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탄압의 신세계 뒤집고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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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소지만으로 일터 뺏기는 이마트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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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무리하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 하며 회포를 푸는 것이 우리네 노동자들의 일상 중 하나입니다. 술 몇 잔 돌리면서 가족 이야기, 회사 이야기, 정치 이야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서로 나눕니다. 그러면서 평소의 감정도 공유하고, 동료 간의 정도 쌓아가기 마련입니다.

동료를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마트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이런 자리마저 회사의 불순분자를 가리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담배 한 대 피면서 혹은 술자리에서 내뱉은 말들을 통해 사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인위적으로 분류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나온 것처럼, 이마트 사원들을 MJ(문제사원), KS(관심사원), KJ(가족사원), OL(여론주도사원)로 구분하여 관리해 왔습니다. 

이마트는 단순히 사원을 구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 문제사원과 관심사원 주변을 집중 감시 및 사찰했습니다. 그 결과를 수년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노무관리를 해왔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반노동적 회사방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실례로, 이마트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전수찬 씨(이후 노조를 결성하고 징계해고 됨)는 회사로부터 문제사원으로 찍힌 후, 동광주점으로 부당하게 전보를 당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전보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동료들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매장 관리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수찬 씨를 폭행한 가해자들은 경찰조사에서 왜 폭행을 했냐는 질문에 자신의 매장에 문제사원이 있고 혹시 노동조합이 생기면, 매장에서 근무하는 자신들의 인사고과가 나빠지고 그것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게 두려워서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마트의 노동자 감시와 노무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개별 노동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모멸감을 주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무노조 경영’의 안전판 친기업 정부

신세계 이마트가 ‘악마’기업이라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부 자료를 통해 본 이마트의 노무관리는 폭력 혹은 회유라는 전통적 노무관리보다 더욱 악질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친기업을 노골적으로 천명한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국민을 불법적으로 사찰했음에도 처벌받는 이가 없는 게 현실인데, 민간기업이 어떤 생각을 했겠습니까? 

신세계 이마트의 무노조 경영 전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마트는 2004년 용인 수지점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노조 말살 및 싹 자르기 계획을 전사적으로 세웠습니다. 내부 문건에는 기업의 목표 중 하나가 무노조 경영임을 공공연하게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2011년 3월에는 ‘복수노조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에 따라 노조설립 자체를 사전에 봉쇄하는 작전을 치밀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정부의 제대로 된 기업 규제와 노동권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자신의 직원들을 무차별 사찰하고, 문제직원으로 낙인찍은 사람에 대해 갖은 불법적 방법을 이용하여 회사에서 몰아낸 것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방조 혹은 조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마트는 본사 및 각 지점에 입점해 있는 협력업체(도급업체) 전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사용하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노총 홈페이지 회원 가입 여부를 조회했습니다. 조회의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회사 내 노조 결성의 아주 적은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조회를 통해 가입이 확인된 직원의 경우, 회사 측의 협박과 회유로 결국 반강제적으로 퇴직했습니다.

심지어 민주노총에서 매년 발간하는 『노동자 권리 찾기 안내수첩』이 이마트 구미점에서 발견되었다고 사무실 전체를 수색하는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한 손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책자에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재보험법 등의 기본적인 노동법률 상식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 책자를 ‘불법 유인물’로 규정하고, 전 매장의 점장들에게 “불법 유인물 및 책자 발견 시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마트는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연합체인 민주노총을 자신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면서까지 1만 5천여 명이나 되는 자기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메일로 공유하며 민주노총 사이트 회원가입 여부를 조회한 사실 자체가 엽기적입니다. 뿌리 깊은 반노조, 반노동 시각이 있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벌․대기업 노사관계가 비정상적으로 가는 현상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책임 있는 답변 받아낼 것


신세계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매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감독인원을 10명에서 25명으로 늘리고, 감독기간도 이달 말까지 두 차례나 연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미 작년 12월 전 매장에 관련 문서를 폐기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이에 따라 모든 매장에서는 노무관리 문서를 폐기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문서가 아닌 구두로만 노무관리를 한다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만들어 놓아, 특별근로감독에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의원실에서 1천 개 이상의 내무 문건 파일을 제공했고 특별근로감독을 한 달 넘게 하고 있음에도 신세계 이마트와 같이 파렴치한 기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면, 향후 이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대기업에서도 동일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발각되지만 않으면 되고, 설사 발각되더라도 증거를 없애면 끝난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광범위한 직원사찰과 엽기적 부당노동행위를 국회에서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입니다.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노조를 만든 전수찬 위원장 및 관련자들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여 이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위원들과 논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제대로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번 신세계 이마트 사건을 보면서, 과연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가만을 담보하는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입니다. 정상적이고 정의로운 민주국가라면 노동은 한 가족이 함께 누리는 행복한 삶을 담보해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 노동의 가치가 숭고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가족들과 따뜻한 밥상을 나누기 위해 대형할인점에서 시장을 봅니다. 그리고 시식코너에서, 상품진열대에서 내 어머니 같은, 내 동생 같은 친근한 얼굴들을 수도 없이 스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이마트의 직원사찰․감시가 현실이 아닌 딴 세상의 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태일 평전』이나 『노동자 권리 찾기 안내수첩』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평범하고 선량한 노동자가 일터를 가차 없이 빼앗기는 게 진짜 우리 현실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신자유주의적 기업경영과 이에 대한 국가권력의 비호, 방조가 2013년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이토록 비현실적이고 소름끼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이 천시 받고 노동조합이 불온시 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을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해 수십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단지 “법 앞의 평등”을 외치기 위해 노동자들은 20미터 송전탑에 매달려 혹한에 맞서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무엇인지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질문을 던졌으니 이제 답을 찾는 것만 남았습니다. 답은 결국 “함께 살자”입니다. 이마트의 문제는 이마트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유성기업, 재능교육, 콜트콜텍 등 수많은 곳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문제가 곧 자신의 문제입니다. 그것이 연대입니다. 함께 싸워야 노동자입니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노동자들에게 “함께 살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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