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지역사업 강화를 위한 방향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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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에서 ‘지역’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의 거점으로 논의되기도 하고, 고용 및 교육훈련과 같이 노동시장정책 개입이 필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노동조합이 다양한 이유로 ‘지역’을 주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지역사회로부터 노동조합은 지역현안에 대한 참여를 요구받기도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지역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활동, △지역 사회제도 개선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때, 지역 내 당사자로서노동조합의 참여는 쟁점을 부각시키고 운동을 확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노동조합운동 내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의 방향과 내용은 총연맹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각 단위별로 분산되어 논의되고 있다. 물론 지역과 관련하여 단위노조, 산별노조, 총연맹 간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특히, 지역본부의 위상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은 개별 노조 및 산별노조의 지역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조율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운동 내에서 다양한 차원으로 지역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고, 더불어 현실적으로 산별노조가 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지역 단위의 사업이 더 이상 각 주체들의 개별적 접근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운영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데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다루고자 한다. 

1. 민주노총 지역조직의 위치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위상을 조정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은 민주노총 내 가맹조직들이 산별노조 건설을 본격화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 『민주노총 산별노조건설 전략』 보고서는 민주노총이 산별연맹과 같이 단위 기업별 노조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주로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노조의 건설은 이러한 사업방식에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산별노조가 정책적 능력과 정치적 위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총연맹은 사업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조정이 이뤄져야 하고, 더불어 지역단위의 민주노총 조직에서도 위상 재정립이 동반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조직체계는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를 각각 종축과 횡축으로 하는 매트릭스 구조를 띠고 있다. 민주노총은 건설 당시 지역조직을 보조 축으로 설정한 가운데,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른 사업의 추진, △지역 내 노동조합간의 연대·교류 사업, △지역 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와 미가입 노조 가입 등 조직사업, △조합원 교육선전활동과 지역 차원의 조사활동, △쟁의의 공동 지원과 노동운동 탄압에 대한 공동대응,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지역 내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 △기타 지역본부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 등을 지역본부의 역할로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의 범위가 규정되어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지역본부별 운영 양상은 이 달라진다. 지역 본부별로 모습이 다른 첫 번째 이유는 지역별 산별노조의 규모 및 산별노조와의 관계이다. 전교조와 보건의료노조가 각각 지역지부와 지역본부로 조직체계를 꾸린 가운데, 공무원노조의 출범(2002년), 금속노조의 규모 확대(2006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출범(2006년)은 지역 중심의 산별체계를 확대시켰다. 이러한 환경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연맹체계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 산별노조와 사업결합 방식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지역별로 산별노조의 규모 및 응집력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게 하는 원인이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지역본부별 중점사업의 방향이다. 대부분의 지역본부는 민주노총의 결정사항을 우선적으로 수행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지만, 지역별 중점사업은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쟁사업장 지원’을 우선적 과제를 인식하는 하면, 다른 지역본부에서는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배치하기도 한다. 지역본부별 중점사업 설정에 있어서도 또한 △지역 내 산별노조의 유무 및 규모, △산별노조의 역할이 고려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다양한 활동범위와 수준은 해당 지역의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결과물이겠지만, 상당 부분 산별노조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2. 민주노총 지역조직의 문제점

민주노총 지역조직이 겪는 어려움으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문제는 재정과 인력에 관한 사항이다. 민주노총 의무금 인상 및 지역본부 차원의 의무금 폐지 결정 이후에도 지역본부의 재정은 안정되지 못하고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안정적인 재정과 인력은 노동조합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간과될 수 없는 사항이다. 한편, 이외에도 민주노총 지역조직과 산별노조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문제점 또한 핵심적 사안으로 출현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에 직접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지역본부 차원의 사업에서 산별노조 지역조직은 주된 대상이자 동력이 된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총연맹의 결정사항을 수행하거나 자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산별노조 지역조직과의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산별노조(연맹) 지역조직 간의 의사소통은 현재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임원 및 상근활동가를 대상으로 지역본부와 산하조직과의 관계를 6가지 측면에서 의견조사를 한 결과, [표1]에서와 같은 응답을 보이고 있다. 응답자들은 산별노조(연맹)의 지역조직이 회의참여나 지역 분담금 납부는 잘하는 반면, 지역본부 사업이나 총연맹 지침을 수행함에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총연맹의 사업 및 지역본부 자체 사업이 온전하게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의 중복과 공백을 발생시킨다.

민주노총의 주요사업에 대해 지역본부와 산별연맹 간의 역할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쟁점으로 제기되어 왔다. 2005년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회’에서 단위노조를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를 한 결과를 살펴보면, △교육사업, △장기투쟁 노조에 대한 지원, △임단협 교섭과 투쟁지원 등은 산별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작게 나타나고 있다.([그림1] 참조) 



각 사업에 대해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산별 지역조직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고, 어느 단위에서 특정 사업에 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논란거리다. 그러나 결국 두 체계 간의 사업범위와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동일한 과정을 반복해야하는 문제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장기투쟁 노조에 대한 지원’에서 산별 지역조직에 대한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결합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해당 사업장의 산별연맹(혹은 산별노조)과 지역본부가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민주노총 지역조직과 산별 지역조직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역할 조정의 중요성은 사업의 공백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도 조명될 수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지부의 임원과 상근활동가를 대상으로, 민주노총 지역조직과 산별 지역조직이 현재 주요하게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더니 [그림2]와 같은 결과를 보였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지부는 △지역투쟁사업장 지원(37.5%), △지역 노조 간 연대(25%), △시민사회운동과 연대(15.8%),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13.3%) 사업을, 산별 지역조직은 △지역투쟁사업장 지원(46.8%), △지역 노조 간 연대(38.7%),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5.4%) 사업을 현재 각 단위에서 주요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지부의 임원과 상근활동가에게 산별 지역조직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라는 점에서 해석에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응답자들이 ‘사업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같이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과 관련하여 두드러진다. 민주노총 지역조직은 이와 관련하여 산별 지역조직의 역할 수행력이 낮다고 판단되면 역량투입을 높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민주노총 지역조직 역시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 지역조직과 산별 지역조직 사이에서 의사소통과 역할조정이 불안정할 경우, 사업 공백으로 인해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향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사업을 수립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3. 노동조합의 지역사업을 위한 과제

민주노총 지역조직과 산별 지역조직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역할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업의 중복과 공백 등이 발생하는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운동의 건설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두 단위의 역할 조정은 총연맹과 산별노조와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특성 때문에 쉽지 않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두 단위 간의 사업방식에 대한 불신, △정파 간 갈등, △노조 현안으로 인한 대외 결합력 저조 등의 문제가 역할 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들이 해결된 상황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노동조합운동이 시작되면 좋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새로운 지역사업의 단초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운동의 건설에서 ‘지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지역 단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자, 서로 다른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얼마만큼의 공통의 관심사를 끌어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지방자치단체 관련 사업, △지역단위 사회정책개발 등 지역의 현안을 쟁점화 시킬 수 있는 영역에 역량투입이 부족하다. 또한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지부에서 노동조합의 조직 강화 및 확대 성격을 갖는 사업은 활성화되어 있지만, △지자체 대응, △지역 사회제도 개정, △취약계층 지원 등과 같은 지역사회활동은 그렇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경우 ‘지역’이 빠진 지역조직으로 전락하여, 지역사회에서 객체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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