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투쟁, 반성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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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투쟁, 반성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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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해지자 

이 글은 부도와 대량 정리해고 사태를 맞이하고도 또다시 부평공장마저 폐쇄될 위기에 처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2년만에 복직했는데, 1년 4개월만에 정리해고 되어 무척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더 화나고 참담한 것은 열심히 현장에서 활동하던 젊은 조합원들이 함께 정리해고된 현실이다. 이들은 대우자동차 노조운동의 미래였다. 1990년 10월 탄생한 ‘민주노조’가 1991년 2월 ‘대기업연대회의’ 사건으로 무너지고, 곧이어 자본의 신경영전략으로 현장 조직력이 와해되었다. 이를 회복하는데 육칠 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이번의 대량 정리해고로 민주노조운동의 뿌리마저 뽑히게 되었다. 

이 글은 최근 부평공장의 앞날이 어두운 상황에서 부도와 정리해고는 막아내지 못했지만 부평공장만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썼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노조 집행부의 투쟁 방향과 방침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앞으로 어떠해야 할 지를 중심으로 썼다. 따라서 투쟁 주체에 대한 비판과 제안이 주된 내용을 이루게 되었다. 

현 사태를 초래한 정권과 자본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왜 같은 편인 노동조합만 공격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이 글이 우리가 상대방의 잘못은 너무 잘 꼬집는 반해, 우리 잘못은 그냥 덮어두는 현재의 운동풍토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이 글의 내용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또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도 있다. 아무쪼록 이 글을 계기로 현장 안에서도 솔직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제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노조 집행부의 ‘지그재그’

대우차노조의 정리해고 철폐투쟁은 2월15일 오후 5시, 1751명의 해고자 명단이 우편으로 개별 통보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부터 공장 점거에 들어가면서 시작되었다. 노조 집행부는 예상되는 탄압에 대응하여 거점을 준비한 투쟁을 하겠다고 공언하였지만, 거점 투쟁 3일만에 몰려드는 경찰력을 십분도 못 버틴 채 거리로 쫓겨났다. 이제 산곡동 성당을 거점으로 정리해고자들을 중심으로 한 투쟁이 시작된 지 50일이 다 되어간다. 지금 노조 집행부는 ‘정리해고 철폐투쟁을 통해 GM매각을 저지하고 부평공장을 사수하자’, ‘끝까지 간다’, ‘정면돌파’를 외치면서 해고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투쟁대오는 정리해고자 1,700여명 중 400~5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미 많은 조합원들이 2년에 걸친 투쟁으로 지쳐 있으며, 지금까지 투쟁에 적극 동참한 게 정리해고 이유라는 피해의식과 패배감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 11월 8일 부도에 이어 올 2월 16일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함에 따라 노조에 대한 신뢰가 크지 못한 것도 한 이유다. 오히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부평공장 이전 계획」안과 부평공장 폐쇄를 전제로 한 「아더 앤더슨의 최종 보고서」 때문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과연 이렇게 싸운다고 해서 내가 돌아갈 부평공장이 온전히 있겠느냐는 ‘전망의 불투명함’이 다시금 발목을 잡고 있다.

‘벼랑끝 전술’

작년 11월의 부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의 정리해고에 대한 노조 방침은 ‘벼랑 끝 전술’이었다. 당시 노조는 정부·채권단이 경제적 파장 때문에 부도는 내지 못하며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규모 정리해고 역시 없을 거라 주장하면서 정부·채권단·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면 막바지에 타협안을 내밀거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노조와 조합원들이 ‘벼랑 끝’에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당시 ‘동의서’라는 올가미에 걸려 결국 부도라는 사태를 초래했고, 그 결과 정리해고 폭이 더 커진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동의서를 썼더라도 부도는 났을 거’라며, 부도를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GM의 음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대량 정리해고 사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반성하지 않고, 정부의 대량 정리해고 단행을 부평공장을 폐쇄하기 위한 GM의 음모 탓으로 돌리고 있다. 최악의 사태를 예상치 못한 정세 판단의 오류, 전술 운용의 미숙함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책임지는 결단을 하지 못한 노조 지도부의 잘못은 전혀 반성되지 않고 있다. 

노조 지도부는 대중의 이익과 조직력을 지켜내기 위해 최악의 결과를 피해 차악을 선택하고, 최선의 결과가 어려울 때 차선을 택하는 지혜와 결단력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행부는 모든 책임을 정부·채권단·회사·GM에 떠넘기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 동안 집행부는 현실에는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원칙’만 늘어놓으며 ‘모’ 아니면 ‘도’를 고집해왔다.  

이제는 솔직해지자. 작년 11월 부도를 피할 수 있는 여지는 많았다. 더군다나 ‘동의서’ 한 장 때문에 노조 혼자 부도 책임을 뒤집어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 나아가 사측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대량 정리해고를 피할 수도 있었다. 최소한 리콜제를 전제로 한 희망퇴직이라는 우회로를 택해 대량 정리해고를 막고 노조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안타깝게도 노조의 ‘벼랑끝 전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각종 집회에서 ‘산곡동 성당에서 거점을 확보하고 완강하게 투쟁하는 한 GM이 절대로 대우차를 인수하지 못할 것이다’, ‘정리해고자 1,000명이 한 달만 싸우면 이 싸움 이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부평공장 사수·GM 매각 저지·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이 승리하기는커녕 부평공장의 생명을 더 단축시키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GM에게 팔아치우는데 걸림돌만 되는 골치 덩어리인 부평공장의 고사를 학수고대하는 채권단과 정부에게 ‘노동조합 때문에’ 부평공장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돌이켜 보자. 작년 10월 중순 이영국 신임사장이 내정되고 이종대 회장이 이사회에서 선임된 직후인 10월31일 3,500여명의 인력구조조정(정리해고라고 하지 않았다)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었다. 이때 정부는 현대그룹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왕자의 난’이 시작되고 현대 8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더니, 8월 6일에는 현대건설의 워크아웃 내지는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10월30일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냈고, 이 때 느닷없이 대우차 문제로 불똥이 튀게 되었다. 즉 11월4일 엄낙용 당시 산은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동조합에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부도낼 수밖에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진념 부총리는 KBS시사프로에 나와 엄총재 발언을 거들었다. 급작스럽게 신문과 방송에서 대우자동차 문제가 현대건설 문제를 제치고 전면에 부각되었다. 이는 단지 국내 문제로 그친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실시간 보도되었고, 그 결과 대우차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전투적인’ 노동조합을 꺾고 과연 구조조정을 할 의지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금석이 되고 말았다.

무지한 ‘원칙’과 무능한 ‘전술’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은 동의서 문제로 이미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1999년 8월26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노동조합에 동의서를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3개월에 걸친 진통 끝에 ‘기업개선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노사합의 및 확약서’ 형태로 동의서 국면을 돌파할 수 있었다. 즉,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동의하는 대신, 사측도 노동조합의 성실한 협의와 고통분담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동의서가 이후 노동조합이 투쟁해 나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경험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대신 노조는 ‘동의서를 쓰지 않으면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정부·채권단의 선언을 협박용으로만 인식했다. 노조는 경제적 파장 때문에 부도 못 낼 거라며 큰소리쳤다. 오히려 11월 9일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는 언론으로부터 법과 규정을 어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대우차를 부도처리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언론플레이를 했다. 노동조합은 이것을 부도처리 못할 거라는 근거로 오판하면서, 버티면 이긴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금속산업연맹 등 상급단체도 이러한 인식에 동조했다.  

사실 동의서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즉 동의서를 내지 않고 부도가 난 경우에도 동의서 문제는 끝나는 게 아니다. 이후 과정에서 보여지듯,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문제로 압력은 계속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동의서는 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은 김일섭 집행부도 버티지 못하고, 1999년 11월18일 썼던 노사확약서보다 못한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2000년 11월 27일 써야 했다. 당시 기왕 쓸 바에야 부도 전에 써주지 하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김일섭 위원장은 마지막 대의원대회에서 ‘자기는 안 쓴다는 원칙을 지키려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쓴다’며 만장일치로 동의해 달라고 하였다. 많은 대의원들은 위원장이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고 대의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했지만,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만장일치로 동의해 주었다.

또한 노조는 부도가 나면 그것이 대우자동차와 그 종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부도가 나면 수출 위주(내수:수출=3:7)인 대우자동차 판매구조상 당장 해외현지금융이 중단됨에 따라 수출이 곧바로 막힐 뿐만 아니라 대외신인도가 급락하여 해외 생산과 판매에 막대한 피해가 뒤따른다는 점을 간과했다. 또한 국내도 협력업체의 연쇄도산과 자금경색으로 생산공장도 멈출 수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노조는 97년 기아자동차 사례를 들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기아차와 대우차를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른 점이 많았다. 기아차의 경우, 노조를 중심으로 사무직과 경영진이 뭉쳤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진념(현 재경부총리)이 법정관리인으로 파견된 그때 3C라고 하는 카니발·카스타·카렌스를 동시에 발표하는 등 신차종 개발을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기아는 일반 재벌사와는 달리 김선홍회장이라는 전문경영진 체제를 갖춘 자동차 전문 국민기업이라는 인식 아래 국민들 사이에 살려야 한다는 지지여론이 확산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자구노력은 더 많은 지지여론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노조가 중심이 되어 운영자금으로 1인당 1천만 원씩을 내놓고 임금도 삭감·반납하는 노력을 보여 주었다. 또한 이미 화의냐 법정관리냐를 놓고 당시 강경식 부총리와 힘 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운영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고, 당시 차량을 30%이상 할인해 판매했는데 이것도 많은 호응을 얻어 상당한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법정관리 상태였다는 외적 모습은 같았을지 몰라도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달랐다. 

노조는 10월31일 사측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안을 무시하고 왜곡했다. 당시 회사는 한 달 작업 끝에 3,500여명의 인력조정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당시 대우자동차는 포드 입찰 포기 선언 이후 채권단의 소극적인 태도로 자금이 경색되기 시작했고, 대우자동차의 향방이 불투명해 짐에 따라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산과 창원공장은 여전히 2교대 생산을 하였고, 해외 네트워크도 온전했다. 여기서 3,500여명의 인력구조조정은 생산·사무직을 포함하는 것이었으며, 군산과 창원으로의 전환배치와 RV정비부문의 쌍용차로의 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에 ‘정리해고’는 들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노사합의와 희망자에 의한 ‘전환배치’조차 거부했다. 김일섭 집행부는 나중에 창원 전환배치자 172명에 대해서도 창원지부에서 받지 말 것을 요구했다가 거둬들이기까지 했다. 이런 일들은 노조가 주장해온 ‘원칙’의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노사가 심한 충돌 없이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정리해고 하려는 수작이다’라고 떠들어대며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동의서’를 쓰지 않는 행위를 ‘원칙’이라고 정당화하는 선전을 해댔을 뿐이다. 그 이후에 나타날 파장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현실인식과 상황판단으로 노동조합은 ‘동의서’ 한 장으로 회사를 부도낸 원인제공자로 매도당했으며, 이후 전개과정에서 확인되었듯 이제 3,500여명이 아니라 6,800여명이 ‘구조조정’ 당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사실 동의서 문제는 김일섭 집행부가 주장하듯 ‘원칙’ 문제는 아니었다. 그것은 주체적 힘 관계와 객관적 상황에 따라 판단할 ‘전술’ 문제였다. 

단 1명의 정리해고도 없다?

동의서와 이에 따른 부도사태는 백 번 양보해서 집행부에 올라온 지 1달도 되지 않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웠던 문제로 치자. 그런데 2월16일 정리해고 문제는 시간도 있었고, 현장 안에서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되었건만 결국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면돌파’만을 외치다 1천 7백명이 넘는 조합원이 정리해고 당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1,751명 정리해고는 그 규모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우차 민주노조운동의 근간을 이루는 대다수 소위원과 열성조합원 대다수가 정리되었다는 점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말처럼, 정권과 자본은 구조조정도 완수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싹을 잘라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다시 돌이켜 보자. 작년 11월27일 인력구조조정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구조조정 문제를 경영혁신위원에서 논의한다는 ‘노사합의서’를 쓴 후, 회사는 12월16일 인원 5,794명, 상여금 400% 삭감을 내용으로 하는 자구안을 노조에 발송하면서 12월18일부터 30일까지 일방적으로 1차 의원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노동조합은 12월18일 비상투쟁위원회 체제로 전환했지만, 일방적 의원퇴직을 규탄만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버티라고 할 뿐 구체적인 저지 행동을 조직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1,600여명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의원퇴직했다. 이 때문에 현장은 더 위축되었다. 12월29일 합의서 서명 이후 한 달만에 열린 1차 경영혁신위원회에서 회사는 생산직 5,494명을 포함한 6,884명의 인력감축안을 통보했다. 

이로써 노사는 서로 제 갈 길을 가게 되었다. 노조는 1월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과 찬성률은 낮았다. 이것은 노조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으며, 한편으로 조합원들이 정리해고가 현실 문제로 다가오면서 사측 눈치를 살피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측은 1월12일 일방적으로 2차 의원퇴직을 접수받았고, 1월16일에는 생산직 2,794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투쟁”을 외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결과 통보만을 남겨 둔 상태가 확인되면서 현장은 더 위축된다. 노동조합은 ‘1개월 버티면 평생 사는 길이 열린다’며 ‘정리해고 철폐·정면돌파를 주장하며,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지만, 그것을 신뢰하는 조합원은 별로 없었다. 전면적인 ‘총파업’이라도 해서 막겠다고 했지만, 이미 노조의 부실한 조직력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드러난 저조한 투표율과 찬성률, 그리고 1월 17일 4시간 부분파업 참여율 등으로 드러난 상태였다. 

2월1일부터 파상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2월8일 순환휴직제 방안을 제출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대신 회사는 2월12일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400명 무급휴직 그리고 남는 인원에 대한 정리해고안을 제출하면서 이를 받지 않으면, 부평조합원 1,785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최종안을 내놓았다. 2월 12일부터 부평 승용1공장은 가동이 중단되었고, 15일부터는 2공장도 중단되었다. 회사는 노동조합이 회사안을 받지 않으면, 16일 정리해고를 발표하고 3월6일까지 부평공장을 휴무한다고 압박해 들어왔다. 결국 노조는 2월 16일 오후 4시에서야 ① 5:5 분담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 ② RV고용유지, ③ 잔여인력에 대해 전환배치 등을 하고 남는 인원 4개월간 무급순환휴직 안을 제시했지만, 바로 사측으로부터 거부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 오후 5시에 1,751명 정리해고자에 대한 개별 우편통보가 시작됐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노동조합 집행부는 ‘단 1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 ‘희망퇴직도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다’, ‘전환배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 ‘RV정비의 환원도 인정할 수 없고 무조건 고용을 유지한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집행부 일각에서는 1월 11일에 발족한 ‘노동자 생존권 사수·구조조정 분쇄·해외매각 저지 대우자동차공동투쟁본부(대우차공투본)’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주체가 무너진 마당에 외곽지원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또 일부는 회사가 2천명에 가까운 정리해고자 명단을 발표하면, 그들 가운데 일부를 포함해 1천명은 싸우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바램은 관념에 불과했으며, 현실과는 아무 상관 없었다.  

'원칙'이라는 미명 아래에 행해진 독선과 비민주

그러면 집행부의 주장처럼 정리해고는 부평공장을 폐쇄하기 위한 GM의 음모였으며, 결코 막아낼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던가? 그렇지 않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미 부도가 나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 폭이 커져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전환배치의 폭을 확대하고 노사분담으로 퇴직위로금과 리콜제를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시행해 사측에 의한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막고 노조의 핵심 역량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온정과 관심 속에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현장조직 차원에서 1월 설날 전후로 해서 현장에 뿌려진 유인물에서 최초로 공론화 되었다. 아울러 전직 위원장과 현장조직 의장단 모임을 몇 차례 가지면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희망퇴직안’을 노동조합 안으로 받아들이라고 집행부에게 제안하려는 등의 노력이 기울여졌으나, ‘회사하고 집행부하고 얘기가 다 끝난 것 같은데 우리가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안이한 판단으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왜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차선책이 이뤄지지 못했는가? 우선 노조 집행부가 ‘노동조합이 어떻게 조합원 자르는데 동의할 수 있냐’, ‘단 1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는 대중정서에 영합한 관념적인 주장만을 되풀이했고, 그 결과 ‘단 1명의 정리해고도 없다’가 정권·자본을 압박하는 ‘전술적’ 수단이 아닌 ‘전략적’ 목표로 격상되면서 노조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더 가관인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조가 ‘희망퇴직도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다’, ‘전환배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조조정 국면에서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전술마저도 스스로 부정해 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정리해고와 관련해서 노조는 참으로 안이한 인식으로 일관했다. 집행부는 부도사태와 마찬가지로 정권의 정치적 부담 때문에 1,800여명에 달하는 강제 정리해고를 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을 했으며, 벼랑 끝으로 몰면 사측에서 뭔가 타협안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상황인식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일부 현장조직의 오판도 거들었다. 한편에서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절대로 타협은 안 된다. 임금삭감과 근로조건 저하를 담보로 한 어떠한 합의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집행부와 회사가 얘기 다 끝내 놓지 않았겠어’하며 팔짱낀 태도를 보이면서 ‘한 이틀 중앙농성에 결합하면 끝나지 않겠느냐’며 2월14일 철야농성에 돌입했다가 사태가 심상치 않자 그제서 집행부에 타협을 종용했으나, 이미 집행부는 ‘끝까지 간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였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대우차노조는 막바지까지도 상황의 위급함을 몰랐다. 그나마 타협의 여지가 있었던 희망퇴직안도 사측과 교섭해 볼 여지가 거의 없었던 2월16일 오후 4시에 나왔다. 당시 노조 집행부와 일부 현장조직, 전직 위원장 일부까지도 2월24일까지는 시간이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동조했었다.

물론 부도와 정리해고라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 것은 집행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함께 책임지고 가야 했을 여러 현장조직과 활동가들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상황 판단과 전략전술 채택 그리고 투쟁방침 결정을 독점했던 현 집행부와 현 위원장에 있음은 명백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조합원들의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투쟁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현장조합원들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현장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거의 가질 수 없었다. 현장조직과 활동가들 사이에 중요 사안에 대한 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투쟁과 사업을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했다. 조합원 전체의 투쟁을 한 차례의 현장토론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 부친 현 집행부의 ‘비민주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우차투쟁은 입만 열면 ‘현장성’을 부르짖는 이른바 ‘현장파’들의 ‘현장성’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 


[ 조합원들의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투쟁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현장조합원들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 사진은 대우차노조의 집회모습   ▷ 대우차노조 홈페이지 ]

3. 제기되는 과제들

현재 상황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DJ정권 퇴진·신자유주의 반대·부평공장 사수·GM매각 반대는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주장 자체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치 경제적으로 초국적자본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경제주권을 앞세워 국민경제를 바로 세우려 노력하기보다는 초국적자본의 요구를 먼저 들어 줌으로써 정권안정과 권력재창출을 시도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채권단·회사가 해외매각반대 정책을 철회하고 대우자동차의 독자회생을 염두에 두고 이번 정리해고를 처음부터 재고한다면 노조도 독자회생 마련을 위해 영업이익 창출, 운영자금 마련 등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노조 입장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히려 이렇듯 ‘내가 먼저’ ‘네가 먼저’ 하다가 갈수록 가동률은 떨어지게 되고, 결국 골병드는 것은 대우자동차와 부평공장이 될 것이다. 그 결과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난 후에는 GM이 인수를 포기한다고 해도 회생불능의 상황, 즉 파산으로 갈 것이다. 

GM에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자

객관적인 상황은 오히려 미국경제의 경착륙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 전망과 GM 내부의 사정으로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국민정서에 부합되는 조건과 가격으로는 결코 매각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노동조합이 주체적으로 타개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GM과 DJ정권 입장에서 대우차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 것을 과연 제일 원할까? 그것은 바로 노사간에 서로 죽기 살기로 치고 박는 가운데 대우차가 고사되다가 마지막에는 청산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가 그랬듯 “해외인수 업체와 노조는 표면적으로는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일 지 모른다. 노조가 생각하듯이 GM이 식민지 강점 식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사악하기만 한 존재라면, 아마 노조더러 좀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서 부평공장 조합원들을 완전히 쓸어내는 자살골을 계속 넣어주길 바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렇게 되면 DJ정권은 GM에게 그나마 자산가치가 있는 창원과 군산공장, 대우자판과 대우통신 보령공장만이라도 사달라고 애걸할 것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거저 줄 테니 운영만이라도 해달라, 아니 운영자금도 지원해 줄 테니 제발 운영해 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매각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하면서 그나마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도 내니 파산 처리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며 헐값시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GM은 이미 대우차 문제는 노사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루디 슐레이츠 GM아태담당 총괄 사장은 지난 3월28일 태국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우차 인수여부는 전적으로 대우차 노동자들의 태도에 달렸으며, GM이 협상에 들어가기 전 한국정부와 노동자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용의가 없다”고 밝히면서 협상시한과 관련해서도 “최종 시한을 못박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GM과의 인수협상 지연이 GM 내부 사정이나 헐값인수를 노리는 우보(牛步)전술임을 은폐하고, 그 책임을 GM매각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에게 돌리기 위한 고도의 계략이 숨어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DJ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이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국경제의 불황과 주가하락으로 기업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GM 내부의 상황과 DJ정권의 정치적 한계를 바로 보면서 노조가 앞장서서 DJ가 헐값에 팔아먹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장 ‘공동화’를 막아야 한다

과도한 불안감만을 부추겨 투쟁동력을 이끌어 내려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장조합원들과 정리해고자들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부평공장 폐쇄를 위한 GM의 음모’만 해도 그렇다. 여기까지 밀려난 정리해고자들에게 ‘부평공장 폐쇄설’은 분노를 불러오기보다는 “이렇게 싸워봤자 결국 부평공장은 없어지고 말텐데 내가 왜 생활도 내팽개치고 이 짓 하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현장 조합원들은 ‘공장이전 검토’와 부평공장의 점진적인 축소·폐쇄를 담은 「아더 앤더슨 최종보고서」가 알려지고 추가로 1,000~2,400여명을 2차로 구조조정 한다는 괴소문이 돌면서 스스로를 ‘제대영장 받아 놓았다’고 한다. 이미 정리해고 당한 사람들은 퇴직금과 밀린 임금을 제대로 받아 제대한 사람이지만, 자기들은 앞으로 상여금 깎이고 가동률 떨어져 결국 퇴직금조차 깎여 쫓겨날 신세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부평공장 폐쇄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기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투쟁의지가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루빨리 퇴직금 제대로 챙겨 떠나자는 분위기가 기승할 것이다. 

따라서 당장 부딪힐 현실의 어려움을 조합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면서 모두의 땀과 노력, 그리고 진정한 고통분담으로 부평공장과 대우자동차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앞으로 튼튼한 투쟁대오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지도부가 현장에서 밀려나온지 벌써 50여일이 되어 간다. 3월7일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간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수배상태인 지도부와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으로 출입이 부자유스러운 간부들말고도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는 집행간부들조차 노동조합 출입을 저지당하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아예 노동조합을 사외 노동조합으로 만들려고 담장을 쳐놓았다. 노동조합의 기관지조차 현장 배포가 안되어, 정리해고자들이 출퇴근길, 통근버스 승하차 지점에서 배포하는 지경이다. 회사의 정치적 판단으로 현직 대의원 65명이 살아남아 있지만, 산곡성당 농성지도부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이 기회를 틈 타 현장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노동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RF카드의 도입도 그 일환이다. 사장은 조회를 통해 상여금을 250% 깎겠다고 하지만 누구하나 항의하지 못한다. 자신과 협력할 노동조합 대표를 어서 빨리 뽑아달라고 할 만큼 사측은 자신감과 여유를 회복했다. 누가 그랬다. 만약 이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어용노조가 출현할 것이라고…. 

산곡성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끈질긴 저항과 투쟁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이 공동화되고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밖의 투쟁으로는 GM매각을 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평공장을 사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평공장을 사수하는 투쟁동력은 바로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전직 위원장과 여러 현장조직 의장들이 여러 차례 모였고, 현장 대의원들의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들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도권을 빼앗길 지 모른다는 조바심에서 ‘자신들을 제끼려 한다’느니, ‘누구누구는 욕심이 있다’느니 하면서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이렇게 된 마당에 무슨 기득권을 주장한단 말인가?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현장의 중심,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다시 복원하고 회사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는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현장 조합원들의 권익을 사수하는 길인가 하는 관점에 서서 ‘현장 주체’를 한시 바삐 세워야 한다.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1,751명이라는 대량 정리해고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세간의 관심과 분노는 의외로 적다. 부평공장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는데도 지역의 분위기가 예상 밖으로 차분(?)하다. 왜일까? 삼성차가 있는 부산과 달리 인천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애정이 적어서 그런가? 그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자기 고장의 애정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아차의 경우 우리와 확연히 달랐는데 이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세간의 관심과 분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대우자동차가 처한 객관적 현실과 그 과정에서 보인 노동조합의 태도 때문이다. 워크아웃 초기에 자산 12조에 부채 18조인 부실덩어리 대우자동차는 그 이후 금융비용(이자)을 내지 않더라도 매달 채권단에게서 1천억~1천5백억 원의 지원을 받아야 연명하는 회사로 전락했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2조6천억 원을 퍼부었지만 정상화시키려면 얼마나 더 쏟아 부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그 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제 국민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려 노동조합의 항변, 즉 ‘이 부실은 김우중 재벌과 이에 유착된 역대 정권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일반 국민들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결국 대우자동차 부실로 관련 중소부품업체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끽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금융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당하고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판에 ‘인력구조 조정에 동의할 수 없다’, ‘단 1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의 태도가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기 힘들다. 

어느 회계사는 다음과 말했다. “대우자동차가 아무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현재의 재무상태로서는 역시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구조조정 후 회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채권단이 부채를 탕감해주어야 한다. 대우자동차의 부채비율을 200%대로 유지시킨다고 했을 때, 적어도 7조원 이상의 부채탕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자동차에 대한 부채탕감은 어차피 국민의 세금이다. 7조원이면 4인 가족 한 가구당 62만원씩 돌아간다. 즉, 대우자동차로 인해 4인 가족이 추가로 62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대우자동차가 앞으로 연간 8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5년 10개월 동안 자동차 한 대당 150만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 가격이 일천만원인 대우자동차의 경우, 원래는 1,150만원의 가격이어야 하는데 국민세금의 지원으로 일천만원의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타사와 경쟁할 수 있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윤종훈, 2000. 11. 11 ‘돈세상’ 홈페이지, 「대우자동차가 국민에게 남길 것은」). 

더군다나 현대나 기아차 등 간판급 자동차 회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부실덩어리 대우자동차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덜 드는 것이 현실이다. 대우노동자들이 김우중과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의 피해자이겠지만,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나 금융노동자 그리고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수혜자’의 측면이 없지 않은데, 그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노조의 태도에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이다.

부실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앞에 던져진 부실기업인 대우자동차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자구 의지를 보일 때 우리를 돕겠다는 손길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노동운동 내부 연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은 민주노총·금속산별연맹과의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된다. 지금 자체 투쟁동력이 부족해 총연맹과 연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상급단체들이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새 질타의 소리를 내지르면서 대우차를 중심으로 투쟁전선을 짤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연맹이나 총연맹 입장에서도 대우차 문제가 그 성격상 중요하겠지만, 대우차 노동자들의 자체 동력이 열악한 조건에서 외부 지원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연맹과 총연맹은 곧 본격화될 임단투를 맞아 산하 노조를 모두 챙겨야 하는 입장이어서 대우자동차에만  매달릴 수 없는 사정이다. 

연대의 측면에서 대우차노조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아쉽고 부끄러운 일이 많다. 1997년 기아자동차 노조가 가열차게 구조조정 투쟁을 하고 있을 때, 1996년 말~1997년 벽두 전국의 노동자들이 노동법 날치기에 반대하는 총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때, 1998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때,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무엇을 했던가를 돌아보면, 오늘 기아·현대·연맹·총연맹 그리고 지역의 노동형제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애정과 지원은 과분할 정도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대우차 노조의 ‘투정 어린 치기’가 그나마 보였던 애정과 지원을 거두게 하고 있다.

세상은 대우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주관적 모습을 ‘객관’이라는 거울에 비추면서 주변 동지들의 작은 도움도 고마워하고, 이에 힘입어 내부 역량을 끌어올려 투쟁 중심에 당당히 서려는 자세야말로 진정 운동을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다. 자기를 중심으로 물을 퍼 담으려고 하기보다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낮추면 물은 자연스레 모이게 되어 있다. 이게 지금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에 부족한 부분이다.

공장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다

대우자동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대우차의 존속가치는 5조3,727억원(99년 6월말 기준)이었다. 하지만 2000년 11월 부도 이후 영화회계법인이 실사한 결과 존속가치는 청산가치보다 3천억원이 많은 3조7,579억원(2000년 12월말 기준)이었다. 1년 반만에 기업가치가 1조5천억원이나 감소했다.

기업가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도 이후 올 생산 및 판매 목표를 56만대로 줄여잡고 있고, 1750여명의 정리해고를 포함해 6,800여명의 인력조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으로 올해 1조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하여 영업이익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56만대 생산 판매 목표도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우차 처리의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현대와 기아의 회복세를 따라 잡지 못하고 판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판매부진은 곧바로 가동률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부평공장의 경우 1공장은 주3일 근무, 2공장도 주3일, 군산공장에 엔진을 대주는 엔진구동만 정상 근무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자금사정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도 이후 채권단은 총 7,279억원을 2001년 6월말까지 지원하고, 그 이후로는 자력회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7,279억원 중 대우자동차에 지원되는 금액은 4,436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금이다. 또한 대우차 협력업체에 대한 정리채권 총 1조4,216억원 중 40%인 5,686억원만, 그것도 분기로 나눠 신어음을 바꿔주겠다고 하여 부품사들이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 즉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1차 협력업체 21개사, 2차 협력업체 5개사 등 26개가 무너졌으며, 30여곳이 추가로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 견실하다고 인정되었던 국내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생산량의 75%를 대우차에 납품하고 있다)조차 유동성 위기에 몰려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나마 신규투자와 개발과 관련하여 XK-엔진은 조만간 PP생산을 거쳐 매그너스에 장착될 예정이어서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예정이지만, 자금지원이 늦어져 지체되었던 T-200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으로 있어 그때까지 제대로 버텨 나갈 수 있을 지 힘겹기만 하다. 더군다나 그나마 부평공장에서 내수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매그너스 조차 3월 들어 SM 5가 기아의 옵티마를 제치고 올라가 중형내수 2위(시장 점유율 23%)를 차지하는 바람에 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차피 수출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부평공장의 입장에서는 미국경제를 위시한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가 판매부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하지만 환율상승으로 환차익이 기대되고, 또한 경기침체 시 가격경쟁력을 가진 국산차가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그나마 희망이다.

이렇듯 사방의 조건이 부평공장의 정상화를 옥죄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제 6월이 지나면 대우자동차가 살든 죽든 상관 안한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다. 이는 이미 현경영진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판매부진 → 생산감소 → 조업단축 → 조업률 하락 → 추가적인 구조조정 요구 → 헐값 매각이든 청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것은 GM이 가장 바라던 바고, 그렇게 되면 부평공장은 폐쇄의 운명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장 정상화’가 그 어떤 요구보다도 앞서야 한다. 공장 정상화야말로 GM으로 매각되더라도 매각 가격을 높이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정상 가격으로는 도저히 대우차를 인수할 수 없는 GM으로의 매각을 어렵게 하는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헐값에라도 GM에게 팔아치우려는 DJ정권의 기도를 분쇄하는 것이며, 나아가 그간의 ‘해외매각이 불가피하냐’, ‘독자생존(국민기업화 포함)시켜야 하느냐’ 하는 논란을 잠재우며 부평공장을 포함한 대우자동차의 자립적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과제들은 여기에 복무해야 한다. ‘공장 정상화’를 목표로 사업과 투쟁을 배치해야 하며, 비현실적인 요구나 과도한 전제를 달아서 정상화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4. 노조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장기전의 시각을 갖자

‘정리해고 철폐투쟁’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사로잡힌 정권과 채권단이 정책적으로 강요한 정리해고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적 조건, 특히 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가까운 시일 안에 철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정리해고 철폐를 장기적 목표로 세우되, 중단기적으로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요구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향후 투쟁동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해고자들의 경우 당분간은 퇴직금과 실업수당이 투쟁을 유지하는 물적 기반이 되겠지만, 지속적인 투쟁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물질적인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투쟁 수위를 높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할 것이다. 지금 대우차의 상황은 그 동안 대기업 노동조합이 의례 그랬던 것처럼 조합활동으로 해고를 당했을 때 생계비를 지원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투쟁했던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 노동조합 재정으로는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여 복직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1,100여명 정리해고자를 먹여 살릴 수 없다. 각자의 생활은 각자 책임져야 한다. 당장은 정리해고 당한데 대한 분노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고, 생활고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각종 집회나 투쟁 현장에 함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이 투쟁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따라서 좀 더 긴 시야와 여유를 갖고 다양한 조건에 처한 정리해고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케 하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투쟁 당사자들이 쉽게 지치지 않으며, 장기전이 가능하게 된다.

활동가들의 일치단결이 시급하다

사측의 일방적인 공세로 공동화되어 대응능력을 상실한 현장 안에 노조의 지도구심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제는 그 구심이 갖는 성격과 과제다. 우선 새롭게 구축되는 현장 안의 구심은 ‘거국적’ 성격의 지도부여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위협받고 있는 부평공장과 대우자동차의 미래를 다시금 되살려 내는 단결과 투쟁의 구심이어야 한다. 따라서 그간 움켜쥐었던 기득권, 동지간의 갈등, 그리고 집행 권력을 향한 무한경쟁의 대립자세를 버리고, 오로지 대우자동차노조의 조직력을 복원하고 조합원의 삶을 함께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가진 모든 세력과 개인이 단결하는 ‘거국적’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반성과 책임이 뒤따른다. 그간의 활동에서 드러난 자기 오류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거국적’ 지도부 구성에서 한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다시금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공장 정상화’의 기치 아래 함께 모인 ‘거국적’ 성격의 지도부가 그간의 대우자동차노조가 보였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공이 많아 오히려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잘못을 범할 가능성 또한 있다. 따라서 조직 운영에서 철저히 민주적이어야 하고, 그 사업의 계획·집행·평가가 투명해야 한다. 서로의 의견을 좁히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되, 필요한 결정은 적시에 과감하게 하고, 한번 결정된 사항은 모두가 실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

노조·사무노위·회사 3자의 범대책위를 세워야 한다

부실덩어리 대우자동차를 살려내는데 내부 주체의 단결은 필수 조건이다. 정부·채권단 어느 누구도 대우차를 정말 살려야겠다고 덤벼들지 않고 있다. 지역 여론도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진보적인 학자들 안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이렇게 된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내부 구성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조는 작년 12월 사무노위 및 부품사 노조들과 함께 ‘대우차 회생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두세 차례 회의를 끝으로 유명무실해졌다. 인천시와 대우차 경영진까지 포함하는 ‘대우차 살리기 운동’에 노조는 단 한 차례 집회 참석을 끝으로 별반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이것은 이후 경영진 차원의 회사 살리기 운동으로 그치고 만다.

해외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우차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기 타개를 위해 대우차 내부 구성원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사무노위·사용자 3자가 단결할 때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고 회사 전망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노동조합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노동조합은 그 동안 사무노위를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빼내는 대상으로만 여겼지만, 사무노위가 공장 정상화에서 가장 먼저 단결해야할 중요한 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무노위도 그간 사측의 울타리에 안주하는 태도를 버리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무노위는 구성에서 노동조합을 관리하는 회사 노무부서를 포괄하다 보니 본의 아닌 오해를 받게 되고, 이 때문에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무노위는 사무노위 구성원 다수가 원하고 있는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무노위가 노동조합으로 전환될 때 생산직노조와 갈등과 대립이 줄어들고, 각자 대등한 위치에서 수평적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사무관리직들에 대한 불신이 있는 현장 조합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물론 매번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서로가 서 있는 처지와 생각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노동자라는 이해와 연대의식만 갖는다면 지금처럼 삐걱거릴 이유가 없다.

사무노위와의 연대가 갖는 또다는 중요성은 그간 재벌경영의 방만함과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매여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억눌러 왔던 편협한 기업문화를 쇄신하고 제대로 된 기업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경영혁신을 이뤄 나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사무노위가 개혁 주도 세력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채권단-정부보다 공장의 정상화에 절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현 경영진 역시 다른 집단보다 부평공장의 발전 전망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그 권한과 힘이 없다는 것이 한계다. 따라서 ‘공장 정상화와 부평공장 사수와 발전’을 위해 노사가 합심한다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 노조와 사측은 대우자동차의 고사를 통해 부평공장을 폐쇄하여 입맛에 맞는 공장을 자신들이 요구하는 가격과 조건으로 거저 먹으려 드는 GM(초국적 자본)과 이를 방조하는 DJ정권·채권단에 맞서 공동으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맞서 모택동과 장개석이 국공합작을 했던 것처럼 부평공장 사수와 공장 정상화를 위해 회사와 협력하는 것을 ‘노사협조주의’로 매도할 수는 없다.

폭넓은 연대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연대를 민중연대만이 아니라 시민연대로도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 대우자동차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 기아차 때보다 시민단체나 민중운동 진영 안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해외매각하지 말고 독자생존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기아 때처럼 압도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바로 대우자동차가 안고 있는 문제 때문이다. 기술 수준의 낙후, 부실의 심각성으로 과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냐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이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의 처리과정을 통해 정부대책의 무능함이 드러났으며, 나아가 헐값으로 인수하려는 GM의 의도에 맞서 해외매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GM의 의도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포드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GM을 또다시 단일 협상자로 선정한 정부의 협상전술, GM이 입찰을 포기했을 때의 대비책 마련 등 정부·채권단을 전방위적으로 포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5. 글을 맺으며

부평공장은 대우자동차의 심장이다. 자동차의 핵심기능인 R&D 기능이 있으며, 엔진공장이 있고, 나아가 그나마 대우자동차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네트워크의 허브(hub) 기능을 하고 있다. 이 부평공장은 1,700여 정리해고 조합원들이 가급적 빨리 돌아가야 할 터전이자, 남아 있는 7천여 노동자들(생산, 사무직 포함)의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빨리 대우자동차를 정상화해 정리해고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리해고자들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7천여 현장 노동자들의 의지를 어떻게 모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분노를 터뜨리되 가슴에 새기고, 싸움에는 뱀 같은 지혜와 버들가지 같은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DJ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결코 대우자동차 노동자들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전략적 투쟁이다. 곳곳의 공장과 사무실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많은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그리고 ‘경쟁력’이라는 괴물 앞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려 끝내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몰락해 가는 중산층들, 이웃과 사회를 위해 살고자 하기보다는 입신출세의 개인 영달에 내몰리고 사교육을 통해 계급이 세습되는 비뚤어진 교육체제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청년학생들, 이들 모두와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객관적 상황과 주체적 조건을 고려한 전술·전략을 개발하며, 나아가 연대의 폭을 넓히고, 무엇보다 대우차 구성원 모두가 단결한다면, 대우차 정상화를 이뤄내는 동시에 민주노조의 기반을 다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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