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기본권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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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달 동안 월드컵 열기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후 노동 현안들이 다시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조직 대상자 수에서나 공무원의 특성에 따른 사회 파급력 면에서 교직원노조의 인정 때만큼 사회적 관심을 불러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고, 1998년 2월 6일 노사정 사회협약에서도 단계별 도입을 합의한 사안이다. 또한 정부가 수 차례 입법 의지를 천명해 올해 안에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내용이나 허용시기 등을 놓고는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6월 말까지 합의를 이끌어내려던 노사정위 논의가 사실상 결렬되어,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하반기 내내 노정간의 힘 겨루기로 비화될 조짐이다.


[ 구속노동자 석방과 공무원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

노사정 합의 무산 

노사정위원회는 5월 16일 노사정위원회의 차관급 공식 회의기구인 27차 상무위원회를 개최하면서 6월 말까지 별도 차관급 회의를 통해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27차 상무위원회 개최 이전까지 노사정위원회는 노사관계소위 산하 공무원 노동기본권 분과위를 통해 6차례의 실무협의를 거친바 있다. 정부 단일안과 한국노총안 사이에서 △ 명칭, △ 허용시기, △ 노동권 인정범위, △ 전임자 인정여부 등의 쟁점을 둘러싸고 답보상태에 놓였고, 이에 따라 차관급 회의를 통한 집중 교섭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차관급 회의에서도 정부와 한국노총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5월 31일 노사정위원회 안영수 상임위원, 한국노총 김성태 사무총장, 경총 조남홍 부회장, 김송자 노동부 차관, 정영식 행정자치부 차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첫 회의 이후 네 차례의 차관급 회의와 수 차례의 실무접촉이 계속됐으나, 6월 26일 4차 차관급 회의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회의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담당 부서인 행정자치부와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홀로 노사정위원회를 지키고 있는 한국노총은 △ 노동기본권 인정 범위, △ 전임자 문제, △ 분쟁처리기구, △ 허용시기 등의 문제에서는 합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명칭에서는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들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보장하고(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 배제), 전임자 문제는 교원노조와 마찬가지로 무급 및 휴직을 통해 인정하되 전임기간을 제한하며, 분쟁처리 위원회의 설치에 대해서도 중앙노동위원회 안에 설치하는 것은 반대했다. 또한 허용시기도 법 제정 후 2년 유예를 주장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단체교섭 체결권까지 보장하고, 전임자 문제에서는 유급을 부분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분쟁처리기구도 중앙노동위원회 내 설치를 주장했다. 또한 허용시기는 6개월 유예를 요구했다.

사실, 이들 쟁점들은 행정자치부와 한국노총간에 합의가 가능한 차이였다. 행정자치부와 한국노총 모두 명칭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는 양보나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명칭에서만은 서로 양보하지 않아 7월 5일 열린 제8차 상무위원회에서 최종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 공무원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는 전국공무원노조 지보두 ]

‘공무원노조’냐 ‘공무원조합’이냐 

행정자치부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조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신 ‘공무원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한국노총은 ‘공무원노동조합’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조합’ 명칭을 사용할 경우 허용시기를 1년으로 앞당기고 노동권 인정 범위에서도 교원노조 수준의 협약체결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노총은 ‘노동조합’을 사용할 경우 허용시기 및 노동권 인정범위에서 행정자치부의 요구조건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 때문은 아니라”면서도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무원이 가지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조합보다는 공무원조합으로 하는 게 고용주인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겠느냐”며 ‘공무원조합’이라는 명칭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1998년 노사정 합의 당시에도 ‘노동조합 허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교원노조와 이미 설립돼 활동하는 공무원노조들이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행정자치부의 노동조합 기피증”을 비난했다. 한국노총의 주장은 노동자로서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면 당연히 공무원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행정자치부의 주장에 대해 “공무원들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상이자, 나아가 노동계 전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시대착오적 발상’이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무원조합이라는 명칭에는 결코 합의해 줄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에서 무슨 협상을 하겠냐”고 밝혔다. 또한 “다른 쟁점들은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면 더 논의하고 개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명칭문제는 공무원노조 자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명칭에 대한 비타협 입장을 강조했다.

사실 노동기본권이 일반 노동관계법이 아닌 특별법에 의해 보장되고, 논의 과정에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등 행정자치부가 이야기하는 공무원들의 특수성이 법제화의 내용 속에 충분히 반영되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명칭에서까지 노동조합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정부 주장은, 한국노총은 물론 이미 출범해 있는 공무원노조들을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 또한 허용시기에도 준비기간으로 공무원직장협의회 기간을 거친 상황에서 다시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단독입법으로 갈 가능성 높아

노정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는 차관급 회의 막바지에 명칭문제를 중심으로 혼합된 두 가지 안을 마련했다. 1안은 명칭을 ‘공무원조합’으로 할 경우, 허용시기는 법 제정 후 1년 유예하고 노동권 인정범위는 단체교섭 체결권까지 보장한다는 등을 내용으로 한 것이었고, 2안은 명칭을 ‘공무원노동조합’으로 할 경우 허용시기를 법 제정 후 2년 유예하고 노동권 인정범위는 단체교섭 협의권까지만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와 한국노총이 명칭문제에서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아 두 가지 안은 자동폐기 됐고,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노정간의 이견 대립이 워낙 첨예해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노사정위원회는 합의가 불가능한 사항을 붙들고 있기보다는 연내 법제화를 위해 논의를 종료하고, 정부에 넘겨 입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7월 5일, 28차 상무위원회에서의 막판 합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는 정부 단독입법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정위원회 본회의는 7월 중순 열릴 예정인데, 본회의에서는 최종 결렬여부를 확인하고  담당부처인 행정자치부에 논의 내용과 쟁점을 넘겨 정부 단독입법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합의 재시도 가능성 

그러나 정부 단독입법으로 가는 것은 행정자치부나 한국노총 모두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로서도 노사정 합의의 당위성을 포기한다면, 공무원노조들 및 노동계와 장외대결을 펼쳐야 하는 부담이 따르며, 교섭국면에서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한국노총으로서도 투쟁 국면으로까지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한국노총에게 교섭 전권을 위임했던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이하 공노련)에 비해 조직력이 앞서는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가 한국노총과 거리를 두면서 대정부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으로서는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공노련의 조직력을 강화시키면서 전공노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하는 처지다.

또한 공무원 노동기본권을 둘러싼 노정 대립에서 법안처리 문제가 국회로 넘어갈 경우 정치권이 공무원노조들과 노동계가 반발하는 정부입법안을, 더구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쉽게 통과시킬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연내 입법화 가능성도 낮다. 노사정 합의라는, 얇으나마 명분을 찾을 수 있는 보호막이 사라진다면 한나라당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우며, 노동계와 공무원단체들도 보다 강경하고 원칙적인 요구들을 내세울 것이다.

따라서 행정자치부는 “정부 입법으로 갈 경우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와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한국노총이나 행정자치부 모두 막판까지 합의 가능성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공무원노조들 장외투쟁 준비에 들어가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가 노사정위원회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미 설립돼 있는 전공노와 공노련 등 공무원노조도 장외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공노와 공노련간 조직비율은 7 대 3 정도로 전공노의 조직 규모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직력에서도 개별 공직협 단위로 가입하는 공노련보다 시도본부, 단위지부 등의 조직체계를 갖춘 전공노가 앞서 있다. 또한 전공노는 민주노총 소속 전국교직원노조를 벤치마킹하며 민주노총과 지속적인 연계를 맺고 있으며, 공노련은 한국노총에 노사정위원회 교섭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는 등 한국노총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전공노는 건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구속·수배·징계 등으로 정부와 대립해 왔으며, 노사정위원회 논의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배제된 밀실야합”이라 주장하면서 노정 직접교섭을 요구해 왔다. 전공노는 현재 진행되는 논의 수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권리의 제한에서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닌 일반 노동관계법상의 제한 조항을 신설하는 형태로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가 협상 국면에서 투쟁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수 차례 대규모 공무원대회를 개최하는 등 조직력을 과시하고,  “총파업에 준하는 총력투쟁” 등 대정부 강경투쟁을 전개해 온 전국공무원노조의 투쟁이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 6월 27일 국제공동행동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 지도부가 구속노동자 석방과 공무원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조의 움직임 

전공노는 2002년 3월 25일 설립돼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만 7만 명에 이르며, 11개의 지역본부와 2개의 직능본부 등 13개 본부체계를 구성해 놓은 상태다. 또한 단위 공직협들을 지부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배중인 차봉천 위원장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사회 및 국제노동계의 지원도 받고 있어 지원투쟁 조직화에도 용이한 입장이다.

전공노는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공무원노조 공대위를 시도 단위까지 구성해 놓았으며, 국제공공노련(PSI)에도 가입했다. 특히 PSI 사무총장은 전국공무원노조 출범 당시 직접 한국을 방문해 대회장의 경찰병력 투입 등을 지켜보면서 정부에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보냈고,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사회권 위원회 등에서 한국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을 비판하는 등 한국의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PSI는 6월 27일 한국의 구속노동자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 시위를 국제금속노련(IMF)과 함께 주도했다.

이와 함께 전공노는 공식 출범 전, 세 차례의 공무원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5월 16일에도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함께 대학로에서 공무원 1만 명이 참여한 전국공무원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차봉천 위원장은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준하는 대정부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입법안 발의 이전까지 노정교섭을 끌어내고, 정기국회가 열리면 국회를 압박할 수 있는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공무원노조는 대중집회, 조퇴 및 연가 투쟁 등 전교조의 투쟁방식을 응용한 투쟁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의 움직임

한국노총에 교섭권을 위임하고 노사정위원회 논의결과를 조용히(?) 기다려왔던 공노련도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표시하며 조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노련은 6월 25일 중앙 임원들과 지역 준비위원장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 ‘공무원노동조합’ 명칭 사수, △ 노동3권 확보, △ 시행시기 2003년 등을 원칙으로 재확인했다. 물론 공노련은 일단 ‘공무원노동조합’이 합법화된다면, 다른 권리들에서는 유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춘 공노련 위원장은 “행정자치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월드컵 대회까지는 노조 전환을 자제해달라고 부탁 받았고, 우리도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며 “우리는 이 약속에 따라 6월 말까지 활동을 자제하고 준비만 해왔는데, 행정자치부는 신뢰를 저버렸다”고 분개했다. 또한 “결국 정부가 시간 끌기 용으로 공무원들을 기만했다”며 “7월부터 본격적인 조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노련은 준비위원회 시기에는 127개 공직협(6만 여명)이 가입해 있었으나, 공노련으로 공식 출범하면서 64개 공직협만이 가입해 3만 명 정도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구와 조직을 개편해 7월 1일부터는 시군구 단위의 준비위원회를 띄우고 있으며, 7월초 행정자치부 장관을 다시 면담해 약속사항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7월 중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본격적인 투쟁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글을 마치며 

현재로서는 연내에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크지 않아 보인다. 조직 명칭을 둘러싼 노정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이를 이유로 노사정위 합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하반기에 정부가 단독입법할 가능성도 있지만, 8월 재보선과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 정국에서 여야 모두 ‘뜨거운 감자’를 선거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다 노동계 역시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하고 전공노와 공노련으로 나눠져 있다. 

지금 상황에선 정부의 전향적인 사고 전환만큼이나 노동계의 공동 대응이 절실해 보이는데, 이 점에서 공무원 문제의 하반기 해결은 그리 녹녹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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