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교육·문화활동 기획을 지역운동에 위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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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를 두 번 출마하면서, 지역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의 하나는 “선거 때만 찾아오느냐”였다. 물론 선거 때만 찾아간 건 아니었다. 어쨌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하면 선거에서 지지를 구하기란 낯 뜨거운 일일 것이다.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파업이나 임금·단체협상투쟁 시기에만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서는 승산이 없다. 국가권력을 가진 이들이 언론 등과 함께 파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이데올로기를 더욱 쉽게 퍼뜨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이 “가뭄에 무슨 파업이냐”고 했던 것이나,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이 직접 “정규직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을 공격했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노조의 입장에서 보자면 눈에 불이 날 정도로 열이 받고 억울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런 말들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떤 방법을 찾아서라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조합 조합원과 지역주민은 왜 분리되었는가

우리 운동에서 지역의 중요성은 최소 20년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많은 활동가들이 지역으로 들어가 공동체를 꾸리고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생활을 서로 나누며 지역부터 바꿔보자는 헌신적인 활동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지역운동은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극복하지 못한 숙제를 남겼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노동조합과 지역운동의 결합’이다. 

나는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고 노동운동이 이전 시기에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됐음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지역운동의 상황만 놓고 볼 때 노동조합의 활약은 미미한 것을 넘어 전무하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노동조합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운동을 하는 주체들도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양측 다 서로에게 깊은 관심이 없었다. 

현재의 지역운동은 ‘주민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다. 즉, 기존의 지역운동가 대다수에게 노동조합 조합원은 조합원이지 주민이 아니었다. 일터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들은 지역의 주인이 되질 못했다. 
한편으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한 『지역사회와 노동운동개입전략』(김현우, 이상훈, 장원봉 공저)는 “일상적 시기에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의의와 문제의식을 (지역에) 확산시키고 사업을 전개하여 노동운동의 든든한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지역과 결합하기 어려운 이유로, △노동운동의 인식 부족, △노조의 중앙중심 및 상명하달 조직 관행, △보수적 지반이 뿌리 깊은 지역사회 분위기, △중앙 및 서울 중심으로 고착화된 운동방식 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지역에서 몇 년간 노동조합과 함께 ‘연대활동’을 했던 내게는 퍽이나 공감이 가는 지적이었다.

노조 교육·문화활동 기획을 지역운동에 위임한다면

올해 7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문을 연 ‘민중의 집’은 노동운동과 지역사회의 결합에 대한 모델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다. 민중의 집은 지역 노동조합과 상인연합회, 그리고 개인들이 모여서 만든 아담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서로가 가진 것이 즐겁게 소통되고 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다.

마포지역에서 민중의 집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보면, 지난해와 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랜드 일반노조도 있고 한국노총 소속인 가든호텔노조도 있다. 공무원노조 마포지부,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 마포구청 상용직노동조합 역시 민중의 집 참여단체다. ‘노동조합의 지역개입전략’의 일환으로서 민중의 집 실험은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이것의 성패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지역과 호흡하려 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다른 측면에서 봤을 때 민중의 집은 노동조합 자체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나는 현재 진보신당 마포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 있는데, 400명이 넘는 당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획을 하고 집행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단 걸 매 번 느낀다. 한 달에 한 번 당원모임 가지기도 벅차다. 그런데 민중의 집 건립을 위해 지역을 다니면서 노동조합도 마찬가지 상황이란 걸 알았다. 몇몇 노조를 빼놓고는 대부분 상근활동가 두세 명이 수백 명의 조합원을 상대하고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활동가들은 조합원을 묶어내기 위한 다양한 기획을 고민하지만, 그리 수월해 보이진 않았다.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지만 노동조합의 임원, 활동가들은 각종 회의, 집회에 참석하기에도 바빠, 평 조합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기획을 할 시간이 없어 보였다. 간혹 등산모임이나, 축구, 풍물 등의 소모임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지극히 한정된 조합원만이 참여하고 있었다. 

사실 이건 구조적인 부분이다. 두 명 혹은 세 명의 노동조합 활동가로는 조합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중의 집은 ‘위임을 받은 기획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민중의 집에 참여하는 노동조합은 민중의 집에서 마련한 최소 10여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요리강좌, 중국어, 스페인어 강좌, 자전거 수리학교 등으로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생활과 밀접하다. 또한 민중의 집과 네트워크 단체로 되어 있는 심리상담 센터에서 부부상담, 우울증 상담, 자녀상담 등을 1만 원 혹은 2만 원씩 형편껏 비용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다.

지역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조합이 함께 만들고 있는 민중의 집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적어도 1년 동안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운과 시도가 필요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지역에서부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진보의 가치에 동의하는 수많은 개인들이 영역과 경계를 허물어 상호 연대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새로운 지역운동이 형성되어야 한다. 

모든 대안을 민중의 집이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건 너무도 오만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민중의 집이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주체가 되길 기원해 본다. 또한 그러한 공동의 노력들을 통해 불황 한파가 아주 오래도록 휩쓸 것으로 보이는 우리 사회에 작은 희망의 꽃 한 송이를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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