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학습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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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라고 부른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거의 산업사회와는 달리 생산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달리 표현하면, 지식에 의한 부가가치 생산이 높아진다. 따라서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과거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형평의 문제와 함께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간의 격차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문제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은 비단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학문적 지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삶의 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형태의 지식을 의미한다. 선진 사회에서, 그리고 국내에서도 기술혁신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산업분야에서 부분적으로 학력파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학교 교육을 통한 교육보다는 실용적인 지식의 습득과 활용이 보다 중시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사회가 어떠한 인적자원 개발체제를 유지하는가의 문제는 사회가 보유한 국가경쟁력의 향상 뿐 아니라, 형평성이 보장되는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데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 동안 노동 현장에서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간과되어 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한국의 인적자원 개발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개괄하고, 영국의 노조학습기금을 중심으로 선진국 사례를 살펴본 후,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개발체제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논의되는 노동자 학습재원 도입의 필요성과 운영방안을 다룬다. 

1. 현행 인적자원 개발체제의 문제점

한국의 인적자원 개발체제는 전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과거 개발 연대의 중앙집권·정부 주도 전통은 세계화·지식기반화가 상당히 진전된 오늘날에 와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용보험상의 직업능력개발 사업의 경우 훈련의 기준과 훈련비용 인정에 관하여 중앙정부가 전권을 가지고 있으며, 공공훈련기관의 운영도 사실상 중앙정부의 직접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정부 주도의 인적자원 개발체제가 그 자체로서 문제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데 개발 연대에서와 같이 경제운영 방식이 중앙정부의 계획으로 이루어지던 환경에서는 산업인력 수급 및 이에 따른 직업훈련 수요의 전망과 예측이 비교적 용이하였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학습 내용이 주로 기능공 양성이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계획과 강력한 추진력에 바탕을 둔 인적자원 개발체제가 효율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기술변화가 급하고, 노동자들의 학습 요구가 다양화된 환경에서는 더 이상 정부주도의 학습체제가 효율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의 인적자원 개발체제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점은 노동자학습의 결정권이 실제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 학습은 일차로 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것은 틀림없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고용안정과 미래 소득 그리고 경력개발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다. 이와 더불어 개별 기업의 단기 이해만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노동자 학습에 대하여 과소 투자를 할 경우에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동자 학습에 대한 투자가 사용자의 의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노동자의 이해와 권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물론 사용자 주도의 학습 체제라고 해서 노동자의 의사가 완전히 무시된 채 학습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사용자의 경영방식 여하에 따라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적절한 교육훈련 방법이나 학습내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며,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노동자의 의견수렴 절차가 무시된 채 사용자의 독자 판단으로 학습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2. 노조 주도의 인적자원 개발체제 

우리가 주목할 사실은 기업 내 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비교적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학습투자에 대한 결정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참여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된다. 즉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의 노사협의회에서 인적자원 개발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 노사간에 협의·의결 또는 보고하는 사항으로 나누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성과분석(2000) 연구결과에 의하면, 노사협의회의 인적자원개발 관련 협의 의결에 대한 조사 결과, 협의사항인 교육훈련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36.3%의 기업이 아무런 협의나 의결, 보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결사항인 교육훈련 및 능력개발 기본계획 수립에 대하여 의결절차를 거친 기업은 불과 6.3%에 지나지 않았으며, 50%의 기업은 협의와 보고로 의결을 대체하였고, 노사협의회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기업도 43.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미 제도가 있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사용자의 법준수 의지 부족과 함께 노동조합 및 노동자 단체의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과 역량 부족도 큰 원인이다. 지금이라도 노조가 기업내 인적자원개발에 관심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소득 향상에 있다고 할 때, 노동자의 인적자원 개발은 미래 소득과 경력 개발의 주요한 수단이므로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인적자원 개발을 올바로 인도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인적자원 개발을 촉진하게끔 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담당할 영역이다. 그 동안 인적자원 개발 촉진을 위한 활동이 미진하였던 이유는 노동조합의 당면 문제 해결이 급했기 때문이었으나, 오늘날의 경제환경은 더 이상 노조가 노동자들의 인적자원 개발을 뒤로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3. 영국의 노조학습기금 

노조가 주도하는 인적자원 개발체제 건설의 필요성은 우리나라에서만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인적자원 개발에서 노조의 실질적인 참여 보장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예컨데 프랑스의 경우, 직업훈련 시스템의 노사 공동 관리가 잘 작동하고 있으며, 독일은 직업훈련에서 산업별노조의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고, 미국은 주(state)단위로 노사 참여 직업훈련체제 구축이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은 노조학습기금(Union Learning Fund)을 조성하여 노조가 주도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낙후된 직업훈련 체제 비판에서 출발

위의 사례 가운데 우리 관심을 끄는 사례는 영국이다. 영국의 노조학습기금은 노동조합의 관여와 작업장 노동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술개발과 직업훈련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8년 정부 주도로 도입되었다. 노동당정부에 의한 새 제도 도입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낙후된 영국의 교육과 직업훈련체제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하였다. 

보수당 집권기 동안 사용자 역시 노동자의 기술개발을 위한 직업훈련 투자를 늘리는 대신 필요한 기술을 가진 경쟁회사의 노동자를 높은 임금 등으로 유인하면서 직업훈련을 외면해 왔다. 비록 1990년대 들어 영국경영자총연합회(CBI)가 사용자에게 직업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훈련 투자를 촉구했으나, 개별 사용자는 리더십이 약한 상급단체의 권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개별 사용자로선 자기 사업장 노동자의 직업훈련에 투자할 경우 그 투자의 이득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고, 이 노동자가 타사에 이직하게 됨에 따라 경쟁사에게 귀속된다고 하면서 직업훈련에 대한 낮은 투자를 합리화했다. 따라서 직업훈련을 위한 협력적 분위기가 사용자들 사이에 형성되기란 더 어려워졌다. 

노동조합은 보수당 정부와 사용자의 직업훈련에 대한 경시를 비판하고, 1980년대 이전 노동당 정부 시절의 사회적 파트너십에 의한 직업훈련 강화를 주장했으나, 이 주장은 정부와 사용자로부터 외면당했다. 한편, 노동조합은 보수당 집권 후 계속되는 정부의 반노동조합 정책 때문에 급작스런 조직력 쇠퇴를 경험하였으며, 약해지는 노동조합으로선 국가 단위에서 벌어지는 직업훈련 무력화를 대신해 지역이나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의 직업훈련 강화를 도모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영국의 직업훈련은 시장 논리 속에서 무시되었고, 노동자의 기술향상과 생산성 증가는 둔화되었다. 그리고 영국의 기업은 심해지는 세계 시장의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잃게되었다.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기술을 향상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 불안정성이 더해 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1997년 집권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보수당 정권의 기술개발과 직업훈련의 침체 국면을 반전하기 위해 교육훈련 강화를 촉진할 새 제도의 도입을 꾀하게 되었고, 노조학습기금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노동당 정부는 작업장/기업 수준의 직업훈련을 촉진하는데 노동자와 사용자의 협력을 강조한다. 특히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자발성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 노조학습기금을 도입했다. 그러나 블레어 정부는 노조 참여 직업훈련 정책을 통해 '기능적 문맹자'로서 사회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줄이고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만 주목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직업훈련에 적극 투자를 하지 않는 현실에서 노조참여적 직업훈련이 노동자의 자발성을 촉진하여 기술개발에 나서게 함으로써 동시에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도모하여 노사 양측에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

노동조합은 노동당 정부의 노조학습기금 도입을 적극 지지했다. 영국노총은 이미 1990년대 초 직업훈련의 활성화를 위해 노동조합이 사용자, 정부와 협력할 수 있음을 밝혔고, 1997년 노동당 집권 직후에는 노동자의 평생 학습을 위해 사회적 파트너십에 의한 직업훈련 강화를 요구했다. 따라서 정부의 노조학습기금 도입은 노동조합으로선 자신이 계속 주장해 온 노동자의 자발성을 통한 평생 학습, 노동조합 참여를 통한 직업훈련, 정부와 사용자와의 협력에 기초한 훈련 실행이라는 취지에 맞는 일이었다. 특히 영국 노총은 교육센터 안에 파트너십연구소를 세워 노동조합 학습위원의 양성, 교육, 자문활동 그리고 노조학습기금의 효율적 운영을 책임지도록 하였다. 

한편, 사용자도 노조학습기금 도입에 호의적으로 대응하였다. 영국경영자총연합회는 1998년 보고서를 내고, 직업훈련의 이해당사자 사이에 훈련 활성화를 위해 파트너십 형성을 강조하고 당사자가 직업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사용자로서도 떨어지는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우려하였고,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조치를 탐색하였지만 사용자 사이의 낮은 신뢰와 높은 경쟁, 그리고 개별 사용자들을 지도할 강력한 사용자 단체가 없어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노조학습기금이 비록 노동조합의 조직을 강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또한 노동조합 활동가 교육훈련 시간을 위한 임금보전 비용이 높아질 경우를 우려하였으나, 노동자 훈련이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 등의 사용자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조학습기금은 영국 노사정 모두가 노동자의 기술개발과 직업훈련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도입하는 새로운 시도다. 분권적인 노사관계 체제와 시장중심 논리로는 노동자 교육훈련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노동당 정부는 노조학습기금제도가 도입에 적극 앞장섰고,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이에 호응함으로써 중앙집중의 성격이 가미된 노사협력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기업경쟁력 강화, 고용성 증대, 그리고 배제 대신 참여라는 전략적 선택 속에서 노조학습기금은 4년 넘게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 학습위원 

노조학습기금 운영은 노동조합 학습위원(Learning Representative)이 담당한다. 영국의 노동조합과 사용자 조직은 독일이나 스웨덴과 달리 분권화 되어 있다. 또한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며, 사업장/기업 단위에서 직업훈련을 위해 협력한 경험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노조 학습위원은 노사를 설득해 작업장과 기업 전체에서 직업훈련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가 된다. 따라서 영국노총은 학습위원의 양성 문제가 노조학습기금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학습위원은 주로 비상근 노조활동가, 즉 현장위원(Shop-Steward) 가운데 나오며, 조합원의 학습활동을 지원한다. 영국에서 노조 현장위원이란 현장 간부로, 우리로 치면 기업별노조의 대의원과 비전임 간부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노조학습기금제도 도입된 이래 많은 현장위원들이 영국노총(TUC)이 주관한 전문가 과정을 거쳐 학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현장위원들 가운데는 여전히 학습위원의 역할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이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학습위원의 90%가 현장위원으로 노조 일을 하고 있었다. 

2000년 영국노동인구조사에 따르면, 학습위원 훈련에 참여하는 노조는 전체 221개 노조 중에서 50개이며, 조합원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노조 16개 가운데 2개를 제외한 14개 노조가 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의 학력수준이 높은 전문직 노조 가운데는 학습위원 훈련에 소극적인 노조가 많다. 영국의 노동조합원은 7백만 명(조직률 48%)이고, 7만9천개 작업장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으며, 23만 명의 노조 현장위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훈련 대상인 학습위원은 영국노총 가맹 노조의 경우, 단위노조에서 선발하여 추천한 자들로 구성되며, 노총의 지역본부에서 교육 일정과 대상을 정한다. 교육은 노총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통하여 주간 또는 야간교육으로 지역 사정에 맞춰 실시한다. 교육 자료는 중소기업 위원, 시간제 근로요원, 신규 사업장 위원 등 출석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위원들을 고려하여 온라인 형태로도 제공된다.

교육 매체는 학식과 오랜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노총의 전문요원들이 작성하며, 수시로 바뀐다. 교수 요원은 거의 모두가 성인교육기관에 고용된 사람들이지만, 이전에 노동조합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자들이다. 노총의 교육센터는 특별히 고안된 능력향상 코스를 제공하는 등 이들의 자질 관리에 힘쓴다. 

정리하면, 모든 학습위원은 영국 노총이 개발한 현장상담과 안내, 학습욕구 분석, 국가 직업자격제도에 관한 교육 등 기초훈련을 노총 인터넷이나 '열린 대학 네트워크' 등을 통해 통신 강좌 형태로 받는다. 한편, 기초훈련을 마친 다음에도 학습위원은 노총에서 자료를 제공받으며, 지역별로 개최되는 학습위원 회의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노조 지도부와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학습위원들의 활동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이득을 준다.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를 보완하고 노동자의 자신감 증가와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며,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파트너십을 향상시킨다. 

4. 노조의 인적자원개발 참여 강화를 위한 제언

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노동자 학습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그 수준을 크게 높일 시점에 다다랐다. 기존의 노동자 학습체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01년 7월 31일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 학습재원' 도입에 합의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환경을 고려할 때 올바른 선택이었다. 아직은 재원조달방안 및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노동자 학습재원이 노조의 인적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하는데 바르게 사용된다면, 길게 볼 때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개발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현재의 기업내 인적자원 개발, 특히 중소기업 인적자원 개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자 학습재원 사업은 노동자의 교육훈련에 관한 수요조사 및 상담, 기업내 교육훈련 계획수립의 자문, 지역/업종별 교육훈련 네트워크 형성 등의 역할을 수행할 학습위원 양성 사업이 노동자 학습재원의 주요 사업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이 직접 교육훈련을 운영하는 사업, 지역 및 업종별 인적자원개발 지원사업 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의 확정은 현장 노동자들의 창의와 자발성에 바탕해서 사업을 폭넓게 수용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학습재원의 운영에는 기본적으로 우리 현실에 토대를 둔 운영 형태와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노사간 신뢰 부족, 낮은 노조 조직률, 노조의 인적자원개발 역량 미흡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업 수행은 분권·참여의 인적자원 개발체제의 구축이라는 장기 목표아래 차근차근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 단계는 현실을 고려하여 운영 주체를 노동부로 하되, 첫 단계의 성과를 바탕으로 운영 주체를 노조 상급단체(한국노총과 민주노총)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노동자 학습재원의 성공은 사용자의 이해와 협조를 어떻게 구하는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영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개별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이 사업은 노사간의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의 이해와 협조를 얻는 지름길은 향후 수행될 노동자 학습재원 사업이 실제 노동자의 이익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다. 

이제 노동조합도 노동자의 인적자원 개발과 학습권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들 사업을 노조 활동의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노동자의 자기 계발은 국가 경쟁력이나 생산성 향상 따위의 차원을 넘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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