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로잡은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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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갔다가 난생 처음 이슬람교 사원인 모스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멀리서 바라본 하얀색의 돔형 지붕에서 느껴진 것은 호기심과 더불어 낯설음이었다.  

기독교도(그것도 보수적 색채가 너무나 강렬한 미국식 기독교)가 1천만 명을 넘는 나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나라,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고 역사적으로 고립과 분단으로 점철된 나라에 사는 사람이 이슬람에 대해 느끼는 어색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싱가포르가 위치한 말레이 반도와 그 인접국인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권이다. 인구가 2억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이슬람 나라다. 헌데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와 화교 이민의 역사로 이슬람의 영향이 그리 큰 것 같지는 않았다. 이것은 동남아 이슬람교의 온건함과 맞물려 싱가포르를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모스크의 존재를 뜻밖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모스크 자체를 놓고 말한다면, 이슬람은 가장 수준 높은 종교처럼 느껴졌다. 

모스크를 '순례'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시간과 공간의 공개성이었다. 모스크는 한밤을 빼고는 하루 종일 열려 있는 듯 했다. 예배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아무 때나 모스크를 찾아 기도할 수 있다. 싱가포르 사회의 하층을 이루는 이슬람교도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스크 안팎에서 기도하거나 낮잠을 자는 모습은 생활 속에 열려있는 이슬람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좋은 보기였다. 더운 기후 탓이겠지만 따로 창문이나 출입문이 없고, 앞면을 뺀 나머지 세 면이 아치 모양의 기둥과 기둥으로 연결되어 안팎이 시원스레 뚫려 있었다. 

깔끔함도 인상적이었다. 바닥에는 소박한 무늬가 수놓아진 폭신폭신한 양탄자가 깔려 있는데, 의자나 탁자는 따로 없었다. 벽이나 천장에는 그림이나 동상은 물론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 구절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기도할 사람은 기도하고, 낮잠 잘 사람은 앉아서 조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다음으로 일개 평신도가 사제의 지도나 개입 없이 신과 바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신도는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 기도를 통해 신과 직접 대면하는 듯 했다. 

물론 여성과 이교도는 모스크 본당에 들어갈 수 없었고, 더군다나 여성은 중동만큼 두텁지는 않지만 차도르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모스크를 둘러보고 나니,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 이슬람교가 기독교나 불교보다 열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짧은 모스크 '순례'는 나를 이슬람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싱가포르에서 돌아오고 며칠 지나 서점에 가니 『나를 사로잡은 이슬람』이란 제목의 책이 나와있었다. MBC의 윤영관 PD가 이슬람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나서, 그 취재담을 소개한 책이었다.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등 이슬람 8개국을 탐방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이 책은 역사, 종교, 지리부터 현대 생활까지 이슬람의 이모저모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이슬람을 안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1/5(이슬람 인구는 약 13억)을 새롭게 이해하는 일이며, 이슬람을 이해하는 만큼 우리에게 세상의 폭은 넓어지지 않겠는가"라는 윤PD의 바램은 이슬람만큼이나 강자의 침략과 간섭에 시달려왔으면서도 늘 강자의 편에 서왔던 우리 자신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큼직큼직한 글씨에 생생한 사진과 그림이 많은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윤영관 짓고 김영사 펴냄 / 1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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