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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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

역사적으로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다. 초기 산업혁명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15∼16시간의 노동에 고통받았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사회가 제한한 것은 오랜 기간에 걸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내전'의 산물일 수밖에 없었다. 맑스가 쓴 『자본론』은 노동자의 비참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표준 노동일을 제정하기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1847년 영국 노동자들은 지배계급의 분열을 활용하여 10시간 노동법을 쟁취할 수 있었고, 칼 맑스는 이를 두고 "벌건 대낮에 중산계급의 경제학이 노동계급의 경제학에 굴복한 최초의 경우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가 세계 노동자의 축제일이라 일컫는 메이데이는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한 미국노동자들의 파업투쟁과 희생을 기리기 위한 국제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시작되어 110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우리가 지금 요구하고 있는 주5일제 40시간제는 1930년대 프랑스 인민전선 정부가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서구에서는 1960년대에 대부분 주40시간제, 연차휴가 3∼4주를 쟁취했다.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취지에서 전개되어온 노동시간 단축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최근 고실업에 대한 대안으로서, 일자리 나누기의 방안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추진되면서부터다. 1998년 프랑스 사회당 정부 하의 주 35시간제 법제화는 고실업에 노동시장 유연화 방식으로 대응하는 영미식 신자유주의 처방과 다른 사회적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노동시간을 주35시간으로 줄이고, 단체교섭을 통해 그 이전에 목표를 달성하고, 신규고용 창출 시 기업의 사회보장 분담금을 감면해주는 것이었다. 이로써 프랑스는 1995년 약 12%대의 실업률을 8%대로 감축하는데 성공했고,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창출과 관련이 없다는 자본가들의 주장이 허위임을 실증했다.

개별 사업장의 사례로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1994년 10만명 노동자 중 3만명의 인력삭감 계획에 대응하여 노사가 주당 28.8시간제(종전 주35시간제)를 채택하는 대신 정리해고를 2년간 금지하는 일자리나누기를 시행한 바 있다. 폭스바겐은 그 후 가장 잘 나가는 자동차회사의 하나로 탈바꿈했으며, 이로 인해 사측은 노동시간의 연장을 주장하고 노동자들은 오히려 지금의 노동시간제가 좋다고 거부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OECD 가맹국 중 최고의 장시간 노동을 기록하고 있다. ILO의 노동통계연감(1999년)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50.0시간으로 비교대상 75개 나라 가운데 7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로퍼 스타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 사이 세계 32개국 노동자 각각 1천명을 직접 면담해 조사한 결과, 한국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5.1시간으로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음이 거듭 확인됐다. 노동시간 단축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의미이자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최근 IMF 위기 이후 저성장-고실업 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나누기의 측면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갖는 의미가 크다 하겠다. 

2.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 

최근 자본이 변형근로제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과거와 같은 본래 의미를 가질 수 없고, 고용불안정에 신음하고 있는 비정규직에게 주5일제는 그림의 떡이므로 '노동시간 단축의 깃발을 내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노동시간 단축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으로써 노동시간 단축 투쟁 전선을 분열시키는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유연화?

우선 노동시장 유연화가 추진되고 있으므로 노동시간 단축은 긍정적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주장을 검토해보자. 현 시기 자본은 노동자의 요구인 노동시간 단축을 변질시키고, 자본의 요구인 노동 유연화 전략과 노동시간 단축을 결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요구에 대한 자본의 대응전략인 것이지, 노동시간 단축 자체가 원래부터 유연화와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제도개선이 노자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한, 노동자의 요구에 대해 자본의 요구를 결합하여 교환하려 하거나 그 내용을 변질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 신자유주의 기조를 취하고 있는 자본은 당연히 노동시간 단축에 유연화를 결합시킬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노동 유연화 반대 요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동 유연화 반대도 구호 단계에서 구체적인 법제도 문제로 전환되는 순간, 자본은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 제도개선과 관련된 논의에서 자본은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의 확대를 불러왔다며, 정리해고 요건 완화, 기간제 한도를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 요구를 내놓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반대' 주장을 고집하다 보면, 자본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유연화 공세로 대응하는 한, 노동운동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위한 투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화의 정도 문제는 투쟁 강도와 대중적 결합력, 국민 지지에 달려있는 것이지, 무조건 자본에게 유리하게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힘 관계가 우리에게 불리하니 노동시간 단축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유연화 반대투쟁을 전개하자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이런 주장은 투쟁과 제도 개선의 '변증법적 관계'를 바로 보지 못하고, 관념과 원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에서 기인한다. 법제도 문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지는 순간, 자기 이익을 한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노동과 자본의 투쟁은 쟁점의 변질, 왜곡, 타협, 교환이라는 진흙탕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구체적인 모든 쟁점에는 '자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이게 겁난다고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정규직만 혜택?

또, 노동시간 단축은 정규직이나 득이 되지, 비정규직에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검토해보자. 이 주장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현재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자본의 요구가 정규직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월차 휴가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등은 사실상 정규직 위주의 노조 있는 사업장에서 노동조건의 개악으로 여겨지는 것이지, 이러한 법적 기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비정규직에게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비정규직에게도 나타난다. 1989년 주44시간 노동시간 단축 시 전체 노동시간이 약 3.9시간 줄어들었으며, 비정규직도 혜택을 입었다. 주5일 근무가 도입되면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전체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재 비정규직의 노동시간은 47.5시간으로 47.1시간의 정규직보다도 길다(200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노동조합이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 비정규직의 장시간 노동을 무엇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법정 노동시간 단축밖에 없다. 따라서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장시간 노동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연월차 휴가의 통합은 연차 휴가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휴가일 총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매월 1일의 월차휴가만 있던 비정규직의 경우, 6개월 근무하면 18일의 1/2인 9일을 얻게 되므로 3일의 휴가가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차별적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존 임금이 삭감해서는 안되고 보존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더라도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시간 단축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조직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저성장 시대의 실업자 문제는 노동시간을 감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해결해야 한다. 프랑스의 실업자 투쟁에서 사회적 대안으로 제시된 게 노동시간 단축이다. 비정규직을 들먹이며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일자리조차 없는 실업자들에게는 무슨 논리를 내세울지 궁금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새 인력을 쓸 때 비정규직을 채용함으로써 비정규직 규모가 늘 거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시간 단축 투쟁에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 투쟁을 결합해야 함을 일깨우는 것이지,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하지 말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주장은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투쟁을 해보았자 비정규직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인플레나 경제위기가 되면 한 순간에 노동조건이 후퇴하므로 임금투쟁을 하지 말자는 논리나 마찬가지다. 

3. 노동시간 단축의 쟁점

단계별 도입 

최근 공익안이 알려지면서 여러 입장들이 제출되고 있다. 공익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규모 업종에 따라 4단계에 걸쳐 2007년까지 도입하겠다는 시기 문제다. 주5일 근무제를 장기에 걸쳐 규모별 업종별 여건이 허락하는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경우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노동자 내부의 차별이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노동조건, 장시간 노동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영세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이 '주5일 근무제'에서마저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주35시간제 도입 시기가 프랑스 2년, 일본 1994년부터 4년, 포르투갈 1년에 불과하다. 공익안인 5년은 어느 나라보다도 긴 안이다. 1989년 주44시간제 시행 시 3년에 걸쳐서 실시했다(1년째 동시 46시간, 2년째 300인 이상 및 금융보험업, 3년째 전사업장 실시). 최근 경총은 9년 동안 나눠 실시하자고 하는데 이는 참으로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변형근로제 확대 

공익안은 현재 격주나 월 단위로만 가능한 변형근로제를 1년 단위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항상 장시간 노동에 처해 있는 일반 노동자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장고, 에어컨, 빙과류 등 계절이나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산업의 경우 임금 삭감과 건강 파괴가 우려된다. 이들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 초과노동수당 비중이 11.9%이므로 연 단위 변형근로제가 도입되면 최저 3∼5%의 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외국의 경우, 연 단위 변형근로제는 법정 노동시간이 아니라 실노동시간이 40시간 이하에 접어들었을 때 도입되었다(서독은 1974년 40시간제, 2개월 단위 변형근로제는 84년 38.5시간 도입 시 확대, 37시간 단축 시 6개월 단위 도입. 프랑스는 1982년 39시간제 법과 5주 연차휴가제 이후인 1986년에 1년 단위 변형근로제 도입). 

그런 점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대폭 확대는 실제 노동시간이 충분히 줄어든 이후에나 논의해야 할 문제며, 지금은 노동자의 인간적인 생활을 위해 일/주/월/년 단위의 초과근로 한도를 설정할 때다.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 8시간, 월 30시간, 연 200시간의 초과노동 한도를 설정하고 나아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에도 주48시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경총은 한시적으로(5∼10년) 노동시간 단축으로 늘어나는 4시간에 대한 25% 할증율과 더불어 오히려 초과노동 한도를 16시간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 문제는 최근 한국노총에서 임금보전 문제 등이 요구대로 될 경우 2년간 한시적으로 할증율을 25%와 더불어 75%도 인정 시 초과노동 16시간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있다. 그러나 이는 초과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이 아니라 할증임금을 앞장세워 초과노동시간을 늘이자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각이다. 

휴가제도 

논란이 많은 연월차 휴가제도와 관련해서 공익안은 주40시간제 시행 시기와 때를 맞춰 월차휴가를 연차휴가로 통합하고, 연차휴가는 1년 이상 계속 근무하여 전체 근로일의 8할 이상 출근사람에게 주며, 휴가일수는 1년 이상인 사람은 18일로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근속연수 3년당 1일씩 추가하되 상한선은 22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1년 미만 근속한 사람에 대해서는 1월당 1.5일의 휴가를 근속기간에 비례하여 주는 안과 더불어 사용자의 적극적인 권유에도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금전 보상의무가 없다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월차휴가가 우리나라에 있는 독특한 휴가제도라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주2일의 휴일이 보장되는 점을 고려하여 월차휴가제도를 연차휴가로 통합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공익안은 장기근속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10년의 경우 기존보다 10일, 15년의 경우 14일이 줄어든다. 이는 전체 연월차가 통합되면서 장기근속자에게 더 불리하게 휴가일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월차휴가를 임금으로 받아온 관행에서 볼 때 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연차휴가는 늘어나는 과정이었는데, 이 안은 이를 거꾸로 후퇴시키고 있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연차휴가에 대한 협약은 3주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주40시간제 때문에 휴가를 줄이자는 것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더불어 휴가는 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맞게 온전한 휴가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휴가 부여권이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휴가사용률이 매우 낮다. 따라서 휴가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차유급휴가 가운데 적어도 한번은 2주 이상의 연속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최근 한국노총은 월차휴가를 없애되 임금을 보전하고 연차는 그대로 두자는 안을 냈다. 이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범하는 안이다. 사용자가 생계비인 임금을 무조건 삭감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삭감된 임금은 임투로 회복하기 쉽다. 하지만, 휴가 제도는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획득하기 매우 어렵고, 특히 법정 휴가제도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이 안은 의도와 무관하게 공익안보다 후퇴한 안이며, 장기근속자의 이익 보존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사용자의 논리를 추종하는 안이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유급생리휴가 무급화 문제는 생리휴가제도 자체가 모성보호 관련 규정으로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연계해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먼저 ILO 기준에 맞게 산전후 휴가를 상향조정하고, 간병휴직 제도 등 여러 조건이 정비된 시점에서 검토할 문제다. 

주휴 무급화 

주휴 무급화와 관련해서 노동계에서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주휴 무급화는 서로 다른 이중의 효과가 있으므로 잘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주휴가 무급화되면 기존의 주휴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레 임금삭감이 되므로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주휴 무급화와 임금삭감은 임금 체계와 연동되어 있다. 우선 월급제의 경우, 주휴가 무급화 되더라도 월급으로 임금을 받아왔으므로 임금 삭감이 될 수 없다. 일당·시급제의 경우, 주휴가 무급화됨에 따라서 삭감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 부칙에서 기존 통상임금이 보전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둔다면 일당·시급제에도 나쁜 효과가 없다. 실제 1989년 주44시간제 도입 시 임금삭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주휴가 무급화 된다고 했을 때, 주휴일 근무 시 발생하는 50%의 할증임금이 삭감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통상임금의 인상 효과와 연계하여 논의해보아야 한다. 

주휴가 무급화될 경우 통상임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현재 법상 통상임금은 월단위 통상임금을 226시간으로 나누게 되어 있는데(주휴일이 유급이므로 실제 근로한 것으로 친다) 주휴가 무급화되면 172 또는 176시간 정도로 나누게 되므로 월통상임금이 삭감되지 않는 경우(월급제나 통상임금이 삭감되지 않은 경우의 일당·시급제) 약 31.39%라는 통상임금 인상의 효과가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초과근로수당이 따라서 늘어나게 될 것이다. 현재 전체 노동자의 초과근로수당 비중이 11.9%인데 현재의 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면 6.25% 이상의 인상효과가, 법정근로시간 단축분인 4시간만큼 줄어든다 하더라도 3.73%의 인상 효과가 있게 된다(초과노동시간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의 경우에는 더 많은 임금인상 효과가 있게 된다). 단, 이 경우에도 일당제와 시급제의 경우, 월통상임금이 늘어나지 않을 때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우려도 있다. 이 또한 법 부칙에 기존의 통상임금 삭감이 없도록 명시하면 해결될 문제다. 아울러, 통상임금의 범위에 들어가는 여러 수당은 삭감되지 않으므로 이에 따른 상승효과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익안 검토 

공익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주 40시간제가 도입되면 휴일수가 실제로는 26일 늘어나게 된다(주당 4시간 줄어들므로 56일이 아닌 그 반이 줄어든다). 그러나 연차휴가는 4일(1년차), 10일(10년차), 29일(30년 근무자) 등 장기근속자가 불리하게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장기근속자는 휴일수가 늘어난 효과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1년차는 휴일이 22일 늘어나는데 10년 근무한 장기근속자는 16일 휴일이 늘어나게 되고, 27년 근속자는 그 효과가 없다. 더구나 휴가를 수당으로 받아왔으므로 이 경우 연월차 수당분만큼 임금이 삭감되고 대신 휴가를 받는 셈이다. 여기에 여성의 경우 12일의 유급생리휴가가 없어지므로 이를 추가해야 한다(물론 기존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월차폐지 후 연차로의 통합과 더불어 연차부여 요건이 변하므로 6개월 근속자는 1년 근속자 연차 18일의 반인 9일을 부여받게 되므로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이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비정규직 사용이 더 늘어날 수 있겠으나, 이는 노동시간 단축 때문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비정규직 보호의 제도화 및 조직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규직의 경우, 노동시간이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듦에 따라 기존 임금을 보존하게 되면, 시급이나 일당이 인상되는 효과가 생기게 되는데(근로시간은 줄어들지만 임금이 보존되므로), 약정근로시간이 20∼30시간대인 파트타임의 경우 이들을 보호할 노동조합이 없는 상황에서 이 원칙이 지켜질 것인가 하는 점이 우려될 수 있다. 나아가 이들간에 임금 격차와 노동조건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이것이 지켜질지 또한 의문이다. 또 유급주휴가 없어진다 할 때, 과연 이들에게 정규직처럼 임금삭감분이 보존될 것인가도 우려된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규직과 비례해서 임금 등이 인상되도록 원칙과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4. 최근 정세와 노동자 대응방향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운동은 고실업에 대한 사회적 대안으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줄기차게 투쟁해 왔다. 1998년 노정 교섭에서 양대 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하기로 정부와 합의하였으며, 민주노총의 작년 5월 총파업 때는 주5일 근무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켰고, 이로 인해 대통령은 긍정적 검토 입장 표명과 더불어 당시 최선정 노동부장관을 통해 연내 국회통과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 제도개선 방침이 확정되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23일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 구성 5개월만에 △ 업종, 규모를 감안한 단계별 실시, △ 휴일, 휴가제도를 국제기준에 걸맞게 개선·조정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노사정합의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올 7월24일 김대중 대통령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와 관련해 노사정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 조속히 결론 내릴 것을 전격 지시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현실 문제로 바짝 다가오게 됐다. 아울러 노동부는 9월15일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 단독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즉 노사정 합의를 기다리다 보면 시간 부족으로 연내 국회 법안 제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늦어도 9월 15일부터는 정부 단독으로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 경제 상황은 노동시간 단축에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DJP공조 파기 후, 민주당은 소수 여당으로 전락하고 한나라당은 보선 세 군데를 휩쓸면서 단독으로 과반수에 육박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JP의 보수 행보와 더불어 노사정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는 통과가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노동부장관이 바뀐 뒤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명보다는 최대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경영계 쪽에서는 미국 테러 사건이 국내 경기에 미친 영향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론을 들면서 버티고 있다. 특히, 공익안의 핵심들이 노동계의 요구를 비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계에서는 공익안보다 더 개악된 안을 내놓으면서 노사정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일부 언론에서 노사정 논의와 일부 의견접근 내용이 합의 초안이라는 이름으로 흘러나오면서 물밑 협상의 내용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일부안의 내용을 보면 앞에서 보았듯이 연차의 근속년수별 가산을 부활하는 대신 월차 폐지,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률을 올리는 대가로 초과근로시간을 16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내용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양대 노총간 성명전이 전개되고 노동계 균열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균열의 와중에서 이후 공익안보다 후퇴한 수준에서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올바른 대응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그리고 노동운동의 전진을 위한 중요한 요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지금 노동자의 요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노동운동의 대의를 부정한 터무니없는 것이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선거 국면이 전개되며, 이 경우 노동시간 단축 법개정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만약 이번에 노동시간 단축 법개정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향후 2∼3년 간은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조합원과 간부들의 지혜를 모으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하고, 정책 역량과 정치력을 강화하여 연내에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내야 한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내세우면서 정부와 자본의 유연화 공작, 노동조건 개악을 분쇄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의 대의를 내세우면서 자본의 유연화 전략을 최대한 저지해야지, 개악저지만 전면에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나아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위한 법개정투쟁을 연계해서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끌어올려 연대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유연화 저지는 변형근로제 확대 반대, 일/주/월/년 단위로 초과 노동시간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향에서 추진해야 한다. 서비스직의 경우 노동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영업시간 제한법의 제정 등을 요구해야 한다. 실시 시기는 전면 도입을 앞당기는 방향이어야 한다.

셋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나눠져 있고 노사정위 참여 문제로 이견이 있다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대의와 원칙에 입각하여 연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교섭창구가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장기인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힘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밀접한 연계와 논의 속에 교섭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한국노총 내 제조연대 등 산하 조직은 한국노총의 잘못된 교섭안에 대해서는 비판함과 동시에 밑으로부터의 투쟁을 통해 교섭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의 다양한 측면과 관련해서 정규직 장기근속자 등 조합원 중심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여성 등 노동자 내부의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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