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

섹션:

부 제목: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중심으로

글쓴이 :

chodon@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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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산업사회학회 2004년 춘계학술대회(2004.5.7) 발표 논문을 발췌·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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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와 민주노동당

2004년 4월15일 17대 총선은 의회 지배세력의 교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기존의 총선들과는 대조적으로 연속성보다는 단절과 변화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4월 혁명 이후 일시적인 단절을 제외하면 1948년 이후 의회는 보수세력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독재자와 그 추종자들로 구성된 수구정당에서 정치적 민주화 세력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보수정당으로 의회권력이 이동한 것이다. 17대 총선의 또 다른 주요한 특징은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이다. 17대 총선의 결과 의회권력은 의석 비율로는 수구세력 대 실용-개혁 혼합의 자유주의 세력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념적 스펙트럼 상으로는 거대한 보수세력 대 작은 진보세력이 대결하는 구도를 띠고 있다.

17대 총선으로 의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은 전체 의석의 3.3%에 불과한 10석의 작은 정당에 불과하지만 재계, 보수언론, 정치권을 포함한 기득권세력이 긴장하는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이념을 지니는 진보정당이라는 점을 넘어서 반세기 이상 억압받아온 민중들의 계급적 기반 위에서 형성된 계급정당이라는 점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기반은 노동계급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들이 조직되기 시작하였고, 이 민주노조들이 전국적 결집체인 민주노총을 건설하면서 그 동력으로 민주노동당을 창당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급 계급형성의 산물이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로 노동계급 형성은 크게 도약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더욱 강력한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17대 총선을 통한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노동계급 정치세력화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득권 세력, 우리 사회의 지배집단들이 긴장하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은 ‘평등사회 건설’을 위한 핵심 전략적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정치세력화를 설정하였고, 노동계급 정치세력화란 “노동계급의 의지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방공간에서 전평(전국노동조합평의회)과 조공(조선공산당)이 노동계급의 성공적 계급형성과 계급 헤게모니에 기초하여 ‘인민의 국가’를 수립하고자 하였으나 미군정의 탄압으로 정치세력화를 완성하지 못하고 좌절하였다. 이제 그 좌절된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장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노동계급 정당이란 이념적으로 노동계급의 계급이익을 대변하며 조직적으로는 노동계급에 조직적 기반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노동자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노동계급 정당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계급 정당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계급적 노동조합운동의 발달이 전제가 되며,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조건이 형성되었던 시기는 해방 공간 속의 전평 시기, 그리고 1987년 대투쟁으로부터 민주노조운동이 등장하여 민주노총으로 발전한 시기를 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이 재등장하기 이전의 40년 기간 동안 유지되었던 대한노총-한국노총 노조들은 미군정에 의해 급조된 우익청년단체에서 시작하여 국가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며 일반 노동자 대중에 대해 통제를 행사하는,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을 결여한 이익단체 노동조합들로서 노동계급 정당을 결성할 의지도 역량도 필요성도 지니지 못했다. 이러한 민주노조운동 암흑기 동안에는 노동계급 정당이 형성될 조직적 기반이 없었다는 점에서 진보당을 비롯해 그동안 명멸했던 진보정당들은 노동계급정당이 아닌 지식인 정당에 불과하지만 19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형성·조직화된 다음 결성되었던 진보정당들, 특히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조직한 다음 결성된 진보정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의의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II. 민주노동당과 두 개의 프로젝트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지연되었고, 비록 10석에 불과한 의석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대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는 정치적 민주화 완성과 사회경제 민주화 추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달성하는데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주요한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1. 지역주의 정치와 정치적 민주화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경제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반민주 수구세력은 군사독재 정권이 종식된 이후에도 줄곧 의회권력을 지배해 왔으며, 그들의 권력은 주로 지역주의 정치에 의해 재생산되었다. 탄핵 역풍으로 몰락 위기에 처해 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역정서에 호소하여 열세를 만회하려 하였으나 민주당은 지역기반을 상실했고, 한나라당은 자기 지역기반의 재생산에 성과를 거두었을 뿐 전국적 수준에서는 패배를 기록했다. [표1]과 같이 17대 총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특정 지역의 지지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지역주의 정당 성격을 보인 반면, 총선 승리의 주체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상대적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임으로써 전국정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의 정당의 총선패배가 지역주의 정치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지역 패권정당이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교체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영남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지역구 의석을 거의 독점했다. 둘째, 지역주의 정당, 특히 민주당의 패배가 지역주의 투표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탄핵이라는 정치행위에 대한 심판의 결과다. 따라서 지역주의 정당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17대 총선 결과는 지역주의 정당의 일시적 퇴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잠복한 지역주의 정치가 다시 복원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지역주의 정치 약화와 정치적 민주화는 서로 원인과 결과로 맞물려 있는 과제들이다.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함께 의회권력도 지배하게 된 열린우리당이 정치적 민주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남지역주의는 패권적 지역주의로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이념적 보수성을 보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박탈과 억압을 경험한 지역의 저항적 지역주의를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적 민주화를 추진함에 있어 열린우리당 스스로도 정치적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는 도덕성과 개혁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 개혁과 검찰 독립 등 억압적 통치기구들의 정치적 중립화와 남북관계 관련한 전향적 정책을 넘어서 총선과정에서 밝힌 바 있는 국민소환제 등 의원특권 해체, 정경유착 근절,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등 과거청산 추진, 언론개혁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당론을 재검토하여 이라크 파병 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한다면, 민주노동당이 적극 가세하여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에 대한 공세를 전개하며 정치적 민주화가 완성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민주화와 개혁의 과정은 시민들의 사회정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언론개혁은 보수언론의 합리화를 통하여 보수언론이 보도의 객관성과 공익 우선의 가치에 최소한에서라도 존중토록 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는 이데올로기적 조작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이에 따라 변화에 저항하는 한나라당도 변화를 수용하여 패권적 지역주의의 포로가 된 지역기반의 보수성을 약화시키거나, 반대로 변화를 거부하며 수구정당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민주화와 개혁을 둘러싼 공방은 정당들 사이의 정책대결,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신선한 개혁경쟁을 수반하며 점진적으로 지역주의 투표를 약화시키고, 투표행위를 쟁점투표와 계급투표로 바뀌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선거제도 개혁도 지역주의 정치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남지역 지역구 의석을 한나라당이 거의 독점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영남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영남지역 비례투표 득표율을 보면 노동자 밀집지역으로서 민주노동당이 강세를 보인 울산지역을 제외하더라도, [표2]와 같이 부산-경남 지역에서 전국정당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지역 패권정당인 한나라의 득표율과 대등하며, 한나라당의 패권 경향이 더욱 짙은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한나라당 득표율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영남지역 의석이 비례투표 득표율로 배분되었다면 한나라당은 지역 의석을 독점하지 못하고 절반 정도의 의석을 가져가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나머지 절반을 나누어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의석이 분점된다면 저항적 지역주의를 보이는 호남지역의 지역주의 정서가 소진될 수 있으며, 영남지역 주민들조차도 지역주의를 지역의 보편적 정서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지역주의 정서를 보강하는 현상은 지양될 것이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지역주의 정서 자체가 크게 약화되며 지역주의 정치도 급격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구 투표제에 기초한 한나라당 의석 독점 현상이 지속되는 한 지역주의 정서와 지역주의 정치는 꾸준히 재생산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정당들로서 정책 대결을 벌이는 한편 선거제도를 개혁하여 소선거구 단위 지역구 투표제도를 광역단위 혹은 전국 단위 비례투표제도로 전환한다면 정당들간의 정책대결이 더욱 활발해지며 쟁점투표와 계급투표가 지역주의 투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2. 새로운 사회적 의제 형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국가기구를 담당한 국가경영자들의 인적 구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지니며 자본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자본의 계급지배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자본계급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국가의 친자본계급적 기능은 자본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실천되지만 보다 중요한 메커니즘은 자본의 이해관계나 계급지배에 위협이 되는 사안 자체를 논의 의제에서 배제하는 것이며 이것이 의회의 주요 기능이다. 

원론적으로는 보수정당들, 자본과 보수언론뿐 아니라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운동도 사회적 의제들을 형성할 수 있으나 반자본적, 계급적, 진보적 의제들은 문제제기 수준에 머물고 의회에서 사회적 의제로 형성되지 못한다. 따라서 시민들은 보수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 형성된 사회적 의제를 보수언론이 제공하는 지배이데올로기로 채색된 시각을 통해서 바라보게 됨으로써 시민들은 사회의식에 있어서 균형을 잃고 보수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소수 의석으로 사회적 의제에 대한 자신들의 정책 대안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민주노동당에 의해 새롭게 사회적 의제로 형성될 수 있는 쟁점들이란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차별화 되는 부분들이다. 열린우리당이 정치적 민주화, 남북관계, 여성 및 복지정책 등에서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사회경제 부문, 특히 계급 이해관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별다른 이념적·정책적 차별성을 지니지 않는다. 민주당-열린우리당을 앞세워 한나라당과 함께 통과시킨 1, 2차 이라크 파병,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한일투자협정, 주5일제를 빙자한 개악된 근로기준법, 노동·환경·교육 영역 등에서 국민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악된 집시법, 미국무기 구입을 위한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노무현 정권은 사회경제 민주화 프로젝트의 적절한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당연시한 공기업 사유화, 자본시장 개방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해고의 자유,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창출, 파견근로의 전직종 확대, 비정규직 차별 유지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교원 및 공무원 노동3권 거부, 부당노동행위 방관, 공익사업장 확대 및 직권중재 유지, 노동조합 경영참가 배제와 같은 노동기본권을 억압하는 계급적 의제들은 민주노동당의 도전으로 의회 내 공방을 거치며 사회적 의제로 떠오를 것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한국군 이라크 파병 철회, 주한미군 범죄 재판권 및 환경보호 관련 소파(SOFA) 개정, 그린벨트 해제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및 집시법 개정, 국방예산 삭감 및 부유세 도입 등의 공약은 계급적 쟁점들뿐만 아니라 비계급적 쟁점들까지 폭넓게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사회적 의제들이 형성되면서 시민들은 “핵폐기장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부안에 설치할 것인가, 안면도에 설치할 것인가?”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찬성-거부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 건설 필요한가?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언제, 어떻게 폐쇄할 것인가? 핵없는 사회를 언제까지 이룰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논의할 수 있으며, 민주노동당을 통하여 사회적 의제 형성 자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들의 물음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진보적 대안을 ‘실현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던 우편향 일변도의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여론 형성 과정도 균형을 회복하면서 보수화 추세 속의 시민들의 사회정치의식도 제자리를 찾게 되고, 성장제일주의 경제발전 방식, 주주자본주의 모델, 신자유주의 경제발전 모델 등 우리사회의 발전 모델들도 재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3. 계급관계 변화와 사회경제 민주화

민주노동당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세력들은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사회적 약자로서 군사독재 정권 시기와 민주화 과정에서도 줄곧 사회적 배제와 탄압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핵심적 조직기반인 민주노총은 어느 다른 사회조직체들보다 국가와 자본에 의한 집중적 탄압의 표적이었다. 그렇게 탄압받던 대상이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여 민주노동당을 통해 의회권력의 일부를 분점하게 됨으로써 계급관계는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민주노조들의 동원역량에 민주노동당의 의회권력 분점이 추가되어 노동계급의 ‘거부권력(veto power)’은 한층 더 강화되면서 일방적, 억압적 계급지배 양식은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국가와 자본이 일방적, 억압적 계급지배 양식을 고집한다면 계급지배도 재생산하지 못하며 쌍방이 패자가 되는 네거티브 섬 게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민주노조의 탄압은 약화되고 자본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보호하기 어렵게 되며, 민주노동당의 노동기본권 강화 노력이 법제화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민주노조에 집중되었던 국가와 자본의 탄압이 후퇴하고 부당노동행위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동 측에서도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책임성이 제고되면서 관성적 전투주의가 약화되며,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총파업 투쟁에는 신중을 기하게 되고, 빈번한 엄포성 총파업 경고는 자제할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 계급지배양식에서 계급공존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본측의 일시적 저항은 있을 수 있지만 일정한 조정기간을 거치면 계급타협의 방안들이 모색되며 계급관계는 다시 평형점을 향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조의 조직률과 결속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이렇게 노동계급의 계급형성, 특히 조직적 형성이 진전될수록 노동계급의 거부권력 또한 더욱 강화되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계급타협의 압력은 가중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탄압의 일시적 혹은 장기적 완화는 민주노조에 가입하고 투쟁에 결합하는 비용이 훨씬 줄어드는 대신 보상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게 하며, 노동조합 경영참가, 공무원·교원 노동3권 보장, 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 강화 등이 추진되면 민주노조들의 조직력은 강화될 것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및 미조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노동계약 반복갱신 혹은 장기근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자동전환, 파견근로철폐, 최저임금 정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 노동시간 단축 조기 시행 등을 적극 추진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되며 노동계급 내 편차가 축소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조직 부문의 조직화도 가속화될 수 있다. 결국 민주노조들의 조직률은 증가하고 결속력도 커지게 될 것이며, 민주노동당 또한 조직력과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다.

계급관계 변화는 일방적 계급지배에서 계급공존, 계급타협으로의 이행뿐만 아니라 일방적 계급지배의 유산으로서 일방적 계급지배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해 온 법적 제도적 장치들도 일정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기존의 계급지배 양식에 의해 확대재생산된 사회경제 각 부문의 권력과 자원의 불평등에 대한 도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회경제 민주화가 추진될 것이다. 노동계급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과 함께 생산 영역에서는 경제적 권력의 불평등에 저항하며 노동기본권 요구를 넘어서 노동조합 경영참가 및 정책참가를 요구할 것이고, 분배 영역에서는 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복지제도 확충을 넘어서 부유세 등 부와 기회의 재분배를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경제 민주화 및 권력과 자원의 평등에 대한 요구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을 지배이데올로기의 수동적 수용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그동안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높은 불평등 정도와 불평등 심화 현상을 일상적으로 경험해 왔지만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통제 하에서 시민들의 불평등 경험은 사회적 의제로 형성되지 못했다. 그 결과 경제위기 과정에서 부유층의 과소비현상, 중산층의 위기에 대한 단편적 지적은 있었지만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대안이 심도 깊게 논의되지 못해 왔다. 현재는 불평등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불평등 체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불평등 체계의 희생자가 아니라 경쟁의 낙오자에 불과하며, 불평등은 바람직하거나 최소한 정당화될 수 있으며 불평등이 바람직하지 않고 정당화될 수 없더라도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부유세 신설 등 부의 불평등 완화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인식의 근거가 타당하고 공정한 것인지를 재검토하게 할 것이며,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노동자 서민의 이익이 보편적 이익이 아니라는 지배 이데올로기 또한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민주화가 추진되고 시민들의 사회정치의식이 진보하며 새로운 형태의 계급정치가 전개될 것이다.

III. 민주노동당의 미래: 도전과 과제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 정당으로서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와 사회경제 민주화라는 계급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떻게 잠재적 지지 세력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그 미래가 달려 있다. 민주노동당이 국가권력과 자본계급의 억압대상이었던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며 지배계급 질서에 도전하는 노동계급 정당이라는 점 때문에 보수정당들과 보수언론들은 민주노동당 흠집내기에 주력할 것이며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 부분이 주요 표적이 될 것이다. 

1. 비개혁주의적 개혁과 정책생산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 정당으로서 사회경제 민주화와 노동계급 정치세력화라는 계급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구체적 정책들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계급적 정책들은 한편으로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포함한 제도개혁을 통하여 ‘비개혁주의적 개혁(nonreformist reform)’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 수립 및 제도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동원하여 노동계급의 계급형성을 진전시킴으로써 정치세력화의 주체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17대 총선은 총선과 대통령 재신임 연계, 탄핵에 대한 국민심판, “거여견제론” “거야부활론” 등의 정치공방, 지역주의 정치와 감성정치 등으로 정책대립이 거의 실종된 선거였다. 이러한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의회진출이라는 선거승리를 획득한 것은 정책대립을 통한 검증의 결과라기보다는 보수 지역주의 정당들의 과오,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기성 보수정당들의 부패와 무능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원외정당으로서 정부와 정당들을 향한 정책비판의 주체가 되었을 뿐 정책비판의 주요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외정당 프리미엄을 누렸으나 이제는 의회진출과 더불어 부유세 논란에서 보듯이 검증과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게 집중되었던 이념 공세는 시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였으나 이러한 이념 공세는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구체적 정책들의 타당성, 실현 가능성, 전문성에 대한 비판의 외양을 갖추며 재개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정책들과 정책역량이 총선과정에서 엄정한 국민적 검증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정책 역량이 뛰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으로서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이자제한법을 제정하고 지방의회에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총선 공약에 있어서도 정책의 개혁성과 체계성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주요 정책들의 소요예산 및 재원 확보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정책역량의 우월성을 입증했다. 

의회진출로 민주노동당의 정책역량은 크게 강화되고 있다. 정부 통제 아래 있는 각종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고, 그동안 정책생산의 역할을 담당해 온 정책위원회 인력이 대폭 증원되며 정책가공 역할을 맡을 의정지원단과 정책보좌관 그룹이 꾸려지고, 전문연구자들의 신규채용과 더불어 중장기 과제를 담당할 정책연구원이 개원되고, 여기에 3백명이 넘는 교수지원단이 연구와 정책개발 기능을 지원하게 되며, 각 부문운동의 참여와 다양한 영역에 걸친 전문가들의 자문은 민주노동당의 정책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정책역량의 강화와 함께 정책 생산방식도 수공업적 생산방식에서 보다 체계화된 생산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선거승리를 이루어낸 것은 지구당 활동가들과 중앙당 상근자들의 무한희생이었다. 이제 그러한 전자본주의적 ‘본원적’ 정책 생산방식은 지양되고 정책인력을 포함한 상근자들에 대한 연구휴직제 등 체계적 교육훈련 및 복지처우가 제공되어야 한다. 원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 표방한 정책들이 이미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부터는 구체적 정책들의 수립과 변경 과정이 내부의 공론과정을 거치며 보다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또한 당의 공식적 정책생산 기구들이 민주노동당의 조직기반이 되는 기층 조직들의 정책을 편집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기층 조직들의 의견을 수렴·조정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져야 하며, 강화된 내부 역량을 활용하여 부문간 정책들의 일관성과 상호호응성을 유지하며 정책을 개발하고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2. 지배계급질서 도전과 대안매체

민주노동당이 계급정당으로서 노동계급의 계급이익을 대변하고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자본을 포함한 기득권 세력에게는 기존의 일방적 계급지배 양식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본계급 지배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자본과 보수언론은 민주노동당의 계급적 과제의 효과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세력화를 견제하기 위하여 집요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취할 것이고, 보수정당들과 국가도 이에 적극 혹은 소극적으로 가세할 것이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계급적 성격 및 계급적 과제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는 민주노동당 정책들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날 수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이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었다거나, 균형 잃은 좌편향성을 띤다거나, 정책의 내적 일관성이 결여되었다거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있든지, 상대적인 공정성에 위배된다거나, 사회문제 분석과 관련하여 전문성이 결여되었다든지 하는 등의 공세가 예상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념적 공세가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지난 10여년간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들은 거대한 신자유주의 동맹에 의해 민주노조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보수정당들과 보수언론에 의해 설정된 사회적 의제들에 시각이 갇힌 채 자본과 시장원리가 내면화되는 과정에서 사회정치의식의 보수화를 겪어 왔다.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정치의식이 진전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보수화 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식의 보수화 추세를 역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 이념 공세와 사회정치의식의 전반적 보수화 추세에 맞선 적극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을 넘어서 일반 시민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대안적 매체가 필요하다. 대안매체를 통해 노동계급 구성원들과 시민들의 일상적 경험에 대한 해석과 분석틀을 제공하고,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정책들의 내용과 논리, 당위성, 효과를 충실히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주요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며, 그러한 사회문제들이 고쳐지지 않고 꾸준히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당원들과 시민들이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형성하는 공론의 과정에 참여하게 하고, 보수정당들이 외면해온 계급적 사안들을 의회 안팎에서 사회적 의제화하여 확산하고, 개별 정책들의 수준을 넘어서 사회발전 모델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여 민주노동당의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지배이데올로기의 이념적 공세를 막아내고, 계급 정체성을 강화하며 사회정치의식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합의 지점을 왼편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진보적 대안을 수용하는데 유리한 사회적 여건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사회운동 정당과 사회적 동원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정치세력화는 국가권력에의 접근뿐 아니라 사회적 동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서 원내화된 보수정당들과는 다른 사회운동정당이다. 따라서 정당의 목표가 원내 의석을 극대화하는 데에 한정되는 보수정당들과는 달리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시민의식의 진보화를 통한 사회 진보에 있으며, 정당의 기능도 보수정당들과는 달리 의회내 정책의 법제화에 한정되지 않고 당원과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스스로 운동조직으로서 사회운동 세력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전개한다. 

보수정당들은 선거기간 동안 ‘표’를 동원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평상시 일상적 정당활동에 ‘사람’들이 스스로를 동원하여 참여한다. 민주노동당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지배계급 질서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적 실천이며, 당원들은 지역과 중앙 차원의 대표자 및 후보 선출 등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중앙당 차원에서 전개하는 전국적 운동 외에도 지역 단위에서 원미산 살리기 및 녹지보전 운동, 경기도 학교급식 개선 및 조례제정 운동, 장애인 이동권 쟁취 운동, 여중생참사 미군규탄 및 반전평화 운동, 이라크파병 반대 운동, 노조탄압 규탄 및 파업지원 활동, 공무원 노동3권 보장 쟁취운동,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 노점상 생존권 보호 운동, 이주노동자 인권운동 등 각종 사회운동을 지역단체들과 연대하여 주체적으로 조직하고 적극 참여하여 활동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원들이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민주노동당을 알리고 여론형성과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사회운동의 이해당사자들이나 비당원 활동가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며 당 활동에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 수준에서도 시민사회운동과 국가의 관계가 재규정되고,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연대의 유형도 조정될 것이다. 민중운동은 국가의 주된 탄압 대상으로 의회권력에 대한 접근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으나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자신들의 쟁점을 사회적 의제화하는 동시에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적극 활용하여 구체적 정책대안들을 개발하고 법제화할 수 있는 경로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시민운동 영역에서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성장 제일주의 원칙으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환경부문의 운동단체들이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민중운동과 함께 적녹동맹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형성되는 적녹동맹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 동맹을 형성하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수용하며 국가와 보수정당을 주요 채널로 활용하는 단체들을 제외한 시민사회단체들과 결합하여 이라크파병 반대라는 현안, 부유세와 노동조합 경영참가 같은 계급적 과제들, 탈핵과 녹지보전 등 환경문제들을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빠른 속도로 양대 블록으로 재편되어 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의 동원과 참여를 넘어서 일반 시민들도 쟁점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당원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여 토론을 전개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당원과 시민들을 참여토록 하고, 구체적 정책들을 법제화하기 위하여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참여토록 하는 “서포터즈” 운동도 좋은 방안이다. 국민발의제와 주민투표제가 시행되면 보다 폭넓은 시민 접촉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당원과 시민들의 참여와 동원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4. 이념적 헌신과 이념적 통합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들과 당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정치·경제적 권력자원과 기회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들과 그들의 대변자로서 탄압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결과 정경유착과 특권 속에 부패한 보수정당 정치인들에 비해 엄청난 도덕적 우월성을 지니는 한편, 권력과 부의 축적 대신 이념 실현을 삶과 운동의 목표로 살아온 터라 이념적 목표와 운동조직에 대한 헌신의 정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이념적 지향의 차이에 민감하며 작은 차이에도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성향을 지니게 되어 이념적 분열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서로 다른 조직적 기반으로 인하여 조직적 갈등의 위험도 있다.

보수정치인들이 정당간, 정당 내에서 사생결단의 권력투쟁을 전개하지만 이라크 파병,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노동의 유연화 등의 쟁점에서 보듯이 한나라당 수구 정치인과 열린우리당 개혁성향 정치인 사이의 이념적 차이는 매우 사소하다. 그에 비해 민주노동당 내 활동가들 사이의 이념적 차이는 더 클 수 있다. 계급문제와 민족문제에 대한 상대적 중요성, 국가사회주의와 북한 체제의 실패에 대한 평가, 사회발전 모델로서의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지향, 세계화 추세에 대한 대응 전략 등과 관련한 이념적 입장에서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이념적 지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도 실정법 위반과 시민 정서 등을 고려하여 표현 방식을 둘러싸고도 상당한 이견을 보일 수 있다. 2003년 민주노동당 강태운 고문 사건은 이념적 지향과 전략적 접근에서 당원들 사이의 간격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다. 

민주노동당은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형성한 조직체로 각 부문은 자신의 운동 조직을 지니고 있으며 해당 조직에 대한 헌신을 통하여 민주노동당에 결합했다. 때문에 이념적 분열 가능성에 더하여 부문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갈등할 수 있으며 때로는 구조적으로 충돌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문운동 결합체 형태의 정당구조는 조직간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부문 대표자들은 한편으로는 부문 조직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타 부문들과의 이해관계와 정책 조정을 위해서 자기 부문 조직의 입장만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노동당을 구성하는 각 부문들이 군사독재와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오랜 기간 억눌렸던 불만을 민주노동당 의회진출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기대감과 함께 요구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문 대표자들의 대표성과 민주노동당의 결속력을 일정 정도 훼손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이념적 갈등과 조직간 이해관계와 정책 갈등은 운동 조직들이 연대의 정신에 기초하여 결합했듯이 자기 부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되 배타적으로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연대의 정신에 따라 상호 양보와 타협을 이루어 나가면 민주노동당은 하나의 이념적, 조직적 통합체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념 분파들 사이, 부문 조직들 사이의 갈등이 보수정당들처럼 당내 지분을 둘러싼 권력 투쟁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당 안팎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와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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