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측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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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선진화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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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minlaw@hanmail.net

노동부장관은 2003년 9월4일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가 중간 보고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이하 ‘선진화 방안’이라 함)을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 회부하고 그 논의결과를 지켜본 후 노사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위 방안을 중심으로 해서 노사관계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동부장관은 위 자리에서 노사관계 개혁의 3대 목표로 “①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②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의 구현, ③ 근로계층간 격차 완화”를 제시하였고, 선진화 방안은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으로 “①보편적 노동기준에 부합, 지식정보화·세계화 및 고용형태의 다양화 등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노동환경에 적극적 대응, ②노사관계에서 ‘자율성’과 ‘책임성’, 고용에서 ‘안정성’과 ‘유연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사관계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규칙 정립, ③법·제도에 대한 진단·분석 및 제도개선안 마련에 있어 중립적·공익적 입장 견지, 기존 사회적 논의와 합의 존중 및 우리 사회의 현실 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제시했다.

사회통합 아닌 사회분열 방안

선진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노조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인식에 근거하여 파업을 최소화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소위 사용자의 대항권을 대폭 강화하고 노조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노동유연성과 국제기준을 이유로 노동자에 대한 보호규정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노동자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노동부장관은 노사관계 개혁의 3대 목표 중 첫 번째로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를 들었는데 이는 파업을 사회적 비용을 소모시키는 것으로서 최소화시켜야 하는 사회악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파업이 약간의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파업은 사회의 건강성과 역동성 및 민주성을 상징하는 측면도 있다. 

파업이 남용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가 파업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신장하는 것은 사회발전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기여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파업에 대한 위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노동기본권의 온전한 보장과 경영참여를 통한 노조의 사회파트너로서의 지위 인정 및 노사정의 신뢰 회복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통합적이고 참여적인 노사관계의 확립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데, 선진화 방안에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은 보이지 않고 노동자의 파업을 어렵게 하고 노조를 무력화시키며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자를 굴복시키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선진화 방안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노동자 무력화 방안 내지 노동자지위 열악화 방안이고, 산업평화정착 방안이 아니라 산업혼란조장 방안이며, 사회통합 방안이 아니라 사회분열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와 파업무력화 방안

선진화 방안은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소위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리분쟁사항을 여전히 단체교섭대상에서 제외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방식을 엄격하게 하며, 직장폐쇄 요건을 완화하여 확대하고, 필수공익사업의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최소업무유지의무 및 쟁의행위 예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규채용을 비롯한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규정을 정비하고, 무노동무임금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며, 긴급조정기간을 연장하는 것 등이 파업무력화를 겨냥한 것들이다.

과연 일부 언론에서 떠들듯이 ‘사용자의 대항권’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지, 그러한 용어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한국에서 사용자의 대항권을 논하는 것이 타당한 지 의문이다. 노조 조직률이 70% 이상 되는 북유럽에서조차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사회 전체 차원에서 노사가 실질적인 대등성을 달성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노조조직률이 적어도 30% 이상 되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70%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노조조직률이 12%에 불과한 한국에서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하여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해야 한다니. 과연 누가 이것을 납득할 수 있을까 싶다. 선진화방안은 노조조직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대한 지나친 금지 및 제한과 가혹한 형사처벌조항으로 가득 차 있어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쟁의행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계의 하소연이다. 따라서 노조법상의 지나친 쟁의행위 금지 및 제한규정과 형사처벌조항들을 삭제하여 헌법상 보장된 쟁의권을 온전하게 회복시키는 것이 진정한 개혁방향일 것이다. 그런데도 파업의 부정적 성격만을 강조하여 파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사용자에게 인정하는 것이 개혁이란 말인가?

노조활동에 대한 견제

선진화 방안은 노사자치주의를 지나치게 규제하고 나아가 단결력제고를 위한 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정비하고, 노사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인 전임자급여지급 문제를 법률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유니온숍 협정을 완화 또는 금지하고, 복수노조의 경우 교섭창구단일화를 법률로 강제하며,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과반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노조가 지명하도록 한 것을 근로자 직선으로 선출하도록 하며, 상급단체나 대기업노조의 재정투명성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 등이 노조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한 것들이다.

선진화 방안은 한국노동운동이 대기업 정규직노조 중심으로 이루어져 조직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전투적이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심화하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인식에 기초하여 대기업 정규직노조를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정규직노조마저 무력화되는 여건이라면 중소영세기업 노조나 비정규직노조의 경우에는 존립조차 어렵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노동운동의 상황이 대기업 정규직 기업별노조와 공권력이 맞부딪치는 후진적인 상태라면 노조를 산업별로 끌어올리고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개발한다. 그리고 노사의 협력을 통해 이를 실현함으로써 선진적 노사관계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운동이 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위한 대안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단위의 조합원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적 연대를 확대하기 위해 반성과 노선전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노동운동진영 내부에서도 자각되고 있다. 

모든 개혁에 시간이 필요하듯이 노동운동의 변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므로 정부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조급하게 대기업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면 노사의 역관계는 현저하게 불평등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산업민주주의나 노동자의 삶 향상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

선진화 방안은 노동유연성을 목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삭제하고, 무효인 해고에 대한 구제방법으로 원직복직 대신 금전보상의 길을 마련하였으며, 정리해고 요건에서 사전 협의기간을 단축하고 도산절차에 있는 기업의 경우 정리해고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기업변동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를 명문화하면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승계에 대해 일정한 시간적 제한을 설정하며, 변경해지제도의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절차 간소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 등이 근로조건의 악화를 초래하는 것들이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노동유연성의 제고를 위해 현재도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의 지위를 더욱 열악하게 하는 것은 개혁의 방향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산업현장의 갈등 조장

선진화 방안은 산업현장에 평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통해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사용자의 자의적인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를 억제하고 특히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양심적인 사용자의 위상을 보호해 주는 것이 가능하였는데, 위 형사처벌조항이 삭제되면 오히려 양심적이고 법을 준수하는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산업현장의 평화를 유지하고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에 대한 최소한의 억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산업현장을 힘의 논리에 의한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의 강제는 복수노조간 및 노사간의 분쟁과 대립을 조장할 것이며, 공익사업장의 쟁의행위 시 신규채용에 의한 대체근로 허용은 파업참가 노동자와 신규채용 노동자 사이의 대립과 분쟁을 야기하여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과반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도 전체 근로자의 직접 선출에 의하도록 하면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의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 제도개선 노력의 미흡

선진화 방안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의심스러우며, 경영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채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근참법)의 부분적인 개정에 머무르고 있다.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한 심판은 사법 기능에 속하는 것으로서 행정위원회인 노동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신속 공정한 구제라는 측면에서도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 법원에의 불복절차를 거쳐 사실상 5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법기능에 속하는 심판업무에 대해서는 전문법원인 노동법원을 설립하여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법원의 경우 시민법리에 매몰된 직업법관들이 노동현장과 노동법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노동관계에 대한 합리적이고 사회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재판부를 노동법리에 밝은 직업법관 1명 또는 3명과 노동계 및 경영계가 선출한 비상임법관의 3자로 구성하여 노동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노동법원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유럽의 노동법원제도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법원제도의 도입을 노사관계선진화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요구된다.

경영참가는 근참법상의 노사협의회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전체 종업원으로 구성된 종업원평의회를 설치하고, 노사대표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중요사항에 대해 공동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이사 및 노동자감사제도 등 적극적인 형태의 경영참가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경영참가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자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할 때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들

선진화 방안에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조합원자격 인정, 제3자 지원신고 및 처벌제도의 폐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의 범위제한, 조정대상을 교섭·쟁의대상으로부터 분리·확대, 조정전치제도의 폐지, 필수사업개념 및 직권중재제도의 폐지(다만,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허용함으로 말미암아 그 의미가 크게 감소되었다), 근로계약 시 기본적 근로조건내용(임금, 근로시간 등)의 서면화 및 해고 시 해고사유의 서면에 의한 통지 등이 그것이다.
선진화방안은 위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파업의 최소화, 노조활동에 대한 견제와 노동조건의 악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을 포기해선 안 돼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직후 양대 노총은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천명하였고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의 탈퇴마저 검토하였다. 선진화 방안이 노동계에 절망을 가져다주는 지극히 편향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당연히 예상되는 반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사관계제도선진화위원회는 이번에 제시된 선진화 방안이 중간보고이고 2003년 10월말까지 최종 제도 개선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위원회는 최종 제도 개선안을 마련함에 있어 노동현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형식적으로 외국의 입법례만을 고려하여 파업과 대기업노조에 대한 무력화 일변도의 방안을 개선안으로 제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법과 제도 개혁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쪽 당사자인 노동계를 존중하고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고, 실질적인 대등성을 확보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파업에 대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태도 및 현재 대기업 정규직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고,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보장한 전제 위에서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진정한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노사관계 개혁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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