함 시 2조 2천억 원(전년대비 14.0% 증가), 추경 포함 시 1조 7천억 원(전년 대비 10.7% 증가)이며,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적극적인 예산배정이라 주장하고 있다([표2] 참조).



그러나 위의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복지부 소관 자연증가분은 기초노령연금 8,749억 원, 노인장기요양보험 1,917억 원, 건강보험재정부담금 6,566억 원 등 총 1조 7,232억 원이다. 그렇다면 순증가분을 기준으로 할 때 복지부 예산 증대분 가운데 능동적 복지에 의해 증액된 예산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제로 무엇인가 새로운 사업 예산이 책정된다면, 이는 당연히 복지부 사업 중 빈곤계층이나 일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존 사업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삭감, 장애인수당 삭감, 노인돌봄서비스 삭감, 기초생활보장 예산 삭감 등이다.

‘퇴행’을 위한 시나리오, 민간 중심 복지체계 구축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내건 복지의 성적표는 매우 낙담스럽다. 정치적 수사로서 ‘능동적 복지’를 천명한 것 외에 의미 있는 성과를 가져올 전망은 없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에는 사실 수치로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비수가 숨어있는 면이 있기에 더욱 위험스럽다. 다름 아닌 시장과 경쟁, 민간 중심의 복지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미 의료의 민영화 추진 시도가 좌절되었지만, 소리 없이 일반 복지의 영역에서 시장과 경쟁, 민간 중심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재정을 절감함으로써 복지부문의 비효율을 걷어내겠다는 발상의 실현이 추진되고 있다. 딴은 맞는 이야기일 법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의 내면에는 한국적 복지상황에 대한 문제인식이 없거나, 복지에 대한 천박한 발상과 여전한 시장에 대한 맹신이 깔려 있다.

현재 한국의 복지체계에서 가장 문제점은 국가복지의 영역이 너무나 협소하여 복지의 근간이 국가책임으로 형성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의 비중이 8%정도에 불과하며,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의 비율도 인구의 3%를 하회한다. 시설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이들의 시설 입소율은 전체적으로 20%를 밑돌아,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가 아니라면 시설에 입소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복지서비스 예산의 대부분은 지방정부의 몫으로 이양시켜버린 지 오래고, 복지시설도 국공립의 비중은 미미하고 대다수가 민간 복지법인들이다. 공공영역의 복지전문 행정인력도 전국적으로 1만여 명에 그쳐, 찾아가고 발굴하는 서비스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탁상행정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지경에서 국가나 공공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과 민간을 끌어들인다는 것, 그리고 그들 간의 경쟁기제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영리부문의 도입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이미 노인장기요양시설에 이어 자활시설, 그리고 장애인요양시설 등이 영리기업이나 영리목적을 인정하는 단체와 개인에게 문호를 열게 되었다. 결국 효율성의 이름으로 취약계층을 사회 밖으로 내몰게 되고, 필수적인 생활서비스의 공급이 영리추구자들의 손에 맡겨져 이윤의 도구로 전락함으로써, 그나마 남아 있는 복지부문의 공공성이 ‘퇴행’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MB정부의 ‘능동적 복지 파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난 1년간 펼쳐진 이러한 복지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가 복지의 양적 확충에 대한 어떤 의지도, 질적 구성에 있어서 공공성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어떤 철학도 지니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며, 복지국가 한국의 미래에 암운을 던지고 있다. 

만일 이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복지부문을 경시하고 경제성장에만 목을 매는 정책을 견지하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감세정책 실행, 토건국가식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집중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1990년 초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하고 2000년 페소화의 지불정지를 선언하며 ‘양극화 사회의 전형’으로 고착된 멕시코의 길을 밟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가 복지부문에서 나름의 정책의지를 발동하여 복지의 전달체계에 민간영리부문을 끌고 들어와 공공성을 약화시킨다면, 그 결과는 여지없이 마이클 무어 감독이 적나라하게 고발한 <식코(SICKO)>의 세계, 즉 미국식의 ‘천박한 복지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극적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는 없는 것인가? 시민사회의 깊은 고뇌가 엄정하게 요구되는 지점이다. 향후 5년간 오로지 인고의 세월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존재한다. 복지의 지형이 뒤틀리고 그 기반이 영리조직으로 상당정도 대체되고 나면, 추후 그 어떤 시점에서 이를 원상회복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능동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자행할 수 있는 복지부문의 왜곡에 대해 단호히, 그리고 분명하게 거부의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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