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자동차부품업체의 노사관계 연구

섹션:

글쓴이 :

1. 들어가는 말

2001년 8월23일,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차입금 최종잔액 1억4천만 달러를 상환함으로써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은 같은 시기 구제금융을 받았던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기극복 정책으로 IMF에 의해 강요되었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경제위기 극복과정의 여러 정책은 '빛과 어둠'을 동반하였다. 외환보유고 1,000억 달러 달성이라는 환호 뒤에는 '경제 종속의 심화', '사회적 불평등의 악화',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고용불안과 실업의 증대' 등 새로운 사회문제들이 야기되었다. 

경제 위기의 극복을 위해 추진되었던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공기업 민영화'와 기업의 해외매각을 통한 '외자도입' 확충을 꼽을 수 있다. 이 결과 외국인직접투자(FDI) 확충을 통해 외환보유고는 급증하였으나 공기업 민영화와 기업의 헐값 해외매각을 둘러싸고 격렬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표출되었다. 지난 3년 동안(1998년∼2000년)의 외자도입 총액은 401억 달러로 지난 1962년∼1997년까지의 246억 달러보다도 더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의 인수·합병이 일상화되었고, 다국적기업은 한국경제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IMF 기간동안 해외매각을 집중적으로 경험한 산업부문으로는 금융산업과 자동차산업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 현황을 보면(2000년 4월 현재) 제일은행(50.90%), 국민은행(61.62%), 주택은행(62.40%), 한미은행(66.0%), 신한은행(50.36%)이고, 증권업의 경우 대유증권, 조흥증권, 쌍용증권은 영국의 리젠트 퍼시픽, 대만 KGI 그룹, 미국 H&QAP, 미국 리젠트에 매각되었다. 제일생명, 영풍생명은 독일의 알리안츠, 영국의 푸르덴셜에 매각되었고 대한생명은 매각을 추진중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에, 기아는 현대자동차에, 그리고 대우자동차는 GM에 인수됨으로써 완성차업체 내부의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자동차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이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델파이, 비스티온, 보쉬 등 다국적부품업체로 잇달아 인수되었다. 

이렇듯 주요 다국적기업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다국적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호세코의 노동쟁의를 비롯하여 1998년 만도기계, 캄코 그리고 1999년 발레오만도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 철수 논란, 한국까르푸의 부동노동행위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노동쟁의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정부, 사용자단체 그리고 외국인투자자들은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외국인투자의 제1의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운동은 외국계자본으로 대표되는 다국적기업을 저임금·고용불안·노조탄압의 상징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국적기업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과 대립현상은 다국적기업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에서 유래한다. 다국적기업이 갖는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자본의 집적과 집중은 세계경제를 하나의 국내시장처럼 만들어 세계경제의 긴밀화를 가져오고, 과학기술의 개발과 같은 첨단 기술이 국제적으로 파급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세계시장이 세계화로 점점 통합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국가에 의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다국적기업과 국민국가 사이에 갈등이 야기된다. 이러한 갈등은 크게 다국적기업의 진출에 따른 '국민경제의 종속'이라는 문제와 다국적기업과 진출국의 노동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노동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박현채, 1987).

이 글은 IMF 관리체제 아래에서 급증한 다국적기업 진출이 야기하는 갈등의 한 측면인 노동문제 중 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자동차부품업체 자회사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 자동차부품 산업의 10대 메이저들은 대부분 외환위기 동안 한국의 자동차부품산업에 진출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것은 세계 자동차부품 3대 메이저인 미국의 델파이(Delphi)와 비스티온(Visteon), 그리고 독일의 보쉬(Bosch)였다.1)

1) 델파이가 인수한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한국델파이, 성우, 대성전기공업, 신성패커드, 코리아도어시스템, 델코 등이며, 비스티온이 인수한 업체들은 한라공조, 덕양산업, 한국VDC한라 등이고, 보쉬가 인수한 업체들로는 캄코, 한국로버트보쉬기전, 모스트, 케피코, 두원정공 등이다. 

본 연구에서는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3대 메이저인 델파이, 비스티온, 보쉬를 선택하여 자회사 하나씩을 선별하였는데, 자회사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자회사 기업의 소유구조 및 재정여건과 노동조합의 조직역량 및 이념적 성향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선별된 기업들은 델파이의 한국델파이,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보쉬의 캄코이다. 세 업체들 모두 한국 국적 자본과 다국적기업이 같은 비율로 투자한 합작기업이며, 안정된 영업흑자를 기록해온 우량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세 업체들 모두 외환위기에 더하여 그룹 차원의 부도사태를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추가 지분인수 등의 방법으로 다국적기업들이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세 업체들 모두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고, 해당 노동조합들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노조)에 소속된 사업장들로 노동조합의 조직력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2장에서는 외환위기 동안의 자동차부품산업의 구조 개편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고, 3장에서는 다국적자동차부품업체의 자회사인 한국델파이, 한라공조, 캄코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를 비교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시사점을 정리한다. 

2. IMF 관리체제와 자동차부품산업의 개편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였던 자동차부품산업은 해방이후 몇 시기를 경과하면서 성장해 왔다. 부품산업은 1950년대 자동차 조립업체가 없는 상태에서 보수용 부품생산업체로 출발한 이래, 1970년대 국민차 생산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고, 1980년대 수출전략형 승용차개발 단계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1970년대 204개였던 부품업체 수는 1980년대 초 700여 개로 늘어났고, 1980년대 말에는 1차 부품업체의 수가 1,000개, 1994년에는 1,400개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자동차부품생산액은 22.7조에 이르고 있고, 제조업 전체 생산액의 4.1%, 부가가치생산액의 3.9%, 고용의 6.6%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던 부품산업은 외환위기와 기아·대우 등 완성차업체의 부도와 국내외적인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구조개편기에 접어들고 있다. 

1997년 기아차 부도와 연이은 외환위기 상황은 자동차부품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자동차 내수시장의 축소와 수출 감소로 많은 부품업체들이 부도 상황에 내몰렸으며, 다수의 부품업체들은 구조조정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외환위기 초기인 1997년∼1998년 2년 동안 부품업체 노동자 76,650명이 감원되었다. 

부품업체의 구조조정은 국내 부품업체간의 합병과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국내기업간 인수합병을 보면,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의 구조개편에 대응하고 체질강화를 위해 공장이나 관계사를 적극 통폐합하고 있다. 서울차체가 자회사인 서울차량·서울차륜 등을, 한국TRW는 우진을, 우신공업은 한영공업, 다성은 광덕금속, 서진산업은 진우를 각각 합병했다. 또 삼립산업은 기아차 램프 생산업체인 대우공업, 화신은 통일중공업 자회사인 영일공업을 인수하였다. 



다른 한편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의 급속한 확대는 자동차부품산업의 두드러진 특징인데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특징적이다. 

첫째, 외국자본 유입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물론 완성차부문과는 달리 부품분야에는 1980년 이전부터 외국자본 단독 혹은 국내자본과 합작으로 설립된 기업이 있었다. 이는 자동차부품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한데 기인한다. 부품분야에 외국인투자가 증가한 것은 자동차 수출이 본격화되고, 외국인투자의 자유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1986년 이후였다. 1986년∼1990년 사이에 투자받은 업체는 83개사(연평균 17개)이며, 1991년∼1996년에 투자받은 업체수도 53개(연평균 9개)에 달하였다. 그러나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외환위기 동안의 다국적부품업체들의 국내진출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1991년∼1996년까지 국내부품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53건에 불과했으나 외환위기(1997년∼2000년) 동안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간 부품업체는 62개사이며, 특히 1999년에는 33개 업체가 해외 부품업체에 지분을 매각하였다.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1996년 이후 대규모 투자가 증가하면서 2000년 현재 194개 부품업체에 2,145백만불이 투자되었으며, 일본(93개), 미국(43개사), 독일(19개사) 3개국이 투자액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이전 시기 외국인투자가 합작이나 단독투자를 통한 법인신설 형태로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지분이나 공장, 설비 등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인수합병 위주의 외국인투자 패턴은 외환위기 이후의 특징적인 양상이다. 이러한 결과 과거 외국인투자를 통해 고용증대가 이루어졌으나 외환위기 동안 자동차부품업체에서 발생한 해외기업의 진출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는 대단히 미미하다. 

셋째, 외환위기 이후 다국적자동차부품업체의 한국 진출은 주로 대기업의 계열사거나 대형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성우는 현대자동차의 관계사로서 현대에 거의 납품해왔고, 만도기계, 캄코, 한라공조 등은 한라그룹의 계열사이며, 기아전자, 모스트 등은 기아자동차의 계열사, 한화자동차부품, 한화GKN, 한화기계 등은 한화그룹의 계열사였다. 또한 대기업의 계열사가 아닌 경우도 대부분 종업원 300명 이상의 중대형 부품업체가 외국자본에 인수되고 있다. 

넷째, 국내 부품업체에 진출하고 있는 해외 부품업체들을 보면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1997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부품업체에 투자한 주요 해외업체들은 델파이, 보쉬, 비스티온, TRW, 발레오, 지멘스, 리어, 아이신 등 세계 자동차부품시장을 좌우하는 다국적기업들이다. 

다섯째, 외국인투자를 받는 부품업체 대부분이 전자제어장치, 에어백, 전장부품, 베어링 등 중요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성우는 에어백을 생산하는 업체였고, 한국로버트보쉬기전은 ABS모듈과 연료 펌프를, 모스트는 전자제어장치 생산업체였다. 특히, 국내 종합자동차 부품업체로서 핵심·첨단부품의 대부분을 개발 생산해 부품 국산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던 만도기계는 깁스(미), 와브코(독), UBS캐피탈(스위스), 발레오(불) 등 4개사에 분할 매각되었다. 더욱이 외국인투자업체 중에는 과거 첨단 분야의 기술도입을 위해 합작형태로 설립된 곳이 많은데, 대부분 국내 보유지분을 외국투자사에 넘기는 형태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부품산업의 구조조정 및 주요 업체의 해외매각에 따른 부품수급 관계의 변화는 한국 자동차부품업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수직적 전속거래, 부품업체 영세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핵심 부품업체가 다국적기업으로 인수·합병됨에 따라 기술종속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와의 갈등 등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많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부품업체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시장의 불안정, 대립적 노사관계 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한국델파이·한라공조·캄코의 구조조정 및 노사관계 비교

1) 3개 기업의 고용조정 과정 

3사 모두 인력감축을 둘러싼 고용조정 과정에서 파업투쟁 등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었으나 노사합의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는데 고용조정 과정 및 결과는 [표4]와 같다. 부품 3사의 고용조정은 기업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적 유연화' 정책이 사용되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시장적 유연화는 대량해고와 임시노동자 적극 활용, 임금삭감 그리고 노동조합 기능 약화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기업의 이윤확보를 위한 조건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축적조건을 회복하려는 시도다(윤진호, 1998). 이에 따라 순환휴직, 노동시간 단축, 교육훈련 등 노조의 정책 대안들은 무시되고 그 결과 장기간의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3개 기업의 고용조정 과정 및 특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용보장협약을 체결하면서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았으나 희망퇴직은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3사의 고용보장 협약은 정리해고는 모두 금지했지만 희망퇴직까지 금지하지는 않음으로써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의 가능성은 열어두었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둘째, 고용안정협약서의 내용은 한국델파이, 캄코에 비해 한라공조가 노동자에게 유리하며, 캄코의 경우 recall제도 도입이 특징적이다. 셋째, 인원감축 비율은 한국델파이(20%) > 캄코(17%) > 한라공조(2%)의 순으로 높다. 넷째, 캄코의 경우 공권력 투입과 간부 구속 등 타율적으로 정리된 반면, 두 기업은 자율적인 교섭으로 마무리되었다. 

2) 인수이후 3개 기업의 노사관계 

경영권 인수 이후 3개 기업의 노사관계를 경영변화, 고용형태 및 교육훈련, 작업장 변화, 단체협약, 노조관계 등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5]는 인수 이후의 경영진, 지분, 경영상황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경영진의 변화를 보면, 3개 기업 모두 한국인 사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표이사로 한국인 경영진을 존속시키는 이유는 첫째, 기업 인수 시점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 기업의 주요 사안들이 이사회에서 논의되므로 이사회를 장악하면 기업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 셋째, 한국내 영업활동을 위한 고려, 넷째, 종업원과의 융화 및 리더십 등이 꼽힌다. 

경영진 역할을 보면 캄코의 경우 외국인 공동대표의 역할이 재무, 생산총괄 등으로 분명한 반면 나머지 두 기업의 본사 파견 경영진 임무는 분명하지 않다. 경영상황을 보면 한라공조와 캄코는 매출 및 순이익이 급증한 반면 한국델파이는 매출이 정체 상태에 있다. 



[표6]은 3개 기업의 고용형태를 비교한 것인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력감축 이후 매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인원 충원을 억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2)

주2) 한국델파이의 경우 비정규직의 규모가 감소한 결과를 보이는데 이것은 고용조정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이미 일용직과 사내하청을 포함한 900여명의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라공조와 캄코의 경우 인수이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었으나 1998년∼1999년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노조의 관할 범위 바깥인 사무직에서, 생산라인이 아닌 간접 부서에서 확대되고 있다. 둘째, 임금체계 개편작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노조의 반대로 조합원이 아닌 관리직사원부터 연공형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임금교섭 시 고정급인 기본급 상승을 억제하고, 경영성적과 연동된 성과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용형태의 공통점과는 달리 교육훈련에서는 각 기업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라공조의 경우 종업원 1인당 교육훈련비가 1997년 557,511원에서 2000년 767,825원으로 약 38% 증가하는 등 교육훈련 투자 비중이 높아졌고, 교육내용도 다양화되었다. 반면 캄코의 경우 교육예산상의 큰 변화는 없고 1999년부터 '유답(you 答)=자아 찾기'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한국델파이의 경우 경영악화로 인해 교육훈련의 변화는 없다. 교육훈련 내용은 세 기업 모두 작업자의 '기술 및 숙련향상'보다는 '인성 및 공동체의식 함양'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3개 기업 모두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3) 체제를 구축하였다.

주3) 기업내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통합정보시스템으로 영업, 생산, 구매, 자재, 회계, 인사 등 기업 내 모든 업무를 IT(Information Technology) 자원을 활용하여 통합처리하고 실시간으로 파악(Real Time Monitoring)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내 ERP 도입 1,480개 기업체의 구축효과 분석에 따르면 재고 감소 10∼40%, 구매비용 감소 5∼10%, 인원감소 25∼40%, 이익률 29% 증가라는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노조측에서는 이 시스템을 일자리를 빼앗는 Early Retired Person(조기퇴직자)을 양산시키는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ERP는 업무의 효율화와 재고 감소 등 생산의 합리화, 원청기업과의 전산체제 구축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설치되는 것이지만,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자율적 생산이 억제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3사 모두 노동통제의 수단으로 ERP가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사합의가 있으나,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인원부족으로 노동강도의 강화를 느끼고 있다. 

작업조직의 개편은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뚜렷이 구분되는데, 사무직의 경우 팀제로 조직이 개편되었고, 일상업무가 팀단위로 운영되나, 생산조직의 경우에는 형식상의 팀제가 도입되었을 뿐이고, 실제 작업은 기존의 라인별 조직이 주를 이룬다. 모듈화의 진척 정도를 보면 3개 기업 모두 초기단계이고, 한라공조는 모듈제품 생산을 위한 울산공장이 2002년 완공된다. 



[표8]은 단체협약을 비교한 것인데, 기업별로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체협약에 있어 3사 모두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홍보의 자유, 조합원 교육시간 확보, 상급단체에 대한 간부 파견 및 활동 보장 등 비교적 좋은 조건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 참여와 고용안정과 관련하여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델파이에 비하여 한라공조와 캄코가 보다 친노동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인사를 포함한 경영의 참여에 있어 3사 모두 노사협의회 설치를 규정하며 조합원의 복지후생 증진, 고충처리, 안전·보건 등 작업환경 개선, 인사·노무 관리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제도개선 등을 협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3사 모두 노동조합의 정보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5∼10일 이내에 정보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델파이의 경우 인사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는 반면, 한라공조와 캄코의 경우 노사협의회 외에 별도의 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하여 집단 전환배치와 승진적체 등 인사제도의 합리적 운영 및 개선을 위한 협의를 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조합원 징계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기능을 한국델파이는 인사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노조 임원 1명만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여 질문과 변론을 할 수 있도록 한데 비해 한라공조와 캄코의 경우 조합원 징계 문제를 심사하는 징계위원회를 노사동수로 별도로 구성하게 하고 있다. 노조측 대표들이 의결권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국델파이보다 제도적으로 크게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안정과 관련하여 3사 모두 고용조정과 관련한 노사갈등을 거치며 정리해고 등 인위적 인원감축을 하지 않는다는 고용보장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으며, 각사별로 정리해고를 규제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으나 정리해고 규제를 위한 조항들을 단체협약에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델파이의 경우 사전합의를 중시하는 데 비하여, 한라공조의 경우 상시적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한 일상적 대처 방식과 구체적 사안 발생 시 별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규제 방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3사 모두 일방적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임시직 고용과 외주화 등에 있어 한국델파이에 비하여 한라공조와 캄코가 보다 엄격한 규제장치를 설정하고 있다. 임시직 고용과 관련하여 한국델파이는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으나, 한라공조와 캄코의 경우 임시직의 계속 고용 기한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3개월을 초과하여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임시직의 남용을 막음으로써 조합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비정규직의 권익도 보호하고 있다. 또한 외주화의 경우에도 부품 3사 모두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으나, 한국델파이의 경우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해치지 않는다는 추상적 조항으로 사측에 결정권을 일임하고 있는 반면, 한라공조와 캄코의 경우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노사의 사전합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권 인수 이후 각 기업의 노사관계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캄코의 경우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대립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대표이사를 경질하는 등 노사관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2001년 8월에 채택한 '비전 2010'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종업원에게 최상의 대우, 고용창출, 이(異)문화 공동체와의 모범사례 창출"이라는 참여협력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공식 표명하였다. 또한 2000년∼2001년 단체교섭은 치열한 노동쟁의를 수반하였으나, '주 40시간 2002년 도입, 비정규직 정규직화, 상급단체 활동 보장' 등 교섭결과는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참여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위한 구체적인 세부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으며, 노조측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라공조의 경우, 사측은 2001년 협력적 노사관계를 중요 경영 방침 중 하나로 제시하고, 노사협의회의 활성화, 경영설명의 내실화 등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조측의 일정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별 종업원의식 고취, 현장 장악 기도, 일본식 생산기법의 도입을 위한 교육훈련의 강화 등이 시도되고 있다. 노조측은 경영측의 변화를 합리성의 증대로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경영 및 작업장 변화는 뚜렷하지 않다. 이는 기존 공장에서는 전통적 노사관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반면, 신설공장에서 작업장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난 미국자동차부품업체의 사례를 볼 때 주목된다. 만약 울산 FEM 신(新)공장에서 기존 노조를 배제한 채 기업의 경영전략이 관철될 경우 이는 기존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한국델파이의 경우, 경영권 인수가 지분 변화로 가시화되지 않는 조건이어서 노사관계의 변화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델파이도 한국델파이의 지분 확대의 조건으로 안정적 노사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4. 결론 : 요약 및 시사점 

이 글은 외환위기 동안 급증한 다국적기업의 한국 진출을 노사관계 영역에서 자동차부품산업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글의 주된 문제의식은 첫째, 한국진출 다국적자동차부품업체 자회사들의 노사관계 성격과 특징은 어떠한가, 국내부품업체와 구별되는 새로운 노사문화 및 노사관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가, 둘째, 자회사 노사관계는 다국적모기업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기업별로 다른 형태와 특성을 갖는가, 아니면 다국적모기업의 특성과 관계없이 주재국의 조건에 따라 공통점을 나타내는가였다. 연구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부품 3사의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라 할 수 있다. 3개 기업 모두 고용조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과 대립이 표출되었을 뿐 아니라 경영권 인수 이후의 임·단협 교섭에서도 노동쟁의가 빈발하는 등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3사의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이라는 기본 성격에도 불구하고 파국을 피하는 상대적 안정성을 보여주는 특성이 발견된다. 경영권 인수 이후 3개 기업에서는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바꾸기 위해, 경영설명회 강화, 노조와의 파트너십 구축 등 몇 가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경영권 인수이전과 비교할 때 노사관계의 합리성이 조금 더 증대된 것에 불과하며 대립적 노사관계를 불식시키기 위한 새로운 제도나 관행의 타파라는 적극적 변화로는 발전하지 않고 있다. 즉, 경영측은 말로는 참여 협력적 노사관계를 강조하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프로그램이나 제도적인 변화는 극히 미미하다. 

둘째, 조사 대상 부품 3사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는 일부 단협조항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1) 인력관리 정책을 보면, 고용조정을 통해 인원감축이 단행되었으며 이후 빈자리를 정규직 사원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 또한 사무관리직에서는 연봉제 등 성과형 임금체계가 도입되었다. 2) 작업장 내부 변화를 보면 3사 모두, 전사적 관리체제인 ERP가 도입되었으며, 기업조직의 기본 단위를 팀 조직체계로 변화시켰다. 또한 작업현장에서는 품질우위의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경비절감 및 생산성 향상 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반면 작업자들은 노동강도의 강화를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신경영전략이라는 유연화 정책의 추구가 3사 모두에서 동일하게 확인된다. 3) 단체협약을 비교하면 3사 모두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비교적 좋은 조건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에 경영 참여와 고용안정과 관련하여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델파이에 비하여 한라공조와 캄코가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인사제도개선위원회 운영, 비정규직 보호 등 보다 친노동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셋째, 자회사 3개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다국적기업 노사관계 이론과 결부시켜 보면 '모기업 중심이론'보다는 '주재국 중심이론'이 타당성이 높다. 모기업 중심이론에서 보면 구조조정과 노사관계는 보쉬의 사업장인 캄코가 가장 친노동적이고 경영참가에 가까운 구조조정과 노사관계의 양상을 보이는 반면, 델파이의 사업장인 한국델파이가 가장 반노동적이고 노사대립적인 양상을 보이면서 대조를 보이고, 비스티온의 한라공조는 그 중간 수준에 위치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주재국 중심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과 노사관계에 있어 한국의 노동법규 및 노사관계 관행이 다국적기업의 경영전략 차별성이 발현되는 것을 억압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유사한 이념적 성향으로 인하여 구조조정과 노사관계에 있어 유사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연구 결과, 3개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는 다국적모기업의 따른 차이가 뚜렷하지 않으며, 국내 부품기업과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 '주재국 중심'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결과에서 보듯이 부품 3사의 고용조정 과정과 노사관계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공통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첫째, 3사 모두 기업 설립 초기부터 경영권을 인수하였던 다국적기업과 동률 투자한 합작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결과 기업을 새로 인수하거나 또는 신설하는 기업과는 달리 기존의 경영관행이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노사관계의 제도적인 규칙이 쉽게 변화하지 않는 특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3사 모두 매출액의 80% 이상을 국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거래관계의 특성이 노사관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외환 위기와 기업 수준의 부도위기 상황 하에서 3사를 인수하였던 다국적기업들은 새로운 경영전략과 노사관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3사 모두 인수 시점이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시기상의 문제도 변화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므로 향후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예컨대 지난 3년 동안 한국인 사장이 가지고 있었던 생산 및 노조관계의 권한이 점차적으로 모기업으로 이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캄코의 경우 이전까지 부사장의 역할이 재정(재무)에 국한되었다가 이후 생산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생산직의 경우 노사관계가 생산과정 운영 문제와 결부되므로 생산담당 부사장의 실질적 개입이 예상된다. 또한 향후 3사의 생산 위치가 다국적모기업의 글로벌 전략에서 어떻게 편입되느냐에 따라 그 변화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셋째, 노사관계의 한 주체인 노동조합의 역량 및 대응이 고려되어야 한다. 3사 모두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금속노조에 속해 있는 사업장으로 이들 노조들은 외환위기 동안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을 중심으로 공동요구와 행동의 통일을 꾀하여 왔다. 이러한 공동 대응은 1999년, 2001년 단체협약 갱신투쟁의 동일 요구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ERP에 대한 노조 상호간의 벤치마킹을 통한 대응에서도 확인된다. 실제 금속연맹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는 자동차부품 사업장들의 해외매각에 대응하기 위하여 해외매각의 문제점과 해외매각 후 구조조정의 폐해를 분석·홍보하는 한편 해외매각 사업장들과 자동차부품 사업장들을 단위로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왔다. 더욱이 이 같은 경향은 금속노조의 출범과 지역별 집단교섭을 통해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문헌
박현채(1987), "다국적기업의 논리와 행태",『민족경제론』, 한길사 
윤진호(1998), "시장적 유연화로부터 협력적 유연화로",『노동사회』 2월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돈문(2000),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과 초국적기업의 글로벌 전략",『동향과 전망』통권 46호,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조철(1998), "자동차부품분야 외국인투자 급증의 영향과 대응방안",『KIET 정책자료』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2001),『자동차산업편람 2001』,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2001),『2001 한국자동차산업』,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Boyer, Robert & Daniel Drache(1996), States Against Markets: the limits of globalization, London: Routledge 
Ferner, Anthony & Richard Hyman(eds)(1998), Changing Industrial Relations in Europe. Oxford: Blackwell
Jeremy Waddington ed(1999), Globalization and Patterns of labour resistance, London: Mansell
Katz Harry(2000), Converging Divergence-Worldwide Changes in Employment System, Cornell University 
* 1999년도 및 2001년도 각 노동조합 단체협약서, 노동조합 자료 및 각 기업의 홈페이지 자료 등을 참조하였음(델파이 delphiauto.com; 비스티온 visteon.com; 보쉬 bosch.com; 한국델파이 dacauto.co.kr; 한라공조 hcc.co.kr; 캄코 kamco.co.kr)

제작년도:

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