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한국 산별노조운동의 전략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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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프랑스 산별노조의 교섭구조와 조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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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월3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심포지엄 <한국, 독일, 프랑스 산별노조: 진단과 과제>의 1부 “한국, 독일, 프랑스 산별노조의 교섭구조와 조직전략”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 사례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독일 사례는 토마스 하이페터 노동과 자격 연구소 연구원이, 프랑스 사례는 장 마리 페르노 파리경제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표를 맡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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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한국의 산별노조: 진단과 과제 
 
1. 머리말
 
제 발표는 산별노조운동 관련 지난 10여 년을 개괄하는 것으로, 오늘 오신 국내 참석자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일 겁니다. 어쨌든 오늘 심포지엄은 87년 노동자대투쟁 25주년을 기념하는 것인데요. 87년 전후가 한국 노동운동이 활성화된 기점이라는 점에서, 우선 그 이후 경과를 국제적인 관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1987년은 사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노동운동이 하강하는 국면이었습니다. 즉,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신자유주의가 강화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면서 전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이 후퇴하는 시기에 한국 노동운동은 자기 활동을 전개해왔다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검토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반전의 주체나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제 노동운동 차원에서의 대안 역시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이 후퇴하는 국면에서 한국 노동운동은 뒤늦게, 그리고 압축적, 폭발적으로 자기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약 10년간이 우리 노동운동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공세 국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기간 동안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있었고, 1995년 11월 민주노총 건설과 1996년 12월부터 1997년 1월까지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시작해서 만개한 것이죠. 이후 1997년 12월 외환위기를 겪고 한국 사회에서도 신자유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노동운동은 수세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런 속에서도 1997년부터 2007년까지는,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정부여서 그랬는지,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 합법화,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 추진 등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부터는 정부와 자본 차원의 노조 파괴 공세가 노골화되었죠. 때문에 산별노조 건설이나 산별교섭 추진에 있어서도 발전이 정체되거나 과거보다 후퇴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명박 정부 말기에 접어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 공세가 퇴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 측면에서 약 두 달 후에 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2013년 이후 어떤 정부가 한국 사회에 들어서느냐가, 한국 노동운동이 발전하고 새로운 반전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무척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필연성
 
이제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노동운동이 분권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왜 뒤늦게 기업별노조와 기업별교섭에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으로 집중화 경향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간단히 검토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중소영세업체와 비정규직이 중심이 되는 노동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대기업 정규직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10%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 90%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거나 비정규직입니다. 고용이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만이 노조를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업별 노사관계 체계에서는 90% 가까운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노동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때문에 중소영세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사관계 체계를 벗어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더라는 판단에 이르게 된 겁니다.     
기업별 노사관계 체계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조직적 측면에서 볼 때,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기업별 체계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만이 노동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고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은 단결권조차 누리기 어렵습니다. 지난 50년간 한국 노조 조직률은 노동운동이 가장 폭발적으로 분출했을 때조차 20%를 넘지 못했고, 지금은 10% 남짓 수준입니다. 이는 뿌리 깊은 반공주의 등 다른 요인들의 영향도 있지만, 대기업 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10%밖에 안 되는 노동시장 구조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교섭 측면에서, 노조 집행부가 아무리 사회・정치적으로 전향적이고 개혁적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기업별 교섭에서는 의제가 기업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임금과 노동조건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노조가 존재하는 정규직 사업장에서만 단체교섭 성과를 향유할 수 있게 되면서 임금 등 노동조건 불평등이 심화되는 데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념 차원에서, 이러한 조직 및 교섭 조건으로 인해 기업별 노조에서는 집행부와 조합원이 실리적 조합주의로 빠지기 십상이라는 지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별 노사관계 체계가 갖는 한계는 외환위기 이전이나 이후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체계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인데요. 이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으로 집중에 채찍질이 가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자본의 구조조정이 수시로 제기됨에 따라 초기업 수준에서 노동정책과 산업정책에 대한 노동 측 개입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기존 기업별 노사관계 체계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추진 경향이 만들어진 요인이 된 것이죠.       
 
3.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성과와 한계
 
1) 성과: 연대 제도화와 교섭 의제 확장
 
이제 지난 10년간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성과와 한계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조직 측면에서 성과를 보겠는데요.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초기업단위로 노동조합원들을 포괄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노동부 자료를 보더라도, 2003년 약 48만 4천 명, 전체 조합원 중 31.2% 정도였던 초기업노조 소속 조합원이 2011년에는 96만 4천 명, 56%로 전체 조합원 절반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특히 민주노총만 놓고 본다면 2011년 초기업 노조 조합원이 46만 5천 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82.7%에 달합니다. 신자유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 그리고 노동운동 분권화 추세라는 악조건 속에서 이렇듯 절반 이상이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한 것은 상당한 성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내용보다는 형식만 바뀐 것으로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무늬라도 산별”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산별노조이자 선도주자인 금속, 금융, 보건의료 등의 조직체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산별노조 전환 시기를 보면, 보건의료 1998년, 금융 2000년, 금속 2001년으로, 외환위기 직후 시점에 산별노조운동이 본격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 구조를 보면, 임원 선출과 관련해 3개 노조가 모두 공통적으로 직선제도를 취하고 있지만, 지부 형태는 조직마다 구체적인 실정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금속은 지역 편재를 기본으로 하지만 완성차대공장의 경우에는 기업지부를 인정하고 있고, 금융은 기업지부 형태이고, 보건은 지역본부와 기업지부 형태를 갖고 있죠. 
한편, 조직형태를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나면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요. 일단 연대가 제도화되면서 산하조직 간 유기적 연결이 강화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가능해졌죠. 이전 기업별 체계에서는 노조에 대한 탄압이 자행될 시 주로 주변 작은 조직들 간 품앗이 연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산별노조 체계에서는 특히 금속노조의 경우 이미 준비되어 있는 파업기금이나 희생자구제기금을 통해 체계적인 투쟁지원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요즘 대기업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이러한 기금 적립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조직들 기여가 크다는 점에서, 산별노조를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대의 제도화가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 교섭 측면에서 성과를 보겠습니다. 주요 산별노조들은 조직 전환 시기와 산별교섭 시작 시기가 다릅니다. 금융노조는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직후 산별교섭을 성사시켰지만, 2001년 설립해 2003년 교섭을 시작한 금속노조나 1998년 설립됐지만 6년 만인 2004년에야 산별교섭을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교섭 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성과로서 짚어야 할 것은 정부와 자본의 회피에도 어쨌든 사용자단체들이 구성이 됐더라는 점입니다. 한편,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산별교섭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를 조직별로 보면, 현재 금융노조 같은 경우는 산별교섭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태인 데 비해, 금속노조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고 보건의료노조 같은 경우에는 만들어졌던 사용자단체가 해산하고 산별교섭 틀이 훼손되는 등 교착 또는 후퇴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산별교섭 구조화는 점차적으로 진전이 되고 있고, 사용자단체 제도화도 강제되었으며, 교섭 의제 역시 사업장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정책 등 사안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를 금속, 금융, 보건의료 등 조직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 조직 모두 사용자단체를 강제해냈고, 주5일근무제도 도입 시 산별교섭을 통해 일정을 앞당기거나 추가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합의를 도출했으며, 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보호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산업별 최저임금이나 산업정책 공공성 역시 부족하나마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고 있고요. 다만 금융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임금협상을 하고 있지만, 금속노조는 아직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2) 한계: 여전한 기업별노조 관행과 불안정한 산별 노사관계 
 
이제 그간 진행된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 추진에 있어 한계를 살펴보겠는데요. 먼저 조직 측면에서, 현재 대표적인 산별노조들은 동종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제1조직’이기는 하지만 해당 산업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속, 금융, 보건의료 모두 산별노조로 전환했음에도 중소영세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있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노조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겠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이는 기업별 체계에서 관행화된 사업장단위 조직화나 조직운영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즉, 산별노조에 걸맞은 운영방식 형성이 미흡하고, 재정과 인력의 효율적 운영이 안착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교섭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산별노조로 조직을 전환하는 것은 노조가 알아서 하면 되는 문제지만 산별교섭이라는 것은 사용자라는 상대방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상대방이 교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산별교섭은 금융에서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금속이나 보건에서는 불안정하고 안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돌파구 역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듯 산별교섭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산별교섭 이외 산별 협의와 공동사업 등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산업별 노사관계를 조금씩 형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텐데요. 현재는 이런 측면 역시 부재하여, 산별 노사관계라는 것 자체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노동운동 특히 산별노조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집중적 공세가 강화됐는데요. 이를 테면 정부가 복수노조와 전임자 관련 노동법을 개악하고, 자본 측이 산별노조 핵심 사업장조직을 의도적으로 공격해 파괴하는 일 등이 자행됐습니다. 이러한 흐름들이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던 것으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4. 한국 산별노조운동의 과제    
 
마지막으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진전과 관련해 필요한 과제 몇 가지를 제기하고 발표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1) 광범한 접촉면과 인프라 형성, 입체적 조직화 전략
 
먼저, 조직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앞서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에 대해 “무늬라도 산별”이어야 한다고 제기했는데요. 사실 무늬가 산별이 되는 단계는 어느 정도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부터는 “명실상부한 산별”로 발돋움하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즉, 기업별 노조 체계의 관성에서 벗어나 산별노조에 적합한 조직화 방식과 조직운영 방식을 개발하고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대기업 정규직 중심 조직을 관장하는 부서와, 중소영세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담당하는 부서를 분리해서 사업에 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중소영세기업과 비정규직 신규 조직화는 사업장을 단위로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로 중심을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조 건설 후 교섭 요구, 그리고 사업장 투쟁으로 이어지는 기존 단선적인 조직화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광범위한 접촉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 대상 노동자들을 곧바로 노조에 가입시키기 어렵다면, 협회나 친목회 등 노조에 우호적인 풀을 광범하게 형성해 접촉면을 넓히는 방식으로 점차 노조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 노동운동은 산업별 노사관계 형성과 조직화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야 합니다. 즉, 산별노조 지역지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상담, 복지 등 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를 통해서, 또는 제도적 자원을 활용하여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산별노조에 적합한 조직운영 확립과 관련해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5개 대산별로 전면적인 재편 등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러한 계획은 서구 산별노조 경험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처럼 기업별 노사관계 체계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상황에서는 산업이나 업종 차원의 부분적인 동질성을 기반으로 초기업적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사전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단숨에 뛰어넘자는 주장은 과도합니다. 이와 결부해서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를 근간으로 하기 위해 대기업 기업지부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는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현실적으로 거대기업 기업지부는 인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몇 가지 더 말씀드리면, 산별 차원에서 일상활동을 강화하고 조직 활동가 양성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동종 산업 노조들 간에, 특히 양 노총 소속 노조들 간에 공동 사업과 공동 대응, 공동 투쟁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 산별 노사관계 형성 위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시도
 
다음으로, 교섭과 관련된 과제입니다. 단체교섭은 노사관계에 있어 핵심이지만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성사되지 않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미흡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산별교섭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인 시야와 유연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노동자들 간 노동조건과 기업들 간 지불능력 격차가 크고 초기업 수준 노사관계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써 건설한 산별노조가 중앙교섭 성사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역량 낭비가 아닌가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동질성에 기반해서 부문, 분과, 지역, 대각선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초기업 교섭들은 기업 내부에만 교섭을 맡겨놓는 것보다는 어쨌든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산별교섭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섭 외에도 산업과 지역 등 초기업 수준 노사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모색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금융노조와 보건의료노조 같은 경우 산업별 노사협의회 내지는 노사정협의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을 더욱 활성화해서 노조가 주도적으로 산업별 취업알선이나 직업훈련, 복지사업을 전개해나감으로써 산별 노사관계의 주체와 의제 형성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산별노조와 산별교섭과 함께 가는 실리주의 극복 
 
마지막으로, 이념과 관련된 과제입니다. 우리 노동운동이 산업별로 조직 형태를 전환했음에도 기업별 노사관계 관행을 상당부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전 사회적 차원 과제나 전체 노동계급 차원 이익을 이야기하더라도 실제 운영은 조합원 이해 중심 실리적 조합주의로 경도되기가 쉽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가 조직화와 교섭을 실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바탕으로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 과제와 노동계급 전체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추가적으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법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하나는 산업별 교섭을 무너뜨리는 교섭 창구 단일화 강제 조항을 삭제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체교섭 효력 확장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Ⅱ. 독일 산별노조의 구조와 조직화 전략
 
1. 머리말
 
최근 독일 노사관계 변화는 산별노조가 지배적이나 노조 간 경쟁은 증가 추세이며, 노조와 직장평의회의 모순적 연합 속에서 노조 가입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과 도전 속에서 독일 노동조합운동은 조직화 문제를 심각한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조직 사업장 조직화와 새로운 단체교섭 형태 개발, 직장 평의회 활성화 등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독일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구조
 
현재 독일 주요 노동조합총연맹으로는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와 독일공무원연맹(DBB), 그리고 기독노동조합총연맹(CGB) 등이 있습니다. 명실상부하게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은 산업별 통합 노동조합으로서, 8개 산별노조(과거 17개 산별노조에서 현재 8개로 통합)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합원 600만 명 이상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는 독일 전체 조합원 숫자의 80% 이상입니다. 다음으로, 독일공무원연맹은 공무원과 사무직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조직으로 약 126만 명을 조합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은 독일노동조합총연맹 가맹 사무직 노동자들 조직인 베르디(Ver.di)와 경쟁관계죠. 기독노동조합총연맹은 주로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산하에 16개 노조 28만 명의 조합원을 포괄합니다. 한편, 총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직종별 노동조합도 4개 존재하는데, 이들은 주로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부문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으며 4개 조직을 합쳐 약 15만 명 규모입니다.
다음으로, 독일 노사관계 구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독일 노사관계는 노동조합과 직장평의회가 모순적 연합을 이루는 노동자 이익대변의 이중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산업이나 업종 차원에서 노동조합과 고용주협회 사이에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이 맺어지고, 뒤이어 직장평의회와 경영진 사이에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사업장협약이 맺어지는 구조이죠. 사업장 차원 협약보다 단체교섭을 통해 맺어진 협약이 우선하며, 유리한 조약이 우선 적용되는 일반적 적용(benefit of the doubt) 원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노사갈등을 산업별로 중앙 집중화하고 있죠. 즉,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및 협약을 맺고 노사갈등과 파업을 담당하며 조직력을 행사한다면, 직장평의회는 단체협약 이행과 체결 과정을 감시 및 통제하고, 조합원 모집과 노사갈등 발생 시 동원을 담당합니다. 
한편, 독일의 조직률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습니다. 1991년 36%로 정점을 찍었던 조직률은 점차 하락해 2010년에는 18.5%를 기록했습니다. 단체교섭 적용률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습니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총 고용인구 대비 단체교섭을 적용받는 노동자 숫자 비율을 살펴보면, 구(舊)서독 지역의 경우 1998년 76%였던 것이 2009년에는 65%로 떨어졌고, 구(舊)동독 지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1998년 63%였던 단체교섭 적용률이 2009년에는 51%가 되었습니다. 독일 노동운동은 이러한 추세를 직장평의회를 통한 전통적 조합원 모집 방식의 위기로서 규정하고, 그 이유를 제조업 부문 내부 3차 산업화, 정보통신과 녹색산업 등 신(新)산업 발전, 민간서비스 부문 구조적인 취약성, 고학력 저임금 노동자 증가 등 노동인구 파편화 등에서 찾았습니다. 이에 따라 미조직 조직화, 새로운 형태 사업장 차원 단체교섭 추진, 직장평의회 활성화 등 3대 전략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3. 독일 노동운동의 새로운 조직 및 교섭 전략        
   
먼저, 미조직 사업장 조직화 전략입니다. 독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각 산별단위 조직들의 예를 보면, 베르디(Ver.di)와 건설노조(IG Bau) 그리고 금속노조(IG Metall)는 조직화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활동가를 위한 조직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베르디와 건설노조는 약국(藥局) 체인인 슐레커(Schlecher)와 대형 할인매장인 리들(Lidl)에서 파견노동 남용 반대와 동일노동 노동일금 등 캠페인과 연대활동을 전개했고, 금속노조는 미조직 노동자들 고충처리과 정의 확보를 위한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가시적인 성과는 미비한 편입니다. 캠페인 및 연대활동을 통한 조직화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고충처리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조직들은 직장평의회 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업장 차원 단체교섭 추진 전략입니다. 이는 금속노조 차원에서 가장 먼저 진행됐으며 일반조합원들의 협약 참여를 독려하고 산별협약에 따른 지역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산별 단체협약 적용면제(derogation) 조항을 활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산별 단체협약의 적용면제는 2004년 포르츠하임 지역에서 체결된 협약을 통해 공식화됐습니다. 이 협약은 기업 차원에서 혁신역량 개선, 경쟁력 강화, 투자조건 개선 또는 고용유지 및 고용창출에 기여한다고 인정될 경우, 기업 차원의 협약이 산별 차원의 협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는 단체교섭 체결 비율을 확대하고(이후 실제 10% 가량 증대), 자본의 분권화 강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조율된 단체교섭 분권화로서 대응하며, 현장 일반 조합원들의 노동조합 참여를 독려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이러한 개방조항의 확대를 통해 노사관계에서 직장평의회가 강화되었고 일부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적용면제 조항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장평의회 활성화 전략입니다. 이는 사용자 측의 전략적 도전에 노동자 참여 강화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주로 금속노조의 “더 싸게 아니라 더 좋게”(the better not cheaper) 캠페인으로 표현됐습니다. 각 산별노조들은 이와 비슷한 캠페인과 활동을 위한 조직적 물질적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즉, 캠페인 팀을 구성하고, 직장평의회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노조 친화적 자문위원들이 참여한 성공 사례를 전파하고, 그러한 자문위원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산업별 직장협의회 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물질적 기반에 근거한 캠페인들을 통해 생산 과정과 팀워크 등에 있어 사측의 전략적 도전에 대한 대응은 결국 조직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고, 자문위원과 산별노조 등 외부 지원이 직장평의회 활성화에 있어 주요 요인임이 제기되었으며, 전문가로서 노동자 참여라는 형식은 조합원들에게 매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실제적으로 직장평의회에 대한 참여와 열의가 강화되었습니다. 다만 사무직 노동자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노조 가입률에 이러한 캠페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Ⅲ. 프랑스 산별노조의 단체교섭 구조
 
1. 머리말
 
최근 프랑스 노동조합에 나타나는 변화는 교섭력 약화, 총연맹 사이 분열, 기업별노조로 원자화하는 추세 등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프랑스 단체교섭 발전 과정을 간단하게 개괄하도록 하겠습니다. 
190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는, 히틀러 이전의 독일과 달리, 산업 차원에서 집단적 교섭이나 협약의 전통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사용자들이 볼셰비키 혁명의 결과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일부 타협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1919년에는 약간의 성과가 있기도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1925년쯤에는 모두 없어졌죠. 그리고 1936년 좌파 정당들의 투표 승리와 함께 진행된 거대한 사회적 봉기를 통해 노동조합에게 포괄적인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법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레지스탕스 출신 진보적인 세력 연합이 프랑스 정부를 통치했으며, 이에 따라 1950년대 산업 차원 단체교섭 체계가 확립됐습니다.
특히 1945년 이후 전후 복구 및 재건 시기에 거대한 공공부문이 등장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한 경제성장이 추진되면서, 기본적인 노사관계 제도가 구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조직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1950년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법정최저임금제도와 산업별 교섭제도가 도입됐고, 단체협약 확장 절차 규정이 확립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일종의 노사정 대화가 시도됐습니다.  
 
2. 프랑스의 단체교섭 체계 
 
그러나 산업 차원 단체협약이 과반 이상 다수 노동자들을 포괄하게 된 것은 1968년 총파업 이후 197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이는 산업별 단체협약이 해당 산업 모든 기업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지 말지를 고용부가 결정하도록 법률을 확장함으로써 가능해졌죠. 당시 프랑스 노사관계 체계는 산업을 기본 단위로 두었고, 전국 수준에서 조율되는 노동운동과 정부에 의해 강하게 규제됐으며, 일부 거대 기업에서 내용이 확정됐지만 해당 산업 모든 노동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전체 노조 조직률은 약 25%였으며, 15%는 민간부분 노동자들이었죠. 요컨대 권력 균형이 유지됐습니다. 
 
1) 1980년대의 후퇴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 들어 급격히 변화했어요. 유럽 다른 지역에서처럼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특히 더 빠르고 급격하게, 노동운동이 약화되었고, 실업률이 증가했으며, 교섭 과정이 기업별로 분권화됐습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두 단계를 거쳤죠. 첫 단계는 1982년 사회당 정부가 50인 이상 기업체에서 일 년에 한 번 임금교섭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하면서 초석이 놓였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법률들에서도 점차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성 평등, 노령 노동자와 장애 노동자 노동 조건 등과 관련해 기업과 교섭을 의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감소하여 시행하도록 한 법은 이로 인한 임금 손실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협상을 하도록 요구했는데, 이 협상들은 거의 대부분 기업 차원에서 이뤄졌죠.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력을 잃어갔으며, 조합원들 역시 잃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노동운동 분절화, 즉 노동조합 하부단위가 기업들 안에서 더욱 자율적으로 되는 단계였습니다. 이를 테면 회사가 주도하는 협상 과정에 노조가 참여하는 것이 지배적이 됐으며, 이에 대한 노조의 태도가 순응적이지 않을 때 사용자는 협상을 하지 않거나, 한국의 노사협의회와 비슷한 비(非)노조 단체들을 만들어 협상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약 3분의 1의 노동자들에게 기업별 교섭이 적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노동자들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산별 단체협약과 최저임금제도를 적용받고 있죠. 
이와 함께 법률은 사회적 기준의 위계를 변화시켰습니다. 1990년대 전까지는 단체협상 과정은 노동자들에게 법률이 정해놓은 것보다 유리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특히 그 몇 년 동안 사측이, 특정 조건에서는 그러한 유리한 지위를 무시할 수 있도록 법률이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됐다면 특히 고용관계법이 약화됐겠지만 다행히도 지속적이지는 않아서, 프랑스는 법정최저임금제도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를 유지했고, 덕분에 프랑스 노동자들은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경제위기를 겪은 주변 국가 노동자들만큼 탈규제 과정의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았죠.   
 
2) 산별 단체협약으로부터 이탈하는 부문별 협약들
 
그렇지만 부문별 협약들(sector)이 노조 외의 노사관계 행위자들, 즉 국가와 사용자조직의 압력에 따라 점차적으로 산업별 단체협약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국가는 모든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단체협약에 우호적인 태도와 선의를 보였죠. 고용부는 산업 차원의 협약을 맺기 위해 사용자조직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게도 의지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95%의 프랑스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을 적용받죠. 그러나 현재 단체협약 적용은 매우 취약하며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애초 목표와는 거리가 멉니다. 단체협약 내용은 그저 나쁘지 않은 수준이며, 대부분 사용자 의향에 따라 정해집니다. 단적인 사례로 단체협약 중 절반 이상이 프랑스 정부가 정하는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 기준을 설정하고 있죠.
사용자들은 이러한 모든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단체협약 자체를 꺼려했던 사용자들은 변화한 조건 속에서 이를 통해 노동조합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는 방법을 재빨리 익혔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은 기업 내부 협상을 위한 책략으로 써먹기 위해 산업 차원의 단체협약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자 합니다. 또한 산업 내 부문별 협약들의 수는 급증했죠. 현재 프랑스에는 1,500만 노동자를 포괄하는 약 700건의 부문별 협약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중 70개가 전체 노동자의 70%에 적용되고 있죠. 부문별 협약들 대부분은 특수 이익을 대표하는 소규모 또는 극소규모 협약이며, 사용자들에 의해 내용이 정해집니다.    
자본주의는 1970년대 말 이래 다양한 위기를 겪으며 진화해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형성된 사회적 타협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공고화하고 사회적 부(富)를 주주들에게 몰아주는 내용을 갖습니다. 실업률 증가와 협상 조건 변화는 노동자들 사이 임금 연대에 급격하게 악영향을 미쳤고, 유럽에서 특히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켰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수준에서 주도된 정책들은 명백하게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시대의 유산인 사회적 국가를 분쇄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3. 노동조합 약화 과정  
 
역사적으로 프랑스 노동조합운동 발전은 몇몇 조직들의 갈등을 통해 전개됐습니다. 이러한 주도적 조직들은 처음에는 업종별 노동조합이었으며, 이후 20세기 첫 20년 동안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화했죠. 산업별 노동조합들은 1970년대까지 강력한 힘을 유지하며 각각 성쇠를 반복했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는 모두 동일하게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프랑스 노동조합총연맹은 대부분 산업 구조를 조직 골간으로 하며, 데파르트망(department: 프랑스 지방자치단체이자 영토 분할 단위, 약 100개가 존재한다.) 수준 지역 조직 및 전문가 조직에 보조적으로 기반합니다. 현재 8개 총연맹이 있으며, 그 중 3대 조직인 CGT가 약 70만 명, CFDT가 70만 명, FO가 약 40만 명을 포괄하고 있죠. 이 외에도 CFE-CGC, CFTC, UNSA, Solidaries 및 기타 공공부문 노조연맹이 존재합니다. 각 총연맹 산하에는 여러 개 산별연맹들이 존재하지만(CGT 26개, CFDT 15개, FO 25개) 연맹 간 통합 노력은 부재합니다. 다른 나라들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습니다.
 
1) 기업 대 산업
 
기업단위 협상의 영향력 확장은 산업 차원 협상의 배타적 역할을 감소시켰으며, 이에 따라 전체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노동조합의 힘도 약화됐습니다. 몇몇 부문에서는 산별 단체협상이 아직까지도 주요 준거점이지만 이는 단지 최저 기준 조항을 결정할 뿐이고, 나머지는 기업별 협약에 의해 보충되죠. 노동시간, 작업조직, 임금 등과 관련된 이슈들은 광범하게 분권화됐으며, 그러므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조직됐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 산업에서는 때때로 내부 경쟁을 규제하는 규칙이 사용자들에 의해 강제되지만, 임금 등 핵심 이슈는 기업 내부에서 결정됩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 부문들에서 노동조합은 취약하죠. 따라서 실제적으로 임금 등 협상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한 노조총연맹은 산하 연맹들 간 관계를 조정하지 않죠. 그러므로 노조지부들은 고립된 채로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노동자를 가장 많이 착취하는 부문 중 하나인 소매업에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쟁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부문에서 산업 차원 협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협상은 개별 기업 내에서 국한됩니다. 그렇지만 다른 상점에는 적용되지 않는 개별 협약들이 잘 적용되고 있을 때에도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쟁의들이 발생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강력한 노동조합총연맹들은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프랑스 노동조합은 노사관계를 교착 국면으로 이끄는 사용자로 인해 직접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시 국가에 의존해왔습니다. 프랑스 노동조합은 분권화에 저항해온 다른 국가 노동조합과 달리 이를 주도한 것입니다. 즉, 프랑스 노동조합운동은 산업 차원의 조직으로 회귀하는 것보다는 기업 내부 협상들을 조정하고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기업별 노조에 상대적으로 큰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죠. 
   
2) 최근 추세
 
최근 20년 동안 하청계약이나 아웃소싱 문제 등이 대두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계약관계 배치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개의 단체협약들을 적용받는 것이죠. 일례로 하나의 핵발전소 안에는 다양한 하청계약을 맺은 건설, 운송, 청소 회사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금속 산업 또는 화학 산업에 속합니다. 이러한 조건은 활동 부문 차이를 넘어서 모든 노동자들의 연대를 발전시키기 위한 도전을 노동운동에게 제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차원 또한 연대 재건설을 위한 단위로 제기되고 있죠. 
한국에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그러한 연대의 전통이 다양한 산업과 장소에서 출현했다가 쇠퇴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 연대는 고립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실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때문에 산업 차원의 대표성은 다른 부문들을 포괄하는 지역 차원의 노동조합 실천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노동조합은 지역을 고려한 조직 틀이 존재함에도, 사용자와 협상에 의존하고 대기업에 고착된 낡은 골간 조직 틀에만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쟁의가 발생했을 때 하청노동자들과 기간제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프랑스 노동조합들은 제도적 기반에 의존하고 있고, 산업 차원 협상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말씀드렸듯 이는 쇠퇴하고 있죠. 기업 수준 협약 확장은 서로 다른 지위에 놓인 중소규모 기업 노동자들을 단결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프랑스 노동운동은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가장 적게 노출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지만, 노동운동의 실천이 필요한 불안정한 노동조건은 비노조 사업장에서 만연돼 있죠. 이러한 역설과 악순환을 어떻게 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오늘날 보편적인 의제로서 우리에게 던져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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