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활성화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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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제목: 
활성화 전략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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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European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Vol.9. No.1에 실린 “The Politics of Labour Movement Revitalization : The Need for a Revitalized Perspective”를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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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노동운동의 공통점은, 모두 정치 참여(political engagement)를 노동조합활성화 전략의 필수 요건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치 참여의 구체적 형태는 국가별로 다양하다. 만일 노동조합이 적절한 정치적, 제도적 지원을 확보하고 있다면, 조합원 동원,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회운동과 연대, 현장 주도의 사업 지원 등을 애써 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직화는 노동조합을 오랫동안 영향력있게 지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데, 제도적 지위가 강해지면 오히려 조직화 사업에 힘을 쏟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반면 적절한 제도적 지원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영국과 미국의 사례처럼 조직화 역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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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어느 곳에서나 투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지하는 세계화는 사용자와 정부가 고용규제를 완화하는 배경이다. 노동조합들은 과거에 따낸 성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워야 하며, 노동조합의 약화를 저지하고 새로운 동맹을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유권과 경제결정과정은 대체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세력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노동은 항상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적 자본주의가 날로 격화되면서 규제완화의 압력은 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의 요구에 대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거나 자본의 이동성을 증가시켜 무력화 시키고 있다.

우리가 연구한 국가들은 차이점이 많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5개국 노동조합 모두 ‘정치적 주체(political subject)’ - 단체교섭과 작업장 규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광범한 집합체에 개입하는 행위주체 - 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노동 정치는 전통적인 친노동 정당과의 유대 및 대정부 협상을 넘어서서, 풀뿌리 정치와 지역 캠페인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정치 전략의 구체적 형태는 각국 노동조합이 직면한 도전과 기존 제도 및 기회 구조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5개국 모두 조직 재활성화 전략의 핵심은 더 완벽한 정치적 주체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재활성화의 정치

자본의 이동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외적 지원은 노동조합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노동조합도 그에 따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노동조합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단지 경제 영역에서 맡고 있는 역할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과거 노동조합의 경제적 역할은 (생산성 증가, 숙련형성 기여, 거래비용 감소, 갈등 예방과 해결을 통한) 부가가치 생산의 측면에서 정당화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 행위주체로서 노동조합의 인정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용자와 관계가 갈수록 긴장되고 있다. 

어떤 나라의 노동조합도 오로지 경제적 행위자로만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노동운동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익을 종합하고 대변하고, (경제력에 관계없이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정치적 중개자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조합은 생존에 필요한 지원과 영향력을 확보해 왔다. ‘정치적 노동운동’의 전통이 없는 미국에서조차 지역 풀뿌리 정치에서 핵심적인 행위주체로 스스로를 재구축함으로써 더욱 혁신적인 정치 주체가 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정치 전략을 확대하고 개발하는 방식은 조직화, 동맹구축, 내부개혁, 국제연대 등 다른 영역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경쟁 격화와 작업장 재조직화를 증가시키는 세계화는 각국의 노동조합 재활성화 전략이 왜 외부 지원이나 동맹을 맺기 위한 노력을 포함하고 있는 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세계화만으로는 각국의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정치적 유형이 왜 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하기 힘들다. 이 점에서 각국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정치 참여 유형(및 노동조합 전략)의 차이는, 각국 노동운동의 제도적 착근성(着根性, embeddedness)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적어도 단체협약 효력 자동 확대 조항, 의사결정 단위의 대표성, 법적 보호, 공공기금 등을 통해서 노동시장의 지배로부터 부분적이나마 벗어날 때만이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 조합원의 규모가 힘의 바탕이 되는 노동조합은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거나 동원하는 데 더욱 노력함으로써 외부 지원을 확대하려고 하는 듯하다. 이때 조직화 방식은 그 초점이 ‘기업’보다는 ‘공동체’에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다. 게다가 전통적인 제도적 장치가 차단된 노동조합의 경우, 전국과 지역 수준에서 다양한 사회운동이나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과 영국 노동조합은 취약한 제도적 지위 때문에 조직화와 현장 조합원 동원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사회정치적 시스템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조합원수 감소가 조직의 생존에 급박한 위협이 되지 않고 노동시장과 사회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덜 하다. 또한 전국단위 정책결정 과정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 노동조합은 종종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에서 손해를 입더라도 전국단위 정책결정에 집중하곤 한다. 예컨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노동조합은 제도적 지위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노동조합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개혁이 실패하자, 전국 수준에서 그들의 정치 역할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전략은, 정책 결정과정 참여를 포함한 이용 가능한 제도적 자원에 크게 의존한다. 만약 노동조합이 적절한 정치적 제도적 지원을 구축한다면, 조합원 동원,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 현장 조합원 주도의 사업 지원과 같은 전략 추구로부터 오는 이익이 감소할 것이다. 강력한 제도적 지위는 노동조합의 장기적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조직화 사업을 소홀히 하게 하는 반면, 영국과 미국처럼 조직화 전략을 취한 노동조합들은 적절한 제도적 지원이 없어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국가별 사례 요약

5개국 노동조합운동은 제도와 조직적 특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동조합운동은 정치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치활동의 강화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노동조합 재활성화 전략으로, 제도 참여(institutional involvement) 또는 사회적 파트너십 구축에 초점을 두는 경우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유형은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로 표현되며,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연대 구축을 통한 현장 조합원 동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운동이 추구하는 전략이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① 이탈리아
1990년대 이탈리아 노동조합은, 비록 정부와의 협력이 전국 차원에서 반드시 주도권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해도. 주요 정치·경제 개혁-소득정책에서 연금, 노동시장 개혁에 이르기까지- 입안과 실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주요 정당이 도덕성을 상실하고 붕괴하자, 노동조합은 논란의 소지가 많은 개혁안의 통과를 갈망하던 취약한 중도좌파 정부와 제휴할 기회가 생겼다. 1990년대 이탈리아 노총들은 영향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제도적 참여는 훌륭한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모든 노동운동에게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즉, 정부와 사용자가 기꺼이 노조의 참여(inclusion)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더욱이 제도 참여는 사회운동과의 연대 구축 및 조직혁신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룰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노동조합이 국가 정치에서 기반을 구축하면 노동자 및 다른 사회운동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에 실패할 수 있고, 그 결과 자신의 권력 기반과 장기적 영향력이 잠식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이에 유대를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를 제고한 조직개혁을 통해 최고 지도부와 노동자들 사이의 간극 확대를 방지하였다. 그렇지만 1990년대 이탈리아 노동조합은 서비스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다른 사회운동과의 연대 구축에도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

② 미국  
미국 노동운동은 매우 다르게 노동조합 재활성화에 접근하고 있다. 그 핵심 전략은 바로 조직화에 대한 강조이다. 여기서 조직화란 단순히 조합원수를 늘려 노동조합 재원을 충당하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이래 상실한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하고, 협소한 ‘특수이익집단’을 넘어서는 조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조직화는 여성, 소수민족, 이주노동자 등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의 틀을 넘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하도록 지역사회를 동원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은 시민운동과 NGO가 개척한 방식을 활용했다. 노동조합은 언론을 적극 활용하고, 노동자 착취에 저항하며 노동조합 인정을 지지하는 여론으로부터 도덕적 정당성을 지원받기 위해 노력했다.

연대 구축은 이 조직화 접근방식의 주요한 구성 요소이다. 노동조합건설(Unionization)은 사회정의를 위한 광범한 투쟁의 일환이 되었다. 노동은 생활임금 쟁취와 장시간 혹사 반대 캠페인을 위해서 인권, 환경, 종교, 학생, 여성 등 시민사회운동과 함께 투쟁했다. “청소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Janitors)”은 신규조합원 확대 및 노동조합 활성화에 기여했다. 조직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전략은 많은 시단위 노조협의회를 포함해서 수평적 노동조합 구조를 활성화 하려는 노력에 힘을 더했다.

물론 미국의 노동조합이 추구한 모든 전략이 혁신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다만 우리의 연구대상 조직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의 두 가지는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첫째, 미국에서 조직화 전략은 단순히 지역 차원에서 현장 조합원들이 하는 조직 활동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 산별노동조합 또는 총연맹이 핵심적인 행위주체였다. 현장 단위의 캠페인은, 가끔 지역 간부의 의지와 반대되더라도,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이 파견한 전문적인 조직가가 계획하고 집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둘째, 미국에서 정치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과연 이러한 조직화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분명하지 않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친노동자 후보 선거에 투자하거나 유권자 교육과 선거 독려 캠페인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했다. 1996년 이후에는 그 결과들이 성과를 낳았지만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부시 정부 하에서 반노동조합, 반노동자 조치가 강화되고 있어, 노동조합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이 흐름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정치활동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탈리아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국가들도 이 두 모델 가운데 한 쪽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국가의 노동조합 전략은 이탈리아와 미국만큼 분명하지 않다.

③ 영국
영국의 노동운동 경험은 몇 가지 점에서 미국과 공통점이 있다. 영국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신규 조합원을 조직하는 것이 노동조합 재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의 노동조합의 조직화 방식을 활용했는데, 특히 숙련되고 전문적인 조직가들의 활동에 주목했다. 미국처럼 영국 노동조합도 지역 단위에서 조직화 전략에 착수했다. 

그러나 영국의 노동조합은 조직화 전략을 추구하는데 미국만큼 확고하지 않았다. 노동당이 재집권하면서 전통적인 다른 채널이 가능해지자 조직화 노력은 미미했다. 보수당 시절 통과된 반노동조합적인 많은 법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반면, 여태까지 정부의 변화가 낳은 친노동자적인 법적 변화는 없었다. 1999년 고용관계법 통과로 노동조합 인정과 성장이 촉진되었지만, 아직까지 조합원수 감소 추세는 반전되지 않고 있다. 

연대 구축과 관련해서도 영국의 경우 이와 유사한 모호함이 있다. 과거 보수당 정부 때는 민영화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저항하는 투쟁에서 사회운동과 친밀한 동맹 관계를 구축했지만, 노동당 집권 후에는 이 동맹관계에 대한 수준이 노동조합 아젠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또한 영국의 노동조합은 유럽 통합과정에서 영국의 완전한 참여를 지지하였다. TUC는 일찍부터 유럽통화동맹(EMU) 참여를 지지했다. 유럽통합을 통해 영국의 노동조합은 대처 시절 잃었던 제도적 자원들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④ 스페인
1990년대 스페인 노동조합은 몇 가지 점에서 이탈리아 모델과 유사하다. 이탈리아처럼, 정치 상황(특히 소수파 정부 시절)은 노동 참여(inclusion)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고, 노동조합은 과거엔 국가의 독점적 권리라고 여겨졌던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여겨졌다. 특히 프랑코시대의 노동법 체계의 붕괴에 힘입어 노동조합은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개혁-현실은 알 수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단체교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비교해보면, 노동조합의 정책 참여는 그다지 포괄적이지 않았다. 즉, 1990년대 이탈리아의 사회협약에 견줄 만큼은 아니었다. 

스페인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범위의 확장과 사업장 단위의 노동조합 구조를 발전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뒤죽박죽이었다. 매우 낮은 비율의 노동자만이 기업별 협약을 적용받았고, 대신 대부분의 단체교섭은 지역이나 산업별 교섭과 같은 상급 단위에서 협상되었다. 그리고 이 협약이 스페인 노동자의 80%에게 적용되었다.

스페인 노동조합은 1990년대 초기에는 조직률이 낮았기 때문에 조직화에 대해서 이탈리아보다는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을 했다. 조직 활동은 4년마다 있는 사업장선거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탈리아처럼 스페인 노동조합의 정당성도 단순하게 조직률이 아닌 선거 결과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영향력에 따라 결정되었다.(역주: 복수노조체계인 스페인은 선거를 통해 교섭대표를 선출한다)

⑤ 독일
오늘날 독일 노동조합들은 별 묘책없이 그럭저럭 지내는 듯하다. 즉 어떤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상황은 독일 노사관계의 전통적인 점진주의를 감안하면 이상할게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제도적 착근성이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들처럼 독일 노동조합도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고, 단체교섭 적용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다른 나라처럼 급진적인 혁신을 자극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독일 노동조합의 관심은 기업별 수준에서 사회적 파트너십에 있다. 예컨대, 사용자들의 유연성 확대 요구에, 교섭의 기본틀 내에서 종업원평의회의 교섭 자율성을 높이는 조절된(controlled) 탈집중화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국 수준에서 노동조합의 정책, 이른바 ‘일자리를 위한 연대(Alliance for Jobs)’는 제한된 결과만을 낳았다. 실패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들이 단체교섭 자율성의 기조를 고수하려할 뿐 아니라 임금결정 과정에 국가의 간섭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통합은 개인비용과 간접비용을 낮추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독일 노동조합의 중요한 아젠다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영국도 과거 10년전에 통합의 바람이 불었다. 영국처럼 파편적인 구조를 가질 경우 통합은 노동조합간 경쟁을 줄이고, 실제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조정력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의 노동조합들은 그렇게 파편화되어 있지 않다. 독일의 통합 전략이 노동조합 재활성화를 가능하게 할지 못할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아마도 이것은 최근 통합된 서비스노동조합이자 독일 최대 노동조합인 베르디처럼 혼합된 노동조합 내부의 지도부들과 노동자들간에 형성되는 관계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일 지도부들이 새 조직에 능동적으로 노동자들이 참여하게 할 수 있다면, 특히 의사결정과정에서, 그 결과는 조정력을 높이고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관료주의가 강화되고 독일 노동조합의 대표성은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쇠퇴할 것이다. 

주장 요약

경제 환경 변화(국제자본이동 격화, 무역경쟁, 새로운 작업조직 등)는 노동조합의 정치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취약하든 강하든, 파트너십을 지향하든 전투적이든, 제도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든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든 이 경향은 사실이다. 노동조합은 시장경제의 다이내믹한 기업에 대항하여 그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외부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치적 행동을 보장받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치개입 공통성 때문에 정치적 기회구조를 포함하여 제도, 역사, 문화 변수들을 배제할 수 있다. 모든 국가에서 노동조합은 전통적으로 제한적인 노동시장 중개자 역할을 넘어서서 정치적 행위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고함으로써 글로벌 자본주의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어느 정도까지는 민주적 시장경제의 범위에서 항상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다.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과 작업장 통제를 넘어서서 정치, 사회적 이해를 모으거나 대표하고자 할 때, 정치 주체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강화해 왔다. 제도나 기회구조와 같은 요인은 개별 국가의 노동운동이 정치, 경제, 사회의 부흥을 위한 전략을 짜는데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핵심적인 차이는, 사회적 파트너십에 의존하느냐와 현장 조합원 동원 또는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에 의존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제도적 지위가 취약한 국가는 조직화 전략을 선택하지만, 제도적 지위가 강력하거나 정치적 기회구조가 더 개방적인 국가는 사회적 파트너십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예외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제도적 지위 공고화가 현장조합원 참여(파업 준비에서 종업원평의회 선거에 이르기까지)에 의존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외부의 지원 특히 국가의 지원을 찾고자 정치에 개입한다. 적어도 출발 당시 정치력은 노동의 기본 자산인 현장 조합원에 기반을 한다. 노동조합이 포괄적인 단체교섭 및 공동결정과 같은 제도(institutions of inclusion)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력을 사용할 때는, 사회적 파트너십에 의존하여 참여의 동원화를 덜 강조하기 쉽다. 제도적 지위가 취약한 곳에서는 조직화와 현장조합원 동원 및 시민사회운동과의 동맹의 중요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많다. 노동조합이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곳에서는 민주적 참여가 엘리트에 기초한 ‘코포라티스트 프로젝트’로 협소화되어 먼 미래에는 활동가들의 참여가 수그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제도적 지위가 취약한 곳에서 노동조합 지도부는 조합원 참여 확대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제도가 얼마나 잘 자리를 잡고 있느냐와 어떤 제도냐 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취하는 전략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제도적 요인은 왜 정당 및 제도와 노동조합의 관계에서 나라마다 차이가 나는 지를 설명해 준다. 이점에서 노동조합 전략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합의’(얼마간 제도화된 정책 결정 참여)로부터 영국과 미국의 로비와 유권자 동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노동조합의 정책 결정 참여는 정부가 취약하거나 몇몇 노동조합과 총연맹이 강력하고 지배적인 곳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곳에서 노동조합은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보다는 의사결정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선택한다. 미국에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후보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유권자 교육 및 투표 독려 캠페인으로 초점이 옮아갔다. 이러한 이동은 미국의 정치시스템이 분권화되어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폭넓었기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재활성화 전략 가운데 조직개혁 및 국제연대 전략은 살펴본 5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전략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그 전략들은 필수불가결하다. 5개 국가의 노동조합들은 이 영역에서는 취약하다. 노동조합은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조직개혁과 국제연대를 필요로 하지만, 노동조합 간부들, 많은 경우 조합원 스스로도 편협한 이해를 방어하는데 연연한다. 민족국가가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시장을 규제할 힘이 충분한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던 시절에, 노동조합은 외부의 지원을 위해 거의 일편단심으로 민족국가만을 목표로 잡고 활동했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다. 국제연대의 노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확대일로에 있지만, 그것은 아직도 노동조합 아젠다 가운데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통합 전략이나 내부 조직개혁이 노동조합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이탈리아가 사회적 파트너십과 조직개혁(노동자 토론과 참여)을 결합시켜 사회적 파트너십이 엘리트에 기초한 코포라티즘으로 퇴보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처럼 이탈리아에서도 민주적 조직개혁이 최근 들어 힘이 다하는 것 같다.   

정책 함의

우리가 관찰한 국가의 노동조합들은 모두 새로운 정치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조적인 제도나 정치적 기회구조에 따라서 그것들은 매우 다양하다. 이 글은 노동운동이 부딪치게 될 딜레마를 분석하고자 했다. 우선, 노동조합이 강력한 제도적 지원을 받고 있는 나라에서는 그 힘을 유지하고 쇠퇴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동원을 촉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은 독일 노동조합이 높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마찬가지이다. 3개국의 노동조합이 만일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조합원을 활성화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힘은 점차 사라질지 모른다. 1980년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노동조합이 지위 하락을 경험했을 때, 강력한 기층조합원이 있었더라면 쇠퇴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반면 미국과 영국 노동조합은 조직화에 막대한 자원을 투여했지만 아직까지 제도적 환경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만약 조직 혁신을 유지할 제도적 지원이 결여된다면 미국과 영국의 노동조합은 그들이 갖고 있는 핵심 능력, 다시 말해서 전후 미국의 비즈니스 노동조합들이 수 십년 동안 했던, 감소하고 있는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에만 빠질 수 있다.

노동운동이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한다. 이 말은 외국 노동조합과의 연대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노동조합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자신들이 최고라고 믿는 버릇이 있는데, 지금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노동조합들은 북유럽의 코포라티스트와 협조주의자에 비해 스스로를 전투적인 계급투쟁주의자로 믿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노동조합이 1980년대 비틀거렸을 때, 두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국가에게 사회적 파트너십과 공동결정제도를 전도해왔던 독일 노동조합은 자신의 진실성이 입증됐다고 느꼈다. 이제 글로벌 시대의 노동조합은 편협한 애국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노동운동은 배움의 자세가 필요하며 외국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의 노동조합은 영미 노동운동이 발전시킨 풀뿌리 혁신으로부터 배워야 하며, 영미 노동운동은 대륙의 동지들로부터 정치적, 제도적 전략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제도적 착근성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노동조합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전략이 영미 노동운동에 적용될 수 있는 정도는 그 역보다 극히 제한적이다. 노동운동 재활성화를 위한 특정한 전략은 주어진 제도적 맥락에서 효과적일 수 있는 반면, 유사한 전략이 제도 환경이 다른 나라에서는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처럼 단체교섭의 적용이 조합원에게만 적용될 경우 노동조합이 조직화나 신규가입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섭권이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가 참여하는 작업장 선거의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 혹은 단체협약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조합 가입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경우, 조직화를 위해 애쓰는 것이 노동조합 재활성화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는 볼 수 없다. 노동조합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때 선택하는 전략도 이와 유사하다. 노동조합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유권자 동원화에 호소하지만, 조직이 더 중앙집중적이거나, 소수 노동조합나 총연맹이 지배할 경우에는 국가 단위의 정치적 행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노동조합의 정치 전략들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이후의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노동조합은 사용자나 정치, 경제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성공을 예견한다는 것은 어렵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노동조합은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지역 동원, 정치활동, 사회운동과의 동맹 등 하나 이상의 전략을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각각의 것들 가운데 중요한 요인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이 전략들의 결합은 확실히 노동조합의 지위를 강화시키고 조합원을 확대시킬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노동조합들이 서로 의존하고 배워야 하는 필요성이 증가하는 동시에 개별 국가의 경제 환경이 날로 유사해지는 지구화 시대에 노동조합 전략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미래의 평가는 다시 수렴된 노동조합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 줄 것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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