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권과 공무원노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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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공무원노사관계 양 주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10월19일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 8월23일 입법 예고된 '공무원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원안대로 확정하였고 당정협의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에 맞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은 정부의 입법안은 공무원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특별법으로, 헌법정신에 맞게 노동3권을 예외없이 보장할 것을 주장하며 10월 9∼10일의 건국대에서 개최된 간부결의대회를 기점으로 투쟁기금 100억 모금, 11월15일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원점으로 돌아간 공무원노사관계

이렇듯 2003년 11월8일 대통령의 공무원노동조합법 입법화 유보 발언이후 수면 아래에 잠복해있던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노사 당사자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로 다시 1년 전의 갈등과 대립의 양상만 표출하고 있다.

공무원노사관계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밑바탕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뒤섞여 있다. 먼저 해방이후 처음으로 공직사회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지만, 공직사회에 만연된 '반(反)노조 정서'는 정상적인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덧붙여 고위관료들은 '상명하복'이라는 이름으로 보장받았던 공직사회의 관료주의를 떨쳐 버리지 못한 채 과거의 체제에 안주하고 있다. 행정의 민주화, 공직사회 개혁이라는 공무원노조의 주장은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공직사회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직업집단에서의 노동조합활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민간기업노동조합운동과 구분되는 공무원노동조합운동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문제이다. 노동자로서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공무원노조와 특수성과 공공성을 주장하는 정부의 인식 차이는 정부의 이번 공무원노동조합법안에도 그대로 표출되고 있으며 향후의 공무원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해 나갈 과제인 것이다.

이 글은 1999년 공무원직장협의회법 이후 새롭게 공직사회에 형성되고 있는 공무원노사관계의 현황과 발전방안을 다루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먼저 공무원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공무원노동기본권 문제를 정부의 입법안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동기본권에 대한 국제기준과 선진 각국의 입법안을 살펴본다. 둘째, 공무원노동조합이 추구해나가야 할 공무원노동조합운동의 역할과 임무를 한국사회의 현실과 결합하여 제기하고자 한다. 민간기업노동조합운동과 구분되는 공무원노동조합운동의 방향을 사회적 공공성 확대라는 관점에서 '공공서비스노동운동주의(public service unionism)'를 제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한다.

공무원 노동기본권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특별법으로서의 노동2권 보장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민간노동자와 차별없이 일반법으로서의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한다는 전공노의 주장만이 대립되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단순히 정부와 공무원노조와의 대립을 뛰어넘어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형성되어 있는 수구보수세력과의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사회의 공무원노동권 보장 문제는 1998년 2·6 노사정 사회협약이후 사회적의제로 표출된 후 2중적 성격을 띠며 진행되어 왔다.

한편으로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법리적 논쟁으로 '노동3권 보장'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준의 보장'이라는 정부당국의 입법안과의 대립이 그 하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특권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에게 왜 '노동조합'을 보장하려고 하는가라는 공무원노조 자체를 부정하는 수구보수 정치세력, 고위관료, 일부 시민들의 반대와 공무원노조를 찬성하는 개혁세력과의 대립이라는 전선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노동기본권을 온존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대정부투쟁과 함께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세력을 고립화하고 국민여론을 획득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점에서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의 공무원제도 및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현황 그리고 공무원노동조합의 운영과 활동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해와 토론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기준과 선진 각국의 입법안

공무원노동조합의 합법화가 한국사회의 실정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시기상조'라는 일부세력의 왜곡된 선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의 문제이며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다. 국제사회에서 법률로 공무원의 노동조합 결성을 막고 있는 나라가 대만과 한국 2개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는 예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9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시 약속하였던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국제노동기구(ILO)와 OECD 등 국제기구에서 8차례 이상 제도 개선 권고를 받고 있으며, 2002년 4월 OECD 제100차 고용노동사회문제위원회(ELSAC) 정례회의에서는 공무원노동기본권 문제가 중점 점검사항으로 설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어떠한 명분도 존재하지 않으며, 정부당국은 2004년 정기국회 내에 국제기준에 맞게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공무원노조입법(안)은 김대중 정부시 행정부가 2002년 10월15일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조합의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안)'보다는 개선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동조합의 전면적인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 대립의 뿌리에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차이가 배태되어 있다. 정부 당국은 "공무원들의 근무조건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과 관련되어 있고, 노동의 성격이 전체 국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 담당자"이기 때문에 민간기업 노동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무원의 특수성을 반영한 입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공무원노동조합은 "노동기본권은 보편적인 인권으로서 노동력을 팔아 그 대가인 임금으로 생활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공무원의 노동관계에서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지위는 일반노동자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해소하는 방안은 한 국가의 공무원제도의 특성 및 역사적인 상황, 민주주의 발전 수준이라는 국가 단위의 특수성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권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의 보장이라는 보편성의 조화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공무원노동기본권 문제에 대한 노정간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 및 타 국가의 공무원 노동기본권 규율체계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먼저 선진각국의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현황을 노동3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표]와 같이 국가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각국별 공무원제도의 전통과 조직적 특수성 및 일반 노사관계의 구조와 연관된 차이로 이해 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국가의 경우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민간기업 노동자와 동일하게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반면 독일, 일본, 미국 등은 노동3권에 있어 교섭체결권과 단체행동권에 대한 일정한 제약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진 각국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무원의 단결권은 일반적으로 예외 없이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다만 교섭의 결과인 합의사항에 대해 법적 구속력으로서의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최종적 결정권한자가 교섭결과를 사실상 존중하고 따르는 관행에 의해 교섭의 기능을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국제기준이란 뚜렷하지 않으며 국가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공무원노조법안은 형식적으로는 노동2권을 보장하는 수준이므로 다른 국가의 공무원법안과 비교하면 국제기준에 크게 뒤떨어지는 법은 아니라는 정부당국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입법안은 표면적으로는 단체행동권만 부정하고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법안인 것처럼 보이나 세부사항을 보면 ILO 협약이나 권고에도 부합하지 않고 선진각국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기준에도 맞지 않는 많은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정 및 변화 없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공무원노조뿐 아니라 국제노동계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수성 강조로 보편성 가로막는 정부법안

정부의 공무원노동법안의 입법형식은 특별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입법형식 자체가 본질적인 것은 아니나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 형식의 입법형식은 공무원의 특수성이 강하게 반영되어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범위를 부당하게 제약 할 가능성이 높다.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단결권을 보면 공무원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및 가입대상을 획일적으로 제약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가입대상을 6급 이하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5급 이상의 공무원들을 획일적으로 가입대상에서 제외할 논거가 분명하지 않다. 그러므로 직급을 기준으로 가입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으며, 모든 직급의 공무원에게 노조 가입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ILO 제 151호 협약1) 제1조 제2항이 예시하듯이 부처의 장, 기관의 장 또는 고위직 공무원과 같이 "중요한 정책결정이나 관리를 담당하는 고위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자는 가입을 제한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조 활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전임자의 활동을 보면 입법안은 전임자의 지위 및 활동은 보장하지만, 전임은 기관장의 허가를 얻어야하며, 전임기간 중 일체의 급여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전임자 문제는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단체협약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이므로 법률에서 별도로 임용권자의 허가를 받도록 하거나 임금 지급여부를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조의 자율권과 노사자치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단체교섭권을 보면 정부 입법안은 공무원노조의 교섭사항을 보수, 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법안 제8조제1항)으로 하고, 정책결정·조직·인사·예산편성 등 관리사항은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동조합의 역할이 단지 공무원들의 임금, 근로조건 개선 등 경제적 이익 실현에 국한되지 않고 행정서비스 개혁, 부정부패 척결, 사회적 공공성 확대에 있다면 이와 같은 교섭사항 제한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할 것이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순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교섭사항을 보다 폭넓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 또한 법안은 교원노조법과 같이 법령·조례 및 예산에 반(反)하는 단체협약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법안 제10조 제1항).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이 조항은 노동조합의 단체협약권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협약 내용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부의 노력 의무뿐 아니라 의무요건 이행 강화를 법조항에 명문화가 필요하다. 물론 제10조 2항에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아니하는 내용에 대하여는 그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제1항에 의하여 효력이 부인된 단체협약의 이행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전교조의 활동 사례에서 나타난 '학습 효과'로 인해 공무원노조 주체들은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 즉, 정부당국의 의무 요건 이행 강화 방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ILO가 펴낸 '결사의 자유에 관한 요약' 보고서(Digest of Freedom of Association paragraph, 1985)에 지적되어 있듯이 "입법기관에 대한 예산권한을 이유로 공공기관에 의해 또는 이를 대리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준수가 방해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논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체행동권을 보면 현행 정부의 입법안은 공무원노조의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법안 제11조)3). 그러나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법안처럼 쟁의행위 일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최소제한의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기본권 중에서 단체행동권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권리로서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노동기본권 자체를 형해화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구(舊) 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제2항의 헌법불합치 결정(헌재 1993. 3.11. 결정)에서도 확인되며,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파업권에 대하여 '공공당국의 대리인인 공무원(civil servants acting in their capacity as agents of the public authorities)'이거나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적 사업에 종사하는자(essential services in the strict sense of the term)'에 한해서만 파업권의 제한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공무원노조에도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한국사회의 민주화 수준, 노동운동의 역량 그리고 일반 국민의 정서를 감안할 때 기본권보장의 법리와 현실조건을 충족시키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완전히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수업무에 대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방식 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파업 중 필수불가결하다고 인정되는 기관 및 직무에 대하여 업무를 지속시킬 수 징용권'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냉정한 조직 진단을 통해 전략 나와야

결론적으로 현행 공무원입법안은 법 형식상으로는 노동2권을 보장하는 법안처럼 보이나 국제기준이나 선진 각국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공무원노동기본권에는 부합하지 않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당국은 공무원의 특수성만을 강조하여 노동법상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보편성을 해치는 조항에 대해서는 보다 진전된 법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민의의 수렴기관인 국회는 공무원노사관계 양 주체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4).

한편 공무원노동조합 주체들은 선진 각국의 경우 단체행동권을 비롯한 노동3권의 완전보장은 각국의 공무원제도, 역사적 상황 그리고 민주주의의 발전 수준을 감안하여 제도화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랜 기간 사회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유럽국가도 초기부터 공무원의 노동3권이 한꺼번에 쟁취된 것이 아니라 1960년대 중반이후 일반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무원에 대한 일반 시민의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인식, 보수적인 정치세력의 국회지배라는 조건도 감안한 현실적인 공무원노동조합 입법안 쟁취라는 과제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당국과의 일전불사라는 단선적 '총파업투쟁노선'과 '노동3권 완전보장'이라는 투쟁구호는 국민적 여론과 공직사회 내부의 내적 동의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3권 쟁취를 당면투쟁의 전략적 목표로 제시하고 싸워나갈 때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내적 동력이 얼마나 되는 가에 대한 냉정한 조직 진단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투쟁기금 100억원 모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14만 공무원노조의 조합원이 노동3권 쟁취의 목표를 스스로의 과제로 떠앉고 싸워나갈 준비가 더 절실한 것이다.

기득권 수호냐, 정의의 칼이냐

공무원노동조합의 주된 역할과 기능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인정이 다르게 결정된다.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해 민간기업의 노동조합과 다른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공무원의 활동은 특정 정당,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공공서비스라는 노동의 성격을 갖는다. 둘째, 공무원의 업무 수행에 따른 보상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에 의해서 주어진다. 그러므로 공무원노동조합은 국가와 시민사회를 매개하는 피고용자 조직으로서 공공성과 공무원노조의 이해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조직적 특성을 지닌다. 향후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며 이는 사회적 공공성 확대라는 방향과 운동 노선으로서 공공서비스 '노동운동주의(public service unionism)'로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 즉, 공무원노동조합은 민간기업과는 구별되는 공무원노동조합운동의 특성을 반영하는 노동운동노선을 추구하여야 한다. 공무원노조운동의 기반인 공공부문은 무엇보다도 공공서비스의 제공으로 특징 지워지며, 이러한 특징은 공공서비스 노동운동주의의 주요한 원천이 된다. 즉 공공부문 노동조합 운동의 의의는 '공공성'에 대한 전사회적 수준에서의 합의를 자신의 동력으로 할 때만 확고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공무원노동조합운동은 기득권의 수호자가 아니라 '정의의 칼(sword of justice)'이라는 노동조합 고유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렇듯 공무원노동조합은 스스로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거니와 이슈의 확대를 통해 사회적 이해관계의 대표자로서 사회복지의 향상과 사회적 통합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단순히 임금 등 경제투쟁에 매몰될 경우 국민적 설득력과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힘들다는 점을 자각하고 공무원노조는 무엇보다도 공직사회(정부)내부에서 전체 노동자와 서민대중의 이익을 신장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거리의 투쟁이 아닌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이익을 수호하는 정책개발을 통해 공직사회를 장악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선진 각국의 공무원노조 활동 사례를 보면, 일본공무원노동조합은 주도적으로 소수자들의 인권보장, 행정개혁운동을 추구하여 일본 사회의 아래로부터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스웨덴 공공부문 노조의 경우 전체 사회의 복지 확대를 위한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보수당 집권 시절 대폭적인 복지축소를 막은 가장 강력한 집단은 다름 아닌 공무원노동조합이었다. 이렇듯 공무원노동조합은 시민사회의 요구와 필요를 공무원노동조합이 대변하는 방식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로 자리 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 혁신과 내부 개혁으로 여론의 지지 끌어내야

한국의 공무원노동조합들은 조직의 사업 및 활동 목표를 '노동조건의 개선과 향상에 국한하지 않고 공직사회의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함께 주창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은 공직사회개혁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공무원노동조합이 주창하는 공직사회개혁이라는 개념은 실천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보다는 구호식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제 첫 발을 내 디딘 공무원노조의 전향적이고도 실체적인 공직사회 개혁과 공공성 확대를 위한 활동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조직화와 활동은 그 동안 국가를 중심으로 수직서열화 된 한국의 정치·사회구조 뿐 아니라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시민사회 위에서 시민의 삶을 위로부터 조직하고 통제해 온 국가에 시민사회가 침투함으로써 공공부문의 민주화가 밑으로부터 본 궤도에 오를 계기가 마련되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재정립하는 발판이 공무원노조의 등장과 더불어 마련될 수 있다. 또한 공무원노조는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정책의 수립과 운영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통한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노동법안이 통과되기 이전인 현재에도 약 17만명의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법안이 통과되면 그 조합원 수는 약 25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공무원노동조합의 합법화는 그 동안 11%대의 낮은 조직률에 머물고 있는 노동운동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조직화만으로도 큰 원군을 얻은 것이고 운동 방향에 따라 노동운동의 세력관계도 큰 변화에 직면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렇듯 공무원노동조합이 노동운동 내부에 그리고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고 의미가 깊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동조합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활동 방향의 올바른 정립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공무원노동조합이 공무원들 스스로의 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공직사회 개혁, 사회 공공성 확보의 주체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무원 노조 구성원들의 자기 혁신과 내부 개혁 활동이 필요하다. 선진 각국의 공무원노동조합은 법적인 허용을 받지 못한 채 공무원노동조합이 공무원들의 필요성에 의한 자각을 통해 탄생했으며, 공무원노조의 활동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정을 받고, 사회여론이 공무원노조에 대해 우호적으로 조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법적 인정을 획득하였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공무원 스스로의 내적인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공무원노동조합이 이슈화된 것이 아니라 기존 노동운동의 노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문제제기를 통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상황 속에서 직장협의회라는 제도적인 틀을 깨고 탄생한 특징이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경우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공무원의 내적 동기화는 높지만 국민의 여론은 아직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 앞에 놓인 여러 난관과 과제를 뚫고 초기에 목표로 한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의 주인인 조합원의 각성과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 정권과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정서비스 개혁의 주도자로 공무원노동조합이 자리 매김 되는 것은 누구의 요구가 아닌 새롭게 출발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역사적이고 시대적인 책무인 것이다.

[ 각 주 ]
1) ILO 제151호 협약 제1조 2항, 제3항은 군인, 경찰, 주요한 정책결정이나 관리를 담당하는 고위직 공무원, 또는 고도의 기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하여는 국내 법령에 의해 단결권이 제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외에 소방직, 교정직, 교사, 일반, 관리직, 감독직, 기밀직 공무원에 대하여는 공공근로자임을 이유로 단결권이 제한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정책결정사항이나 관리권한 사항이 반드시 공무원의 근로조건과 무관한 사항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인사권에 관한 사항이라도 승진이나 전보의 기준처럼 근무조건에 관련된 사항은 교섭사항에 포함시킬 수 있듯이 정책결정사항이나 관리권한사항이라도 결과적으로 근무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단체교섭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는 일본공무원노조가 2002년 11월 ILO에 제소한 일본 사례에 대한 답변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단체교섭의 대상사항에 관해서는 '운영과 관리'가 일률적으로 그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본질적으로 근로조건과 관련된 문제인 경우에는 단체교섭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327th Report of the 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 : GB.285/9, 2002.11)

3) 정부의 입법안은 제18조(벌칙)에서 제11조의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되지 않는 가혹한 법규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파업에 참가하거나 주장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형벌은 벌금(1,000 $)이거나 금고(1년 이하)이다.

4) 정부의 입법안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된 후 1년의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기존법안에서 경과규정이 6개월이었던 것을 1년으로 연장한 것이다. 정부당국은 관련법의 정비 및 내부준비를 그 이유로 이야기하나 공무원노동조합이 존재하는 현재 시점으로 볼 때 경과규정은 3개월 또는 6개월 이내로 단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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