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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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

1) 흔히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노동운동은 주로 임금인상에 초점을 맞춰 왔고, 노동시간 단축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 왔다. 이것은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노동시간이 연간 2,400시간대로 다른 나라보다 500-1,000시간 긴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 한국 노동운동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는 '일자리 나누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99년 하반기부터는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주 5일 40시간제'가 실시되면 그 효과는 단순히 '삶의 질 개선, 일자리 나누기'에 머물지 않고, 주 5일 수업제, 주 2일 휴일제 등과 맞물려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 노동시간 단축 방법

1) 노동시간 단축은 일반적으로 '법제도 개선'과 '단체협약 갱신'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직률이 10%를 조금 넘는 우리 노동현실에서 '법제도 개선'을 통한 법정 노동시간 단축없이 실 노동시간 단축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것은 [그림2]에서 89-91년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었을 때 실 노동시간은 단축되었지만, 그 효과가 소진된 91년 이후에는 실 노동시간이 전혀 단축되지 않고 있는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변동 요인에 따라 소폭 오르내리고 있을 뿐이다.

2) 앞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실 노동시간 단축효과는 연간 200-250시간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연간 2,000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추가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휴일휴가 확대 및 완전사용 관행 정착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제도 개선 과정에서 산업, 직종, 기업, 고용형태에 따른 개별적 이해와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정 노동시간 단축 이후에도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서 단체협약 갱신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단 한 번의 법제도 개선으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으며, 법제도 개선 과정에서 노동계 요구가 100% 관철되기 쉽지 않고, 재계 요구도 일정 부분 반영되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3. 최종 결단이 필요한 시기

1) 98년부터 법정 노동시간 단축이 논의되었지만, 4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이것은 법정 노동시간 단축과 맞물려 노동계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재계 요구가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으로 함께 제시된 데서 주로 기인한다. 그러나 노사정위 공익위원안(2001.9)과 합의대안(2001.12), 상임위원 조정안(2002.4)을 비교하면, 임금보전과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개선된 반면, 법정 노동시간 단축일정, 연차휴가일수, 연장근로 할증률은 후퇴하고 있다. 이것은 현단계 노사간 힘관계와 노사정위원회 구성방식 등을 고려할 때, 일단 공익위원안이 제출되면 이후 논의 과정에서 규정력을 갖게 되어 큰 폭의 변화가 어렵다는 저간의 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 ⑴ 현재 정치 정세 등을 감안할때 좋든 싫든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없이 법정 노동시간 단축은 어렵다는 점, ⑵ 조만간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당 기간 법정 노동시간 단축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 ⑶ 현재 제시되고 있는 공익안-대안-조정안 등이 법정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포기하거나 지연시킬만큼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 ⑷ 앞으로 시간을 더 갖는다고 해서 이들 조항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우리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제는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 법개정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은 임금인상, 단체협약 갱신투쟁을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합의 대안 등에 대한 검토의견

1) 공익위원안이 제시된 이후 노동계는 주로 임금보전, 연월차휴가, 유급주휴수당 등 임금관련 항목에 초점을 맞춰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금 등은 설령 법개정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불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이후 임단협투쟁을 통해 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정 노동시간 단축일정 등 시간단축에 좀더 초점을 맞췄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참고로 실질임금은 80년 44만원, 90년 87만원, 2001년 144만원으로 80-81년과 98년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특히 90년대 들어 실질임금은 경제성장률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2) 임금보전은 합의대안 및 조정안에서 법 부칙에 '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당 통상임금 저하 금지'를 명시하게 되어 있는 바, 실제 불이익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89-91년 법정노동시간 단축 당시는 '기존의 임금수준 저하 금지' 조항이 없었고, 이것이 노사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3) 유급주휴수당은 상임위원 조정안이 현행 유지를 언급하고 있는 바,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위위원안이나 합의대안대로 주휴일 제도를 '유급'에서 '무급'으로 변경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⑴ 월급제 사업장에서 초과근로수당 산정을 위해 시간당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유급 주휴' 조항을 근거로 <월 191시간>이 아닌 <월 226시간>으로 나누고 있다. 따라서 무급으로 변경하면 시간당 통상임금이 증가해 초과근로수당이 증가하며, 그만큼 기업주들이 초과근로 요구를 자제하게 되어 노동시간 단축효과가 증대할 것이다.

⑵ 시간급제 사업장은 기존의 주휴수당을 통상임금으로 보전하느냐 기타 수당으로 보전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것이다. 주휴수당을 통상임금으로 보전받는다면 월급제 사업장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며, 기타 수당으로 보전받는다면 그러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

⑶ 법정 최저임금은 월생계비를 기준으로 월최저임금을 산정한 뒤 '유급 주휴' 조항을 근거로 <월 226시간>으로 나누어 시간당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급'으로 변경하면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이 상승해 그만큼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4) 공익위원안에서 연차휴가는 8할 이상 출근한 자로서, 근속년수 1년 미만인 자는 월 1.5일, 근속년수 1년 이상인 자는 18일을 부여하되, 3년마다 1일을 추가(상한선 22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⑴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 근속년수 1년 미만자(532만명 : 비정규직 439만명)는 연차휴가일수가 증가하고, 근속년수 1년 이상자는 줄어들게 설계되어 있다.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고 법정 노동시간 단축의 일차적 수혜자인 정규직들이 부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으로 합리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⑵ 그러나 공익위원안과 비교할 때 조정안은, 비정규직 내지 근속년수 22년 미만자의 연차휴가는 더 줄이고, 근속년수 25년 이상자의 연차휴가는 늘리는 방식으로 후퇴하고 있다. 즉 근속년수 1년 미만자의 휴가일수 상한선을 18일에서 15일로 줄이고, 근속년수 1년 이상자의 휴가일수도 18일에서 15일로 줄이는 대신, 장기근속자의 연차휴가일수 상한선을 25일로 늘리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근속년수 25년 이상자(21만명)에게 1-3일의 연차휴가를 더 주기 위해 근속년수 22년 미만자의 연차휴가를 1-3일 줄인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5) 공익위원 안은 연장근로 상한성 및 할증률과 관련해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합의대안 및 조정안은 3년간 한시적으로 상한선을 16시간으로 늘리고, 새로 할증률 적용되는 4시간분에 대해 25% 할증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비록 '한시적'이라는 단서는 달려 있지만 연장근로 상한선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실 노동시간 단축효과를 늦추는 것이며, 새로 할증률이 적용되는 4시간분에 대한 25% 할증률 역시 구체적 적용 과정에서 상당한 분쟁의 소지가 있는 바, 공익위원 안대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6) 앞으로 얼마 안 남은 기간 동안 노동계는 연차휴가일수, 연장근로 상한선 및 할증률 이외에 법정 노동시간 단축일정을 앞당기는데 좀더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소자와 유해위험사업장 노동시간도 함께 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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