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유니온 출범 의의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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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에 몰린 노인들의 자기 조직화와 세대 간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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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에 충실하길 바랍니다.”
노동운동 지도자 중 한 분이 노년유니온 출범을 축하하면서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이 분의 말씀에는 노동운동이 비정규직을 대표하지 못하고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듯했다. 이런 분이 보시기에는 노동조합이라고는 하지만 현장이 없고, 사실상 노동조합이라는 명칭도 쓰지 않는 단체가 생겼으니, 노동운동의 미래가 걱정될 만도 하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노인노동조합’이라니. 그렇고 그런 단체 하나가 생겨 노동운동의 몰락을 부채질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을 법하다.
 
살 수 있는 방법 좀 찾아줘!
“적어도 60만 원을 있어야 생활하는데, 그런 일자리 좀 없을까?” 
조심스럽게 이○○ 할머니가 물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20만 원 받으시잖아요. 기초노령연금도 받으시고 하면, 얼추 월 30만 원인데 그거면 생활되시지 않아요?” 
평소 옷차림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생활이 곤궁하지 않다 싶은 할머니라 생각했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손주하고 나하고 생활하려면 노령연금 받는 걸로 부족해. 이 늙은이 약값만 한 달에 20만원이야! 내 평생 무슨 죄가 있다고 늘그막에 이 고생인지 모르겠어.” 
할머니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이○○ 할머닌 올해 일흔여섯이시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했다. 출가한 자식들 살림살이는 고만고만하다. 
“말도 마. 큰 아들은 일하다 병이 생겼는데 회사에서 산재처릴 안 해줘서 병원비 대느라 힘들어. 딸아이는 얼마 전에 사고로 사위를 잃고 혼자가 됐어. 마트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덕분에 손주도 내가 보게 됐지 뭐야. 그나마 제일 괜찮았던 둘째 아이는 사업이 기울어서 내게 주던 용돈도 끊었어. 나 살 방법 좀 찾아 줘!”
“할머니 죄송하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어요.” 
기대와 다른 답변에 할머니 언성이 높아졌다.
“무슨 사회복지사가 이래? 우리같이 보잘 것 없고 가엾은 사람 위해서 있는 게 사회복지사 아냐!”
“TV에 보면 노동자들이 으쌰으쌰 해서 월급도 올리고 하던데, 우린 그렇게 못하나!”
할머니의 음성이 거칠어졌다.
“그건 노동조합이라서 그래요. 법으로 1년에 한 번씩 임금교섭을 하게끔 되어 있거든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노동조합 만들면 되잖아.”
“예……. 예?”
이○○ 할머니는 평소 노동조합을 빨갱이가 하는 짓으로만 여겼다. 그런 분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하다니…….
 
늘어가는 빈곤 노인 자살, 그리고 노년유니온 출범 의의
 
얼마 전 뉴스가 생각이 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느 60대 부부가 인천시 숭의동 집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의 통장에는 3천 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기초노령연금 15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 자살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신병 비관이 주된 원인이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1년 범죄 통계』를 보면 2010년 60대 이상 자살 변사자 수가 4,945명으로 전체 자살자의 33.4%를 차지했다. 자살자 3명 중 1명이 60대 이상 노인인 셈이다.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을 하는 어르신 수만 50만 명에 이른다.
언론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세계 1등이라고 심각성을 목소리 높여 말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실제로 노인 인구의 빈곤율과 자살률을 줄이려는 노력은 사회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어르신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임해 왔다. 대통령에게, 정치인에게. 그 결과 경제적 빈곤과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으로 치닫는 노인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은 주면 좋고 안줘도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지. 근데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하고 연금액도 더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 어디 그뿐이야? 건강보험도 거의 무상의료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어. 이거 다 노동조합 만드니까 알게 된 사실이야. 앞으로도 옆에서 잘 도와달라고.” 
주름진 두 손으로 내손을 꼭 부여잡고 이○○ 할머니가 말하신다.
노년유니온 출범은 우리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그동안 노동조합운동이 조직하지 못했던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자기 조직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니온운동이 노동운동과 결합할 때 조직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둘째, 보수적인 노인층에 대한 진보의 접속이다. 노년유니온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는 것은 이○○ 할머니처럼, 양극화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복지를 매개로 조금씩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다.
셋째, 세대 간 연대의 기초가 놓였다는 점이다. 노년유니온은 창립선언문에서 청년층의 실업과 등록금, 최저임금 문제에 적극 연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년유니온 향한 걱정, 귀담고 극복해갈 것
 
노년유니온은 이제 시작이다. 그만큼 채워야 할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노동성’이다. 노년유니온은 현재 조합원 구성상 노동성보다는 ‘복지’가 우선에 있다. 조직의 노동성을 키워 이러한 불균형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로서 주어져 있다.
노년유니온 출범을 축하하는 이야기 중에 “노동운동에 충실하길 바랍니다.”하고 한 말이 가슴 속에 여운으로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마침 전화가 왔다.
“대구인데요, 학교 야간경비를 하고 있어요. 나이는 일흔이고요. 노인노동조합 허가 나왔어요? 우리가 하루 16시간씩 일해도 야근수당도 못 받고 있어요. 노인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요.”  
걱정하던 노동성이 강화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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