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평가와 향후 대응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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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15년 9월 23일 오전 10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실
○ 사회: 이원보 이사장
○ 참석: 김선수 변호사,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나다 순)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사회) 바쁘신 가운데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지난 9월13일 합의 이후 여러 가지 논의들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최근 논의를 종합하고, 향후 상황을 전망해보자는 차원에서 제121차 노동포럼으로 긴급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노사정 야합이다’, ‘노동 쪽이 일방적으로 굴종했다’, ‘완전히 항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노사정 합의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인권유린에 재벌 퍼주기인 노사정 합의”
김선수) 노사정 합의문을 보고 한국노총이 도대체 왜 이런 내용의 합의를 해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같은 재계에서 숙원사업으로 주장했던 내용을 100% 다 수용한 것이거든요. 근로기준법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자 보호 장치인 해고에 관한 규정,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에 관한 규정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에 동의를 해주는 취지의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합의문에 상당히 구체적인 입법사항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야당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내용이 합의가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노사정 합의로서의 실질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합의문에는 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노동시간 관련 문제처럼 노동부의 잘못된 지침을 정당화해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수백 년에 걸쳐 세계노동운동을 통해 확보한 노동운동의 성과를 퇴색시키고 형해화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항간의 ‘노동대재앙’, ‘노동대참사’라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은수미) 저는 한마디로 인권유린에 ‘재벌 퍼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합의문에 기초해 과연  재벌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봤는지 대충 계산해 봤습니다. 기획재정부 계산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5년간 약 26조 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도수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획재정부의 계산에는 사망자, 환자는 물론 비정규직까지 포함되어 있거든요. 쉬운 해고의 문제도 있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자 중 해고자의 규모가 1년에 180만 명입니다. 그 중 90만 명이 회사의 경영상의 사유와 사정으로 해고되는데, 회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해고자들은 명예퇴직금 등을 받았죠. 그런데 이번 합의에 따라 해고 대상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하면 회사는 명예퇴직금, 위로금을 안 줘도 되요. 작년에 KT가 8,300명을 해고할 때 1조 원의 해고비용이 들었습니다. 평균 24개월 치 급여를 희망퇴직금으로 줬어요. 경영진의 잘못에 따른 과한 해고였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 측면이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더라도 해고에는 비용이 꽤 많이 듭니다. 그런데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은 최소한 10~15조 원은 절감하고 곳간을 엄청나게 채울 겁니다. 
인권유린의 측면에서 보면 약자에 대한 저격입니다. 합의안대로라면 15만 명이 실업급여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그리고 쉬운 해고는 청년층, 장년·고령층에 아주 취약할 겁니다. 2015년 3월 경총에서 하청노동자들을 어떻게 저성과자로 해고할 수 있는지 지침을 꼼꼼하게 만들어 배포했어요. 그 지침에 따르면 노동자들을 A, B, C, D로 등급 매겨서 월별로 평가를 합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감봉하거나, 시말서를 쓰게 하고 교육을 시킨 후에 다시 분기별로 평가를 해요. 그리고 분기별로 3회 저평가를 받으면 ‘3진 아웃’입니다. 9개월이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겁니다. 하청노동자 중 택배 기사를 예로 들면, 추석 즈음에는 2~5분 동안에 한 건을 배송해야 한대요. 이들에게 등급제를 적용하면 당연히 누군가는 하위등급을 받게 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거예요. 따라서 이번 합의가 정규직에게도 문제지만 청년, 하청노동자와 같은 약자들을 공격하는 인권유린이라는 겁니다. 
 
이주희) 저는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내세워서 정규직 조직노동자에 대한 마지막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게 보수정부의 최우선 어젠다였고, 최근의 지지율 반등을 틈타 노동자들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취업규칙 불이익, 일반해고 문제도 걱정되지만,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그 방식입니다. 정부는 철저한 분할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 문제로 청년과 중장년층,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랐고, 일하는 여성과 전업주부 간의 갈등을 조장시켰습니다. 중장년층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상황인데 청년들이 취직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에 있는 은퇴 예정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내하청 일자리만 해도 정부는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어떤 청년이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싶겠어요. 이런 정부의 분할 전략은 현실을 호도하고 진실을 가립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노동인구의 반목과 분열, 해고 남용, 노동시장 유연화, 시민사회의 역량 훼손 등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거기에 한국노총이 한몫 한거죠. 
 
헌법·노동법 무력화시킬 ‘협의’
사회)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원·하청 문제, 청년실업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들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기존의 것을 재탕해 나열한 수준인 반면, 노동자들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은 대단히 공격적·위협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고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규정들은 전부 강제 규정인데, 노사정 합의로 법이 규정하는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는 것인가요?
 
김선수) 노사정 합의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위헌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입법을 거치게 되면 위헌의 소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부 지침의 형태가 될 경우에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원에서는 노동부 지침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봅니다. 결국 지침이 없는 것으로 보고 해석하는 거죠. 이처럼 현실에 있어서 규정하는 힘, 파급력은 상당히 큰데 법적으로는 의미가 없기에 법정에서 다투기 어려운 것이 지침입니다. 또한 노사정 합의 자체도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이행과정에서 각 사항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사회) 합의안에는 원·하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기업의 동반성장 문제들도 나열되어 있던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은수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합의문에 재벌이나 기업이 할 일은 다 “노력한다”입니다. “청년 고용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비정규직 남용은 억제하도록 노력”한다 등이에요. 그런데 재벌 대기업에게 노력하라는 것은 사실상 안 해도 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반면 국민과 관련된 것은 ‘협의’라는 문구를 넣어서 법을 무력화시키려고 합니다. 쉬운 해고는 일종의 불법적 행위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식으로 협의를 통해 헌법, 노동법 대부분을 무력화시키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입법기관에 있는 저희 국회의원들은 위기감이 정말 커요. 앞서 야당이 배제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런 합의를 했느냐고 하셨는데, 앞으로도 정부·여당이 법안을 마구 밀어붙일 것이라고 봅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주희) 저도 노력하고 재검토하겠다는 문구들이 너무 거슬리더라고요. ‘합의’라는 것은 뭘 주고받았는지가 드러나야 합니다. 그런데 노사정이 뭘 주고받았는지 모르겠어요. 명확한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애매모호하지 않은 것은 단 두 가지,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에 대해서 뿐입니다. 그 다음에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되어 있는데, 10%의 조직 노동자 중 절반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빠져 있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협의를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노사정 합의 이면의 사태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향후 입법 여부를 떠나 대중들이 ‘노사정이 합의를 했다’라고 생각하도록 노사정 합의 자체에 상징성을 부여하려 했던 것이 정부가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합의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임금피크제만 해도 국민들 생각에는 일단 도입하면 좋을 것 같고, ‘직장에서 일 안하고 노는 사람들 해고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김선수) 통상임금과 노동시간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법률안을 제안해서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데, 노사정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합의를 해버렸어요. 그리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통상임금 문제도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원칙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촉진·확대하고 승인하는 형태로 노사정이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노동시장 개혁의 주된 목적인 청년 고용 확대와는 전혀 반대의 안이 되어 버렸죠.
 
전 국민의 비정규직화 지향하는 정부 개혁안
사회) 노사정 합의의 제일 큰 피해자로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이 꼽힙니다. 앞으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악화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은수미)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선 15만 명의 사회적 약자가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종전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실직 전 18개월 내에 180일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있으면 됐는데, 이제는 실직 전 24개월 내에 27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가 넓어져서, 권리 이전에 생존 자체가 무너지는 현상이 일어날 겁니다. 두 번째로 기업이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워낙 비정규직이기에 해고와 결부되는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하청노동자들부터 해고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중 55~59세까지의 정년 퇴직자 비율이 5% 정도인데, 이 수는 1% 이내로 더 줄어 많은 이들이 해고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조 파괴를 많이 우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노조에는 쓰나미처럼 피해가 몰아칠 겁니다. 
 
이주희) 합의 내용을 보면 정말 억지스러운 논리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논리가 일반 국민들에게 먹힐 것 같다는 것이 곤혹스럽습니다. 정부는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으면 비정규직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는 논리가 얼마나 해괴합니까. 그럼에도 정부는 합의문에 해괴한 논리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은 다음에 입법안을 통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연장시키고 파견 적용 업종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명백한 자기 모순입니다. 정규직도 일반해고가 가능한데 비정규직은 어떻겠습니까. 비정규직의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중도해고가 가능해 질 겁니다. 비정규직에게 최악의 결과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김선수) 합의안을 보면 “노사정은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하는 한편,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인건비 절감만을 이유로 한 비정규직 남용은 억제하도록  노력”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며 파견근로 대상 업무, 파견과 도급 구분기준의 명확화 방안, 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에 대한 파견규제 미적용 등을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합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차별 문제만 해도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긴요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근로자의 비정규직화를 초래할 겁니다. 
 
김유선)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일단 정규직의 경우 쉬운 해고, 거기다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노조의 동의 없는 노동조건의 후퇴, 기간제와 파견근로의 대폭 확산 등 3가지입니다. 정부의 개혁안이 지향하는 사회는 전 국민의 비정규직화인 것 같습니다. 
흔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문제라고 할 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및 격차를 이야기 하면서 밑바닥 부분의 처참한 삶을 끌어올리자는 차원에서 이중구조 해소를 얘기해 왔죠. 그런데 이번 합의안은 이중구조를 해소한다면서 오히려 하향평준화 내지는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조직 노동자, 노조도 무너질 수 있다”
사회) 1998년 이후 노동계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화 됐는데, 이제는 10%의 정규직, 즉 조직 노동자마저 무풍지대에서 몰아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성과연봉제나 퇴출제도가 노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치라는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은수미) 공공부문부터 시작해서 제조업 쪽이 확실히 정부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노총 지도부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의 화학, 금속,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했죠. 이들이 사안의 심각성을 정말 민감하고 느끼고 있고,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겁니다. 공공부문에는 이미 꽤 많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어 있는데, 임금피크제를 또 해야 해요. 임금을 깎고 또 깎는 거죠. 심지어 노사발전재단의 경우 근무평정 하위 10%를 대상으로 ‘직원역량 강화를 위한 레벨업 프로그램’을 적용해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교육 뒤에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직권면직 처리하겠다는 것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져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저항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조직 노동자들도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이주희) 이번 합의는 조직 노동자를 타깃으로 한 것이 명명백백합니다. 이미 일반해고는 대부분 가능한 상태거든요. 정부와 기업은 미국처럼 쉬운 해고를 원하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에 사용자가 해고를 통해 노조 간부나 활동가들을 많이 제거합니다. 노조가 이를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우리나라는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라고 해도 그 체제의 맥락이 너무 다릅니다. 미국은 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인프라가 우리나라보다 낫고, 노동시장 내 이동성도 큽니다. 노동시장에서의 기회 측면에서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는 거죠. 또한 조직률은 낮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우리나라보다 높고,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화하려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단순하고 봉건적인 이중구조 상태죠.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 노동자들이 무력화되면, 그 파장은 정말 클 것입니다. 
 
김선수) 일반해고 요건 완화의 파급력은 상당할 겁니다. 현재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해고가 가능합니다. 실제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으로 해고된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정당한 해고였다고 판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법원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 그 해고가 정당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 경우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담당 직무의 내용 등 그 사유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일반화되면, 저성과자라는 확정만으로 해고가 정당화 됩니다. 저성과자라는 기준은 정량적인 것만 아니라 정성적인 것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근무 평가자 마음대로 저성과자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노동현장에 있어서 모든 개인이 종속되게 됩니다. ‘노예상태가 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이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하는 사람부터 저성과자로 평가할 텐데요. 결국에는 연대와 조직 활동도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차별에 따른 해고로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고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미국과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실제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별해고로 인해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서 노동자들이 원하는 대로 합의를 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법원에서 판결을 내려도 재벌기업들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당당하죠. 
 
사회)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해 지침이 만들어지거나 법제화가 되면 전 세계에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 만들어지는 것 아닙니까?
 
은수미) 제가 국제노동기구(ILO)에 확인해봤습니다. 그런 가이드라인도 없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ILO에 이 문제를 제소해보려고 합니다. 
 
사회) 이번에는 국회 동향을 전망해 보죠. 
 
은수미)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 합의안은 안 된다’는 입장이고, 여야 각각 8명씩 동수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어요. 환노위에서 단 한명이라도 버티면 되요.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습니다. 또 제가 자주 쓰는 방법으로 ‘표결을 하자’고 하면, 대개 의원들이 안을 보류시키자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걱정은 정당 간 합의를 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환노위 의원들은 당과 싸우던가, 당의 손을 들어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현재까지는 지도부가 합의는 없다며 천명하고 있는데, 타협을 하자고 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게 좀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고, 여론도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이 저희 환노위 의원들이 할 수 있는 1단계 대응입니다. 버틸 수 있는 힘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주희) 저는 야당이 정당 간 합의를 해주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정부가 일단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민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니까 현재 협의를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죠. 따라서 지금처럼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정당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김선수) 정치적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이 법안을 야당이 제대로 막지 못하면 내년 총선, 대선도 필패할 것입니다. 야당이 결사적으로 막아야 할 것입니다. 
 
“노사정위는 개악을 합리화하는 기구일 뿐”
사회)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회는 사용자, 정부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노사정위원회에는 민주노총은 빠져 있고, 10%의 조직 노동자 중 5%도 안 되는 한국노총만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현재의 노사정위원회가 존속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주희)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에 불과한데다, 기업별 노조체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 기구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없다고 봅니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있는 다른 나라들은 다 산별체제로, 조합주의적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죠. 산별노조에서 의견을 올리고 산별노조의 의견을 수렴한 총 연맹이 정부, 사용자와 교섭을 하면 이 요구안이 다 지켜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하나도 지켜지지가 않죠. 
또한 노사정위를 통해 제도 개선이 제대로 된 사례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번 합의 방식과 노사정위가 취한 태도만 봐도 스스로 끌고 간 어젠다가 없습니다. 다 정부와 여당, 기업의 의사를 받아서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합의의 내용 자체만 해도 다른 나라의 경우 분량이 백과사전 수준으로 방대합니다. 그 합의문의 구체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번 합의문은 10페이지에 불과하더라고요. 저는 지금의 노사정위는 계속 이렇게 운영된다면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김유선) 일단 노사정위원회라는 것은 노사 내지는 전반적인 노자의 역학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노사정 합의는 합의문만 봐도 황당하죠. 아무리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기울어진 적은 없었어요. 쉬운 해고, 노동조건 후퇴, 비정규직 증가 외에 다른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더불어 노사정위원회의 운영은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이 좌지우지 됩니다. 현재의 판에서 노사정위는 거의 무의미한 조직입니다. 일단 정부쪽에서 노사정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죠. 그리고 합의된 주된 내용도 작년 11월에 전경련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안한 안 그대로입니다. 노사정 논의 과정에 공익위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공익위원이 이런 부분을 하나도 거르지 못한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노사정위는 그야말로 개악을 합리화하고, 노동 쪽의 전선을 분열시키는 기구로밖에는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선수)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갈 때부터 밖에서는 노사정위 자체가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기에 민주노총, 시민사회와 야당, 비정규직 대표들을 포함한 새로운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죠. 현 상황에서 보면 노사정위원회는 제 기능을 하기엔 불가능해 보입니다. 국회가 중심이 되어 다른 형태의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은수미) 저는 만약 대타협이 필요하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게 공익위원은 자문위원으로 빼고 국회가 들어가서 ‘노사정부’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입법은 국회가 해야 하거든요. 또한 노사정위에 한국노총만 들어와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노동자 대표들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사측에도 ‘남양유업 피해 대리점 협의회’와 같은 자영업자 모임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국회 주도의 노사정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와 같은 노사정 구도로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겁니다.
 
합의 문제점 널리 알린다면, 싸움의 승산은 있다
사회) 올해 4월까지는 한국노총이 합의를 하지 않고 완강히 버텼습니다. 그런데 겨우 5개월 만에 급선회를 했습니다. 한국노총의 경우 내부에 실리주의 기조가 완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실리주의에 비춰보면 한국노총이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조건이 있었을 것입니다.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협상을 뒷받침하는 실무진과 지도부가 분리되어 실무진이 협상에서 완전히 빠져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김동만 위원장의 역할인데 마지막에 위원장이 무너졌죠. 
 
김선수)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국노총의 이번 합의를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실제 국고보조금 건, 정부가 한국노총 간부의 비리와 관련해 내사에 들어갔다는 등 여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혹들이 진실이 아니라면 이런 합의가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회) 어떤 칼럼을 보니, 노사정 합의에 따른 책임의 반은 민주노총에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민주노총은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은수미) 민주노총이 오늘 총파업을 한다고 하는데, 저는 현재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할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대신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통상임금을 예로 들어 ‘우리가 통상임금으로 받을 것 중 30%는 비정규직을 위해 쓰겠다’는 식으로 헌신과 희생을 통한 투쟁을 해야 합니다. 
 
이주희) 민주노총에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실 노사정 합의안의 주요 타겟이 민주노총 소속 대형사업장이잖아요. 그래서 민주노총이 파업을 하면 일반 국민들은 조직 노동자가 또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난리친다’며 비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노사정 합의안의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면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안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 현재는 잘 모르고 있지요. 이런 상황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김유선) 어차피 상황은 지구전으로 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교육과 선전이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대체로 합의안의 내용을 잘 모릅니다. 임금피크제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청년과 장년층의 세대 갈등을 주장하다가 노사정이 합의하자,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계급갈등 유발이 프레임의 핵심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죠. 그럼에도 아직 임금피크제,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용어부터 상당히 난해해 일반인들은 노사정 합의의 실제 내용을 잘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지속적인 교육·선전·홍보 활동을 벌인다면, 승산 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주희) 또한 청년층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의 주된 이유로 청년실업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데, 실제 청년층은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입니다. 또한 현재 국민들이 합의안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알게 되면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회) 회사에 협조적인 노조도 자본의 공격대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는 노조 자체가 귀찮은 존재고, 전임자들을 먹고 노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죠. 협조적인 노조든, 민주노조든 자본의 칼 앞에 전부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저성과자 해고문제는 한국노총이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노조 간부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부각시켜서 노조가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10%의 조직노동자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김유선) 제가 최근 노조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노조가 노동문제에 관해 조합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육은 소홀히 한 채 노조의 의견을 담은 홍보물, 현수막을 내거는 일만 하는 것 같단 말이죠. 노조 내에서 그런 상황들이 수십 년간 반복되다 보니 이번 노사정 합의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으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면에서 노사정 합의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양대노총 모두 일차적으로 조합원 교육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선까지의 노림수인 노동개혁 추진
사회) 저성과자 문제, 취업규칙 변경 문제만 해도 전문가들 외에 일반인들은 잘 모릅니다.  노조 내에서도 단체협약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따라서 합의안의 각론을 따져보는 토론회, 포럼 등의 모임을 광범위하게 개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듣고 좌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은수미) 정말 정부가 원하는 것이 뭘까요? 저는 아직도 정부의 정확한 의도가 파악되지 않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우선 기획재정부가 입법과제를 밀어붙이고, 고용노동부는 한 발 물러선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확대, 쉬운 해고를 동시에 추진하면 여론이 너무 나빠질테니 단계적으로 하자고 기재부를 설득했을 것 같습니다. 노동개혁 문제는 올해로 끝날 문제가 아니예요. 만약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대패하면 이 노동개혁의 쓰나미는 막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가 내년은 물론, 내후년 대선까지의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봅니다. 단지 재벌의 편의를 봐준 것만 아니라 국민의 상당수를 무력화시켜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수우경화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되잖아요. 저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만약 야당이 총선에서 진다면 향후 정부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공포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정치가 자기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에 정치인의 본령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문제가 불거지잖아요. 제가 지금 설악산의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니까 주변에서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는데, 왜 그러냐’고 하더라고요. 정치가 국민들의 고통, 아픔으로부터 멀어졌다는 항간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정부의 노동개혁을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입니다. 정치가 왜 있어야 하는지, 바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고, 제가 정치인으로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치가 움직일 테니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김선수) 이번 노사정 합의 안대로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관철되면 우리 사회는 완전히 망가질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총력을 기울여 이를 저지해야 합니다. 대안들은 이미 많이 제시되었으니, 우리 사회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대안을 발전시켜야 할 것 입니다. 
한편 노사정 합의대로 된다면 재계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의문도 듭니다.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삶이 철저히 망가지고 소득 불균등이 심해진 상황에서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재계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안을 밀고 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주희) 일단은 노사정 합의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서 새누리당의 노동입법안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근본 문제를 위해 나서야 합니다. 청년실업 문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이 합의대로 가면 청년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찾아올 겁니다. 평생 인턴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노동개혁이라는 급한 불은 끄도록 노력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사회) 좌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노동계는 이 싸움이 지구전에 들어갔다고 보고 대응책을 착실히 준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교육하며, 여론을 형성해야 합니다. 정부 노동개혁의 본질을 아는 사람들의 활동이 점점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참 갑갑한 상황이지만, 각 분야마다 나름의 역할을 열심히 해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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