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논의가 빠진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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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에 대해 글을 부탁 받거나 또한 공무원연금을 어떤 방식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 공무원노동자인 나는 뭔가 꺼림칙하고 불편하다. 자칫 일방적인 매도를 당할 수 있어서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난 2004년 말에 전국의 공무원노동자들이 공무원연금법 개정 동향을 파악하고,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100억의 투쟁기금을 모아 총파업을 했을 때 많은 경험을 했다.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비난받을 일이었을까?

꺼림칙하고 불편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공무원연금은 국가와 공무원노동자가 각각 50%씩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다. 따라서 만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당사자인 공무원노동자들에게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함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아무런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을 발표한다. 사실상 여론 재판을 먼저 받는 공무원노동자 입장에서는, 우리의 주장을 펼치거나 진실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거의 소통 불가능한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 공무원연금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목적이나 과정상의 문제와 책임은 사라져 버리고 모든 것이 돈을 기준으로 판단돼버린다. 요즘 살기가 어려워서인지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따져보지도 않고 비난부터 앞선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이다. 이점을 이용해 정부는 “너무 많은 연금을 지급하여 재정적자로 제도유지가 어렵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이번에도 공무원연금법 개정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2004년도 3,000여 명의 공무원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음에도, 그 당시 공무원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던 내용보다도 더 후퇴한 내용이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친기업가 정부다. 이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공무원제도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노동자들의 사기는 안중에도 없는 공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내부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곤란한 수준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사회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의 경우 대부분 모범적인 공무원연금제도가 사적연금제도로 이행해 가는 과정을 겪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당초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한 종합복지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사적연금과는 기본적인 출발부터 달랐다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공무원연금제도에서 ‘공무원의 특수성’을 제외하려 한다면, 단순히 공무원연금만을 개정할 것이 아니고 공무원노동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용정책이나 임금정책도 함께 총괄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

공무원도 언론 통해 듣는 공무원연금 개혁 최근 동향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 추진은 지금까지 28차례 이상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수급(연금액)조건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다가, 1996년 이후에는 수급조건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도 또 한 차례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언론에 보도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공무원노동자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핵심이 ‘기득권을 보호할 것이냐 말 것이냐’인 것처럼 이슈화하는 듯하다. 정부의 개혁 방안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확보, △연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구조 개혁방안 등이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논점 속에서 공무원제도의 특수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정부안의 기본구조는 현행 공무원연금제도를 △기초보장 성격의 공무원연금(1층), △민간 퇴직연금 성격의 퇴직연금(2층), 그리고 △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택적 저축계정(3층)으로 구분한 다층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지난 2007년 1월 공무원연금제도 발전연구위원회(이하 ‘발전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제기한 다층제를 기본구조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① 공무원의 비용부담 방식을 현재 보수월액기준에서 과세소득으로 변경하고, 비용부담율도 보수월액의 8.5%에서 과세소득 8.5%로 연차적으로 인상한다. ② 공무원연금지급 기준을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에서 전 근무기간 평균과세소득으로 변경하여 지급액을 30%가량 삭감한다. ③ 공무원노동자가 ‘더 내고 덜 받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퇴직수당제도를 퇴직금제도로 변경하고, 신규대상자를 위해 매칭포인트시스템의 저축계정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발전위에서 발표한 ‘제2차 공무원연금 개정(안)’은 이러한 1차 발표안과 거의 같다. 이번 발표안 역시 공무원연금제도의 기본도입 목적을 고려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운영과정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볼 수도 없다.

공무원제도 및 연금의 ‘특수성’ 무시라는 논리 함정 

공무원연금법 개정 논의마다 반복되는 ‘함정’이 있다. 우선 ‘공무원연금제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살펴보게 되면 많은 오해와 편견을 낳기 십상이다. 이 함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다음으로 가장 큰 함정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단순 비교하는 연구와 주장들이다. 이 함정에 빠져 있는 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합리성을 가질 수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첫 번째 함정으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무원연금제도가 갖는 차별성(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이 되는 민간부분의 노동자는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적 제한이 적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활동의 폭이 넓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헌법의 정치적 중립의무, △공직자 윤리법상 퇴직 후 취업제한과 재산등록 강화로 사생활보호 취약, △표현의 자유 제한, △국가공무원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침해(공무원사적정보공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 부정, △민간부문의 노동자와 보수 차이 등,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많은 제약이 있다.

외국의 대부분 사례처럼 공무원노동자가 겪는 제약을 보상할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을 민간부문의 영역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다. 즉 경제 중심의 국가운영에 있어서 이제 더 이상 국가나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이해의 충돌을 조절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 오늘날의 행정에서는 오히려 공무원의 전문성, 합리성이 더욱 요구된다. 더군다나 경제 중심의 국가운영으로 발생하는 실업이나 사회적 배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정책 추구는 민간영역의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차별성은 더욱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함정으로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단순 비교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옛 성현 중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차별의 원칙은 ‘서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였다. 제도 자체가 다른 것을 단순 비교해서 형평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무엇이 다른가? 

먼저 제도 도입 목적의 차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사회보장정책으로 노후의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공무원연금은 사회보장정책(공무원연금법 제1조) + 임금보전(동법 제2조) +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인사 정책적 고려 등이 결합된 종합복지제도이다. 다음으로 제도 운영상의 차이다. 국민연금 대상자인 민간노동자는 퇴직금을 지급받고 국민연금 대상자가 되지만, 공무원연금은 퇴직수당(재직기간에 따라 10~60%)을 받는다. 또한 연금납부 기준도 국민연금 대상자는 소득의 4.5%이지만, 공무원연금은 8.5%로 2배 가까이 높다. 임금 자체도 공무원노동자가 민간 100인 이상 기업과 비교하여 여전히 열악하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에서 사회보험 원리와 부양 원리를 명시하여 특수성을 보장토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점이다.

따라서 이렇게 제도 자체가 다른 면을 무시하고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굳이 ‘형평성’을 따진다면, 같은 제도 내에 세대 간 비용부담과 수급액의 형평성을 따지거나, 혹은 소득액이 다른 A와 B에 대한 재직기간 대비 수익률을 분석하여 형평성을 따져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공무원연금 ‘추가 부담’은 특혜 아닌 정책적 고려 

세 번째 함정으로 공무원연금제도 운영상의 문제들을 들 수 있다. 즉 재정악화로 인한 비용부담 가중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재정악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모든 부문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민간노동자들처럼 공무원노동자들도 퇴직 후 평균수명이 길어져 연금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사회 정책적 접근(정년 연장과 노령자 고용 등)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어느 분야의 연금수급액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비용부담 비율의 문제로 정부부담이 적어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국가별 공무원연금의 비용부담률을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25.6%(공무원 9%), 미국은 32.8%(공무원 7%), 독일은 41.5%(공무원 부담 없음), 프랑스는 51.9%(공무원 7.8%), 영국은 12~18.5%(공무원부담 없음)이다. 한국은 8.5% +정부보전(공무원 8.5%)이다.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담률이 너무 낮다. 외국의 경우는 공무원제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추가부담을 ‘특혜’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 고려에서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금급여를 설계할 당시 퇴직 전 직급과 연금급여의 연관성이 높아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공무원노동자 간 형평성에도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기금체계 운용에 보다 민주적 방식이 도입되어 방만한 운영을 감시하는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앞에서 살펴본 이러한 함정들에서 빠져 나와야 진정한 공무원연금제도 유지 발전의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의 주체인, 정부와 공무원노동자 양 당사자가 진정성을 갖고 제도발전을 모색해 나가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논리 매몰된 국가운영은 ‘행정’을 포기하는 길

1997년 이후 관료제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개혁하기 위해 공무원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다. 공무원노동자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국민의 행정편의를 위해 일하기보다, 자신의 승진이나 더 많은 예산 확보 등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할 시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지배세력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냉소적이고 적대적이다.

정부는 관료제가 갖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공공관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공공관리정책이 만능은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행정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정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행정은 공공정책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의 공익을 담당하는 기능을 한다. 행정은 역사적 제도적으로 본질적인 특성이 존재한다.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내부 저항을 불러와 올바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따라서 돈을 기준으로 경제성의 개념에만 집착하는 것 자체가 국가운영을 포기하는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노동자의 노후소득 보장제도뿐만 아니라, 국가의 체제 형성 및 그에 따른 공무원의 위상을 정립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발전해왔다. 때문에 개선정책을 마련하는 데 이러한 점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복지국가의 역사는 공무원에게 우선 베풀어지는 사회적 보호 수준이 전 국민에게 확대 적용되는 과정을 겪었다. 즉 공공부문의 좋은 제도가 민간부문에 이전되어야지, 오히려 소득이 약화되는 제도를 거꾸로 강요하는 정책은 타당성이 없다.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공부문의 개혁을 고려함에 있어서도 여전히 이러한 역사적 제도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밥그릇’이 아니라 정부의 친기업적 행태!  

공무원노동자들은 단순히 우리의 ‘밥그릇’만을 위해 투쟁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는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정책이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공익을 지켜나가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가적 정책에 맞선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집단적 투쟁과 함께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설득해나갈 것이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공무원연금을 줄인 후 기업에게 세금을 감면해 준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월급을 받아 어려운 살림에 높은 교육비 내고 살아가는 공무원노동자의 희생을 자본가에게 던져주겠다는 생각을 우리가 고쳐 놓아야 한다. 

이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이 세상에 눈을 떠야 할 때다. 경제를 살린다는 얄팍한 속임수에 더 이상 당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살려준다는 그 경제는 잘사는 자본가를 살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쇠고기 수입에서 보듯 자국의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음이 확인됐다. 공무원노동자들은 총단결하여 부당함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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