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포럼] 6.4지방선거 결과와 진보개혁세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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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6월18일 오후 4시~6시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발표: 박동천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토론: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장,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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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제 110차 노동포럼 ‘6.4 지방선거 결과와 진보개혁세력의 과제’를 시작하겠습니다.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선거 결과와 향후 진보개혁세력의 과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전북대학교 박동천 교수의 발표를 듣고 난 뒤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조직되지 못한 열망과 진보적 리더십의 결핍
박동천: 안녕하세요. 발제를 맡은 박동천입니다. 우선 2014년 지방선거 결과를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진보라 함은 새정치민주연합까지 포함합니다. 제 생각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머지않아 ‘민주당’이라는 당명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앞으로는 민주당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2010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김두관, 우근민 도지사는 진보에 합산했습니다([표1] 참조).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광역단체장의 경우 보수 쪽에서 8명, 진보 쪽에서 9명이 당선됐습니다. 보수는 2010년에 비해 1명 늘었습니다. 기초단체장은 보수 117명, 진보 80명입니다. 2010년과 비교하면 보수가 21명 늘어났고, 진보에서 16명 줄었습니다. 무소속도 7명 줄었습니다. 광역의원을 보면 보수가 416명으로 4년 전에 비해서는 83명 늘었습니다. 진보는 353명으로 39명 줄었습니다. 기초의원은 보수가 1,413명으로 17명 늘었고, 진보는 1,208명으로 21명 늘었는데, 기초 차원에서는 한국 사회의 기울기가 보수 쪽으로 상당히 많이 치우친 상태입니다. 광역 의회도 기울어져 있고요. 기초단체장의 경우 4년 전에는 96대 96으로 같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게 기울어졌습니다. 교육감 선거 결과는 놀랍습니다. 4년 전에는 10대 6이었는데, 이번에는 4대 13으로 진보가 압승했습니다.
 
 
아울러 득표수를 계산해봤습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2010년에 보수가 1,000만 표 정도를 득표했고, 진보가 945만 표 정도를 득표했습니다. 2010년 선거에서 언론들이 ‘진보가 이겼다’ ‘ 진보 쪽이 압승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4년에는 역전됐습니다. 보수가 1,070만 표, 진보가 1,100만 표 정도를 얻었습니다. 광역 의회의 경우 지역구까지 합하면 보수가 우위입니다. 하지만 광역비례만 보면 2010년과 올해 모두 진보가 우위입니다. 다만 그 차이는 4년 사이에 굉장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비례성이 짙은 선거제도였다면, 광역 의회에서 진보가 다수여야 하는데 왜곡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진보가 대체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순서는 광역단체장-광역비례-광역지역구-기초비례-기초단체장-기초지역구 순입니다. 
기초 지역구의 경우 거의 보수 우위의 진영이 펼쳐졌습니다. 이는 민주당을 진보에 넣었을 경우이고요, 소위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통합진보당, 정의당만 넣으면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옵니다. 지역구의 경우 ‘진보정당’은광역, 기초 모두 사실상 기회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을 진보에 넣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민주당을 빼고 생각하는 현상이 완전히 상반됩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진보가 비교적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아젠다가 이념 대결, 진보·보수 또는 정당 간 경쟁의 형태로 축약돼 진보의 침투력이 강화됩니다. 반면 전선이 모호해질수록 보수의 입지가 강화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례대표제가 진보진영에게 유리하고요.
그래서 2010년 결과와 비교하면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보수에서 1명이 증가했고, 전체 득표율은 보수의 경우 감소하고 진보는 증가했습니다. 광역비례 득표율, 광역의원 당선자 수에서 진보 지지는 후퇴했습니다. 이는 ‘진보정당’의 몰락 때문입니다. 기초단체장은 진보 우위에서 보수 우위로 역전됐고, 기초의회는 보수의 우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음 교육감 선거결과를 보면 10대 6에서 4대 13으로 급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일차적인 이유는 보수는 단일화를 하지 못했고, 진보는 여러 곳에서 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전히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고, 유의미한 변화의 조짐이 있었습니다. 기존에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남, 전북지역에 진보교육감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곳에서 진보교육감이 재선되었고 (사람이 달라진 곳은 있지만), 그 중에서 경기도만 빼고 다 득표율이 올라갔습니다. 현직 교육감이라는 ‘프리미엄’도 있겠지만 이들의 성과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보수교육감이 재선된 지역을 보면 대구시를 빼고 득표율이 다 내려갔습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 유권자들 사이에 뭔가 꿈틀거리는 변화의 열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종합적인 의미를 보면, 진보세력이 약간 위축된 결과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종북몰이’가 성공했고, 민주당을 포함해 진보정당이 의제설정에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은 꿈틀댔지만 열망이 조직화되지 못한 상태이며, 진보적 리더십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진보가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 결단을 미루는 ‘결정장애’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정을 안하니까 현상 유지가 되는 것입니다. ‘절묘한 균형’이라고 헛소리를 퍼뜨리는 언론지형이 이런 경향을 계속 강화하는 상태입니다.
 
누가 진보인가
개혁세력의 과제와 관련해 우선 누가 진보인가를 보죠. 저는 개인적으로 저 자신을 진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고유명사로서 어떤 조직이나 진영,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진보에는 저항감이 있습니다. 원래 진보라는 말은 고유명사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세상을 지금보다 낫게 만들려는 것으로, 근대 정치사상의 핵심개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보의 본래 의미는‘사람들이 노력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럴 때 저는 기꺼이 진보의 편에 섭니다.
교조주의, 도덕주의, 선험주의, 혈통적 민족주의 등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서 실용주의, 세속주의, 경험주의,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바꾸고, 전략을 이 각도에서 세워야 사회진보를 위한 구상들이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데, FTA와 관련해서 진보 진영이 한·EU FTA, 한·중 FTA는 결사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한·미FTA만 결사적으로 반대했죠. 또 2008년에 광우병 파동 등이 있었죠. 둘 다 저항세력의 저항을 묵살 하고 실현됐고, 그후 몇 년이 지났는데, 그 결과 무슨 탈이 났습니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결사적으로 반대해야 하나요? 지금 결사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당시에도 결사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완전히 ‘오도된 이슈’였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슈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도덕주의, 선험주의, 반미, 민족주의가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제국주의를 성토하는 주장도 말은 무성하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은 나올 수 없는 ‘가짜 문제’입니다. 이런 질문에 관한 입장 차이 때문에 연대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지, 혼동과 소외에 불과한 겁니다. 반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재판이나, 천안함 침몰, ‘핵 마피아’문제들은 스르르 잊혀졌죠. 제가 보기에는 훨씬 중요한 문제인데, 진보 진영의 아젠다로 채택되지 않습니다.
 
민주당을 진보로 보는 이유
그 다음으로 민주당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진보에서 빼고 나서 한국 정치의 진보를 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일종의 유토피아 사상은 될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서 10~20년 이내에 집권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운동은 절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물론 민주당 내에 호남 토호, 당내 기득권, 온갖 브로커들로 결합되어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치·경제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이념을 품고 있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적어도 경제민주화라는 의제가 지금처럼 실종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진보정치 지형에서는 분명히 민주당을 진보라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연대, 연합의 사고 방식인거죠.
민주당이 충분히 진보적이지 못한 면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집단의사결정 구조가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종북몰이에 말려들었는데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배출된 시기에는 열심히 대북 평화정책을 지지했습니다.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람도 말할 것 없이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했을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대놓고 반대했던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특별히 보수라서가 아니라 여론에 영합하려다 보니 종북몰이에 말려든 것입니다. 만약 대세가 진보로 흘러가면 민주당은 진보 쪽으로 올 것이라고 봅니다.
소위 ‘진보정당’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잡아먹겠다’는 전략을 취하는데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2004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하고 나서 2006년에 노회찬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노회찬 씨가 2008년 선거에서는 제1야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차지한 땅을 뺏어서 제1야당이 되려는 시도를 한 결과, 2007~08년에 동반참패를 했습니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을 ‘주적’으로 삼는 전략은 실패했습니다. 문국현이나 안철수가 실패한 것도 이유는 똑같습니다. 최근 후마니타스 대표 박상훈 박사가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에 다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라고요.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정당의 울타리에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집단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민주당은 현재 울타리 내에서도 이를 잘못합니다. 진보정당도 그걸 못하니까 분열되는 겁니다. 합의된 절차 없이, 아니면 합의는 해놓고 자신들이 졌을 때는 거기에 승복하지 못합니다. 결국 울타리의 연대가 아닌, ‘기능별연대’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여기서 기능별 연대라고 했을 때 한 가지 덧붙일 것이 모든 문제에 대해 집단의사를 정하는 것은 전체주의지, 진보가 아닙니다. 진보 쪽에서는 공동행동이 꼭 필요한 사안에서만 집단의사를 정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다양성을 완벽하게 허용해야 합니다.
 
적실성 있는 장기적 의제 개발에 나서야
의제를 발굴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 반대는 적실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적실성 있는 의제를 개발해야 합니다. 동시에 피상적, 단편적 의제가 아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의제를 발굴해야 합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이 전횡을 일삼을 수 있고, 이 권력을 법이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진보 쪽에 속한 분일수록 대개 법을 불신합니다. 그런데 이는 법의 원래 의미를 포기하는 겁니다. 법은 인민의 합의에 기초한 것이어야 합니다. 만약 법조인들이 권력의 편을 든다면, 그들을 꾸짖고 법조문을 고쳐서라도 법조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전횡은 결국 은폐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따라서 항상 은폐를 안고 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만 해도 새누리당이 사실상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진실 발굴을 방해하는 것인데, 이 방향으로 의제가 설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천안함 문제도 그렇고 그밖의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에 진상의 은폐라는 공통 원인이 있습니다. 진상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공동체의 지성이 움직여야 하는데, 권력이 그것을 가로막고 은폐하며 여론을 통해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인지 진보의 관심이 이 방향으로 날카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민주화, 조세 정의 등 모든 개혁의제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줄여서 말하면 사회적 자유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꼭 사회적 자유주의라는 말을 안 써도 되고, 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자유주의라는 표현도 가능합니다. 부족한 대로 미국 민주당이 추구하는 노선입니다. 좀 더 느슨하게 말하면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스웨덴 사민당도 대체로 이런 방향을 추구합니다. 법치주의, 좀 전에 말했듯이 법조인들이 다스리는 법치 말고 인민의 합의에 기초해 법이 권력을 통제하는 의미의 법치주의와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해서 강자의 전횡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공동체, 국가 권력이 약자를 지원하는 체제, 이것이 제가 사회적 자유주의라고 부르는 노선입니다. 진보의 노선은 이 방향으로 초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개혁세력에게 주어진 과제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들어 보면 우선 사법개혁이 필요합니다. 가령 지방검사장, 지방법원장을 직선으로 선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사는 사건과 관련한 사실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파악한 뒤 이에 기초해서 불법 여부를 판단하면 됩니다. 이는 정상적 상식을 가진 시민이면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실제 판사 자격에 변호사 자격이라는 요건이 없습니다. 또한 배심재판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명예훼손이나 통신기밀보호법, 공직선거법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철폐해야 합니다. 또한 국회, 인권위, 감사원, 국세청이 강제수사권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 의회개혁으로 비례대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바람직한 방법은 독일이나 뉴질랜드 식으로 MMP(전체 의석 절반을 지역구에서 뽑지만, 각 정당이 차지할 총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계산되고, 그 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만큼이 정당의 비례대표후보명부에서 순서에 따라 채워지는 제도)를 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500명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의원 정수 를 늘이지 않고 비례대표를 확대하려면 지역구 의원을 줄여야 하는데, 지역구에서 당선된 현재 국회의원들이 이런 법안을 통과시킬 리가 별로 없죠. 반면에 현재 지역구 약 250석을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로 뽑을 의원수를 250명 정도로 늘리면 반대를 피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500명의 의석을 당별로 배분할 때에는 정당 득표율로 배분하는 겁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면 지역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100% 비례대표제입니다. 덧붙여 상시국회를 해야 합니다. 특히 예산 문제의 경우 대개 9월에 예산안을 제출해서 12월에 통과 못 시킨다고 국회를 욕하는데, 미국은 2월에 예산안을 제출합니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3~4월에 제출해야 충분한 심의를 거치고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시국회가 됩니다. 감사원도 국회 소속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다음 병무개혁 부분입니다. 의외로 진보진영에서 잘 얘기하지 않는 주제입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 모병제를 하자고 했죠. 저는 모병제라는 말보다는 평시강제징집제를 폐지하자고 말합니다. 모병제는 표현이 모호해서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모든 나라는 강제징집을 합니다. 초점은 전쟁 때가 아닌 ‘평시’입니다. 우리나라는 60년 넘게 평시 상황인데, 강제징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을 바꿔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병사 수를 줄여야 합니다. 병사 수가 많으니까 사병들이 소모품화 되는 것이고, 군대에 인권이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병사수를 줄이고 자원병 또는 직업군인으로 충원하게 되면 장교들의 전문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몸으로 때우는 군대가 아니라 능력으로 일하는 군대가 된다는 거죠. 여성 자원자들에게도 입대할 길을 개방해야 하고, 장애인이라도 자원하는 사람에게는 기능에 따라 군직책을 개방해야 합니다. 국방비라는 이름 아래 소비되는 막대한 예산을 가지고 전국민에게 직업교육과 사회교육을 시행한다는 발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중등교육의 지방화’입니다. 이번에 많은 진보교육감이 탄생했으니, 지방화에 상당한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대학과 관련해서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식 국립대학 체제로 가야 합니다.
그 다음 ‘명실상부한 지방차지’를 해야 합니다. 지방정부 구성과 선출에 대한 규칙을 지방자치단체가 정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가령 미국, 유럽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정부형태의 다수가 5~10명의 위원회 형태인데, 우리나라도 인구 10만 명 이하 기초단체의 경우 그런 평의회 형태로 수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광역정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선거제도가 실험 가능하고, 그러면 실험을 통해 자율적 개선의 여지가 생길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능별, 사안별로 지역을 관통하는 연대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발제를 마치겠습니다.
 

토론

박승흡: 제가 10여 년의 정당 활동을 마무리하고 2012년 9월에 탈당했습니다. 그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치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참 오랜만입니다. 제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노동 분야 선본장 역할을 맡아서 두 달 정도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불러주신 것 같습니다. 
박동천 교수의 발제는 잘 들었습니다. 박 교수께서 보수·진보라는 프레임으로 분석의 틀을 잡아주셨습니다.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보수·진보, 좌우의 대결 구도는 ‘87년 체제’이후 소위 진보 민주개혁세력들이 지향했던 독재에 대한 민주, 냉전 구도를 타파하는 6.15 공동선언 이후 평화 세력이라는 명백한 역사 발전, 시대정신을 반영한 구도를 전략적으로 해체시키면서 성장한 새누리당 정권의 통치 프레임 아래 있는 것입니다. 또 이것은 새누리당 장기집권의 토대를 위한 통치 이념적 프레임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현 시기에는 기득권의 안정적 재생산에 복무하고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다시피 무차별적인 이념공세를 반영하는 진영논리로서 새롭게 부활한 프레임적 요소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발제문을 보고 좀 당황했습니다.
우선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이 분석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로, 진보세력의 예견된 참패가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개조하고, 어떤 가치에 기초해 바꿔나가겠다는 양 진영의 아젠다가 실종된 선거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야말로 새정치가 없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진보세력도 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사회경제적 아젠다와 대안 제시가 없는 관성의 선거였습니다. 인천시에서 정의당의 야권연대 방식이 그러했고, 후보가 마지막에 돌연 사퇴하는 통합진보당의 소위 ‘먹튀정치’방식은 그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 정치적 결과를 획득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보수 층의 표심을 결집시켰습니다. 그래서 박빙의 승부에서 새누리당 당선에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는 현실화된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에 대한 표심으로 볼 것인가는 차치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감성적 흐름,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 인간을 우선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유권자들의 지지가 나타났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육감 선거에서야말로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대표되는 양당 독점 구도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화’교육에 대한 지지 표출이 일정 정도 흐름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이후 소위 민주진보개혁세력이 향후 정치적 내용과 형식을 어떻게 만들고 구축할 것이냐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분석이 이뤄져야 할 선거였습니다. 그래서 추후에 보다 체계적, 실증적인 분석들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2040세대’와 ‘5060세대’의 고착되는 투표형태가 대선 이후에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아직 선택을 하지 못한 40% 넘는 무투표층이 존재합니다. 진보정당의 득표를 기계적으로 합산하면, 여전히 분당 시기의 민주노동당이 받았던 정도의 지지 토대가 있습니다. 세대 간 선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세대 간 전쟁이 바야흐로 우리 정치 현실에서 회피할 수 없는 핵심 상황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반복으로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양당 독점구도라는 진영 논리에 대한 혐오, 또 투표해봤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성향 역시 무투표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참패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보정당의 지지토대가 남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난 선거였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노동선본’을 구성했습니다. 양대노총뿐만 아니라 비정규 진영까지 포함했습니다. 그리고 당에 기초해 선거를 치르지 않고 당을 우회해 개인기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토대와 뿌리를 구축하지 못하면 안철수 의원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선거캠프에서 활동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선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났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정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뤘습니다. 그러면서 계급, 계층의 분명한 요구로 산별조직과 서울시에서 반영해야 하는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9개 분야의 정책요구와 협약을 진행시켜 나갔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들을 보완해 나가는 내용도 담아냈습니다. 또 마을 공동체 사업 등 맹아적 수준의 사회적기업 사업을 싹을 키우는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신뢰, 여성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소통의 리더십을 직접 보고 겪었습니다. 또한 서울시 25개 구의 ‘골목 조직화’가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작동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기로 선거를 치뤄졌다는 평가는 일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세력, 진영 논리 해체하고 세월호 교훈 재해석해야
아울러 박 교수께서 진보와 관련해 말씀을 하셨는데, 독특한 ‘개념짓기’라고 생각합니다. 현 시기에서 그럼에도 진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무엇보다도 계급적 분석 도구의 틀로서 진보, 그리고 그에 갇힌 사회경제적 분석을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진보세력은 2040세대의 변화된 열망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수렴하는 정치세력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보수·진보, 좌우 구도에 기초한 진영 논리를 해체하고,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져준 뼈아픈 질문을 다시 해석하고, 국가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새로운 구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열려 있고 소통하는 리더십을 창출하는 정치세력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을 두고 보수정당 혹은 구태정당이라고 딱지 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반새누리당 전선에 있는 모든정 치집단과 세력의 변화, 혁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저는 근본적 의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근데 이 의제라 함은 경험론에 기초해서 말씀드리면 새로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의제와 관련해서 제가 얘기하는 부분은 기존에 다 언급된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부분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구심력들, 새로운 세력들을 어떻게 형성해 갈 것이냐 입니다. 그럼에도 양당 독점 구조, 갈등을 극한으로 몰고가는 진영정치를 타파해야 합니다. 다당제 체제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죠. 15년 동안 정당운동 해봤어도 소수정당인 진보정당에서 우리가 주장했던 부분, 또 강령적 요소로서 사회현실화의 ‘무상복지 시리즈’등은 당내 최고의 전략가, 이론가들이 만들었지만 대선을 통하면서 부각된 것 아니겠습니까? 다당제 체제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제1당, 제2당이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바꿔야 합니다. 국회의원을 500명으로 늘리자는 주장도 좋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또한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다양한 정치집단과의 연대연합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고리를 확보해야 연대, 연합정치가 되는 것입니다. 저도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있으면서 야권연대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구걸연대’였죠. 그래서 정치개혁의 과제인 것입니다.
또 복지국가, 안전국가라는 부분과 경제개혁은 노동의제 없이 전부 허구에 불과합니다. 사회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노동 문제만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제대로 붙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보수양당 독점체제, 아니면 새누리당이 가진 좌우구도는 정말 낡은 국가 체제로서 5천만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낡아빠진 국가,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지 못하는 체제와 대립적인 구도를 설정한다면 그것은 ‘젊은 국가’가 될 것입니다. 젊은 국가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라는 논의 속에 정치개혁의 문제, 사회경제문제, 경제민주화, 노동문제가 녹아 들어가고, 이것을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들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복경: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는 내용은 2016, 2017년까지 향후 2년 동안 선거가 없는데, 이 때 누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입니다. 그런데 ‘누가’는 우선 넘어가겠습니다. 굳이 얘기하면 자신이 진보적인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되고자 하거나, 또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겠죠. ‘무엇을’부분도 넘어가고, ‘어떻게’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앞으로 적어도 2년 동안은 제도개혁 프레임에 빠지지 말
고, 밭을 갈아야 할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향후 2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죠. 모든 정당의 리더십 교체기가 맞물려 있습니다. 새누리당도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구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무주공산 상태로 리더십 교체기를 가질 것입니다. 당 내 차기 리더십을 위한 논쟁은 2년간 지속될 것입니다. 모든 정당들이 세력 교체기에 들어가는 시기가 과거 2004년에 있었고, 1993~1994년에도 있었습니다. 1993~94년에는 YS가 집권하고 난 이후 포스트 YS를 둘러싼 민자당 내 경쟁이 있었고, 야당은 DJ가 패배하고 난 이후 DJ 없는 민주당 리더십 구성을 위해 경쟁했습니다. 그래서 1994년에는 개헌논의부터 시작해서 선거법, 사법개혁 의제, 국회법 등 이른바 정치개혁 논쟁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장터’가 선 거죠.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장이 서고, 그 결과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라는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선거법의 전면 개정이 일어났습니다. 2004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2015, 2016년에도 이런 ‘빅뱅’이 올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간단합니다. 각 정치세력이 무주공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게임의 규칙이 나한테 유리한가 엄청나게 머리를 쓰는 시기입니다. 물론 그런 판이 열려서 항상 문제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염려하는 것은 누구나 다 제도대안을 말할 수는 있지만, 결정하는 것은 ‘저들’이라는 것입니다. 제1당, 제2당이 합의하면 그 누구도 그 결과를 뒤집을 수 없습니다. 이런 시기가 오면 장이 서서 모든 의제가 다 나오고 기존의 진보정당, 시민사회세력까지 다 판에 끼어듭니다. 여기서의 문제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개 개혁을 한다고 판을 벌여 각 정당의 다수파에게 유리한 제도개혁안을 통과시키고, 개혁했다며 자기들끼리 박수 치고 끝납니다. 이런 판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정치세력의 지형으로 볼 때 진보세력은 입장은 제시하되 과거처럼 그 판에 껴서 뭔가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굳이 거기에 관심 갖지 말고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정치세력, 시민사회는 밭을 갈아야 합니다. 예컨대 이미 드러난 사회갈등 의제들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사입니다. 특정 의제를 가지고 결사체를 만들고, 있는 결사체를 확대하며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조를 지원하고, 원자력 발전소 개발 반대 결사체를 지원하고 확대하며, 민영화 반대나 공공 부분의 결사체를 만들고 지원, 확대해야 합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면 최소한 진보정치의 사회적 기반, 정치적 기반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과를 가질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도 돌이켜보면,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제도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를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엄청난 상처를 입고 법을 통과시켰지만 사회적으로 지지동맹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다 엎어집니다. 한 번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뿌리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상층의 제도개혁에 목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전략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보의 ‘밭’을 갈 상황은 충분하다
그리고 밭을 갈 상황이 충분히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가 여론조사하고, 그 데이터를 많이 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보수화 됐다고 얘기합니다.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진보라고 생각하느냐, 보수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답한 데이터값을 가지고 유권자들이 보수화됐다고 말합니다. 실제 10년 전에 비해 자신은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7% 정도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말 그대로 ‘체감’의 정도입니다. 저희가 실제 정책 태도에 대해 주기적으로 조사를 하는데 유권자들은 10년 전에 비해 성장보다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발보다 환경을, 경쟁보다 평등교육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태도에 대해서는 이렇게 과거보다 상당히 왼쪽으로 가 있습니다. 최근에 진보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습니다. 역설적으로 10년 전에는 ‘진보냐 보수냐’고 물으면 진보가 상당히 많았어요. 당시에는 진보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 분들의 정책 태도를 보면 지금보다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그렇기에 주관적으로 진보, 보수냐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유권자들의 경우 정책을 매개로 진보적 사회경제 아젠다로 교집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두 번째로 ‘세대 분열 문제’에 대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50~60대를 따로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20~40대와 50대를 분리하고 60대 이상을 봐야합니다. 선거 직후 조사한 결과 세월호 사건 이후 어떤 형태로든 투표패턴에 변화를 일으킨 분들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전통적 지지자인데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민주당이나 다른쪽으로 ‘스윙(swing, 크게 움직임)’했습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앵그리 맘’이 있는가 하면 ‘앵그리 대디’도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충격 받은 집단을 분석하면 대부분 45세에서 55세 전후입니다. 자녀들이 고등학생인 층에서 스윙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2030대 전략이 진보정치에서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세대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50대는 움직일 수 있고, 충분히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대전략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계층투표가 확실히 나타났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와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를 나눠 보면 정확하게 ‘자산 4억 원’을 기준으로 나뉩니다. 자산 4억 원 이하 집단은 더블스코어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진보정당을 지지했고, 4억 원 이상의 집단은 새누리당을 지지했습니다. 유권자들은 계층적인 자각을 합니다. 실제 광역비례, 정당비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4억 원은 전국 단위로 보면 3억 원으로 내려갑니다. 그 이유는 집입니다. 집을 소유했느냐, 소유하지 못했느냐가 유권자들의 정책 태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냥 보여지는 정도가 아니라 이슈에 대한 태도에서도 달리 나타납니다.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봤는지를 살펴보니, 집이 있는 사람들은 개발을 중요하게 봤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지역 복지를 아주 중요하게 봤습니다. 정책 태도에서 분명히 유권자들은 변별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치 쪽은 밭을 갈아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진보정치는 많은 결사체를 형성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병렬: 제가 속한 노동·정치·연대는 강력한 노동정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조직입니다. 박동천 교수의 발제문을 봤는데 사고방식이 많이 다른 듯해서 제 의견을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보수·진보에 대한 박 교수의 구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권 심판 측면에서는 실패한 선거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정권에 부담을 주는 악재가 있고, 인사문제로 정권이 위기에 몰렸는데도 정권 심판이 안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잘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국한하면 진보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고, 존재감을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교육감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뒤집어 말하면 진보정당이 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세월호 참사라는 상황이 가져다준 유리함이 있었습니다. 구도도 좋았습니다. 보수는 분열되어 있었고 진보는 단결되어 있었습니다. 의제도 국민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으며, 진보교육감 1기 당시의 정책들이 국민들에게 괜찮은 정책이라는 평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에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 같습니다. 거꾸로 보면 진보정당은 이처럼 좋은 상황에서도 4개 정당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의제 발굴 실패가 맞물리면서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의 부는 여전히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진보가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야전’에서 활동했기에 정책적인 측면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부를 나누는 것과 관련해 진보가 기본소득 혹은 기초수급자를 확대하는 정책이나, 기본 생계를 보장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맞게 부를 나누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총선 목표로 진보정치 재편·진보정당 건설해야
이번 지방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조직적 대응이 상당히 미약했습니다. 우리의 책임입니다. 진보정당이 분열되어 있어 대중들에게 힘을 결집하고,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이견 없이 선거방침을 만들었지만, 힘을 크게 발휘할 수 없었던 선거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집중했고, 성과를 내는데 기여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 노동자는 현장의 분열을 극복하고 강력한 노동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선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10%에 가까운 득표율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4개 진보정당 다 합하면 정확히 9.53%입니다. 지금처럼 안 좋은 상황이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도 10%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희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잘하면 진보정당이 유의미한 정치세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보정치 세력의 과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이제는 분열된 진보정당으로는 대중의 힘을 결집하기 어렵습니다. 정권을 잡고 대중들의 생활,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진보정당인데, 자칫 ‘진보정당 유지’가 목표인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진보정치를 재편하려는 상층 차원의 운동과 현장, 지역에서 강력한 진보정치의 토대를 만드는 활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각자의 정당, 노동정치 조직들이 현장으로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대중에게는 분열을 고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층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병행되지 않으면 대중들은 역시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역시 대중조직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진보정치의 재편과 통합을 주장하는 밑에서부터의 운동을 위로 올려나가야 합니다. 그것에 기반해서 진보정당이나 정치세력들이 진보정치를 재편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부터 2016년 총선을 목표로 새롭게 진보정치를 재편하면서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을 건설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나중에 전술적으로 야권연대가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구도로 총선까지 간다면,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의 선거제도와 상황을 가지고 단순하게 얘기하면, 10% 득표하면 6명의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것을 종잣돈으로 진보가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호: 발표를 하기 앞서 토론에서 논의된 정치적 기반보다는 사회적 기반을 확충,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 100% 동의합니다. 저는 사실 진보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보정당이 정말 진보적인가, 진보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진보적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게 정치적 진영논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도 보수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집권 여당을 무조건 따라갑니다. 그것이 보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는 진보도 별로 없고 보수도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토론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진영논리를 따라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까지 합한 진보진영이 져서 착잡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낼 파열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진보정당이 몰락했다는 사실이 착잡합니다.
이번 선거는 양당 구도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는 세월호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하니, 정권을 심판하고 싶은 사람들은 심판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뽑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진보정당을 뽑은 사람도 새정치민주연합을 찍은 것입니다. 그래서 현상적으로는 군소정당들, 진보개혁 정당들이 몰락한 결과로 나타났는데, 제가 착잡해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런데 언제 그렇지 않은 적이 있습니까. 지방선거에서조차 그렇지 않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그래서 저는 진영논리를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영논리에 대한 가치는 유권자들이 선거 때 항상 전략적으로 투표하게 합니다. 그런데 진보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양당 구도에 어떻게 파열음을 내고 그 속에서 시민들의 정치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체질개선 필요한 진보정치세력
이를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도개혁’에 대해서는 오늘 토론 주제에서 벗어나니 두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진보정치세력의 체질개선이 필요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진보정당들이 ‘가치’를 부르짖는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게다가 운영방식을 보면 썩 민주적인 것 같지도 않고, 딱히 대안적인 것 같지도 않습니다. 민주당, 새누리당의 운영의 차이를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잖아요. ‘종북몰이’도 종북이 원인이 아닙니다. 내부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진보정당들도 진보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했고, 체감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좋은 것’이라고 선언만 한 것입니다. 저는 그게 문제라고 봅니다. 또한 반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진보인 것은 아니잖아요. 대안적 가치는 그것이 생명적인 것일 수도 있고, 여성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가 있는데 단지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것만으로 시민들이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시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은 현재의 구도에 파열음을 내기 위해 찍어줘야겠다는 것보다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거나 또는 그 매커니즘이 싫으니까 더 잘할 수 있는 세력에게 힘을 몰아줘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정당, 진보정치 세력들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대안을 체감할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합니다. 좀 더 대안적이고 나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파열음을 내는데 있어 진보정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다를까요. 이번에 울산시 선거 결과를 보면서 노동자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진보정당의 총단결’과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생활 속에서 나눌 수 있는 일상의 정치활동이 이뤄지지않는다면,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10%를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 정당으로 남을 것이고,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시민들의 자율적이고 ‘일상적인 정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는 박근혜 정부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이 관객으로 전락한 것이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선거 때마다 후보를 많이 내고 당선을 목표로 활동하는데, 시민정치나 시민들의 정치력을 강화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시민성을 갖춘 건강한 시민들이 양적, 질적으로 확충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진보정치세력 내에서 시민들의 자유 결사체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치 소생시킬 ‘일상의 정치화’
저는 솔직히 기존 권력을 누가 차지하느냐보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그 권력의 성격, 속성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몇몇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한 현재의 정치 형태라면, 기존의 진보정당이 집권한다 해도 희망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을 어떻게 정치의 주체로 나서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역에서의 직접 정치활동이 사실 별것은 아니거든요. 지역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보다 나은 환경, 복지,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 또한 정치입니다. 선거 때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협소한 의미의 정치입니다. 진보세력도 선거와 관련해서만 얘기하니까 정치가 협소화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상의 정치화가 필요합니다. 일상적으로 관심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거나, 공동체를 조성해 활동하는 것들이 모두 정치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시민들의 주도적인 활동, 자발적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곤혹스럽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됩니다. 진보정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일반 노동자, 대중들이 계속 얘기해야 합니다. 왜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나의 정치, 우리의 정치는 무엇인지를 얘기하고, 그것들이 지역, 생활 현장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그 연장선상에서 선거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선거를 중심으로 정치가 형성되어 있을 때는 정치를 통한 희망을 갖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네 분의 토론 잘 들었습니다. 우선 토론자들이 문제제기 한 것에 대해 발표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박동천: 토론 잘 들었습니다. 우선 네 분의 말씀을 들으며 느낀 것은 한국 정치 전반에 대한 회의, 불신 정도가 아니라 상호 불신과 회의가 대단히 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표현되냐면, ‘진정한 진보가 누구냐’는 식으로 질문이 제기될 때입니다. 이 질문 자체가 불신의 표현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불신이기도 합니다. 시간 관계상 앞에서 설명을 제대로 못했는데 도덕주의 같은 사고방식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순수성을 갈망하는 것입니다. 그런 잣대로 보면 전부 형편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이것부터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해하고 관용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 있어야 연대가 가능합니다.
그 다음에 토론자들 모두 정치혐오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보·보수 프레임을 박근혜 정부가 건다는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좌파로 몰아서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얘긴데, 종북몰이는 진보 진영에서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좌파라는 프레임에 걸지 말아달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좌파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냐”고 얘기해야 합니다. 또 토론 중에 진영 논리, 편가르기가 나쁘다는 말들이 무성했는데, 이게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편 가르기를 안 하면 도대체 선거를 왜 합니까? 선거는 편을 갈라서 표를 많이 얻은 쪽이 집권하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한국 사회에는 정당에 대한 혐오가 있습니다. 아까 밭을 갈아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는데, 노동자들이 당에 가입을 안 합니다. 정당은 나쁘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거 정치는 편가르기를 해야 합니다. 기초지역구 선거에서 편가르기가 안 되기 때문에 보수의 일방적인 우위가 지속되는 겁니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를 비교해보면 민주당을 포함하는 민주개혁진보세력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긴 적은 2004년 딱 한 번입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진보 진영이 두 번 이기지 않았습니까. 의제와 전선이 명확하게 구성되는 순간에 변화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은 전략적 투표를 합니다. 거기에 주목하지 않는 정치운동은 거의 무의미한 것입니다.
아울러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는 서로 다른 제도로, 둘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논의는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결선투표제를 말하면서 대통령 선거만을 염두에 두는 것은 정치의식이 행정부 중심으로 왜곡됐다는 증거입니다.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인가는 다릅니다. 
이 주제 하나마다 내용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일반 사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대안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비례대표를 늘리는 문제와 관련해 보수 양당이 안 움직이는데, 의석 수를 어떻게 늘리냐는 소리를 국회의원들도 합니다. 국민 정서가 좋지 않아서 못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개혁합니까.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렇게 바뀌지 않으면 한국 민주주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의응답

질문자 1: 비례대표 수를 늘리자고 하셨습니다. 현재도 진보세력의 정서에 맞는 비례대표 의원은 하나도 없습니다. 현재도 새누리당이 비례대표를 한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총리 후보, 장관 후보로 내세우고 있잖아요. 비례대표 숫자는 많아질수록 진보세력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박동천: 비례대표를 늘리면 진보가 망할 것이라고 우려하시는데, ‘진보’정당이 10% 득표한다고 보면 국회 의석 30석을 가지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2012년 정당득표가 40% 정도 됩니다. 그런데 300석을 전부 비례대표로 하면 새누리당이 120석을 넘기 어렵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150석이 넘었는데 비례대표제도를 전면 도입하면 과반수를 차지할 수가 없게 됩니다.
또한 비례대표제와 다당제를 동일하게 보는 의견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프랑스가 다당제의 대표적인 나라인데, 겉으로만 다당제지 실제로는 보수/진보의 틀에 따라 움직입니다. 선거에서 연대가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선거 국면이 되면 엄청 분열되어 있는 좌파가 자연스럽게 연대를 합니다. 이는 결선투표제도 때문이면서도 후보 단일화의 과정이 철저하게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발표에서 비례대표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 보시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그렇게 해야 의제들이 설정되고, 진보가 지향하는 바가 의제를 통해 표현될 때 전체적으로 기득권 동맹에 맞설 수 있는 유권자 동맹, 계급적 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자 2: 박동천 교수께서 새정치민주연합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종북 프레임을 깨지 않고는 사실상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종북 프레임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김한길, 안철수 의원 같은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종북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그들을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동천: 종북을 깨려면 민주당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에 100%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도 줄기차게 민주당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이를테면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떤가요. 이처럼 민주당에는 박원순 시장 같은 인물이 있는 반면, 새누리당에는 없죠. 종북 프레임을 공격하고자 하면 새누리당을 공격해야 합니다. 민주당을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1차 과녁이 새누리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을 잊어버리고 민주당의 영토를 빼앗는 데 몰두하면 같이 망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한국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과 재벌, 군부, 관료, 언론, 법조계, 학계가 결부되어 있는 기득권 동맹을 어떻게 깨뜨리냐입니다. 나름대로 기득권에 맞서는 사람들끼리 싸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질문자 3: 토론에서 민주노총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대기업 정규직노조에 있는 분들과 민주노총 대의원·상층부, 산별노조 상층에 있는 분들의 의견은 다르더라고요. 저는 민주노총 자체 조합원 숫자에 더해 비정규직, 도시근로자, 저소득층 조합원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민주노총에서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병렬: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이긴 하지만 내부에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내에서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연대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들이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기업 노동자들이 내는 돈이나 투쟁에 대한 지원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밖에서 보기에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자: 오늘 토론에서 열띤 논쟁이 있었는데, 이 자리는 6.4 지방선거 후 다양한 곳에 계신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발표와 토론을 해주신 분들과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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