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참여 고용안정과 투명경영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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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ju1919@hammail.net

경영참여를 놓고 노동운동 내에서 찬반 논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개량화로, 타협주의로 몰아붙인다. 투쟁을 포기하고 자본의 품안으로 투항하려 한다며 거센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파고에 맞서 더욱 선명하게 투쟁전선을 펼쳐야 함에도 '경영참여'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실적 대안임을 강조한다. 부패한 정치와 타락한 재벌들의 합작품인 IMF 사태도 불투명한 사회와 기업경영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주지의 사실로 지적한다. 멀쩡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고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으로 수만명이 길거리로 내몰리는데도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해왔다. 노동자들도 이젠 기업이 어떻게 경영되는지 알아야겠으며, 내부 감시자로서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경영참여'를 통해 적극적인 견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독이라며 먹지 말라고 이르는데 한편에서는 약이라며 적극 권장하는 양극단의 논쟁에 노동자들은 갈팡질팡 하는 게 우리나라 '경영참여'의 현실이다. 이 글은 경영참여에 대해 노동조합이 고용안정과 투명경영을 위해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음을 주장한다.


[ 5월19일 금속연맹의 완성차 4사 노조 대표들이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회기금 조성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출처:매일노동뉴스 ]

'투항'인가 고용안정 '투쟁'인가 

기아자동차노동조합과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 2004년 단체협약 요구안을 통해 제시한, 조합원들의 고용과 관련된 강도 높은 '경영참여' 요구가 최근 언론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3년에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해외자본이동에 관한 특별협약"을 요구한 것을 계기로 경영참여 문제가 뜨겁게 달아 오른 적이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IMF 사태 직후인 98년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1만여명이 길거리로 쫓겨났던 사업장이다. 기아자동차는 97년 부도사태로 온갖 시련을 겪다가 현대자동차에 인수합병이 되었다. 쌍용자동차는 현재 워크아웃 사업장으로 해외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처지이다. 동일한 자동차산업 노동조합들이 유사한 시기에 동일한 경영참여 요구를 하게된 배경은 모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목적이 있다. 

잘 나가는 줄 알았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고 매각되는 과정에서는 틀림없이 노동자들이 죄인이 되어 쫓겨나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30%의 노동자를 쫓아내더니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해외 투자 때문에 현지공장 생산으로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제2의 고용위기가 불어닥칠 상황이다.

노동조합들은 처음에는 얼떨결에 당했지만 두 번 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단단히 서 있다. 하여 회사의 사정을 미리 알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 '경영참여'라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고용위기의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고용불안 요소를 제거하여 안정적인 직장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경영참여에 대한 요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경영참여는 부패한 자본이 자초한 것

경영참여 요구는 노동조합의 선택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요구이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해외공장과 공장매각, 인수합병,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생산물량에 대해서까지 노동조합이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요구를 피해갈 노동조합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 경영참여 요구는 더욱 확산되고 이를 거부하는 사업장의 투쟁은 거세게 진행될 것이다. 경영참여를 통한 투명경영이 곧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요구는 자본측의 자업자득이다. 우리나라 자본은 기업의 미래지향적인 발전보다 재산의 대물림에 더 신경을 써왔다.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산업자금을 지원 받아 부동산 투기에 앞장서고, 이를 숨기고 피해가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권과 관료들에게 불법자금을 제공하며 연명해왔다. 약점을 안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자금을 수억에서 수백억원씩 갖다 바쳤다. 지난 50여년 동안 부정부패의 한가운데에 재벌과 기업들이 서 있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지 못하니, 이젠 노동자들이 개입하겠다는 것이 경영참여 요구이다. 이제까지 자본의 편의대로 경영을 해오다 잘 안되면 노동자들을 자르는 시대는 지나갔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경제를 운운하며 경영권 사수를 부르짖기에는 자정의 기회를 이미 놓쳤다.

더욱 거세질 고용안정과 투명경영 요구

노동조합들의 경영참여 요구는 '고용안정'과 '투명경영'이라는 양방향성을 갖고 있다. 열심히 일만해서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파이를 더 크게 만들어 더 많이 나누자"는 자본측의 논리는 거짓이며 허구임은 이미 밝혀졌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발전하고 더 커지는 게 노동자들의 고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산업재해와 과로사를 당하며 목숨걸고 일해서 벌어들인 돈은 해외로 빼돌려져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가져와 제2의 고용위기를 불러오고, 그 돈은 자동화와 로보트를 사들여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시키는 무기로 둔갑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구차한 논리는 필요 없다. 이젠 나의 미래에 대해 알기 위해, 나의 일자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경영참여의 길은 필수적인 선택이 되어 가고 있다.

투명경영 또한 시대적 요구이다.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차떼기로 갖다바쳤다는 뉴스를 보며 노동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불법정치자금도 문제이지만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를 숨기는 틀에 박힌 회사측의 경영설명자료에 분노를 하고 있다. 계열사에 대해 부당지원을 하고 이윤을 빼돌리기 위해 자회사로 수십, 수백억원을 빼내가도 노동조합으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들은 노사협의회나 단체협약을 뛰어 넘어 정확한 경영정보 획득과 의사결정에 참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회사의 경영계획에 반대의사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하는 거수기 사외이사제도로 투명경영이 이뤄지길 바라는 건 포기한지 오래다. 회사의 경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 대표나 추천인사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영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견제와 감시를 통한 투명경영이 이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임이 틀림없다.

노조에게 유용한 소수주주권 활용 

경영참여운동은 크게 두 가지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인사와 고용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형태이다. 두 번째는 우리사주조합 등의 종업원지주제를 통한 소유참가 방식이다. 여기서는 최근 몇몇의 노동조합에서 시도하고 있는 소유를 통한 경영참가 방식을 다루기로 한다. 

소유를 통한 경영참가 방식은 현대자본주의에서 경영참가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여러 가지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다. 최대주주 또는 과반수이상의 주권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법과 증권거래법이 보장하는 소수 주주권을 활용한 경영참가는 제한적이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노동조합이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대항권 범주에 속한 내용만 단체협약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소수주주권의 활용은 종업원주주로서 경영전반에 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여 시정을 촉구하거나 소송을 통해 해결의 주체로 설 수 있다.

소수주주권을 통한 경영참가는 노동조합이 개입하지 못할 주주제안이나 대표이사 해임청구 등 경영관련 사항에 최소한도의 지분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어 노동조합이 활용할 가치가 높다.



그러나 현행 '근로자복지기본법'의 우리사주제도는 노동자들에게 고통만 주는 제도로 전락한지 오래다. 우리사주조합들의 모임인 '전국우리사주조합연합회'는 제도개선을 꾸준하게 건의하여 의결권 행사 등 많은 부분이 보완되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경영참가와 노동자기업인수제 등은 자기과제로 넘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2000년 이후 우리사주제를 활용한 경영참가 형태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성과분배 차원에서 자사주가 지급되는 수준이며, 종업원 보유지분을 활용하여 경영에 참가하는 형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또한 기업의 워크아웃이나 구조조정과정에서 종업원들이 지분소유에 참가하는 방식이라서 아직까지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 시도들이 풍성한 결과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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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제 활용의 몇 가지 사례

쌍용자동차

2002년 8월 임단협을 체결하며 초과이익 배분금을 1천만원으로 하고 상반기 500만원을 지급하고 하반기는 공인회계사 검증을 거쳐 지급키로 했는데 이중 200억원은(1인당 약 400만원) 우리사주조합 자사주 구입에 적립하고, 조합원들이 자사주 추가 구입금의 30%(60억원)를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합의를 했다. 
총 260억원으로 조성된 펀드가 현 시가인 주당 4000원씩에 주식을 매 입하면 약 650만주를 매입하게 된다(5천원인 경우 대략 500만주 정도로 추정). 이 같은 규모는 총발행주식 1억1430만주의 5%에 해당한다. 쌍용자동차는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이 공동으로 사외이사 1명의 추천권을 합의했다.

대우자동차판매

2002년 11월22일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자동차판매는 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해 회사와 종업원이 각 150억원씩 약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자동차판매는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에 이사회 참관권을 부여했다.

현대증권

2001년 회사가 미국의 AIG 컨소시엄에 헐값으로 매각될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가 조합비로 20주를 구입하자 2,000여 조합원이 자사주 구입에 참여, 2002년 노동조합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 후 본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돌입했다.
2003년 8월 '자사주 1,000만주 모으기 운동'을 전개, 전직원 매달 5만원씩 주식매수기금을 모으고,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하여 1,100만주로 총 지분의 10%를 소유하며 제2대 주주로 등극했다. 노조는 직접 경영참여 전략보다 경영감시, 투명성 제고, 외부세력 경영간섭 차단 활동 등을 통해 계열사 부당지원을 막아 2003년 3분기 9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여 경영을 완전히 정상화시켜 고용안정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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